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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백우진이 정무학관에 도착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세 시진 전.

         

       유화연이 이끄는 검봉조와 신룡조가 한창 혈투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늦었음은 진즉 깨달았다.

         

       대인전은 끝난 지 오래고, 단체전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른 상황.

         

       다만, 고작 다섯으로 악착같이 버티며 상대방이 쥐고 흔드는 승기를 어떻게든 빼앗아 오려 애쓰는 그들을 보며 마지막이나마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과연 허락해줄까.’

         

       관객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아니, 오히려 환영할 테지.

         

       독고천과 백우진.

         

       두 사람의 맞대결이야말로 그들이 진정 바라던 것이었으니.

         

       다음 고려한 것은 심판을 맡은 부관주 언진섭.

         

       ‘저 양반이 가장 극명하게 반대하고 나설 거야.’

         

       백우진의 신룡조는 창설 당시부터 여러모로 교수들의 애를 먹였다.

         

       그 탓에 그들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선두에 있는 이가 바로 언진섭 부관주였다.

         

       겉으로는 중립인 척하지만, 자신을 따르는 교수들을 이용해 몇 번이고 압박을 가해왔음을 백우진은 알고 있다.

         

       ‘나머지는 귀빈석인데….’

         

       사실 귀빈석이야말로 백우진이 잡아야만 하는 이들이다.

         

       무림맹주부터 요직에 앉아 있는 간부들까지.

         

       그곳에 앉아 있는 이들의 면면은 하나 같이 정파 무림의 명사들이기에 그들의 허락만 떨어지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문제는 그게 제일 어렵다는 거지.’

         

       독고천이 지닌 천부적인 재능에는 정치 또한 포함되어 있다.

         

       저들 중에는 그런 독고천에게 구워삶아진 이들이 절반 정도는 되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반은 어떤 인물인가.

         

       ‘뼛속까지 고리타분한 정파.’

         

       무엇보다 명분을 중요시하며 명분이 없으면 따르지 않는 고리타분한 인사들.

         

       그들의 대표격인 인물이 바로 무림맹주 현학이다.

         

       그가 역대 무림맹주 중에서 가장 호평받는 이유는 어디에도 쉬이 휩쓸리지 않고, 정파의 이념에 따라 거대한 단체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장점은 지금 그에게 단점으로 작용했다.

         

       양쪽 모두에게 어느 정도 명분이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알 수 없기에.

         

       ‘불확실한 건 배제해야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무림맹주가 이쪽의 손을 들어주리라는 막연한 기대 따위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랬다가 뒤통수 맞으면 많이 아플 테니.

         

       ‘그렇다면 내가 노릴 건….’

         

       그가 집중적으로 노려야 할 것은 독고천 단 한 사람뿐.

         

       ‘그것도 쉽지 않긴 매한가지네.’

         

       천재라는 족속들이 귀찮고 짜증나는 점이 무언지 아는가?

         

       바로 한 번 당한 일에 두 번, 세 번 연달아 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빠르다.

         

       백우진은 이미 신랄한 주둥이로 그를 물 먹인 전적이 있다.

         

       이를 통해서 원하는 바를 얻기는 힘들 터.

         

       ‘내가 안 된다면…, 다른 사람을 동원하는 수밖에.’

         

       독고천은 위선자임과 동시에 위군자다.

         

       겉으로는 착한 사람인 척, 군자인 척하고 있으나 그 속은 개방 거지의 이마에서 흐르는 땟국물보다도 더럽고 새까맣다.

         

       그러한 놈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다수가 등을 돌리는 것이다.

         

       애초에 위선자인 척, 위군자인 척하는 이유가 대저 무엇이겠는가.

         

       남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저토록 힘겹게 제 더러운 속내를 숨길 이유 따윈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백우진은 놈이 자신의 참가를 스스로 허락할 수밖에 없게끔 몰아가기로 했다.

         

       바로 선동과 날조를 통해서.

         

       백우진은 그쪽 방면으로 탁월한 놈들을 알고 있다.

         

       ‘이럴 땐 하오문이 제격이지.’

         

       마침 하오문에게 따질 것도 있겠다, 그는 곧장 자신이 애용하던 객잔으로 쳐들어갔다.

         

       “오, 오셨습니까.”

         

       그들은 눈치가 빨랐다.

         

       요녕에서의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그들은 깍듯하게 백우진을 맞이했다.

         

       잘 됐다.

         

       이렇게 저자세로 나온다면 일을 지시하는 게 훨씬 수월할 테니.

         

       백우진은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지부장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 풀어야 할 게 제법 있어. 그치?”

       “그, 그렇습니다.”

       “근데 그건 일단 나중에 풀고, 지금은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무엇이든 하명하십시오.”

         

       내용을 듣기도 전에 수락부터 하다니.

         

       놈의 태도로 보건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자신의 지시라면 가능한 건 무엇이든 따르라는 명령을 하달받은 듯하다.

         

       그렇다면 부담 없이 이용해줘야겠지.

         

       “선발전 객석에 선동꾼 좀 넉넉히 풀어. 내용은….”

         

       그가 건넨 말들은 하나 같이 독고천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이해했어?”

       “…예.”

       “늦지 않게 잘 준비해둬.”

       “알겠습니다.”

       “그럼 끝나고 보자고.”

       “무운을 빌겠습니다.”

         

       지부장은 손을 흔들며 유유자적 떠나가는 백우진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뇌까렸다.

         

       “흑도보다 더 악독한 놈….”

         

         

       * * *

         

         

       철저하게 준비된 한 방으로 담판을 지은 백우진은 비로소 등을 돌려 걸어갔다.

         

       그토록 돌아가기를 꿈꿨던 그들에게로.

         

       그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손대면 톡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부글거리는 감정들이 드러나 있다.

         

       오면서 많이 고민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에게 어떤 인사로 말을 시작하는 게 좋을까.

         

       숱하게 고민했는데, 구태여 특별한 미사여구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평소대로 대할 뿐.

         

       “왜들 그런 표정이야?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했어?”

         

       웃으며 가까이 다가서려 할 때, 가장 앞서 있던 당선영이 손을 들어 그의 걸음을 제지했다.

         

       “다가오지 마.”

         

       차가운 목소리.

         

       이를 들은 백우진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당선영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말만을 내뱉었다.

         

       “당신이 진짜라는 걸 우리에게 증명해봐.”

       “아….”

         

       그녀가 왜 그리 경계하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당가에서 보았던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역용술.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리라.

         

       “흐음….”

         

       백우진은 자신의 존재를 단숨에 납득시킬 만한 답을 떠올렸다.

         

       “잠깐 귀 좀 대봐.”

         

       난데없는 요청에 당선영은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 귀를 그에게 내어주었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오른쪽 가슴 밑에 점.”

       “……!”

         

       그녀의 우측 가슴 밑에는 점이 하나 있다.

         

       평소에는 풍만한 가슴이 내려앉아 있어 자신을 제외하면 구석구석 제 몸을 확인한 백우진밖에 알 수 없는 사실.

         

       당선영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그를 인정했다.

         

       “지, 진짜가 맞아.”

         

       그들의 전신에 서려 있던 일말의 경계심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백 공자아…!”

         

       백우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팔을 벌린 채 달려드는 제갈연지를 막아섰다.

         

       “아아, 왜요오…! 얼마나 안고 싶었는데에…!”

       “지금은 안 돼.”

         

       단호한 대답에 제갈연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팔을 내렸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모두에게 말했다.

         

       “회포를 푸는 건 잠깐 뒤로 미루자. 그보다 앞서 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

         

       승리를 거머쥐는 것.

         

       백우진의 등장에 풀어졌던 그들의 정신이 다시 바짝 조여졌다.

         

       그 모습에 백우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부재가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호재로 작용한 듯했다.

         

       고작 몇 달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도가 날카로워진 걸 보면 말이다.

         

       “그럼 슬슬 승리를 위한 작전을 짜볼까.”

         

       승리를 위한 작전.

         

       그것은 매우 간단하고, 단순했다.

         

       “내가 독고천을 맡을 테니, 그동안 너희는 나머지를 전부 조져.”

         

       그냥 조지는 게 아니다.

         

       “잘근잘근 조져야 된다? 앞으로 우리 얼굴만 보면 자동으로 고개 숙이고 지나갈 정도로.”

         

       그래야만 불필요한 싸움을 한 번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백우진의 작전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조원들은 하나 같이 흉흉하게 웃으며 한마음, 한뜻으로 대답했다.

         

       “예!”

         

       백우진은 모르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놈들에게 당한 수모가 알게 모르게 많다.

         

       독고천의 지시인지, 아니면 그를 향한 잘못된 충성심의 발로인지.

         

       마주쳤다 하면 으르렁거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먼저 고개를 숙인 쪽은 옥면신룡조였다.

         

       힘이 부족해서? 아니다.

         

       백우진마저 부재중인 상황에서 사고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 뿐.

         

       그렇기에 지금 그들에게는 이러한 순간이 몹시도 달가웠다.

         

       합법적으로 놈들을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릴 수 있는 이 순간이.

         

       작전은 완벽하게 세워졌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그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

         

       ‘이미 충분히 고취된 것 같긴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더욱 북돋아 주면 그만큼 더 열심히 싸우겠지.

         

       “가장 많은 적을 제압한 사람에게는 소원을 들어주겠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원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제갈연지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물었다.

         

       “소, 소원의 범위는요…?”

         

       범위라.

         

       “…내가 가능한 거라면 뭐든?”

         

       명색이 소원인데 범위가 그 정도는 되어야겠지.

         

       이를 들은 제갈연지가 갑자기 헤실헤실 웃어대기 시작했다.

         

       “헤, 헤헤….”

       “…….”

         

       대체 무얼 생각하고 있기에 저토록 방정맞게 웃고 있는 걸까.

         

       궁금하면서도 알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럼 갈까?”

       “예에!”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 높은 음성.

         

       백우진은 그들을 등에 업은 채 비무대 중앙으로 나섰다.

         

       때마침 독고천을 필두로 한 파천신룡조 또한 앞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결연한 눈빛들을 보아하니 그쪽도 그쪽 나름대로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한 모양.

         

       무엇보다 강렬한 건 이쪽을 노려보는 독고천의 시선이었다.

         

       백우진은 보란 듯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어우, 선배. 그러다 눈에서 검강 나오겠어. 응? 그런데 눈에서 강기가 나오면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거지?”

         

       안강(眼罡)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깔깔깔!

         

       “…….”

         

       안 그래도 험악했던 분위기가 한층 더 험악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에피소드는 다음 편에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아마 끝내고 나면 다음날 하루는 휴쟤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정이 바뀔 수도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다음 편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그럼 내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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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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