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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227화. 지옥 탐험대 ( 1 )

       

       

       

       

       

       소문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발단은 한 사내의 허세 섞인 무용담이 시작이었다.

       

       몬테그라스의 사냥꾼 중에는 특출나게 오랫동안 활동한 늙은 사냥꾼 한 명이 있었다.

       한스와 함께 마수의 산 정상을 다녀온, 북부의 사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모험을 겪은 이.

       

       그는 지금 거나하게  취한 채로 오랜 벗들에게 무용담을 풀고 있었다.

       

       “크으… 그래서 말이지, 내가 그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화살 세 발을 연달아 쏴서! 응? 악마 녀석들의 대가리에 꽂았다는 거 아닌가!”

       “어허, 이 사람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자네가 악마를 잡았다니. 허허허.” 

       “허허, 이 사람들이 속고만 살았나. ”

       

       피식 웃음을 흘린 사냥꾼.

       

       “그래서 자네들은 악마의 뿔이라도 있는가? 응? 용한테 잡혀서 하늘을 날아봤냐ㅡ 이 말이네!”

       

       허리춤에서 기념품ㅡ악마의 뿔을 꺼내 살랑살랑 흔들었다.

       

       “끄응…”

       

       그런 경험을 해봤을 리가.

       벗들의 시끄러운 입이 꾹 다물어졌다.

       

       그 표정을 안주 삼아 술을 한 잔 비운 사냥꾼이 문득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험담을 풀기 시작하니, 석연치 않은 점이 하나 떠오른 것.

       

       “…그러고 보니.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이 있구만.”

       “그게 뭔가? 뭐 놓고 오기라도 했는감?”

       “그건 아니고… 흐음.”

       

       턱을 몇 차례 쓰다듬던 사냥꾼은 천천히 이야기를 풀었다.

       

       한 동굴에서 발견한 악마 계약자 겸 노예 상인, 케이건.

       수인족과 그 아이들을 잡아 악마에게 바치며 대가로 타락한 황금을 받은 둘도 없을 천하의 쓰레기.

       

       케이건의 악행을 들은 주변 이들이 크게 분노했다. 아이들을 악마의 제물로 바치다니? 

       

       마초적인 북부에서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 딱 세 가지 있었는데.

       

       아이, 술, 가족.

       이렇게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건드리는 이는 딱 죽기 직전까지 때리고, 한 대 더 때려서 죽여 버릴 정도였다.

       

       다행히 민심은 케이건을 구속하여 동굴에 가두고 커다란 바위로 입구를 봉인했다는 부분에서 가라앉았다.

       

       “그러면 잘 해결된 거 아닌가?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인다는 거야?”

       “…그게 말이지. 실은 내가 그 씹어먹을 녀석을 챙기러 산에 한 번 다녀온 적 있거든. 쉽게 죽이기에는 너무 아쉬운 녀석이니까. 그런데… 동굴의 입구를 막은 바위가 꿈쩍도 안 하지 뭔가.”

       “하하하하! 이 친구가 늙더니 이제는 힘도 못 쓰는구만! 마누라한테 쩔쩔맬 때부터 알아봤지! 하하하ㅡ!”

       

       짓궂은 농담에 곧장 웃음이 터져 나왔다.

       늙은 사냥꾼만이 표정을 조금 굳힌 채였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어. 그 바위 안쪽에서… 여러 명의 비명도 함께 들렸다네.”

       “비명? 아니, 잠깐. 여러 명이라니? 동굴 안에는 노예 상인 한 놈만 있는 거 아니었나?”

       “맞네… 그러니까 이상한 일 아니겠나. 분명 동굴 안에는 녀석 혼자 있을 터인데… 비명은 여럿의 것이었단 말이지. 그 커다란 돌을 치우고 들어갔을 리도 없을 노릇인데…”

       

       오싹.

       

       늙은 사냥꾼의 말이 주점에 낮게 깔리며 문득 서늘한 공기가 차올랐다.

       그리고 북부 사내들이 늘상 그렇듯, 허세 섞인 웃음과 함께 애써 털어냈다.

       

       허나 식어버린 분위기는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술자리는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 뒤.

       궁금한 것은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는 몇몇 사내들 덕에 사냥꾼의 말은 진실임이 확인됐고.

       

       마수의 산에 지옥의 입구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였다.

       

       

       

       *****

       

       

       

       “으흠… 이런 경우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레온이 난처하게 머리를 긁었다. 솔직히 조금 도발적으로 대자보를 작성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의도한 것이었다.

       

       자존심에 죽고 사는 북부의 사내들이라면 어느 정도 먹히리라 예상하면서.

       그런데 문제는…

       

       “당신이 레온이오?! 나! 내가 그 탐험대에 지원하겠네!”

       “내가 먼저 왔어! 나부터 뽑아 줘!”

       “나를 데려간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네! 지금도 마수의 산에서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몸이야!”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좋았다.

       

       주점을 가득 채울 정도로 몰려든 사내들이 시끄럽게 소리치며 난동을 부렸다.

       이글이글 빛나는 수십의 눈동자는 아무리 레온이라고 해도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라.

       

       “허, 허허… 이거야 원.”

       

       스스로 뿌린 씨앗이니 별 수 있나.

       주점 주인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한 레온은 수많은 사내들을 하나하나 만나보며 면접하였다.

       

       어중간한 잔챙이들을 거르고,  성격의 결함이 있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도 거른다.

       싸움 솜씨는 두말할 것도 없이 중요했으니, 자연히 레온의 눈에 들어오는 이도 적었다.

       

       그리하여 총 네 명의 사내를 골라낼 수 있었다.

       

       길잡이를 겸한 늙은 사냥꾼 하나, 레온과 함께 전투를 책임질 전사 둘, 그리고 잡다한 일을 자처한 잡일 담당 한 명.

       

       “나만 믿게. 내가 그 동굴에 직접 다녀온 장본인 아니겠나?”

       

       늙은 사냥꾼은 한스와 함께 마수의 산 정상을 다녀온 이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전사 두 명의 팔뚝은 우람하고 굵었으며, 거친 눈빛은 훌륭한 전사의 귀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폐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열정에 가득 찬 곱상한 청년, 조슈아.

       

       그는 볼살도 채 빠지지 않은 것이 언뜻 보면 여인으로 착각할 정도의 외모였는데.

       곱슬거리며 귓볼에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힘도 조금 약하고 목소리도 가느다란 것이 레온의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눈빛만큼은 지원자들 중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명예와 영광에 타오르는 청년의 열정일까? 아니면, 미지의 탐험을 갈망하는 자의 것일까.

       

       어느 쪽이라도 젊은이의 열정은 노인의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이라.

       레온은 조슈아를 탐험대에 받아주는 대신 잡일 겸 기록을 전담하도록 하였다.

       

       함께 떠날 이들이 모두 결정되었으니,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술!

       

       “반갑네, 친구들! 이제 그대들은 소문의 지옥으로 떠나는 탐험대의 일원이 되었다네! 자아- 우리의 영광과 모험을 위하여! 마시게!”

       

       레온이 술잔을 높이 치켜올리며 외쳤다.

       어색한 사이를 기름칠 해주는 것에 술 이상의 친구는 없었다. 술이 오가며 목소리가 커지고, 사내들이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를 때.

       전사 한 명이 레온을 향해 소리쳤다.

       

       “대장! 우리 명색이 지옥으로 가는 탐험대인데, 이름 하나 정도는 기깔나게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맞아 맞아! 기막힌 걸로 하나 지어보십쇼!”

       “하하하, 이름? 이름이라!”

       

       레온이 잠시 생각하더니 자리에서 힘차게 일어났다.

       

       “원래 이런 건 간단하고 단순한 게 제일 좋은 법! 우리 탐험대의 이름은 ‘지옥 탐험대’일세!”

       “우우우ㅡ! 구리다 구려!”

       “에잉, 노땅 대장한테 맡기는 게 아니었어!”

       

       전사들이 레온을 향해 장난스레 야유를 퍼부었다.

       그 짧은 사이에 술을 마시며 제법 친해진 덕이다.

       

       그렇게 술 자리가 무르익으며 점차 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자, 다들 이리로 와서 하나씩 받아가게.”

       

       레온은 넉넉하게 담은 돈주머니를 일행에게 나누어줬다.

       

       절그럭.

       

       “행여나 겁먹어서 나오지 않는 자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겠네! 넉넉하게 돈을 줄 테니, 필요한 것들을 사게. 그리고 나흘 후, 이곳에서 만나도록 하지.”

       

       주머니를 열어보니 은색의 주화가 가득했다.

       초면인 그들에게 주기에는 다소 큰돈.

       

       허나 팔라딘인 레온에게는 그리 큰돈도 아니었을뿐더러, 돈을 들고 도망친다면 얼굴도 다 팔린 마당에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을 것이다.

       

       “끄윽… 그럼 나는 이만 가보지… 우웁- 늙어서 그런가 몸이 말이 아니구만.”

       

       늙은 사냥꾼 브론과 전사 둘은 동전 주머니를 챙겨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비틀거리는 걸음이 잔뜩 취한 이의 것이었다.

       

       물론 성도의 제일가는 주정뱅이 레온은 아직 거뜬했다. 

       

       “이보게, 젊은 친구. 그러니까 이름이ㅡ 맞아, 조슈아. 자네도 이제 들어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몰골이 말이 아니군.”

       

       …결투 축제에서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으니, 어느 정도 자중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우… 으음.”

       

       조슈야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풀렸다.

       

       나이 많은 이들 사이에 낀 젊은이의 숙명이라고 할까.

       권해오는 술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이 모양이다.

       

       “히꿉! 후, 음…냐. 예, 예에… 저, 저도 가보겠습니ㅡ 우앗!”

       “이런. 조심하게.”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조슈아.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하며 테이블을 향해 비틀거렸다.

       

       레온이 반사적으로 조슈아의 어깨를 붙잡으려 할 때.

       

       탁.

       

       “…흠?”

       

       발작적으로 몸을 뒤튼 조슈아가 레온의 손을 쳐냈다. 비틀거리는 와중 억지로 몸을 뒤틀었으니 넘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콰당ㅡ!

       

       바닥에 넘어진 조슈아의 머리 위로 술이며 끈적한 소스 따위가 쏟아졌다. 

       엉망이 된 조슈아는 자신의 몰골은 신경도 쓰지 않고, 허겁지겁 일어나더니 레온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무례했다고 느끼셨다면 정말 죄송ㅡ”

       “걱정하지 말게. 나는 이런 일로 마음 상할 만큼 속 좁은 늙은이가 아니니까. 많이 취했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레온은 당황한 조슈아를 다독여 집으로 보냈다.

       

       별거 아닌 일이다. 타인이 몸에 닿는 것을 싫어하는 이도 있을 수 있으니까.

       다만.

       

       “음…”

       

       레온은 가만히 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갸웃했다. 한순간이나마 조슈아와 맞닿은 그 순간.

       팔라딘의 기감은 뭔가 묘하다며 제 주인에게 외쳤다.

       

       “기분 탓인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털었다. 

       뼈가 얇은 감촉이었는데…

       

       악마와 관련된 건 아닌 것 같았으니, 별거 아닐 것이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 정도는 있는 거니까. 저 열정 넘치는 청년이 숨기는 것이 있다면 마땅히 존중해줘야겠지.

       

       ‘…그건 그렇고. 만신전에는 뭐라고 보고한다?’

       

       주점에 잡아둔 숙소로 올라가며 레온이 머리를 긁었다.

       이미 성대하게 일을 벌였으니, 한동안 잔소리 들을 것은 확정된 사항.

       

       잠시 고민하던 레온은 이내 결정했다.

       

       “뭐어, 허락보다는 용서가 쉽다고들 하지 않던가!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면, 안토니오 그 친구도 별수 없겠지!”

       

       과연 최고령 팔라딘다운 냉철한 사고였다.

       

       

       

       

       

       *****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는 저마다 일정한 관성을 가지고 있다.

       

       습관.

       

       그냥 일상적으로, 혹은 이전에 하던 것이니까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관성이 강하고 약하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흐름을 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마치 파도에 올라탄 서퍼와 비슷하다고 할까.

       

       “우음… 이렇게 하는 게 좀 더 보기 좋으려나? 아니면, 문을 다른 곳에다가?”

       

       요컨대 한 번 꾸미기 시작한 곳에는 관성이 붙기 시작한다는 소리다.

       우연한 기회로 제법 분위기를 내기 시작한 ‘탄탈로스’처럼.

       

       지금은 분명 업무 시간이다.

       내 몸은 모니터의 엑셀과 워드, 한글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영 별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떠오르는 것은 온갖 흉악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장식물과 간수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ㅡ에 대한 고민들.

       

       요즘 한창 ‘탄탈로스’ 꾸미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참이다.

       이런 저런 식으로 장식을 바꾸면 죄수들에게서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오는 게 하나의 묘미다.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꺼내서 ‘탄탈로스’를 꾸미고 싶었지만, 아무리 나여도 요즘은 눈치가 좀 보인다.

       얼마전에 부장님이 직접 경고까지 한 마당이니 아직은 좀 사려야 한다.

       

       ‘…오. 영화에서 본 것처럼 가시 지옥이나 나태 지옥 같은 곳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네.’

       

       ‘탄탈로스’는 굉장히 특이한 곳이라 그곳에 영혼이 붙잡힌 죄수들은 패시브로 굶주림, 갈증, 불사 따위를 얻게 된다.

       탈출 불가는 덤이고.

       

       그것만으로도 죄수들에게 고통을 주기에는 충분하지만, 탄탈로스의 재화 ‘비명’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효율적인 수단이 필요한 법.

       

       머릿속으로 썩 괜찮을 것 같은 아이디어 몇 개를 차곡차곡 정리하고, 퇴근하면 하나둘 실제로 만드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탄탈로스’는 휑한 동굴의 모습에서, 제법 그럴듯한 지옥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열심히 꾸민 지옥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마개조 되었을지…!! 레온의 지옥 탐험대는 무사히 목적지로 향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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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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