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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떡볶이 만들 쌀떡과 밀떡을 구매하러 다시 간 김에 우리는 각자 맘에 들었던 떡도 겸사 겸사 한 봉지씩 구매해서 나왔다.

       

       “역시 마지막은 쇼핑이죠.”

       “마지막에 뭘 빼먹었나 했더니….”

       “아르 덕분에 하루를 아주 만족스럽게 시작했구만.”

       

       다들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는지, 떡볶이 먹을 생각에 싱글벙글한 아르를 보며 함께 미소를 지었다. 

       

       “쀼우, 방앗간 추천은 실비아 온니가 해 준 거자나여! 온니 덕분이져!”

       

       아르는 그 모든 공을 실비아에게 돌렸다.

       

       “그것도 그렇네.”

       “실비아 님, 좋은 추천 감사해요.”

       “아니에요. 우연히 근처에서 방앗간을 본 기억이 난 것뿐인 걸요.”

       

       칭찬의 화살이 자신에게로 돌아오자 실비아는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본 알렉스가 감탄하듯 말했다.

       

       “크으…. 이런 엄청난 미인이 검술도 최강이고 유능한 데다 성격까지 좋다니. 진짜 세상 불공평하네.”

       

       그 말엔 나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저도 항상 그 생각을 한다니까요. 매일 보는데도 참 신기해요.”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귀여운 아르와 예쁜 실비아 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꾸준히 감사하는 중이었다.

       

       ‘뭐든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행복도도 함께 내려가는 거야.’

       

       누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랑의 반댓말은 무관심이고, 감사하다의 반댓말은 당연하다라고.

       

       뭐든 내 곁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감사하는 마음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더 많은 걸 바라기만 하고 못 가진 것에 대한 불만만을 늘어놓게 된다. 

       

       물론 어디서 한 번쯤 다들 들어 봤을 말이기도 하고, 흔한 말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그런 말일수록 자기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 법.

       

       나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아르와 실비아 씨와 오래 오래 행복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감사한 마음을 상기시키려 노력 중이었다. 

       

       “아르에게도 실비아 씨에게도 정말 고맙죠, 항상.”

       

       나는 아르와 실비아 씨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그런 실비아 님과 드래곤인 아르를 전부 가진 레온 님이 제일 불공평한 것 같은데요.”

       “그러네. 실비아 님은 그렇다 쳐도 아르와 계약했다는 게 진짜 부럽다니까.”

       

       레키온은 옆에서 맞장구를 치려다가 얼른 데보라의 눈치를 보며 ‘실비아 님은 그렇다 쳐도’를 넣었다.

       

       “하하, 제가 좀 복 받긴 했죠. 그건 그렇고 다들 쌀떡이 좋으세요, 밀떡이 좋으세요? 둘 다 만들긴 할 건데, 일단 수요 조사를 좀 해 보려고요.”

       “앗, 저는 밀떡이요.”

       “으음, 저는 둘 다 딱히 상관 없는데….”

       “어휴. 다들 쌀떡의 쫄깃함을 모르는구만!”

       

       오케이.

       

       화제 돌리기 성공.

       

       ***

       

       견학 및 체험 학습도 야무지게 하고, 각자 좋아하는 떡도 다 사서 숙소로 돌아온 나는 바로 떡볶이 만들 준비를 했다. 

       

       “역시 이런 고급 호텔은 조리 기구가 완벽하게 준비돼 있어서 좋다니까.”

       

       부엌에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덕에 나는 재료만 꺼내면 됐다. 

       

       “아공간 개방.”

       

       우웅.

       

       “그렇지! 또 한 번에 성공했구만.”

       

       아르에게 배운 아공간 마법의 좌표 계산을 한 번에 성공한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이게 또 은근히 쾌감이 있단 말이야.”

       

       전생에 수학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수학 좋아하는 애들이 했던 ‘딱 답이 맞게 떨어지는 게 좋다’는 말이 이제 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여튼 내가 지정한 아공간에는 떡볶이를 만들 때 쓸 각종 조미료들과 기타 신선한 재료들이 들어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꺼내 늘어놓고 본격적으로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후후. 그럼 만들어 보실까.”

       

       내가 요리를 시작하려는데, 주방 문을 열고 아르가 얼굴을 빼꼼 들이밀었다. 

       

       “레온, 도와줄 거 업써? 아르두 떡뽀끼 만드는 거 배우고 시퍼!”

       

       어이구, 요리에 흥미를 가지는 드래곤이라. 

       

       귀엽구만.

       

       아무래도 직접 떡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왔다 보니, 떡볶이 만드는 것까지도 직접 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래, 아르야. 들어와. 같이 만들자.”

       “쀼웃!”

       “저도 도울 거 있음 말씀해 주세요.”

       

       아르가 주방으로 쫄래쫄래 들어오자 실비아도 아르를 따라 들어왔다. 

       

       “좋아요, 그럼 실비아 씨는 아르를 맡아서 잘 봐 주세요.”

       

       미리 만들어 둔 떡볶이 양념이 없었기에, 나는 양념과 떡볶이 국물을 동시에 나눠서 끓일 생각이었다. 

       

       “내가 양념을 만들고 있을 테니까, 아르는 국물 베이스를 좀 끓이고 있을래?”

       “몬진 모르겠찌만 해보께!”

       “방법은 다 알려줄 거야. 자, 일단 물부터 올리자.”

       

       양쪽에 물을 먼저 올리고, 나는 아르에게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일단 여기다가 물엿이랑 설탕, 떡을 넣고 같이 끓일 거야.”

       “떡 벌써 넣구 끓이는 고야?”

       “응. 우린 쌀떡볶이부터 만들 건데, 쌀떡에 양념과 단맛이 잘 배게 하려면 물엿이랑 같이 넣고 끓이는 게 좋거든.”

       

       밀떡에는 호불호가 잘 안 갈리지만, 쌀떡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

       

       그건 쌀떡이 식감 자체는 좋지만 양념이 겉돌아 떡볶이 고유의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렇게 초반부터 물엿과 설탕을 넣고 끓이면서 떡에 단맛이 잘 스며들어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물엿은 다섯 스푼 넣으면 돼. 여기 숟가락에, 그렇지. 그렇지. 쭈욱 해서 넣고. 설탕도 넣어 주고.”

       “삐유!”

       “앗, 아르야. 물엿은 점성이 강해서 끝까지 끊어야 해.”

       

       아르가 설탕을 넣으려고 너무 빨리 물엿을 치우다가 쭉 늘어져서 흘리자 실비아가 옆에서 아르의 손을 같이 잡고 천천히 인도해 주었다.

       

       “아라써, 온니! 설탕은 요 정도 넣으면 대?”

       “응. 잘하고 있어.”

       “히히. 마싰는 떡뽀끼 아르가 직접 만든당!”

       

       아르와 실비아가 웃으며 재료를 넣는 모습을 본 내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띄워졌다.

       

       ‘보기 좋네.’

       

       이렇게 가족끼리 함께 요리하면서 웃고 있으니 새삼 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끓으면 대파를 썰어 넣고 어묵도 같이 넣으면 돼.”

       “아라써! 온니, 대파 바로 썰면 대?”

       “응, 천천히 해 보자.”

       “아르 칼로 직접 챡챡챡챡 써는 거 배워 보구 시퍼.”

       “후후, 그래. 알려줄게.”

       

       아르가 실비아에게 식칼 쓰는 법을 배우는 동안, 나는 떡볶이 양념을 만들기로 했다. 

       

       ‘어디 한번 쫀득하고 진한 양념을 만들어 보실까.’

       

       점도가 낮은 국물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역시 옛날 분식집에서 먹던 그 진한 국물의 맛이 있는 법. 

       

       그리고 그 맛을 내기 위해서 들어가는 의외의 재료는 바로 찹쌀가루다.

       

       ‘요렇게 물에 찹쌀가루를 적당량 첨가하고 끓이면 소스가 적당하게 걸쭉해지지. 요게 점도를 담당한다는 말씀.’

       

       그리고 이제 고춧가루를 넣어야 하는데….

       

       “윈드 커터.”

       

       나는 고춧가루를 넣기 전에 용기 안을 윈드 커터로 한 번 더 갈아서 가루를 더 곱게 만들었다. 

       

       ‘요리할 땐 마법을 잘 안 쓰려고 하긴 하는데, 이럴 땐 써 줘야지.’

       

       여기서 고춧가루를 곱게 갈지 않으면 생각보다 부드러운 맛이 나지 않아서 분식집 떡볶이의 그 맛을 재현하기가 힘들어진다. 

       

       어차피 똑같이 넣고 끓여서 녹일 건데 그게 상관이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둘 다 해 본 입장에서는 입자를 곱게 하는 게 확실히 부드러웠다. 

       

       ‘고춧가루는 됐고.’

       

       이제 간장으로 간을 해 주고, 조미료를 첨가해서 양념을 완성시키면 된다. 

       

       ‘조미료는 또 다시다가 최고지.’

       

       사실 처음엔 ‘페룬 대륙에 다시다가 어딨어?’ 하면서 천연 조미료를 직접 만들겠답시고 다시마, 표고버섯, 건새우, 멸치, 양파, 파 등의 재료를 구해서 갈아 사용하려고 했지만.

       

       ‘기우였지. 그냥 멀쩡히 조미료 가게에서 팔더라.’

       

       물론 다시다가 아니라 무슨 오리진 스파이스였나 하는 이름이긴 했지만.

       

       음식에 넣어 보니 지구에서 사용하던 다시다보다 오히려 감칠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긴, 요리와 디저트가 이렇게 발달한 세계인데 없을 리가 없지.’

       

       아무튼.

       

       그렇게 간장과 오리진 스파이스, 후추를 넣고 조금씩 졸여 주며 끓이는 동안.

       

       “쀼, 쀼, 쀼. 오때? 아르 잘 썰구 이써?”

       

       실비아에게 칼질을 배운 아르는 왕젤리로 대파를 요렇게 잡고 조심스레 칼로 썰고 있었다. 

       

       “아르야, 그만 썰어도 되는데….”

       “안니야. 더 썰어야 대!”

       

       문제는 재미가 들린 나머지 필요 이상의 대파를 썰어 버렸다는 것이었다. 

       

       “아르야, 대파는 됐고 이제 어묵 썰어서 넣자.”

       “어묵도 썰어야 대? 아르한테 맡겨 조!”

       

       아르는 썰 게 생겼다는 사실에 반색했다. 

       

       …칼 쓰는 재미를 알아 버리다니, 저러다가 나중에 검술도 가르쳐 달라고 하겠어.

       

       그럼 대륙 역사상 최초로 검술 쓰는 드래곤이 탄생하게 되는 건가?

       

       드래곤 모습 그대로 검을 꼬옥 쥐고 붕붕 휘두르는 걸 상상하니 좀 귀엽긴 한데.

       

       “그렇지. 그렇게 해서 쭈르륵 넣고, 지금 여기 내가 해 놓은 양념을 넣어서 같이 졸이면서 끓이면….”

       “츄륩….”

       

       곧 매콤하면서도 맛있는 냄새와 함께 아르의 입에 침 고이는 소리가 났다. 

       

       “뀨우우…. 레온, 아르 빨리 먹고 시퍼….”

       “그럼 다 익었나 한번 먼저 먹어 볼래?”

       “우응!”

       

       원래 간 보거나 익었는지 확인하면서 한 입씩 먼저 먹어 보는 건 만드는 자의 특권.

       

       아르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 있던 젓가락으로 떡 하나를 집어서 호호 불더니 입에 쏘옥 집어넣었다. 

       

       “삐유우우우!! 넘무 마시써!”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높은 삐유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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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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