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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휘이익!

       

        탁!

       

        이번에도 원형의 필드에 4명의 캐릭터가 내려선다.

       

        첫 번째 차례였던 ‘고르고라스’의 사냥터와 같은, 한정된 원형의 공간.

        다만 고르고라스와 다른 점이라면, 이 원형의 필드 한가운데에 고르고라스가 아닌, 거대한 꽃을 닮은 식물 형태의 몬스터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 “가즈아아!”

       

        = “이 싸움을 끝내면, 그녀에게 고백하겠어!”

       

        = “미친놈아! 플래그 세우지 말라고!!”

       

        세 명이 농담을 중얼거리며 공격을 나선다.

        ……농담 맞지? 내가 인간들의 농담에는 조금 무지해서, 저게 농담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

        어쨌든 나 역시 그들을 따라 ‘갈라멘시아’를 향해 달려갔다.

       

        “우선은 패턴부터 파악해야 하겠구나.”

       

        한 번도 사냥해 본 적이 없는 몬스터였기에, 당연히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몬스터의 패턴 파악.

        몬스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때, 필드의 한가운데에서 가만히 있던 몬스터가 마침내 활동을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큰 괴성을 내지른 놈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뭉쳐져 있던 봉오리가 열리고, 그 안에서 6개의 줄기가 솟아난 것이다.

        당연히 그 줄기 하나가 이쪽을 향해 날아왔기에, 나는 캐릭터를 조작해 그것을 피해냈다.

       

        퍽!

       

        = “악!”

       

        “…….”

       

        그리고 내 뒤에서 따라오던 도돌순이의 캐릭터가 줄기에 맞고 날아갔다.

       

        – 앜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라나님 표정ㅋㅋㅋㅋㅋ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 버렸다.

        이것은 이 ‘인간의 육체’에 내장되어 있는 기본 프로그램 같은 것이라서, 내가 품은 감정을 토대로 얼굴 근육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다.

        왜 이런 프로그램을 넣었냐고 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면 진짜 인간의 육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처음 아바타를 만들었을 때는, 마치 인간의 형태를 흉내 내는 정체불명의 괴물이라며 인간들에게 적대감만 심어 주었었다.

       

        어쨌든 채팅창의 반응에 재빨리 표정을 수습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날아온 몬스터의 공격을 다시 한번 피했다.

       

        퍽!

       

        = “으악?!”

       

        그리고 도돌순이의 캐릭터가 다시 한번 공격에 맞았고, 그대로 침묵했다.

       

        [‘순이송이’님이 쓰러졌습니다.]

       

        = “누나아아아!”

       

        = “순이야!”

       

        = “아. 미안 미안.”

       

        전혀 미안함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도돌순이가 말한다.

        그리고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다시 드러냈다.

       

        – 앜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너무 웃기넼ㅋㅋㅋㅋ

        – 아앀ㅋㅋㅋㅋ

       

        쾅! 쾅! 쾅!

       

        캐릭터를 조작하며 ‘갈라멘시아’의 공격을 피해낸다.

        물론 나 이외에 철수와 블렌드는 몬스터의 공격을 완벽하게 피해내지 못했고, 때로는 무리하게 공격을 하려다 위기를 겪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포션을 섭취하며 죽음만큼은 피했지만 말이다.

       

        = “이 몸! 두두등장!”

       

        = “아! 뭐 해?! 빨리 와서 패!”

       

        = “오이오이.”

       

        그때 부활한 도돌순이의 캐릭터가 다시 합류한다.

        그녀가 든 ‘슬링건’이 투사체를 발사하고, 그 투사체가 몬스터를 두들긴다.

        ……그리고 다시 몬스터의 공격에 맞고 날아갔다.

       

        = “아! 뭐 해!”

       

        = “아. 철수야. 나 왜 회피가 안 되지?”

       

        “…….”

       

        전혀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 목소리다.

        결국, 나는 한숨을 내쉬며 캐릭터를 움직였다.

       

        “도돌순이야.”

       

        = “넹.”

       

        “내가 지켜 주마. 할 일만 하거라.”

       

        = “헉! 라나 기사님!”

       

        – 와!

        – 스윗 라나!

        – 라나님 스윗해!

        – 반해 버리겠어!

        – 크~! 마성의 여자!

       

        도돌순이와 시청자들이 날 놀리지만, 나는 그것을 싹 무시한 채 방패로 도돌순이의 캐릭터 앞을 막아섰다.

        아직 저 ‘갈라멘시아’라는 몬스터의 모든 패턴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패턴을 확인하기도 전에 사냥이 어이없이 끝날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휘리릭!

       

        몬스터의 줄기가 내 캐릭터 뒤에 있는 도돌순이를 향해 내리쳐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 줄기를 유심하게 노려보았다.

        처음 보는 패턴이지만, 픽셀 단위 하나하나까지 확대된 내 시야가 몬스터의 공격을 인지한다.

        인간의 육체가 고열로 달아오를 정도로 뇌가 활성화되고, 그 집중력 끝에서 나는 ‘가드’ 버튼을 눌렀다.

       

        일반적으로는 내가 공격을 막더라도, 그것은 그저 내 캐릭터가 공격을 막았을 뿐.

        저 ‘줄기’라는 오브젝트는 내 캐릭터를 통과해 뒤에 있는 도돌순이에게도 별개의 공격을 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 예외가 존재한다.

       

        팅!

       

        – 와우!

        – 와!

        – WA!

        – 나왔다!

        – 캬!

       

        ……그것은 바로 ‘패링’이다.

        이 게임에서는 ‘가드’가 가능한 모든 무기가 ‘패링’이 가능하다.

        그리고 ‘패링’에 성공했을 경우, 그 순간 ‘패링’에 성공한 몬스터의 공격은 즉시 중지된다.

       

        – 와씨.

        – 저게 되는 건가?

        – 패링을 저렇게 써먹는 것은 처음 봄.

        – 저거 판정 개빡셀텐데?

        – 진짜 인간이 맞으신가?

        – 인간 아니시긴 함.

        – 앜ㅋㅋㅋ 그럼 인정이짘ㅋㅋㅋㅋ

       

        “휴우~!”

       

        과열된 아바타의 육체를 재빨리 정상으로 되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는 여러 번 살피면서 분석해야 할 것이었는데, 그것을 한 번에 분석하려 한 덕분에 조금 무리를 했다.

       

        어쨌든 패링을 통한 도돌순이의 보호는 가능해 보였다.

        이 정도라면 무리 없이 사냥에 성공할 수 있겠지?

       

        키에에에에엑!!

       

        그런 생각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갈라멘시아’가 울부짖더니, 몬스터의 줄기가 땅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 오!

        – 기믹 시작됐네.

        – 여기서 잘해야함.

        – 여기가 이제 곶통의 시작ㅋㅋㅋ

        – ㅋㅋㅋㅋㅋ

        – 파이팅입니다!

       

        “??”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내가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이, 스피커를 통해 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필드 모서리에 나무 보이시죠? 각자 하나씩 맡아서 때리면 됩니다!”

       

        “알았다.”

       

        철수의 말대로, 원형의 필드 사방에 각각 땅에서 솟아난 줄기의 덩어리가 보였다.

        저것을 처리하는 것이 이번 기믹의 해결법인 것이겠지?

       

        “다른 조건은 없는 것이냐?”

       

        = “예. 위에 제한 시간 보이시죠? 그냥 그 시간 안에 4개를 전부 부수면 되거든요.”

       

        그렇다면 문제없지.

        나는 캐릭터를 조작해 내 몫의 줄기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줄기의 주변 땅 위로 붉은 표식이 그려지고, 약 1초 후 그곳에서 줄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군. 이런 식으로 방해하는 것인가?’

       

        그것을 피해내며 줄기를 공격한다.

        땅에서 솟아나는 줄기 공격을 제외하면 다른 방해 요소는 없었기에, 나는 제한 시간 안에 손쉽게 내 몫의 줄기를 해치울 수 있었다.

       

        ‘내가 제일 늦었으려나?’

       

        내 무기인 ‘실드 크러셔’는 애초에 ‘반격’을 주전법으로 삼는 무기다.

        그렇기에 공격하지 않는 상대에게 줄 수 있는 데미지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내가 가장 늦었을…….

       

        띠링!

       

        [‘순이송이’님이 쓰러졌습니다.]

       

        “???”

       

        화면 위로 떠 오르는 메시지가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지금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맞나?

       

        = “아! 누나아아아아!!”

       

        = “순이야아아아!!”

       

        = “아. 미안 미안.”

       

        “…….”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았나 보다.

        서둘러 시점을 돌리자, 아직 건재한 두 개의 줄기가 보였다.

        철수가 맡았던 줄기는 이미 깨진 것처럼 보였고, 블렌드와 도돌순이가 맡은 줄기가 아직 건재한 상황!

       

        “도돌순이의 몫은 내가 맡으마.”

       

        = “부탁드립니다!”

       

        블렌드와 함께 줄기를 공격하던 철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부탁과 함께 도돌순이의 몫이었던 줄기를 향해 달려갔다.

       

        ‘시간 안으로 저 줄기를 없앨 수 있을까?’

       

        나의 무기는 ‘반격’을 주전법으로 삼는 ‘실드 크러셔’다.

        반면에 상대는 나에게 그 어떤 공격도 하지 않는, 인간들의 말로 표현하자면 ‘샌드백’과 같은 존재.

        바닥에서 솟아나는 줄기 공격을 패링해봤자 줄기에겐 어떤 데미지도 들어가지 않았고, 땅에서 솟아나는 줄기 역시 랜덤하게 솟아나고 있었기에 ‘게이지’를 채우는 용도로 사용하기 애매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무기로 시간 안에 저 줄기를 없앨 수 있을까?

        이 게임에서는 몬스터의 체력 수치가 직접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몬스터에게 가해지는 데미지를 확인하며 대략 알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도돌순이가 저 줄기의 체력을 30% 이상 줄여놓지 않았다면…… 결코 시간 안에 저 줄기를 해치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나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한다.

        바닥에서 붉은색의 표식이 떠오르고, 그 후 1초 이후에 공격이 들어오는 형태의 기술.

        인간들은 이것을 ‘장판기’라고 부르던데, 아무튼, 그런 기술이 저 줄기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저 공격을 패링하는 것으로 무기의 ‘게이지’를 쌓고, 그것을 이용해 강한 공격을 실행한다면 시간 안에 저 줄기를 사냥할 수 있겠지.

       

        물론 일반적이라면 ‘랜덤’으로 생성되는 공격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서 ‘완벽한 랜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한 수학적 계산 아래에, 인간의 인지로는 ‘랜덤’이라고 느껴질 수많은 경우의 숫자일 뿐.

       

        ‘해볼까?’

       

        아바타가 또 한 번 과열되겠지만, 아바타의 연산 능력을 고도로 올린다면 저 공격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 “이 몸! 다시 한 번 두두등ㅈ…….”

       

        퍽!

       

        = “어어어?! 아이고! 나 죽는다!”

       

        “??”

       

        다시 복귀한 도돌순이의 캐릭터가 필드에 내려앉는 순간, 그 캐릭터의 발아래에서 줄기가 솟아난다.

        그리고 그 줄기에 맞고 날아간 곳에서 다시 줄기가 솟구치고, 다시 공격에 맞아 날아간다.

        그렇게 날아간 곳은…… ‘갈라멘시아의 본체’가 존재하는 필드의 중앙!

       

        참고로 말하지만, 이번 기믹이 진행 중 본체는 주변 캐릭터에게 강력한 가드 불가 공격을 개시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철수는 모든 줄기를 부수기 전까지는 필드 중앙으로 다가가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 “빨리 피해!”

       

        키에에에엑!!

       

        철수의 아련한 목소리와 함께, 몸을 꽁꽁 숨기던 갈라멘시아의 본체가 단숨에 도돌순이의 캐릭터를 후려친다.

        그리고 앞선 두 번의 공격에 체력을 어느 정도 소모했던 도돌순이는 그 공격으로 다시 쓰러졌고…….

       

        [‘순이송이’님이 쓰러졌습니다.]

       

        [사냥 실패!]

       

        = “아! 뭐 해!”

       

        = “순이야아아아!!”

       

        = “아. 미안 미안.”

       

        “…….”

       

        나는 피곤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컨트롤러를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무언가 허탈한 기분이랄까?

       

        – 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 이럴 줄 알았닼ㅋㅋㅋㅋ

        – 오뱅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렇게 될 것 같드랔ㅋㅋㅋ

        – ㅋㅋㅋ

       

        시청자들만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은 이 때 팀의 구멍이 얼마나 트롤짓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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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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