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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본래 규칙성이 없던 방송이었다.

       

        언제부턴가 비방송 공지 따위의 제목으로 어느 정도 고지야 했다지만- 그리 공지해두고 막상 방송을 켜는 경우조차 있었으니.

       

        이제는 급작스럽게 사라지고, 또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지곤 했다.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 아닌가. 규칙적인 방송을 요구하는 선량한 시민을 유입 취급하는 자경단이 생겨날 지경이더랬다. 

       

        물론, 익숙해졌다고 하여 갈증이 사라질 리가 없으니- 그리 사라져대는 그녀를 장난스레 욕하는 문화가 정착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진심으로 비난하는 소위 ‘까’들도 그에 편승하곤 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스트리머 본인이 괘념치 않는 마당에야. 원체 규율도 규정도 없던 방송 아닌가.

       

        그러니까- ‘아따먹’이 사라지고 약 1주일이 흐를 때까지만 해도, 팬들은 ‘또 그 시기구나’라고 생각하며 여느 때와 같이 놀 뿐이었다. 팬카페에 [실종된 텐련을 찾습니다] 따위의 글을 도배하거나, 부캐들의 전적을 검색하고, 그녀와 친한 이들의 생방송을 염탐하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진 건, 2주가 흘렀을 무렵이었다.

       

        2주 휴방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와는 체급도 관심도도 다르지 않은가. 무엇보다, 그토록 기다리던 캠방을 겨우 한 모금 내어주고 사라진 상황이다.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님??]

        [센세 전적기록도 2주째 없다]

        [진짜 나오나 접은 거 같음]

        [흠..이건 프로의식의 문제가 아닌가..]

        [24시간 방송만큼 화나네]

        [지금이라도 캠 키고 돌아오면 개같이 달려갈거면 개추]

       

        평소와 같은 글들의 사이사이에, 진심어린 걱정과 분노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후자보다 전자가 담긴 글들이 많았던 건, 어디까지나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라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도적부흥운동을 기치에 내걸고 방송을 시작한 사람 아닌가. 그 결과가 도적 너프였는데도, 오히려 그걸 계기로 삼아 온갖 빌드를 선보이고, 오프라인 시위에, 사장을 자리에 소환한 장례식까지 마친 마당이다.

       

        그럼에도 달라진 게 없으니, 허탈감과 탈력감에 조금 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하는.

       

        그러한 인내심의 한계 역시 2주까지였다.

       

        3주차. 그 아따먹에게조차 전인미답의 경지에 해당하는 연속 휴방 기간.

       

        끓는 점을 넘어선 분노는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그 중 일부는 당연히 아따먹에게도 향했으나……사라지는 이유와, 돌아올 시기까지 명시하고 사라진 사람보다 화를 내기 좋은 대상이 명백했으니-

       

        농축되어 끓어오른 분노는 항의 메일의 형태로 패러데이를 향했다. 처음에 한국 지사를 향하던 메일은, 이내 번역기를 거쳐 본사 CS팀을 향했다.

       

        그러고도 힘이 남은 이들은, 기왕 만들어둔 영어 자료를 들고 레딧을 향했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레딧의 거대 커뮤니티들조차도 밸런싱에 관하여 조금씩 들썩거리기 시작하던 시점.

       

        출처를 알 수 없는 어딘가로부터, ‘너프 패치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도적의 승률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었다’는 통계 자료가 나타났다.

         

        아따먹의 팬들이 불씨가 되어 시작된 불길은, 이제 그들조차도 한줌으로 느껴질 정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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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위 ATM의 보이콧에 동참하자]

        .

        .

        .

        [10위 이번에 예고된 패치가 신규 BM도입을 위한 것이라고 보이는 5가지 이유]

       

        * * * *

         

        [No ‘Oh Shit’ Unless Your PC FUCKING EXPLODED]

        [본인 컴퓨터가 폭발하지 않은 한 ‘어 씨발’ 금지]

         

        [NO ‘ATM’, NO EXCEPTIONS ]

        [‘ATM’ 금지, 예외 없음]

         

        거대한 표어가 붙어있는 사무실. 비교적 낡아 보이는 ‘Oh Shit’ 금지 표지판과, 무슨 이유에선지 ‘ATM’이란 단어도 금지하는 A4용지가 함께 벽에 붙어있는 풍경이 퍽 생경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기 그지없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퀭한 얼굴의 좀비들이 생전의 언어로 단말마를 내지르는- 그야말로 좀비 아포칼립스의 현장이었지만.

         

        왜 안 되냐고-!”

        왜 되냐고-!”

         

        참상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끝내주던 워라밸의 회사가 이토록 끔찍하게 바뀌어 버릴 수 있으리라고 대체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최소한, 에너지 음료를 쌓아둔 좀비들은 예상하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간헐적으로 괴성이 울려퍼지는 사무실의 외부. 휴게실조차 시체들에 점령당한 상황에서 복도로 도망나온 또 하나의 피해자는, 핸드폰을 붙잡고 허공을 향해 사과를 반복하던 중-

         

        어, 자기야. 응……응, 미안해. 아니, 알지. 아니, 그렇지. 아니, 그래서 승진한 것도 있……아니, 자기 말이 맞아. 아니, 아는데……어? 아니, 아니야. 미안한데, 나 조금만 이따가……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응. 미안-”

         

        코너를 돌아서 걸어오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서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전화를 황급하게 마무리했다.

         

        이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빠르지만 조용한 걸음걸이로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아, 닉스 팀장님. 항상 고생 많아요. 아. 특성 트리 접목 진척도는 어떤가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좀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엔, 조금 늦었다.

         

        그, 그, 그, 그저께부터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사장님!”

         

        “……그저께요? 속도가?”

         

        기획, 기획실에서 안이 늦게 넘어왔습니다. 기획실장 해고로 업무 공백이 있었다고 기획실에서 핑계를……그리고, 암살자에 들어갈 예정이던 특성 중 도적 특성이랑 중복되는 게 많아서, 동시에 찍을 수 있으면 밸런스가 무너진다고……그리고, 그, 겹치는 코드 때문에 개발 측면에서도 버그가……죄송합니다!”

         

        그래요?”

         

        아내도 알아보기 힘들 몰골의 J. Dox가, 퀭한 눈빛으로 개발팀장의 표정을 훑었다.

         

       여론과 주가 폭등으로 태도가 돌변한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제왕적 CEO로 변모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하지만……그런 그로서도, 일순 멈칫하게 되는 얼굴이더랬다.

       

       하기야, 틀린 말은 아니고……벌써 야근이 몇 주 째던가. 

       

       지금의 개발 속도를 물리적으로 더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은 절절히 느껴졌다.

         

        약간은 미안하기도 했다. 자신이 조금 더 빠르게 정신을 차려서- 더 빠르게 방향을 틀었더라면, 이토록 급하게 개발하도록 독촉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 테니.

         

        그럼에도, 피로에 찌든 상태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그의 눈빛에서 그러한 동정심과 미안함은 전혀 전달되지 않았기에-

         

        그, 암살자 개발이 전면 취소되면서 삭제된 코드들이 불가해한 영향을 끼쳤는데, 버전을 되돌리기엔 그 사이에 업데이트가 너무……죄송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확인하고 처리하겠습니다.”

         

        개발팀장은 빠르게 변명을 주절거리며 눈치를 볼 뿐이었다.

         

        굳이 풀어줄 이유까지는 없는 오해였다.

         

        “……그래요. 그러면, 예상 스케줄 노션에 업데이트 주시고. 스킨 보물상자는요?”

         

        아! 그 쪽은 구현 완료되었습니다. 다만, 디자인 팀에서 아직 특별 스킨이 안 넘어와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이따 봅시다, 팀장님. 2시간 내로 스킨 넘어올 테니까 테스트 준비해두시고요.”

         

        뒤집어 엎어서라도 정벌해야 할 곳은 차고 넘쳤으니.

       

        * * * *

       

        [윤아리: 예나얌]

        [윤아리: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

         

        [응 괜찮아]

         

        [윤아리: 방송 언제 켤 거야??]

        [윤아리: 예나 찾는 사람들 장난 아니야]

        [윤아리: 혹시 모르니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고 싶을 정도……😭]

         

        주변에 나를 걱정하는 사람이 유독 많은 건, 기분 탓일까.

         

        언니는 그렇다 치고, 아리나 진희, 레반까지……이거, 기분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는데. 사실상 가까이 지내는 사람 전원이잖아.

         

        아무리 좁은 인간관계라고 해도, 내 일거수일투족을 걱정스러워 하지 않는 사람을 세는 편이 더 빠른 건……조금,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어쩌면 이게 내 이세계 전생 특전 능력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더라. 주변의 우려를 사는 힘-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좀 나은 것 같기도 하지만……그러면 안 되겠지.

       

        그런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면, 여기가 이세계가 되어버리잖아.

         

        [괜찮아]

        [이미 밖이어서]

         

        일단 아리에게 답장을 보내두고-

         

        -투둑.

         

        아, 빗방울. 예보엔 없었는데.

         

        ……서둘러야겠는데.

         

        -우웅

        -우웅

         

        진동을 반복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잠시 놓았던 망치를 다시 집어들었다.

         

        -까앙!

        -까앙!

         

        텐트와 연결된 끈이 묶인 고정용 펙이 땅속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음. 너무 쉽게 들어간 느낌인데.

       

       비도 오니까……조금 더 제대로 박아야 되지 않으려나. 중간에 텐트가 폭삭 무너지거나, 바람결에 굴러가는 경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투둑. 투두둑.

         

        하지만 동시에, 슬슬 빗방울이 떨어지는 빈도가 잦아지는 것이……이걸 맞아 가면서 작업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기는 마찬가지여서.

         

        ……예보에 없던 비니까, 소나기일 것 같은데. 적당히 박은 펙이라고 해도, 잠시 비를 피할 시간 정도는 버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확신은 들지 않았다. 경험자라지만, 이 정도로 본격적인 야생 캠핑 경험자는 아니어서.

         

        -투두둑!

         

        ……어떻게든 되겠지.

         

        희망을 담아 마지막으로 망치를 한번 더 내리치고, 서둘러 텐트 안으로 대피했다.

       

       -까앙!

       

        소나기는 피해야지. 일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고에요 뭉청뭉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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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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