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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너, 너, 너가 체육 위원장이었어……?”

        

       숏컷 육상부원은 남다운을 보고 엄청나게 당황했다.

        

       하긴, 남다운은 원작에서도 교내에서 잘생긴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원래부터 인기가 많다는, 전형적인 인기 많은 운동부 남자주인공이니까.

        

       본인이 그렇게 발이 넓은 성격은 아니더라도, 같은 운동계 동아리 안에서는 당연히 어느 정도 교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같은 학년이고. 전교에서 유명한 잘생긴 남자인데 같은 학년은 오죽할까.

        

       ……예전 같았으면 엄청나게 부러워했겠지만, 이제와서는 묘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하렘물 주인공을 동경했던 적이 있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엄청나게 곤란해진다는 걸 요즘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어…… 내가 체육 위원장이기는 하다만.”

        

       남다운의 반응이 시원찮은 것을 보면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닌 모양이다.

        

       사실 친하고 말고를 떠나서, 서로 얼굴만 알고 있는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 여자 쪽의 반응이 더 큰 이유는 아마 그냥 남다운이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방증이겠지.

        

       “어, 아, 으…….”

        

       “아까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

        

       남다운 앞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말만 더듬고 있는 그녀의 등 뒤에 대고 그렇게 물었다. 육상부원은 내 쪽으로 고개를 확 돌렸다.

        

       나는 턱을 괴고 눈을 게슴츠레 뜬 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체육 위원장 데리고 왔으니, 예산이나 위원 구성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는 건 어때요? 계획이 말이 된다면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모르죠.”

        

       “……으.”

        

       아무리 겉모습이 보이시 해 보여도 결국 여자는 여자다. 특별히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은, 저 정도로 잘생긴 남자 앞에서 보일 반응은 두 가지뿐이다. 달려들어서 쟁취하려고 하거나, 극도로 쑥스러워하거나.

        

       “……다, 다음에 다시 따지러 오겠어!”

        

       결국, 자길 빤히 바라보는 남다운의 시선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그녀는 도망쳤다.

        

       육상부라는 소속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전력질주였다.

        

       “……뭐냐.”

        

       그리고 그녀가 달아난 쪽을 바라보던 남다운이 내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였다.

        

       “아니, 그러니까 뭐냐고…….”

        

       그래도 남다운은 내가 왜 자길 불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저렇게 눈치 없는 것도 축복이라면 축복이다.

        

       너가 할 소리야?

        

       사라가 어이없다는 듯 따졌지만, 나는 못 들은 척하기로 했다.

        

       *

        

       아무튼, 여자가 오면 학생회실에 남다운이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굉장했다. 그 육상부원처럼 전력으로 도망가지는 않더라도 시선이 남다운에게로 향하거나, 사라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해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어버리거나 했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이, 유하늘과 신소희, 이수아에게는 굉장한 희소식이었다.

        

       지난번에 사라가 남다운 다리에 매달리는 것을 보고 잠시 이성을 잃을 뻔하긴 했지만, 사라는 기본적으로 ‘동성애자’가 맞는 모양이었다. 눈앞에 어떤 남자가 있어도 성적인 매력을 느낀다거나, 부끄러워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그리고 약혼자와 만날 때도 언제나 그렇게 달가운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둘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어도 지금은 관계가 많이 험악해 보였다. 성격은 둘째치더라도 그렇게 잘생긴 사람을 두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라가 약혼자인 윤다호에게 성적인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라가 부끄러움을 보일 때는 오로지 상대가 여자일 때 뿐이었다. 신체접촉을 허용하면서도 안겨 있을 때 부끄럽다는 듯 움찔거리는 것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남자의 신체접촉은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설령 접촉하더라도 애정이 느껴지는 접촉은 없다.

        

       게다가 이수아의 경우에는 사라의 인격이 남자에 가깝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고.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사라 주위의 여자들을 컨트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성애자 성향이 있는 여자라도 눈이 돌아갈 만큼 잘생긴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유하늘, 신소희, 이수아 세 명 중 한 사람도 생각해낸 적 없는 방법이긴 했지만.

        

       ……본의 아니게, 그 방패는 사라 본인이 세워버렸지만.

        

       “그런데 항의하러 오는 사람들이 거의 다 여자네.”

        

       세 번째로 여학생을 돌려보낸 후 신소희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운동 동아리라면 남학생도 많을 텐데.”

        

       유하늘은 축구부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남다운 덕분인지 여학생도 꽤 있는 곳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력은 남학생들이다. 수도 훨씬 많고.

        

       당연히 항의를 하러 올 학생들도 남학생들이 훨씬 많을 텐데.

        

       “……뭐, 그야 껄끄러워서 그렇겠지.”

        

       같은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주기적으로 자길 부르는 이유를 대충 눈치챈 듯한 남다운이 사라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사라는 그 눈을 열심히 피하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이 건은 사라가 잘못하긴 했다. 설령 이득을 본 것이 유하늘, 신소희, 이수아 이 세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뭐, 이유를 따지고 보면 무자각으로 아무 여자나 막 유혹하고 다니는 사라 잘못이 원인이니까.

        

       남다운이 착한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그만큼 동정심도 생겼다.

        

       “껄끄럽다뇨?”

        

       이수아의 질문에, 남다운은 한숨을 푹 쉬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너희들은 남자애들 사이에 도는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

        

       이 학교는 남녀 분반인 학교였으니까.

        

       “쟤, 아직 약혼자 있잖냐. 이쯤 되면 슬슬 그냥 파혼했다고 쳐도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세간의 인식은 그래. ‘예사라는 윤다호의 약혼녀’라는 거지.”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자기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사라가 반응했다. 남다운과 다시 시선이 마주치자 또 눈을 슬쩍 피하긴 했지만.

        

       “게다가, 너는 여자관계도 복잡하지.”

        

       그런 사라에게 남다운이 돌직구를 날렸다.

        

       “…….”

        

       당연히 사라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거 아냐? 너희들 사실 꽤 인지도가 있거든. 이 학교 안에서 당당하게 사귄다고 선언하고 여자끼리 붙어 다니고, 그러면서 정작 그 중심에 있는 애는 남자 약혼자가 있으니 구설에 오르지 않는 게 이상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냐?”

        

       “어…….”

        

       확실히, 주변을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것도 있고, 사라가 본격적으로 학교 안을 뒤집어놓기 시작한 이후로는 사람들이 알아서 사리는 것도 있어서, 사라가 구설에 오르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당연히 그사이에 끼었다가는 무슨 꼴이 날지 모르니까 조심하는 거지. 아마 동아리에서도 일부러 남자는 안 보내고 있을 거다. 혹시라도 이야기가 꼬여서 난리가 나면 안 되니까.”

        

       그러니까, 여기 방문한 남자가 만에 하나라도 오해받아서 관계가 꼬여버리면 그야말로 대형 사고가 터질 수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규모 차이가 크긴 해도 사라의 약혼은 대한민국 재계 서열 1, 2위의 약혼이었다. 사이에 끼었다가는 시체도 못 찾는 수가 있으니까.

        

       “……어, 그…….”

        

       하지만,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남는다.

        

       그렇게 관계가 꼬일 것이 무서워서 여기로 오는 남학생이 없다면, 어째서 남다운은 여기에 있는가?

        

       “그럼 선배는 안전해요?”

        

       “나야 뭐.”

        

       사라의 질문에, 남다운은 조금 먼 산을 보는 눈이 되어 말했다.

        

       “애초에 집안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거든. 애초에 꼬일 끈이 너무 짧다고 해야 하나?”

        

       “…….”

        

       남다운의 그 말에, 사라는 할 말을 잃었다.

        

       “뭐, 너무 신경 쓰지는 마라. 나도 진짜 정말로 하기 싫었으면 이 자리를 받지는 않았을 테니까.”

        

       진짜 엄청나게 하기 싫어했으면서.

        

       결국, 남다운이 그 말을 남기고 돌아갈 때까지도 사라의 표정은 미묘하게 굳은 모습 그대로였다.

        

       유하늘, 이수아, 신소희는 그 둘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그래도 약혼은 파기해야겠어.”

        

       집으로 돌아온 뒤, 제일 먼저 샤워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사라가 말했다.

        

       “응?”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유하늘이었다. 그녀는 막 교복 셔츠를 벗는 중이었다.

        

       사라는 그 하얀 피부로부터 얼른 눈을 돌렸다.

        

       “그, 그러니까…… 안 그래도 복잡한 관계가 더 복잡해지잖아.”

        

       조금 당황했던 건지, 사라는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

        

       유하늘, 신소희, 이수아는 그런 사라를 보고, 말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어차피 걔랑은 결혼 안 할 거잖아.”

        

       옷을 다 갈아입은 뒤 제일 먼저 말한 것은 유하늘이었다.

        

       “맞아. 그럼 별문제 없지. 법적으로 뭔가 남은 것도 아니고.”

        

       신소희가 대답했다.

        

       “그리고, 실제로 법적인 뭔가가 남아도 나는 포기 안 할 거니까…….”

        

       이수아는 그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그렇게 오해받는 건 싫으니까.”

        

       그렇다. 약혼자가 있는 이상, 약혼자 있는 여자를 건드린 여자가 되는 것이다.

        

       “…….”

        

       세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본 뒤, 곧바로 사라를 향해 뛰어들었다.

        

       “어, 아헿, 잠깐……!”

        

       사라는 속절없이 뒤로 무너졌다. 다행히 세 사람이 꽉 끌어안은 덕분에 완전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라야, 그래서 내가 너를 이렇게 좋아해.”

        

       “정말이야.”

        

       “앞으로도 쭉 이렇게 지내자.”

        

       어떤 상황이라도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아, 잠깐만……! 이야기, 이야기를 좀 하자고……!”

        

       물론, 사라의 그 말은 그녀들에겐 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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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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