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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저게 뭐야?”

       

       민기는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했다.

       

       자신의 몸 몇 군데의 혈도를 누른 화령이 발걸음을 내딛자 옥상에 모여있던 좀비들 모두가 바닥에 짓눌렸다.

       

       어느 판타지 게임에서 마법사 캐릭터가 마법을 쓴 것처럼.

       

       무협게임의 보스가 잡몹들을 처리하는 것처럼.

       

       이게 그런 게임이었다면 민기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을 것이다.

       

       던 이스케이프가 아니라 좀비무쌍이었다면 별 감탄도 안 했겠지.

       

       하지만 이 게임은 무쌍류 게임이 아니었다. 현실에 있을법한 일반인 캐릭터를 가지고서 하는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기행이 가능할 리가 없다.

       

       뭐지? 분명 모드를 깐 건 없었는데?

       

       사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민기는 저 멀리서 날아오는 헬리콥터를 보는 대신에 채팅창을 살폈다.

       

       허나 그 안에 민기처럼 의문을 품은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저.

       

       – 키야아아아아

       – 천마강림!천마강림!천마강림!

       – 천마군림보!천마군림보!천마군림보!

       –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감탄을 할 뿐이었다.

       

       가끔 가다 민기처럼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었지만 미칠 듯이 이어지는 도배 속에서 유의미한 대답을 듣기란 불가능했다.

       

       헬기에 올라타며 환호성을 내지르는 엔리와 무덤덤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는 화령의 모습을 보던 민기는 미친 듯이 터지는 여러 후원을 보고서 이 이상 보는 건 의미가 없겠다 싶어서 커뮤니티를 켰다.

       

       여기선 물어보면 대답은 해주니까.

       

       [뭐임? 뭐임?!]

       

       저거 던 이스케이프 맞아? 무슨 모드 깐 거 아냐?

       

       – 화령 방송 첨보냐?

        – 야한 뉴비 냄새.

        – 인터넷 생활 좀 하고 그래라.

       └ 아니 씨발 인터넷 생활이고 나발이고 저게 왜 되냐고.

        └ 핑프새끼야. 궁금하면 알아봐라.

        └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화령 방송 첨보는 사람 들어오셈]

       

       왜 이해를 하려고 그러는 거임?

       

       상대는 화령이라고.

       

       저게 왜 됨?!(X)

       

       아. 화령님은 없는 무공도 만들어낼 수 있구나(O)

       

       ㅇㅋ? 이해됨?

       

       – ㅁㅊ ㅋㅋㅋㅋ

        – 이 사람 화잘알이네. 마교도임?

        – 아니 그니까 왜 되냐고

       └ 우리도 몰라.

        └ ?

        └ 세상에 존재하는 이치를 따를 뿐이라는 데 무틀딱도 못 알아들을 용어가 한가득이라.

       

       [걍 화령 뉴비들은 이거나 보고 와라.]

       

       <화령 마이튜브 하늘의 끝 영상 링크>

       

       팬튜브에 있던 걸 마이 튜브로 옮긴 건데 이거 보면 납득 될 걸?

       

       걍 이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상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됨.

       

       – ????

        – 모드 깐 거임?

        └ ㄴㄴ. 화령한텐 모드를 쓸 지능이 없어요

        └ ㅋㅋㅋㅋ 맞말임.

        – 아. 이거 봤었음. 그 때 개쩌는 새끝 영상이라면서 확 떴잖아. 이게 화령 영상이었구나.

        – 이거 말고 흡혈귀 군주 때려잡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개쩜.

        └ 사실 화령이 싸우는 영상 중에 안 쩌는 건 없지.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여러 글을 보던 민기는 사람들이 호평을 남긴 것을 보고 화령의 마이 튜브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민기가 보게 된 것은 한 사람의 인간이 펼칠 수 있는 기적이었다.

       

       이게 모드가 없는 바닐라 상태라고?

       

       영화를 찍은 것도 아니고. 치트를 쓴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의 기술만으로 이런 기적을 펼친 거란 말야?

       

       와. 미친. 진짜 말이 안 되네.

       

       이게 어떻게 되지?

       

       민기는 그 뒤로 무엇에 홀린 사람마냥 화령의 무공채널에 올려져 있는 모든 영상들을 봤다.

       

       그 속에 담긴 여러 기적들의 체현을 구경했다.

       

       그러다 남은 영상이 없음을 깨닫게 된 그는 멍하니 마우스 왼쪽 버튼을 딸깍거리다가 연관 채널에 화령의 일상채널이 있음을 눈치 챘다.

       

       아직 볼 영상이 남아 있었구나!

       

       저기에는 또 어떤 굉장한 게 있을까?!

       

       기대감을 품고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그 채널에 들어간 민기를 환영해 준 것은 한 쇼츠 영상이었다.

       

       그건 던 이스케이프 관련 영상이었는데 제목은 [당신의 이빨을 1분 만에 갈아드리겠습니다] 였다.

       

       뭐길래 저러는 거지?

       

       내가 중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화령님이 크게 이상한 일을 한 적은 없는데?

       

       순수한 궁금증으로 영상을 클릭한 민기는 채 10초가 지나기도 전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가만 있으라고!]

       

       ‘결국에 파란 선과 빨간 선을 닿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 정도라면.’

       

       – ㄴㄴㄴㄴ

        – 그거 아냐.

        – ㄴㄴㄴㄴㄴ

        – ㄴㄴㄴㄴ

       

       ‘호들갑들은 자 봐라. 이렇게 쉽게. 어?’

       

       – 아.

        – ㅆ…

        – 메모장ON

       – 다들 메모장 키셈.

        – ㅇㅂㅇㅂㅈㄷㅇㄴㅁㅇㄷ

       

       그냥 보정이 시키는 대로 내버려두기만 하면 시동이 걸릴 텐데 꾸역꾸역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다 자동차의 시동을 꺼트리는 부분은 좀악귀인 민기의 마음 깊은 곳을 자극했다.

       

       저게 뭐지?

       

       이게 좀비들을 장난감마냥 가지고 놀던 화령님과 동일인물이라고?

       

       무공채널 영상 속에서는 한치의 실수도 없는 냉철하고 차가운 무인이었는데 왜 여기엔 고구마를 입 안에 밀어넣어버리는 방송천재만 남아 있는 거지?

       

       [도네 더 받으려고! 도네 더 받으려고오오오!]

       

       ‘이상하군. 다시 한 번 해보자꾸나.’

       

       그 영상을 더 봤다간 진짜 나쁜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던 민기는 다급히 영상을 끄고 일상 채널의 다른 영상을 뒤졌다.

       

       설마 모든 영상이 이렇진 않을 거 아냐.

       

       마이 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상채널에는 무공채널만큼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거기에 있는 것은 대부분 일상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영상들 뿐이었다.

       

       화룡무인의 NPC인 여우와 즐겁게 노는 영상이라거나.

       

       화령과 똑같은 외모를 한 천마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영상이라거나.

       

       화령이 한식이라는 편집자를 아피스로 불러내 자신의 편집자는 무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굴리는 영상이라거나.

       

       무공 채널에서 있는 것이 한 사람의 무인인 화령의 모습이었다면 여기에 있는 것들은 한 사람의 인간인 화령의 모습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무공 채널은 영화고 여기는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들었던 민기는 두 채널을 모두 구독하고 나서 다시금 일상 채널의 영상 중 하나를 재생했다.

       

       그건 아무 자막도 없이 화령이 여우와 10분간 노는 영상이었다.

       

       *

       

       “오랜만입니다. 나설님.”

       

       오늘 해야 할 작업을 끝마치고 화룡무인의 세상에 들어온 설아를 맞이해 준 것은 학영충이었다.

       

       “매일 화산의 무공을 수련하는 데 열심히 하던 분이 갑자기 드문드문 해져서 걱정했습니다.”

       “최근에 다른 일이 좀 많아서요.”

       

       설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팬심으로 편집을 하던 이전에는 잠시 편집을 내려놓고 무공에 열중해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화령의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 생명을 갈아 넣고 있는 설아가 화룡무인에 오래 접속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죠?”

       

       학영충이 느슨한 웃음을 지으며 묻자 설아는 눈을 끔뻑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편집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할 지라도 설아에게 이전처럼 화산의 무공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면 그녀는 시간을 들였을 것이다.

       

       수면을 줄이는 건 그녀에게 일상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설아는 지금 화산의 무공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설아에게 화산의 무공은 어디까지나 화령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한 가지 단서만 잡으면 화령에게 직접 천마신공을 배울 수 있는 상황에 굳이 화산의 무공을 익힐 이유가 없잖은가.

       

       “더 이상 화산의 무공을 배울 생각이 없으시군요?”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럴수도 있죠.”

       

       어떻게든 자하신공을 익힐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열정적이던 학영충이다.

       

       설아는 당연 날 선 반응이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학영충의 대답은 생각보다 느긋했다.

       

       뭐지? 평소보다 훨씬 여유로우신 것 같은데.

       

       뭔가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던 걸까?

       

       아니면 화산의 다른 사람들이 가파르게 성장한 걸까?

       

       하긴 화산의 무공에 대한 열정이라면 그 분들이 더 많이 지니고 있잖아.

       

       그런 거겠지.

       

       “아쉽네요. 나설님이라면 얼마 안 가 자하신공을 익힐 수 있으셨을텐데.”

       “그런가요?”

       “물론이죠. 당신에겐 재능이 있었거든요.”

       

       설아는 재능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마냥 기뻐하지는 못했다.

       

       저게 빈말이라는 게 분명했으니까.

       

       정말로 그녀에게 재능이 있었더라면 화령이 요구한 것을 순식간에 충족시키지 않았겠는가.

       

       설아가 떨떠름한 웃음을 짓자 학영충이 눈을 반달모양으로 만들었다.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요?”

       “네? 아. 네에.”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젠 제 제자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전의 정이있으니까요.”

       

       학영충의 물음을 들은 설아는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 그녀는 너무도 간절했다.

       

       한 걸음. 단 한 걸음만 더 걸으면 화령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침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한 걸음이 너무도 멀어서 어찌 가야 할지조차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 처한 설아는 어떻게든 그 한걸음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면 영혼을 팔아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학영충이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는 아니지만 실력 있는 무인이기는하다.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 분도 자신의 마음에 심지를 세우는 법에 대해서 알지 않을까?

       

       하늘을 찾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설아씨! 지금 집 앞에 왔어요!]

       

       그리 생각을 하며 설아가 물음을 꺼내려던 순간 하린에게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왜죠?]

       

       이 사람이 왜 내 집 앞에 찾아 온 거지?

       

       그를 이해할 수 없어서 되물었더니 하린에게서 짜증이 담긴 답장이 돌아왔다.

       

       [당신이 편집 프로그램 다루는 법 알려 주겠다면서 불렀잖아요!]

       

       아. 생각났다.

       

       쓰잘데기 없는 걸로 하나하나 질문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나중에 한 번에 알려줄 테니 집에 오라고 했었지.

       

       벌써 이 사람이 올 시간이 된 건가.

       

       하아. 중요한 순간에 초를 치시다니.

       

       진짜 곤란한 사람이야.

       

       솔직히 그냥 돌아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나중에 더 귀찮게 굴 테니까 어쩔 수 없나.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나중에 다시 상담드릴게요.”

       “…네. 그러십시오.”

       

       학영충에게 인사를 건넨 설아는 VR캡슐에서 빠져나와서는 바닥에 널부러진 옷 중에 아무거나 주워 입고서 바깥으로 나왔다.

       

       이전에 화령을 만날 때에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

       

       “자아. 슬슬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는 익숙해진 것 같구나.”

       

       – 드디어!

        – 이제 도술 쓰는 거임?!

        – 바루야. 제발 도술 써도 된다고 해주라.

       

       바루에게서 도술을 배우기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엔리와 함께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탈출한 후로 며칠 내내 이 일을 하고 있었지.

       

       여태까지 본인이 바루에게 배운 건 도술을 사용하는 법이 아니라 세상에 흐르는 여러 기운들을 보고 그를 해석하는 일이었다.

       

       무술로 따지자면 이치를 스스로 해석하고 그를 따르는 방법을 배우는 셈이었으니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본인도 방송을 킨 채 이를 배웠다.

       

       혼자서 무얼하면 또 저들이 난리를 피울 것 같았으니까.

       

       허나 이러한 일이 아무래도 도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던 것인지 다들 지루함을 호소하더구나.

       

       다른 일을 하러 가자거나. 아피스를 키자거나. 좀비 잡으러 가자거나.

       

       본인이 좋아서 보러 와준 이들이라고 하지만 결국 본인에게 방송이란 일종의 취미.

       

       다른 이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본인의 배움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많은 불만들을 무시하고 강행을 했더니 볼 사람은 남고 안 볼 이들은 사라지더구나.

       

       가끔가다 헛소리를 하는 녀석이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무시로 일관하니 알아서 없어졌지.

       

       “그럼 도술을 쓰는 법을 익혀보도록 할까.”

       

       그리고 그 끝에 드디어 성과를 감상할 시간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한 해가 끝나갑니다.
    이번 해는 저에게 정말 기쁜 한 해였습니다.
    독자님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이 작품이 완결 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작가 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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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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