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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머리를 노리고서 날아든 주먹을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회피한 후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연이은 공격을 피한다.

   

   그리고서 방어가 허술한 허벅지를 걷어차 주었더니 머저리 대표가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결투가 시작되고서 채 3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상황은 명백했다.

   

   여지까지 난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머저리 대표는 이미 너덜너덜하지 않은가. 이대로 결투를 지속한다 하더라도 나의 일방적인 괴롭힘이 될 뿐이겠지.

   

   교양 있고 성품 드높기로 유명한 귀족이었다면 이만하고 패배를 인정하라 권유할 상황이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아직 3분도 안 됐는데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꼴이라니♡ 벌써 한계?♡ 진짜?♡ 토끼도 이것보단 오래 버틸 걸♡”

   

   썅년의 대명사인 루시는 그런 거 모르는 걸!

   

   …뭐 이건 농담이고.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저 녀석을 굳이 일으키는 까닭은 아직까지 저 녀석이 자신의 뒷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탓이었다.

   

   쓰러지지 않을 만큼의 충격만 주면서 메스가키 스킬로 자존감을 잘근잘근 밟고 있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다니. 자기 주인한테는 충성스러운 개새끼란 걸까?

   

   솔직히 말해서 슬슬 애초부터 충성을 바칠 대상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할배에몽이라도 만능은 아니니까. 지난 번 축제에서도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지 않았던가.

   

   “흐아아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머저리 대표가 재차 내게 달려들었다.

   

   어깨로 부딪힐 생각인가.

   

   궤적이 너무도 뻔해.

   

   발을 살짝 움직이는 것으로 그를 피한 나는 발목을 걸어서 그를 넘어트렸다.

   

   자신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머저리 대표는 바닥을 구르다가 큰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혀 버렸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땅을 짚고 일어나려 했지만 실패했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바닥에 몇 번이나 얼굴을 박는 그 모습을 본 나는 저 자에게 한계가 다가왔음을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심문을 하고 끝을 내자.

   

   정 안 되면 남은 두 놈한테 물어보지 뭐. 겁에 질린 눈으로 날 쳐다보는 걸 보면 쓸만한 대답이 나올 터.

   

   머저리 대표의 옆으로 다가간 나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그의 뒤통수를 즈려 밟아 주었다.

   

   “저기. 저기. 이걸로 끝?♡ 뭔가 더 없어?♡”

   “…”

   “뭔가 믿는 게 있으니까 결투를 신청한 거잖아♡ 아. 혹시 네 실력을 믿은 거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푸하하핫♡ 너~무 귀여운 것도 문제네♡ 이딴 개버러지한테 얕보이다니 말야♡”

   

   잘근잘근 짓밟아지는 뒤통수 너머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그 뿐이었다.

   

   머저리 대표의 몸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꼬맹이한테 밟히고 싶은 페도 변태 주신이 빙의하는 게 아니라면 이 놈은 움직일 수 없다.

   

   “하긴 이딴 버러지한테 믿는 구석이 있을 리가 없지♡ 평민 나부랭이에♡ 무술 실력은 완전 허접이고♡ 체력은 조루고♡ 머리는 흉한 장식일 뿐이고♡”

   

   믿는 구석이란 말을 할 때 약간 움직임이 있네.

   

   뭐가 있나? 그 쪽으로 한 번 화제를 끌고 가볼까?

   

   “이딴 걸 인정해 주는 건 같은 병신뿐일 거야♡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눈 여겨 볼 리가 없는 걸!♡”

   “네가 그 분에 대해 뭘 안다고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오? 오오오?!

   

   있나?

   

   진짜로 이 병신의 뒷배가 있는 건가?!

   

   야. 머저리 대표. 그래 난 네가 말하는 그 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그래서 무척이나 궁금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그 분에 대해 설명을 좀 잘 해주지 않을래?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네 망상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이잖아♡”

   “…”

   

   에이. 뒤늦게 입 닫아봐야 튀어나온 말을 되돌릴 순 없잖아. 말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그게 예의란 거잖아!

   

   아카데미 수업 시간에 다 자서 예의를 모르는 거야?! 어쩔 수 없네! 내가 예의를 지키도록 만들어 줄게!

   

   “망상 속의 네 주인님은 어떤 사람이야?♡ 여자야?♡ 질질 짜면서 달려들면 쓰담쓰담 해주고 그래?♡ 우에엑♡ 상상만 해도 역겨워♡”

   “2왕자님께선 그런 ㅂ!…”

   

   머저리 대표가 소리를 치다가 입을 다뭄에 따라 회의실 전체가 적막으로 물든다. 나도 그랬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은 조금도 예상치 못한 이름이었던지라 눈을 끔뻑일 수밖에 없었다.

   

   2왕자?

   

   그 병신 왕자 말하는 거 맞지?

   

   아니 씨발 진짜로 병신의 뒤에 병신이 있었던 거야?!

   

   아니. 그럴. 그럴 리가 없는데?

   

   강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병신 왕자가 이딴 허접한테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고.

   

   근데 이 새끼가 아무 이유 없이 2왕자라는 단어를 내뱉진 않았을 거 아냐!

   

   ‘어… 어떡하죠?!’

   

   이건 내가 알지 못 하는 일이다.

   

   내가 아는 2왕자는 이딴 녀석에게 관심을 가질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무슨 변수가 생겼다는 건데.

   

   <왜 이리 겁을 먹은 게냐.>

   ‘2왕자잖아요!’

   

   만약 이 녀석이 믿고 있던 사람이 2왕자라면 나를 상대로 자존심을 세웠던 것이 설명이 된다.

   

   커뮤니티에서는 그 행적이 너무도 병신 같아서 병신 왕자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현실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2왕자는 1왕자와 왕위계승권을 두고서 다투는 존재다. 아예 왕위계승권과 관련이 없는 아서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세력이 존재하고 그만한 힘을 지닌 인물이라는 말이다.

   

   <그래. 이 일을 주도한 건 2왕자인 것 같구나.>

   ‘큰일 난 거 아니에요?!’

   <전혀.>

   

   내 호들갑에도 할배는 태연했다.

   

   <우선 말이다. 여아 너는 이미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네 뒤에 있는 것들을 생각해봐라. 이딴 평민 하나 때문에 행동을 결심하기엔 가성비가 안 맞지.>

   ‘…그래요?’

   <그리고 말이다. 애초에 이딴 놈은 중히 쓰이는 녀석도 아니다. 쓰다가 버려지는 놈이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이에겐 이런 일을 맡기지 않아.>

   

   그러니 상관없다고.

   

   지금 이 녀석을 끌고 2왕자에게 가더라도 난 그런 놈 모르니까 알아서 처리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올 것이라고.

   

   할배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걱정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신경 써야 하는 건 다른 것이다. 이런 일을 시킨 의도. 그대를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2왕자가 그대에게 해를 끼친 이유. 그를 이제부터…>

   ‘할아버지. 제발 결론만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머리가 터질 것 같거든요?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리신 거 같은데 그냥 그거 이야기해주시면 안 돼요?

   

   <안 된다. 가벼운 일이라면 모를까. 왕자쯤 되는 거물이 걸렸으면 머리를 굴려야지.>

   ‘그런?!’

   <그리고 말이다. 네가 해주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다.>

   ‘…할 일이요? 그럼 그것만.’

   <내 밤새 설명을 해주랴? 그를 바라는 것이라면.>

   ‘아뇨! 얌전히 듣도록 하겠습니다!’

   

   *

   

   랍이 음유시인이 오는 날을 손꼽는 아이였을 적에. 그의 부모는 언제나 귀족님들을 공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분들이 무슨 말을 하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라고 말이다.

   

   어렸던 랍은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작정 부모의 말을 따랐다. 저들의 앞에 공경을 바쳤다.

   

   당시 랍이 살던 영지의 귀족이 던전을 앞에 두고 도망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날. 랍이 살던 마을이 위험에 빠진 그 날. 용병의 말단이었던 아비에게 배운 검을 처음으로 들어 마물을 베어 넘겼던 날.

   

   랍은 생각했다. 왜 귀족을 공경해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공고해졌다.

   

   스스로가 지닌 재능을 개화하고.

   

   이리저리 다니며 패악직을 부리는 귀족의 아이를 보고.

   

   그 놈이 떨어진 소울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고.

   

   평민의 신분으로 2왕자의 인정을 받고.

   

   그 안에서 어지간한 귀족들보다 뛰어난 성적으로 2학년에 오르고.

   

   일련의 과정을 거침에 따라 랍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박혔다.

   

   사람의 가치는 피로 정해지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의 능력으로써 정해진다.

   

   마네가 들었다면 이 새끼를 어떻게 죽여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을 사고였지만 랍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 뿐일까? 자신이 출세를 하는 것으로 이를 증빙하겠다는 미친 생각을 품었다.

   

   랍이 이런 생각을 품게 된 데에는 한 가지 근거가 존재했다.

   

   평민이면서도 귀족을 공경하지 않는 그가.

   

   겉으로 존중을 표하면서도 속으로는 줄곧 상대를 무시하는 그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사람이자 인정받고 싶어 하는 상대인 2왕자가 그를 눈 여겨 보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그 시작은 언젠가 치렀던 시험 날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2왕자와 대련을 하게 된 그는 최선을 다해 2왕자를 상대했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운이 나빴다던가. 준비가 부족했다던가. 그런 말 따위가 나올 구석이 없었다.

   

   그저 압도적이었다.

   

   백 번을 붙는다면 백 번을 모두 패할 것이 분명한 차이.

   

   거기에 압도 되어 멍하니 2왕자를 바라보던 랍에게 2왕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제대로 배운다면 쓸만한 기사가 될 수 있겠구나.’ 라고.

   

   그 후로부터 2왕자는 랍을 여러모로 챙겨주었다.

   

   자신의 부하를 시켜 무기와 방어구를 살 돈을 준다던가.

   

   귀한 포션을 내어 준다던가.

   

   검을 배울 수 있는 인연을 선물해준다던가.

   

   하는 그런 도움이 계속 되었기에 랍은 언제나 그 은혜가 보답할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래서였다. 2왕자의 부하가 찾아와 그에게 할 일을 알려주었을 때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그건 별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최근 평민들 사이에 루시 알른을 향한 평민들의 반감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그를 이용해 그녀에게 괴롭힘을 가해 주시지요.’

   

   그가 이야기한 것은 평민 집단이 약소 귀족에게 자주 하던 장난들이었다.

   

   사소하고 들키더라도 명령을 했을 뿐인 그와는 별 관계없는 장난들 말이다.

   

   ‘그거면 됩니까?’

   ‘네. 아. 참. 만약 루시 알른이 당신을 추궁하기 시작한다면 말이죠. 결투재판을 하자 이야기하세요.’

   ‘…결투재판이 뭡니까?’

   ‘그건 말입니다…’

   

   “음. 이 정도면 더 볼 건 없네.”

   

   옆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랍이었지만 몸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엇인가가 그의 팔과 다리를 묶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눈에 안대까지 채워져 있는 것인지 눈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야는 검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일어났어? 잘 자더라. 덕분에 네 꿈 속에서 재밌는 걸 참 많이봤지 뭐야.”

   “읍! 으으읍! 읍!”

   

   대체 무슨 일이지? 이들은 누구지? 난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지?

   

   랍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묶은 자의 목소리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많이 놀랐구나? 걱정 마. 별 일 없을 거야. 그냥 한숨 더 푹 자고 나면 이런 일은 생각도 나지 않을 테니까.”

   “으읍!”

   “아. 맞다. 맞다. 이건 말해야겠네.”

   

   다음에 우리 고용주님 건드리면 진짜 큰 일 날 수도 있어요?

   

   카리아는 그리 경고를 전하고서 다시금 랍을 잠재웠다.

   

   내일 일어나면 밤의 일을 모두 다 잊어버리겠지만 방금 전의 말만큼은 무의식에 남아 이 녀석을 괴롭히겠지.

   

   사실 이 녀석한테 다음이 있을 지부터 의심스럽고 설령 무얼 한다 하더라도 고용주님한테 별 위협은 안 될 것 같지만 혹시라는 게 있으니까.

   

   “제자야?”

   “이미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설치한 여러 마법을 알새틴이 지우는 것을 보며 카리아가 턱을 가다듬었다.

   

   으음. 우리 고용주님 너무 인기가 좋은 거 아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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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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