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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227화

     

     

     

     

   라헬른 아카데미 산 근처로 소풍 간 이후 갑자기 성사된 훈련.

     

   훈련의 결과는 생각 이상으로 꽤나 처참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한 남매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해가 지기 전에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승리 조건이었으나.

   남매가 택한 것은 상대방의 격추였다.

     

   그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전투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사자단 일원을 격추 시켜 놓았다.

     

   크라슈는 사자단 1기생을.

   샬롯은 사자단 2기생을.

     

   전원을 박살 내놓은 두 사람은 유유히 산에서 내려와 이윽고, 대기하고 있던 무학과와 신학과 학생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즉시, 신학과 학생들은 급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남매가 박살 낸 인원들을 치료하기 위함이었다.

     

   “당신, 거하게 저질렀네.”

     

   부상자들을 보며 아스트리아가 질린다는 눈으로 크라슈를 보았다.

     

   크라슈가 박살 낸 1기생들은 전부 병상 신세를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로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샬롯을 따르는 삼광묘는 실력뿐만 아니라 끈기마저 다른 이들과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정말 자신을 불사지르며 크라슈에게 끝까지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두 다리가 분질러진 상태임에도 돌기둥으로 자기 몸을 일으키는 명예 부단장, 크로모슈는 공포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크라슈도 손속을 둘 수 없었다.

   상대방이 전력으로 나오는데 그라고 전력으로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만 한 게 아니잖냐.”

     

   크라슈는 이번 일에 샬롯도 포함하며 살짝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1기생들도 분명 처참하긴 했지만 2기생들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중 카란디스의 상태가 가장 심각했다.

     

   뼈와 근육이 박살 난 채로 움직인 탓에 뒤틀린 곳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치료를 위해 일부러 뼈를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쟤 괜찮더라.”

     

   카란디스의 꼴이 너무 말이 아니라 크라슈도 놀라고 있으려니.

   옆에 다가온 샬롯이 슬쩍 말을 전해 주고 갔다.

     

   크라슈는 카란디스의 상태보다도 샬롯의 말에 더 놀랐다.

   그야, 샬롯이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으니 말이다.

     

   ‘대체 뭘 했길래.’

     

   크라슈가 카란디스를 바라보자 비교적 빨리 회복한 하링이 그의 옆에 다가왔다.

     

   “……가장 마지막까지 싸웠었어.”

     

   하링은 상처 입은 팔을 매만지며 카란디스를 바라보았다.

   하링은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카란디스를 보았다.

     

   모두가 리타이어 되었던 그때.

   카란디스의 주먹은 아무런 힘도 담기지 못했지만 분명 샬롯에게 닿았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링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카란디스의 끈기는 자신을 넘어섰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크라슈를 연상케 했다.

     

   “크라슈 곁에 있으려고, 카란디스도 그만큼 노력하고 있는 거야.”

   “…….”

     

   크라슈가 카란디스를 돌아보았다.

     

   크라슈의 기억 속 카란디스는 아서에게 반하여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던 인물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마저도 꽤나 속물적인 이유였었고, 그 탓인지 한 번은 아서를 진심으로 사랑하던 붉은 마녀 아벨라에게 박한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크라슈는 그녀의 끈기만큼은 기억했다.

     

   「저는 제가 아서 님의 아내가 되기 위해 해온 노력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어요.」

     

   그녀는 아서의 매몰찬 거절에도 또렷하게 눈을 빛내며 그리 말하였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 아서 님을 사랑할 거예요. 그것이 저라는 사람이니까.」

     

   비록 선택받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었다.

     

   ‘카란디스의 마지막은 어땠더라.’

     

   크라슈는 카란디스의 마지막을 떠올리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당시에 그녀는 창공의 세대에 속하지 못했었으니까.

     

   실력은 나름대로 괜찮았으나 지금의 그녀와 당시에 그녀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달랐다.

     

   ‘분명 포세우스의 왕이 되려고 했었지.’

     

   창공의 세대에 속하고자 무위를 단련하면 포세우스의 왕에 도달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녀가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재능은 창공의 세대와 비교하자면 솔직하게 밀리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그러니 카란디스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었다.

     

   포세우스의 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든가.

   아니면 창공의 세대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든가.

     

   둘 중 하나만을 택하여 자신의 인생과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만 그녀는 간신히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녀는 창공의 세대를 포기했다.

     

   아서가 원하는 것은 창공의 세대에 속한 카란디스가 아니라.

   포세우스 왕위에 오른 카란디스였으니까.

     

   그러나 그마저도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으로 국방이 약해졌던 포세우스가 최흉에 의해 무너지며 결국 실패하고 말았었다.

     

   분명 그녀의 최후는 포세우스 왕국이 무너지는 날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크라슈는 더 이상 그녀를 보지 못했었으니 말이다.

     

   ‘포세우스 왕국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정말로 그녀가 포세우스의 왕이 되었지 않았을까.

     

   크라슈는 다시금 카란디스를 바라보았다.

   부상으로 엉망이었지만 아스트리아 덕에 겨우 치료가 되었던 그녀는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아서의 선택받고자 포세우스의 왕이 되기 위해 노력했을 때와 달리.

   그녀는 지금 전력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악착같이 키우고 있었다.

     

   훈련만큼은 크라슈 못지않게 하는 하링의 훈련마저 따라가고 있을 지경이니.

   그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크라슈도 모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크라슈는 이번 그녀의 방향성이 누구 때문인지 알고 있었다.

     

   크라슈 본인이었으니까.

     

   카란디스는 크라슈의 곁에 있고자 하였다.

   그렇기 위해 그녀는 악착같이 자신을 단련했다.

     

   크라슈가 원하는 인물은 창공의 세대에 속할 만큼 강한 이라는 것을 그녀는 은연중에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노력이 설령 속물적인 이유라 한들.

   그녀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고, 진심이었다.

     

   “크, 라슈 님.”

     

   그러는 순간 카란디스가 눈을 떴다.

   그녀는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곧 해맑게 웃었다.

     

   “저 샬롯 님한테 주먹 한 방 날렸어, 요.”

     

   그리고 자신이 해낸 일을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조금은 우쭐한 표정이 평소의 카란디스를 떠올리게 하였다.

     

   이런 사람을 미워할 수 있을까.

     

   적어도 크라슈는 이런 사람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속했다.

     

   은연중에 카란디스는 그 사실을 눈치채고, 그렇게 변해가는 걸지도 몰랐다.

   크라슈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아서는 카란디스를 마지막까지 받아주지 않았다.

   어쩌면 아서는 진작부터 카란디스가 포세우스의 왕에 도달하지 못할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포세우스는 최흉에 의해 가장 먼저 멸망해 버린 왕국 중 하나였으니까.

     

   그러니 아서는 카란디스에게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서의 곁에 남기 위해 왕이 되고자 하였다.

     

   그런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아서가 아닌 크라슈의 곁에 남기 위해.

   이번 회차에서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크라슈는 그녀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크라슈의 머릿속에 아주 잠시.

   멸망해 가는 포세우스를 지키고자 검을 들었을 카란디스가 떠올랐다.

     

   연극으로 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단역.

     

   그러나 그 단역은 주인공이 되기 위해.

   왕이 되고자 휘두르는 법도 잊었던 검을 다시금 들고, 포세우스를 지키고자 최흉에 맞섰다.

     

   카란디스 포세우스는 그런 인물이었다.

     

   크라슈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을 잠시 후회했다.

   카란디스라는 인물의 마지막은 분명 그 누구보다 찬란했을 테니까.

     

   크라슈의 손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어느샌가 들어 올려진 크라슈의 손은 카란디스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고 있었다.

     

   순간 상황을 현실로 인지 못한 카란디스가 몸을 굳혔다.

   그러곤 그녀는 크라슈가 쓰다듬는 손과 함께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잘했어.”

     

   크라슈가 평소 카란디스에게 사용했던 존댓말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카란디스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카란디스의 얼굴과 마주친 크라슈의 얼굴이 무척이나 자상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종종 보였던 얼굴임을 안 카란디스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대뜸 그녀의 건강한 피부색이 화악하고 붉어졌다.

     

   “어, 아, 어어.”

     

   그리고 그녀는 뚝딱거리는 기계처럼 삐걱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스르륵 이불보로 자기 얼굴을 천천히 가렸다.

     

   그야,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느낌은 그녀도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대담한 짓도 자주 했던 그녀는 오늘따라 크라슈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상하리만치 그녀의 마음이 제멋대로 술렁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크라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떼었다.

     

   공주의 머리를 쓰다듬는 건 불경죄가 될 수 있겠으나 이 정도는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몸조리해.”

     

   크라슈는 카란디스가 쉴 수 있게 이만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

   그런 그를 뒤따라가던 하링은 어느새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카란디스를 보았다.

     

   하링은 지금 카란디스의 반응이 어떨 때 나오는지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라이벌.”

     

   얼마 전 카란디스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크라슈의 곁에 유달리 많이 모여 있는 여성진들.

   그녀들 중에는 이제는 카란디스 또한 확실히 속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녀는 꽤나 강적이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품은 하링이 병실 밖을 나갔다.

   자신 또한 여기에서 멈춰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채 말이다.

     

     

   * * *

     

     

   훈련하고 난 이후, 사자단에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건 다름 아닌 사자단의 훈련 일정이 예전보다도 더 거세졌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남매에게 이렇게까지 탈탈 털린 게 빡치니까.

     

   샬롯과 크라슈를 존경하기 이전에 그들 또한 무위를 다루는 무인들.

   진 것은 당연히 열받고, 그것의 열기는 전부 훈련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최근 라헬른 아카데미에는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사자단 일원들이 거지꼴로 식당에 우르르 들어와 식사만 하고, 나간다는 것이다.

     

   어딘가 괴담 같은 이야기였으나.

   조만간 대항전을 앞둔 다른 학생단에는 그냥 넘어갈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자단이 훈련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거기에는 당연히 시그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학생단 중 하나 백양단을 이끄는 제국의 3황녀 시그린 에파니아.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창공의 세대들 탓에 훈련의 골머리 썩고 있던 그녀는 그 소식을 듣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정보를 전한 그녀의 심복인 뱀 쌍둥이 중 하나 검은 머리의 타이 포포아가 고개를 숙였다.

     

   “예, 산을 간다며 소풍을 갔다 온 이후 대거 상처를 입고 돌아오더니 훈련 방식이 거세졌다고 합니다.”

   “……소풍?”

     

   시그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이 소풍으로 간 산에는 딱히 별다른 게 없었다.

   무엇을 했길래 그들의 의지가 올라간 걸까.

     

   ‘사자단이 그렇게 뭉치는 성격은 아니었을 텐데.’

     

   워낙 성격이 자유분방한 샬롯은 평소 사자단을 거의 방치했었다.

   그 결과 사자단은 내부적으로 그렇게 잘 뭉치는 성격이 아니었다.

     

   리더가 딱히 역할을 할 마음이 없으니 뭉치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나 보고를 들어보니 웬걸.

   그들이 갑자기 똘똘 뭉쳐 버렸다.

     

   ‘삼광묘가 있었지.’

     

   원래도 궁합이 잘 맞던 그들은 과거에도 샬롯을 따랐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샬롯을 제외하는 순간 1기생의 전력은 백양단이 앞섰다.

     

   시그린이 적극적으로 인원을 모은 만큼.

   창공의 세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것이 바로 백양단이었으니까.

     

   ‘문제는 2기생.’

     

   크라슈 탓에 유난히 창공의 세대 일원들이 많이 모인 2기생.

   사실상 2기생 중에서는 최고 전력들이 전부 다 사자단에 모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시그린도 나름대로 2기생 일원을 끌어모으긴 했으나.

   사자단 2기생 일원에게는 밀리는 게 현실이었다.

     

   게다가 사자단의 2기생에는 가짜 아서도 속해 있었다.

   보아하니 정보를 캘 속셈으로 들어간 모양인데.

     

   그렇다 한들 사자단에 들어간 이상 허투루 하지는 못할 터.

     

   “쯧.”

     

   그녀는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더불어 아주 잠시 동안 메리가 떠올랐다.

     

   다른 건 몰라도 전력만큼은 확실하게 되어 주었던 그녀다.

   만약 그녀가 곁에 있었다면 2기생의 전력이 그렇게 마냥 밀리지도 않았을 텐데.

     

   아주 잠시 그녀의 눈에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곧 그녀는 그 생각을 지웠다.

     

   메리가 지닌 취약점을 그녀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됐어. 어차피 대체재는 찾았으니까.’

     

   시그린은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보았다.

     

   “글렌이 돌아오는 게 내일쯤이었죠.”

   “예, 맞습니다.”

     

   백사 타이 포포아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미소를 띠었다.

     

   메리의 대체를 위해 만들어낸 최강의 창.

   그것을 곧 선보일 시간이었다.

     

   ‘부족한 2기생 전력은 만들어내면 그만이야.’

     

   대항전은 반드시 백양단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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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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