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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7

   EP.227

     

   봄에는 꽃이 피고 겨울에는 꽃이 지듯,

   인간 김시인은 낮에 공부를 했고 밤에는 일을 했다.

     

   쉽게 이야기 했지만 나의 인생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보호자가 없는 삶.

   친구도 인맥도 없는 삶을 살았던 탓에 이렇다 할 큰 사고를 친 적도 없었지만 살면서 꿀을 빤다거나 뭔가를 거저 얻었던 기억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 학원 째고 피방 고?」

   「쓰읍. 이번에도 걸리면 진짜 용돈 끊길 것 같은데.」

   「쫄보 새끼. 안 걸리면 되지.」

   「오.」

     

   ‘오.’ 는 개뿔.

     

   길가를 거니는 사람들이 각자의 유희를 즐길 때, 나는 편의점에서 책을 펼쳤다.

   그들이 보내는 일탈을 한심하다 여겼고 그들이 낭만이나 추억이라 부르며 보내는 일과들을 그저 한량들의 합리화라 생각했다.

     

   딸랑.

     

   어서 오세요.

     

   「너 원서 어디 넣었냐?」

   「대충 성적 되는 데로 넣었지 뭐. 너는?」

   「어정쩡한 삶을 살 바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

   「재수?」

   「그딴 낭만 없는 단어 쓸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그런저런 삶을 살았다.

   나이를 먹으면 먹는 대로 시간을 흘려보냈고 필요에 따라 인생을 내다 버리기도 했다.

     

   ‘절실하지 않은 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그 모든 인간들을 서서히 몸이 빠져 들어가는 늪에 던져 버린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르긴 몰라도 백에 아흔아홉은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이란 발버둥은 다 쳐 볼 것이 뻔했다.

     

   하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인간은 늪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나는 금수저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나 형제와의 대화.

   힘들 때, 술 한 잔을 기울 일 수 있는 친구.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들이 나에게는 특별한 기회가 되어 버렸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평범함이 없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치명적인 것이었다.

     

   「시인 씨는 연애 안 해?」

     

   스카이 게임즈에 입사한 후, 여전히 같은 삶을 반복하던 나에게 한 상사가 물었다.

     

   하지만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어? 어허. 창창한 나이에 그러면 쓰나. 자고로 남자라면……」

     

   아니, 정확히는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연애라는 일에 쏟을 심력이 부족했다.

     

   나를 보호하는 것도 어려운 세상에서 다른 누군가를 나의 울타리 안으로 들이는 것이 달가운 일 일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목표가 없었다.

   그저 안정적인 삶. 위기가 없는 평탄한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 되기를 원할 뿐.

     

   「시인 씨는 무슨 재미로 살아?」

     

   평생을 두려움을 안고 살았다.

   지금의 내가 편할수록 미래의 내가 힘들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지금의 내가 즐거울수록 미래의 내가 불행할 것이라는 공포.

     

   그것들이 내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심마가 되었다.

     

   봄에는 꽃이 피고 겨울에는 꽃이 진다.

   하지만 내가 깔아가고 있는 차가운 아스팔트길에는 꽃씨가 심어질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침착해야 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냉정해야 했다.

   타인에게 물들어 나의 미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치열해야 했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진정 삶이라 말할 수 있었을까?

     

   노력 끝에 국내에서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했다.

   대기업이라는 훈장을 손에 거머쥐었고 독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내가 바라고 마지 않았던 생존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나에게 남은 것은 허무뿐이었다.

     

   사람은 살기 위해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누군가를 대신해 살지도 않으며 모든 선택의 몫은 오로지 스스로가 감당해야 함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침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해가 진다.

     

   해가 땅을 뜨겁게 달굴 때, 일할 줄 알아야 하고 해가 지고 세상이 고요해졌을 때, 쉬어갈 줄도 알아야 했다.

     

   하나,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떠오른 달빛의 온기와 광채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순간이 오며 잔인한 운명의 선택을 받은 어떤 이들은 그것이 평생이 지속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웃을 수 있잖아?」

     

   스스로를 고통이라는 사슬로 옭아맬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봄에는 꽃이 피고 겨울에는 꽃이 진다.

   아침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해가 진다.

     

   하지만 겨울에는 눈꽃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밤에는 은은한 달빛이 세상을 포근하게 비춘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폭풍이 들이닥쳤을 때, 비바람에서 춤추는 법을 배워야 했다.

   꽃이 지고 눈이 왔을 때, 그것을 즐기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리고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을 때, 여전히 우리를 비추고 있는 달빛을 찾을 줄 알아야 했다.

     

   그것이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며 배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원리.

     

   나의 검에 담긴 심상이며 내가 결코 무너지지 않을 이유였다.

     

   ***

     

   [스킬, ‘전심전력(A)’이 발동됩니다.]

   [‘전심전력(A)’이 적용될 능력치를 선택하십시오.]

     

   경고!!

     

   [능력치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페널티를 조심하십시오. 자칫하면 사망할지도 모릅니다.]

     

   위험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가 나의 눈앞에 떠올랐다.

   하지만 나에게 망설일 이유 따위는 없었다.

     

   ‘마력을 선택한다.’

     

   띠링.

     

   [마력이 상승합니다!]

     

   마력은 나의 몸에 있는 순수한 내공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정신력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것이 내가 가진 능력치 중, 굳이 마력을 선택한 이유.

     

   천월문의 독문무공은 그저 화려함을 간직한 환검 정도의 개념으로 치부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후우…!”

     

   나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서서히 주변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천월신공의 마지막 초식인 만월은 자신의 심상을 구현하는 무공.

     

   고오오-

     

   -하, 하하…!

     

   나의 변화를 알아챈 혼돈이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자세를 낮춘다.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터무니없는 마력이군. 신들에게 영혼이라도 판 것이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눈을 슬며시 뜨며 놈을 바라봤다.

     

   괴상한 소음과 함께 몸에서 털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놈.

   눈도 붉게 충혈되고 안면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본체로 돌아가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크아아아!!

     

   놈이 나를 향해 길게 포효했다.

   공기가 강하게 진동하고 충격으로 인해 땅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놈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나는 그 한 번을 위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나의 검을 따라 움직이는 푸르고 하얀 기운들.

     

   해가 뜬 하늘에 은은한 빛이 또 하나의 하늘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구름?

     

   나의 머리 위로 펼쳐지는 하늘에 마력의 구체가 서릿빛의 구름을 형성한다.

     

   서서히, 그리고 넓게 펼쳐지는 마력.

   그것은 요괴들, 그리고 놈들과 전투를 펼치던 사람들을 넘어 북벽이 있었던 끝을 향해 영향력을 넓혀 갔다.

     

   그림자가 지지 않는 구름.

   나의 마력이 펼쳐진 세상 아래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요괴들이 두려움이 떨기 시작했고 괴물들이 움직임을 멈추자 놈들과 대치하고 있던 나의 화신들이 고개를 들며 당황하기 시작한다.

     

   -뭐… 뭐야?

   -이게, 이게 다 한 사람의 마력이야?

     

   성좌. 멸망한 세계의 정복자.

     

   무너진 절벽과 완전히 파괴가 되어 버린 땅.

   그리고 그 멸망한 세상 위로 흘러가던 나의 마력은 마치 차원의 신이 강림하는 듯한 고아한 아름다움을 펼쳐 내고 있었다.

     

   “너는 자신을 위해 싸운다 말했지.”

     

   나는 혼돈을 보며 운을 띄웠다.

     

   홀로 강한 자.

   세상을 비웃으며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필요에 따라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자.

   천세의 악몽이며 만신전의 왕이라 불리는 자.

     

   하지만 희망과 소망이 없는 존재는 나에게 살아 있는 시체나 다름이 없었고 꿈이 없는 자는 꿈이 있는 자에게 결코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건방진 인간 따위가…!

     

   혼돈이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그뿐.

     

   스윽.

     

   나는 하늘을 향하던 검을 천천히 내리그었고 혼돈은 도약하던 것을 멈추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력의 빛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피이잉-

     

   시끄러운 소음 따위는 없었다.

   화려한 연출이나 위협적인 무언가도 없었다.

     

   그저 하늘에 떠 있던 마력이 짧게 뭉쳐지며 하늘에서 강림했을 뿐.

     

   -…괴물이로구나.

     

   하지만 그 마력은 튼튼하던 놈의 팔을 뚫고 지나 땅을 관통하며 사라졌다.

     

   스윽.

     

   다시 한 번 검을 들었다.

   이번에 노리는 것은 혼돈이 아닌 주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다른 요괴들.

     

   나는 온 신경을 집중해 나의 마력을 사방으로 펼쳤다.

   꿈틀거리던 마력이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바닥을 타고 거미줄처럼 펼쳐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든 흐름을 읽어가며 놈들의 위치를 일일이 확인했다.

     

   “여기쯤.”

     

   사람들이 많이 뭉친 곳은 요괴가 있더라도 겨냥하지 않았다.

   그들을 믿는 것 또한 성좌인 나의 역할.

   큰 틀을 잡아 거대한 무리들을 제거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요괴들이 있는 방향을 가늠해 정확히 검을 휘둘렀다.

     

   피이잉-

     

   하늘에서 월광을 연상하게 만드는 은빛 빛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세상의 격변이 찾아온 듯.

     

   마력의 구름에서 쏟아진 빛줄기.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멸망이,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어 세상을 은빛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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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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