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8

    이곳은 환영회 치고는 꽤 으슥한 곳이라고, 서드는 생각했다.

    하지만 빛이 잘 닿지 않는 뒷골목은 그에게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기 때문에, 일말의 걱정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서드가 골목에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환영회’를 제안한, 다른 반의 ‘짱’이라고 불리우는 녀석.

     

    ‘카를로스.’

    반의 총애를 받는, 일종의 우두머리 같은 녀석.

    그는 서드의 차림새를 보고선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이야, 이새끼. 휴일에도 교복을 입고 다니네?”

     

    그에 서드는 아무렇지 않게 맞장구쳤다.

     

    “아, 사복을 입으면 내가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인걸 누구도 몰라봐서 말이야.”

     

    서드가 교복을 입은 것은 이곳까지 오는 데에 사용할 버스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심산이었다.

    아무래도 사복을 입은 채 청소년 교통요금을 내면 버스기사에 따라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에.

     

    그 사정을 들은 카를로스는 더욱 호탕하게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 그럴 듯 해! 너는 굉장한 노안이니까!”

     

    여러모로 절대 학생으로 보이지 않지, 저 얼굴은.

    그는 곧 웃음을 잦아 들이며 담배를 한 개피 꺼내물고는 묻는다.

     

    “아무튼. 내 제안은 생각해봤어?”

     

    그 말에 서드는 며칠 전 받은 제안을 떠올려보았다.

     

    ‘전학 오자마자 바로 반을 휘어잡다니. 꽤 쓸만한 재능인데,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없냐?’라고 했던가.

     

    “생각해봤는데, 역시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설마 고작 그런 이유로 날 여기로 부른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나는 그저 너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었을 뿐이라고. 환영회는 진짜야.”

     

    솔직히 이야기해서, 저 얼굴은 쓸모가 있었다.

    주먹 한번 휘두르지 않고 반을 주름잡을 정도로 험악한 그 얼굴!

    같이 다니기만 해도 마치 무섭게 생긴 맹견을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든든한 느낌이 들지 않겠나.

     

    카를로스는 엄지로 자신의 뒤에 늘어선 아이들을 가리키며 웃었다.

    그러자 그 아이들도 친근하게 웃어보였다.

    정말로 친해지고자 하는 듯한 모습.

     

    서드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의 생일조차 포기하고 왔는데, 만약에 시덥잖은 헛소리나 하려고 했던 거라면 참기 어려웠을 테니까.

     

    “그런데 왜 이런 외진 곳에서 모인 것이지? 오해를 할 뻔 했잖아.”

    “그야, 다들 모여서 담배라도 태우려면 길거리에서 할 수는 없잖아?”

     

    앳된 모습의 청소년들이 모여서 담배를 물고 있다가 쓸데없이 경찰한테 걸리면 귀찮아진다.

    이걸 굳이 설명해야 하는건가 하며 서드를 바라본 순간, 어째서 그가 자신들에게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아, 너는 될 수도 있겠네.”

     

    다들 그 나잇대에 비해 험상궂게 생기긴 했지만, 어른처럼 보이지는 않는 인상들이다.

    하지만 서드는 다르다. 정말 학생의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는 기묘한 노안…….

    저 얼굴을 갖고 있다면 길거리에서 마음대로 담배를 피운다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데 너도 담배를 피워? 한 개피 피울래?”

    “예전엔 피웠지만, 지금은.”

    “그래?”

     

    고개를 젓는 서드의 모습에 카를로스는 꺼냈던 담배갑을 다시 품 속에 갈무리하며 연기를 뱉었다.

     

    “그런데 한 놈이 늦네, 왜 이렇게 안 오지?”

     

    그 순간이었다.

     

    “카를! 큰일났어!”

    “무슨일인데?”

     

    갑자기 놀라서 호들갑을 떠는 한 까까머리 아이.

    그 아이는 자신의 휴대폰을 카를로스에게 건네며 말했다.

     

    “기디온이 지금 스트렐 아카데미 애들한테 잡혀있나봐!”

    “뭐? 그게 정말이야?”

     

    스트렐 아카데미의 녀석들 하고는 평소부터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까마득한 선배 시절부터 사이가 나빴다고 하는데, 때문에 지금도 스트렐 아카데미의 녀석들은 자신들에게 수시로 시비를 걸곤 했다.

    그리고 그쪽이 먼저 건드리니 이쪽이 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이쪽이 나서니 또 그쪽도 참을 수 없고, 이러한 관계가 꽤 지속되다보니 두 아카데미 아이들 사이엔 감정의 골이 꽤나 깊은 상태였다.

     

    그러던 중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건지, 기디온이 그쪽 녀석들에게 잡혀서 지금 뭔가 해코지를 당하고 있다는 듯 하다.

     

    ‘이 자식들, 비겁하게……!’

     

    카를로스는 이를 갈았다.

    물론 이쪽이 먼저 시비를 걸긴 했지만, 그땐 다수 대 다수의 싸움이었다.

    거기서 졌으면 패배자답게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감히!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서드는 카를로스에게 다가가 묻는다.

     

    “무슨 일이지?”

    “아아. 서드, 너. 싸움은 좀 하냐?”

     

    ——-

     

    “자, 이쪽은 파이리스, 그리고 이쪽은 디아나. 인사하거라.”

    “안녕하세요, 언니!”

    “안녕!”

     

    루크의 말에 따라 두 아이들은 메리와 시루드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메리는 파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루크한테 여동생이 있었구나! 전혀 몰랐어!”

    “하하,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파이리스가 정령이라는 사실은 일부러 밝히지 않으려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딱히 존재 자체를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메리가 파이리스의 존재에 대해 모르느냐 물으면 그저 이야기할 계기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시루드는 전에 수학여행지에서 다들 한번 볼 기회가 있었지만, 메리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파이리스 얘는 완전 닮았어! 너무 귀엽다!”

    “으이익.”

     

    하늘빛 머리색과 청록의 눈색, 그리고 수인족의 특징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보통의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외형적 특성을 지녔지만, 이목구비를 따져보면 너무나 루크와 닮았다.

    만약 파이리스에게도 루크와 같은 수인적 특징이 유전되었다면 꽤나 구분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루크가 더 어리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어때? 그 때랑 닮았어?”

    “글쎄…….”

     

    루크는 난처하게 웃었다.

    애초에 ‘더 어릴 적’은 자신의 기억속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 아마도 그러지 않았겠는가 하고 추측만 해볼 수 있을 뿐.

     

    한동안 파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늘려보고, 볼에 볼을 비벼 보기도 하던 메리는 곧 파이리스의 발버둥으로 손을 놓친다.

    너무 괴롭혔나보다.

     

    그 뒤로 쌩하니 사라져버리는 그 푸른 뒤통수를 보고 있으니, 어느새 루크의 몸 뒤로 숨어버린 디아나가 눈에 띈다.

    루크는 여동생들이 다 귀여워서 좋겠다.

     

    “그런데 여동생이 둘이나 되는구나! 부럽다.”

     

    하지만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이쪽은 여동생이 아니라, ‘고모’란다.”

    “……응? 고모라고?”

    “그래, 호적상으로는 그렇게 되는구나. ‘아버지’의 여동생이니 말이다.”

    “……? 고모는 그, 나이가 더 많은게……? 어? 나 고모한테 귀엽다고 했는데……. 그게…… 어,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언니, 저 언니 갑자기 왜 그래……?”

     

    메리의 반응에 놀랐는지 디아나는 루크의 드레스 끄트머리를 더욱 들어올리며 뒤로 숨어들었다.

    루크는 그 모습에 웃으며 손을 저었다.

     

    “실제로 나이는 더 어린게 맞으니 너무 그럴 필요는 없단다.”

    “어? 그럼, 그러니까……. 일단 내 동생은 맞다는 거지?”

    “그래, 그래. 그냥 내 여동생이라고 생각하고 대해주거라. 나도 그리 대하고 있으니.”

    “으, 응.”

     

    메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러고보니, 디아나. 시루드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지금 하거라.”

    “응…….”

    붉은 머리의 아이, 디아나는 쭈뼛거리며 시루드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오빠. 우리 약혼은 없던 걸로 할게. 나 신부하기 싫어 졌어. 그러니까……. 안녕!”

     

    그 말을 끝으로 파이리스를 따라 휙 사라져버리는 디아나.

    하지만 그 아이의 말이 남긴 파장은 굉장히 컸다.

    메리는 더더욱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시루드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뭐어어어?!?!”

     

    메리는 시루드의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

     

    “너, 저 애랑 약혼 했었어? 그런데 갑자기 신부가 싫어졌다니……. 대체 너 저 애한테 뭘 한거야?”

     

    그러자 시루드는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그, 진짜로 약혼을 한 게 아니고……! 오해야!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너무 당황스러워서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시루드가 도움을 요청하듯 루크를 바라보자, 루크는 메리에게 다가가 찬찬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루크는 곧 예전 수학여행에 베리튼에 남아있을 때 있었던 일과 시루드의 전용기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침착하게 천천히 설명했다.

    또 디아나가 ‘신부수업’도중에 아예 신부가 되기를 포기해버린 정황까지 말이다.

     

    루크의 설명을 들은 메리는 그제서야 상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아ㅡ, 뭐야. 그런 거였구나. 난 또. 미안해, 내가 착각해서.”

    “말했잖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니까…….”

    “솔직히 우리 나이에 약혼도 놀라운 일인데, 갑자기 싫어졌다고 하니까 뭔가 시루드가 괴롭혔다거나 한 줄 알았지.”

    그때, 토마스 아이델이 메리를 부른다.

    “메리! 잠깐만 아빠한테 와보겠니?”

    “네 아빠! 지금 갈게요! 미안, 얘들아. 잠깐만 갔다올게!”

    “그래. 다녀오거라.”

    “응, 갔다 와.”

     

    그렇게 메리가 자리를 비우고, 시루드와 루크만이 남은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파티는 반응이 꽤 좋구나. 정말 다행이야.”

     

    루크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 이렇게나 준비를 했으니까.”

     

    시루드도 루크의 시선을 따라 주변을 훑으며 중얼거렸다.

     

    “처음엔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이지. 다들 즐거워하는 것 같구나. 시루드, 그대가 부른 연주자들의 솜씨도 꽤나 훌륭하고.”

    “……뭐, 그렇지.”

     

    루크의 칭찬과 미소에 시루드는 괜히 시선을 이리저리 피했다.

    왠지 오늘따라 루크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렵다.

    평소보다 예쁜 것 같아서…….

    역시 저 드레스 때문인가?

    루크의 머리색과 비슷한 백금색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 모습에 루크는 조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시루드, 그렇게 내 모습이 이상하면 그냥 이상하다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시선을 피하면서 할말을 삼키는 듯 꾸물거리지 말고.”

    “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정직하게 말해주길 바란다. 역시 이 화장이 이상한게지? 그래서 날 똑바로 볼 수가 없는 거잖나.”

     

    루크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역시 어린아이의 얼굴에 화장은 이르지 않나 싶다.

    사용인들이 옷을 입히며 멋대로 한 것이고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역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화장 말고는 없으리라.

     

    “피부를 상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았다곤 하나……. 역시 남들이 보기엔 이상한게지. 그래, 내 그럴 줄 알았다. 내게 화장 따위가 어울릴 리가 없지. 기다리거라, 금방 지우고 돌아올테니.”

     

    루크의 긴 푸념에 시루드는 오히려 몰랐다는 듯 되묻는다.

     

    “……어? 너 지금 화장했어?”

     

    그에 루크는 그러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른척하지 말거라……. 어찌 벌써 그런 영악함까지 갖추었느냐.”

     

    즉석에서 떠올린 생각이라면 꽤 칭찬해줄 수 있겠다.

    실로 마법사다운 어법이 아닌가.

    그러니까, ‘화장을 한 줄 몰랐다’라는 것은 거짓말이 되지만, ‘어? 지금 화장을 했어?’라고 하는 것은 그저 질문이기에 거짓말이 되지 않는다.

    마법사들은 ‘거짓말’만 아니라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 말은 거짓말을 피하기위한 꼼수…….

     

    “아니, 정말로 몰랐어! 그, 화장은 정말로 잘 된 것 같아!”

    “…….그래?”

     

    ……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럼 본능적으로 그런 어휘를 찾아내었다는 것인가?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정말로 뛰어난 아이로군…….

     

    그럼 어째서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경우는 몇 있다.

    무언가 잘못을 했거나,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때 사람은 사람의 눈을 마주치기 힘들어한다.

     

    잠깐, 뭔가를 ‘숨기고’ 있다라…….

     

    루크는 시루드의 품 속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마나를 보고선 씨익 웃었다.

    마력시로 보아하니, 뭔가 마법적인 물건을 숨겨둔 것이 분명했다.

     

    “……그렇군.”

     

    으음, 알겠군. 선물을 숨기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는 일단 모른척 해주어야겠지.

    선물을 주는 사람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도 예의는 아니니까. 

     

    “알겠다, 너를 믿지.”

    “으, 응…….”

     

     

    그리고 루크가 주변의 변화를 감지한 것은 그 때였다.

     

     

    -웅성웅성.

     

    “저 애좀 봐, 아까부터 엄청나게 먹는데.”

    “어떻게 저걸 다 먹을 수 있지? 굉장한데.”

    “저러다 배탈 나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는 순간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음식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니,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파이리스가 보였다.

     

    “하읍! 음~!”

     

    파이리스는 양 손에 커다란 고깃조각을 찍은 포크를 들고 입안에 욱여넣고는 짓씹는다.

    그 모습은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옆에 접시가 놓인 수가 심상치 않다.

     

     

    “잠깐만, 시루드. 잠시 자리를 비우겠네.”

    “응, 그렇게 해.”

     

     

    ———————

     

     

    루크는 빠르게 파이리스에게 다가갔다.

     

    “저기, 파이리스? 혼자서 대체 몇인분을 먹고 있는게지? 평소엔 이만큼 먹지는 않잖은가.”

     

    루크의 말에 파이리스는 활짝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외쳤다.

     

    “응! 집에선 먹을 게 없으니까.”

     

    “모, 목소리가 크다!”

     

    먹을 게 없다는 건 사실이었다.

    집에 놔둬봤자, 파이리스가 다 먹어 치워버리니까.

    그러니 남는 음식이 있을리가 없지.

     

    덕분에 하루에 한번씩 장을 보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저런, 집에 먹을 게 없나보네.’

    ‘불쌍한 것, 그래서 저렇게 걸신들린듯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잖은가!’

     

    루크는 애써 웃으며 설명하듯이 말한다.

     

    “그래서 매일 장을 보지 않는가? 집에 있는 건 그대가 항상 남김없이 다 먹어 치워버리니까 말이다.”

     

    그러자 파이리스는 음식을 또 입에 집어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외친다.

     

    “응! 하지만, 언니가 항상 부족하게 주는 걸!”

     

    “……!”

     

    그게 부족하게 주었던 거란 말인가?

    매 끼니 운동선수 2명분의 음식을 혼자서 먹어치우면서 어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루크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언니는 학교에 가서 배부르게 먹고 돌아오잖아! 나는 그럴 때 항상 집에서 언니가 숨겨놓은 통조림만 찾아서 먹구…….”

    “아니, 잠시만……!”

     

    갑작스러운 파이리스의 발언에 루크는 화들짝 놀랐다.

     

    ‘저런, 집이 가난해서 항상 배부르게 먹지 못했던건가…….’

    ‘학교에서 밥을 먹고 돌아오는 언니가 부러울 정도라니…….’

    ‘불쌍하게도…….’

    ‘대체 부모가 무슨 직업이길래 아이들 음식 하나도 제대로 못 먹이는 걸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루크는 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예르나와 다이튼이 숲지기이고, 집안에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파이리스가 규격외로 먹어댈 뿐이며, 루크 숲의 숲지기는 월 수입이 어느 정도라는 것을 대놓고 외쳐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 때, 화장실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예르나 역시 이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 미묘한 분위기를 깨달았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루크와 파이리스에게 다가간 예르나.

     

    “저기, 지금 대체 무슨 일이야? 너희들, 혹시 뭔가 했어?”

     

    “예르나…….”

     

    루크는 예르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예르나, 우리는 가난하지 않지? 그렇지?”

     

    예르나는 루크의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역시, 집이 너무 좁아서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파티조차 열 수 없고, 자기 방도 가질 수 없는 환경에서 갑자기 이런 규모의 집을 보면 기가 죽을 수밖에 없던 걸까?

    말은 신경쓰지 않는다 해도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거였을지도…….

     

    예르나는 살짝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미안해, 언니가 숲지기라서…….”

     

    “아니, 예르나 그게 아니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일련의 대화를 모두 듣게 된 사람들은 ‘숲지기는 아이들을 먹일 돈조차 제대로 벌지 못하는 불쌍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새겨지고 만 것이다.

    평소 숲지기에 제대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티그 아카데미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자산가, 또는 정치가, 기업가들이다.

     

    “아무래도, 이젠 숲지기 관련 복지혜택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는게 좋겠어.”

    “그럼 다음 정책은 숲지기를 반영하는 쪽으로.”

     

     

    과연 이 작은 날개짓이 어떻게 태풍이 되어 돌아올지는, 그 누구도 모르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의 나는 드레스를 왜케 그리기 힘들게 디자인했을까!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