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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8

       한적한 다르바브의 저택.

       

       “…”

       

       

       집무실 책상에 앉은 다르바브는 올리비아가 보낸 한 통의 편지를 읽으며 무거운 한숨을 뱉고 있었다.

       

       

       [애비에게]

       애비, 나 친구 없어.

       리카르도도 친구가 없데.

       손가락으로 세어 봤는데, 기분이 안 좋아서 포기했어. 그냥 우리 집에서 소소하게 다과회 열게.

       그러니까 용돈 보내줘.

       

       

       다르바브는 올리비아의 수려한 글씨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 딸인지 몰라도 글씨체만큼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좋았으니까.

       

       

       “확실히.”

       

       

       편지에 좋은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서 씁쓸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르바브는 딸아이가 보낸 편지를 만족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친구가 없는 건 생각 못 했는데….”

       

       

       다르바브는 아카데미 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다르바브! 같이 밥 먹자.

       -시끄럽다. 평민.

       -다르바브 또 혼자 밥 먹게?

       -혼자서 밥 먹는 게 어때서 그렇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도록.

       -그…그래.

       

       

       훌륭했던 어린 시절.

       

       

       떡잎부터 남달랐던 과거를 생각한 다르바브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편지를 곱게 접었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인 건가.”

       

       

       다르바브는 올리비아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친구들이 생기긴 했지만, 그건 비즈니스 관계밖에 머물지 않는 친구였으니까.

       

       

       자고로 무도회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뽐내는 자리인데, 친하지도 않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추는 건 아무래도 그랬으니 무도회를 포기하고 다과회로 바꾼 올리비아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원했던 목적은 소소한 모임 아니었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올리비아의 입지는 나중에 다져도 괜찮을 테니 급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다르바브는 딸을 배려하지 못한 자신의 선택을 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과회라…”

       

       

       다르바브는 설레는 미소를 지으며 옆에 앉은 남자를 불렀다.

       

       

       “카일.”

       “예, 아버지.”

       “올리비아가 다과회를 연다고 하는군.”

       “무도회를 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다르바브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카일에게 물었다.

       

       

       “친한 친구 3명만 말해보도록.”

       “…”

       

       

       카일은 답하지 못했다.

       

       

       다르바브는 자신의 전철을 밟는 카일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쩜 자신과 이리 똑같은지, 데스문트의 차기 가주로서 훌륭한 면모를 보여주는 카일의 모습에 미래는 걱정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

       

       

       카일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오늘도 평화로운 아가씨의 저택.

       

       

       “이이이익.”

       

       

       책상에 앉아 초대장을 쓰는 아가씨는 머리를 쥐어짜며 친구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아가씨, 일단 정해진 사람은 다르바브님하고 카일님, 그리고 로산나님과 말릭, 한나가 있습니다.”

       “기다려봐…”

       

       

       아가씨는 모처럼 여는 다과회 멤버를 쉽사리 정하지 못했다. 머리를 아무리 뒤져도 올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카데미 시절에는 한마디 하면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왔는데, 몰락한 아가씨의 편지를 받고 좋아할 사람이 없으니, 초대할 사람이 바닥나 버렸다.

       

       

       아가씨는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미래에 자신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었다.

       

       

       “이이익…”

       

       

       마치, 미래에 자신에게 친구가 있냐고 묻는 아가씨의 요상한 모습에 나는 웃음을 뱉었다.

       

       

       “아가씨, 그렇게 해도 친구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기다려봐. 생각날 것 같으니까.”

       

       

       안 그래도 좁은 인맥. 쥐어짠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텐데,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아가씨.”

       “이이익…”

       “지금이라도 취소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니겠습니까. 친구는 돈으로 사면 되니까요.”

       “돈으로 사면 안 돼.”

       “그건 맞죠.”

       “그리고 다과회 열고 싶어.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베개 싸움도 하고 싶고 과자도 만들고 파자마 파티도 하고 싶어.”

       

       

       나는 아가씨를 측은한 눈빛으로 보며 눈물을 삼켰다.

       

       

       “아가씨.”

       “웅,”

       “오랜만이 아니라 한 번도 한 적 없지 않습니까.”

       “…소설에서 그랬는데.”

       “…”

       

       

       아가씨는 베개 싸움이 하고 싶었다.

       

       

       비지니스로 묶여있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생색이 아닌, 조금 더 체계적으로 잡혀있는 찐한 우정에서 시작되는 파티를 하고 싶은 아가씨.

       

       

       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아가씨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친구가 없는 건 잘못이 아니라고 그런 환상을 심어준 소설이 나쁜 거라는 의미를 담아서 아가씨의 마음을 두드렸다.

       

       

       “저랑 할까요.”

       “…”

       “저랑 오늘 배게 싸움도 하고, 잠옷 입고 같이 수다도 떨고, 목욕도 같이하죠. 저는 괜찮습니다.”

       

       

       “이번에 리모델링 하면서 목욕탕을 따로 지은 거 아시지 않습니까, 거기서 신나게 놀면 느낌은 낼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덕담을 했다.

       

       

       “저하고 아가씨, 곰탕이까지 하면 세 명…. 아니, 세 마리는 되겠네요.”

       

       

       아가씨는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쥐었다.

       

       

       “리카르도…”

       “네.”

       “리카르도는 친구 없어?”

       “…그거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그래도 리카르도랑 단둘이 놀면 다과회가 아니잖아.”

       “흐음.”

       

       

       나는 조심스럽게 아가씨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제 친구들을 불러도 될까요.”

       “친구?”

       “네.”

       “리카르도가 친구가 있어?”

       

       

       나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사람을 생각했다.

       

       

       “아가씨도 아는 사람입니다.”

       “누구?”

       

       

       나는 쓰게 웃으며 초대장을 써 내려갔다.

       

       

       -유리아.

       -샤르티아.

       

       

       내가 아는 사람이 이게 전부였다.

       

       

       *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유리아는 설렘을.

       [저택에서 함께 놀까요?] – 리카르도

       

       “어…어어어?!”

       

       

       한나는 아부를.

       [저택에서 다과회 열거야. 시간 있으면 와. 리카르도가 밥 준데.] – 올리비아.

       

       “이건 기회야…”

       

       

       샤르티아는 의문을 가지고 초대장을 열었다.

       [열어보지 마세요.] – 리카르도

       

       ‘안 가.’

       

       

       각기 다른 마음으로 초대장을 받아든 여인들은 준비하기 시작했다. 옷장 속에 숨겨둔 드레스를 입는다던가 귀걸이를 끼며 다과회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뒤.

       다과회의 날이 밝았다.

         

       

       

       [제1회 올리비아 공녀 다과회]

       

         

         

       저택의 담벼락에 현수막을 달고 난 뒤, 아가씨 옆에 선 나는 긴장감에 얼굴이 파랗게 질린 아가씨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아가씨. 긴장하지 마세요.”

       “훌쩍….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는데 무려 세 명이나 왔어…!”

         

         

       말릭.

       데스문트 일가.

       마탑주.

         

         

       제법 많은 손님들이 온 가운데, 나는 뭉클한 마음을 참으며 아가씨에게 말했다.

         

         

       “저희 제법 잘 산 것 같네요.”

       “맞아…”

         

         

       그래도 헛된 인생을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뭣하면 던전에서 오크라도 잡아 오려고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나는 저택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마차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아가씨…. 또 옵니다.”

       “히이이익!”

       “웃으세요.”

       “히힛…”

       “그렇게 웃으면 무섭지 않습니까.”

       “이잇!”

       

       

       나는 어색하게 웃는 아가씨의 볼을 살짝 건드리고는 저택의 정문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여인들을 보며 숨을 삼켰다.

       

       

       “와…”

       

       

       가벼운 드레스 차림으로 온 유리아.

       몸매를 드러내는 드레스를 입은 한나.

       일에 찌든 샤르티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저택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은 멍하니 저택의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을 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열심히 준비하셨네요!”

       “집에 가고 싶다.”

         

         

       그중 가장 큰 반응을 보인 사람은 한나.

         

         

       “집사님!”

         

         

       오랜만에 보는 한나는 갈색의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묶어 단숨에 내 품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뭉클하게 느껴지는 제자의 마음.

         

         

       나는 작게 웃으며 한나를 꼭 끌어안아 줬다.

         

         

       “오랜만입니다.”

       “집사님!”

       “신문에서 봤습니다. 큰일이 있었는데, 한나 씨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요.”

       “아니에요…. 전부 집사님 덕분이죠.”

         

       

       유리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지난번에 큰 도움을 받았는데, 당연히 와야죠. 그리고….”

         

         

       유리아는 어색하게 아가씨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에는 고마웠어요.”

       “응.”

       “아직… 풀어야 할 이야기는 많지만 그래도 이 말 전하고 싶어서 왔어요.”

       “고마워.”

         

         

       샤르티아 황녀는.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럼 갈래.”

         

         

       집에 가고 싶었다.

         

         

       *

         

         

       인사를 마친 샤르티아는 헛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야 이 맴버.’

         

       

       마탑의 라이벌 데스문트 가문.

       -애비!

       -성대하구나.

       

       

       철혈의 공자라고 불리는 카일.

       -리카르도.

       -카일님, 다른 손님도 불러도 된다고 했는데, 혹시 없습니까?

       -…

       

       

       그리고 히스타니아의 차기 가주 말릭.

       -사업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마지막으로 마탑의 주인까지.

       -순간이동기를 설치해달라고?

       -네.

       -…?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건 허허….

       -이 정도면 싸게 해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불가능하네. 설치 비용만 천만 골드가 넘는데, 그걸 설치해달라고 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 게다가 데스문트의 가주를 불러놓고 나를 부르는 것도….

       -마탑에 불가능은 없지 않습니까.

       -…

       -데스문트보다 아래입니까?

       -…일단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네.

       -저도 이제 가보시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하나같이 거물급이었다.

         

       

       몰락한 공녀의 다과회 멤버라고 하기에는 과한 구성. 시간만 있다면 제국의 5분의 1을 차지할 수 있는 거물들이 고작 공녀 한 명의 다과회에 모이는 것에 샤르티아는 헛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치겠네.”

       

       

       샤르티아는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리카르도를 보며 주먹을 쥐었다.

       

       

       저 녀석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니까.

       

       

       고작 다과회를 열려고 이 사람들을 불렀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문으로 데스문트 일가는 피도 눈물도 없는 가문이라고 했으니까.

       

       

       -꿀꺽.

       

       

       샤르티아는 긴장했다. 혹여나 반란을 야기한다면 도망치겠단 생각을 하면서.

       

       

       “귀한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카르도는 감격에 젖은 눈으로 손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가볍게 오늘 일정에 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과자를 만들기.

       만찬.

       배게 싸움.

       목욕.

       

       

       일정을 듣는 샤르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

         

       

       도저히 이 멤버를 모아놓고 할법한 말이 아니었으니까.

       

       

       리카르도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오늘의 일정을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리카르도의 입에서 일정이 나올수록 올리비아의 얼굴에 긴장감이 도는 건 덤이었다.

       

       

       “과자 만들기로 만든 다과는 자선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니, 함께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이들이 과자를 받고 참 좋아할 것 같은데요.”

       “…”

       

       

       샤르티아는 리카르도의 입에서 작게 나오는 중얼거림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물론, 불우 악녀 올리비아 재단에 들어가겠지만….’

       

       

       ‘허.’

       

       

       샤르티아는 집에 가고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닷.
    요정 목욕씬을 쓰고 싶습니다.
    히로인들과 꽁냥거리는 것을…!
    이상입니닷…!

    추가로 샤르티아는 아직 고민 중 입니닷…!
    히로인으로 설정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이번 에피소트에는 분량이 없을 거랍니닷

    그리고 이번 편 맛이 없어서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오늘 요정은 출발하지 않습니닷!)

    비공개로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하트를 담아 주신 마음!
    요정 감사히 받았습니다!
    오늘 일정이 바빠서 요정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독자님의 사랑으로 힘이 납니닷!
    감사합니다!!!!

    비공개로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잇! 요정 독자님의 멘트로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하트로 도배된 이 맨트는! 소장입니닷!
    독자님에게 행복한 하루만 가득하면 좋겠네요!
    항상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큰독자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가씨가 독자님의 니즈에 맞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초기 아가씨의 구상은 조금 더 다크 했었는데 말이죠!
    진짜 악녀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악했지만! 순해진 올리비아랍니닷!
    모두 독자님들의 사랑 덕분입니닷!
    일상 파트가 나오고 난 뒤,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를 해볼까 생각 중 입니닷!
    항상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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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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