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28

       “단체전 결승 비무를 시작한다!”

         

       마침내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백우진과 독고천.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조원들이 그들의 머리 위를 날아 격돌했다.

         

       첫 주도권은 수적 우위를 점한 파천신룡조가 거머쥐었다.

         

       기다렸다는 듯 이어지는 파상공세에 옥면신룡조는 서로의 등을 맞댄 채 힘겨운 표정으로 공격을 받아넘겼다.

         

       시작이 좋지 않다.

         

       빼앗긴 기세를 되찾으려면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그 전에 조원들의 기운이 먼저 다해 쓰러질지도 모르고.

         

       이를 느낀 독고천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이죽거렸다.

         

       “도우러 가지 않아도 괜찮겠나?”

         

       시작과 동시에 맞이한 위기.

         

       이 정도면 백우진의 표정에도 무언가 변화가 생기리라 생각했건만.

         

       그의 만면에 피어오른 미소는 여전했다.

         

       “조원들이 그러더라고.”

         

       백우진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며 말을 이었다.

         

       “독고천만 꽁꽁 묶어두면 나머지 조원들은 누워서 떡 먹기라고.”

         

       그림과도 같은 도발에 독고천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선배에게 말이 짧군.”

       “꼬우면 너도 말 놔. 그럼 공평하잖아?”

         

       하나도 공평하지 않다.

         

       나이 많은 놈과 어린놈이 서로 반말하면 무조건 어린놈이 이득이니까.

         

       독고천은 애써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되었네. 똑같이 천박한 사람이 될 수는 없지. 다만….”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든 그가 날카롭게 벼린 기세를 쏘아 보내며 덧붙였다.

         

       “선배로서 적당히 훈계 정도는 해줘야겠지.”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농밀한 기운.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었다.

         

       고작 인생 1회 차에 불과한 녀석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면 말이다.

         

       ‘초절정…, 그중에서도 상입인가.’

         

       이 정도 속도라면 서른이 채 되기도 전에 화경에 올라설 수 있을 듯했다.

         

       진한 아쉬움이 일었다.

         

       그가 자신의 편이었다면 앞으로 있을 많은 일들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흔히들 말한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고.

         

       그 말은 참이기도, 거짓이기도 하다.

         

       적당히 나쁜 놈은 고쳐 써먹을 수 있다.

         

       그 적절한 예가 바로 구왕수다.

         

       그는 못된 짓을 하기는 했지만, 선을 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거둬들였다.

         

       더 이상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사랑으로 보듬어주기 위해서.

         

       뭐…, 부려 먹기 좋겠다는 개인적인 견해 또한 한 몫 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요점은 바로 그거다.

         

       이미 선을 넘었냐, 아직 넘지 않았느냐.

         

       구왕수가 전자라면 독고천은 명백히 후자였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

         

       타고난 재능만으로도 하늘을 오시할 수 있건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뻗어나가길 바라는 추악한 욕망의 덩어리.

         

       교화의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그에게 남은 것은 단죄뿐.

         

       물론 그날이 오늘은 아닐 것이다.

         

       오늘은 그저 다가올 몰락의 날이 어떠할지 보여주는 맛보기 정도일까.

         

       “우리도 슬슬 어울려 보도록 하지.”

         

       독고천이 가볍게 손목을 튕겼다.

         

       눈앞에서 생겨난 수십 개의 허상이 진짜와 함께 전신으로 쇄도한다.

         

       백우진은 섬서백가의 가전 무공인 백섬검결로 응수했다.

         

       쾌의 묘리가 더해진 검이 경쾌하게 움직여 그의 허상을 모조리 걷어내고 진짜를 드러낸다.

         

       상대방의 검식을 완벽하게 파훼한 그의 검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독고천을 노렸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눈부신 쾌검.

         

       그러나 독고천은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그의 검을 막아냈다.

         

       가볍게 나눈 한 수에 관객들의 몰입도는 최고조로 끌어 올랐다.

         

       ‘저 둘은 후기지수를 넘어선지 오래구나!’

         

       무림맹 고위 인사들의 눈도 휘둥그레지긴 마찬가지였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가볍게 나눈 그들의 한 수에 담긴 검술의 깊이는 후기지수가 보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허, 허허….”

         

       허탈한 웃음이 그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나돌았다.

         

       말 그대로였다.

         

       허탈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립도 채 되지 않은 두 어린놈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그들의 무위에 근접했거나, 넘어섰기에.

         

       두 사람의 검에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절정을 넘어 초절정에 다다른 이들의 검강에 근접해가는 검기.

         

       두 검이 부딪혔다.

         

       콰아앙-!

         

       기운과 기운이 맞부딪혀 어마어마한 폭음을 자아낸다.

         

       상대의 수를 파훼하고, 반격하고.

         

       반복되는 수 싸움에서 서서히 승기를 잡아가는 이는 독고천이었다.

         

       그의 공격은 더욱 날카로워진 반면, 백우진의 공격은 점차 무뎌졌다.

         

       “백룡과 여러 번 겨룬 게 큰 도움이 되는군.”

         

       백섬검결.

         

       섬서백가의 독문 무공이자, 극쾌에 중점을 둔 검법이 파훼당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분해됐다.

         

       어떤 식으로 공격이 이루어지는지, 각각의 초식이 몇 개의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등.

         

       익히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독고천은 보는 것만으로 빼앗았다.

         

       낱낱이 파헤쳐진 검식은 더 이상 위협적이지 못했다.

         

       독고천은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였고, 두 발 더 빠르게 반격했다.

         

       ‘미친놈이네, 이거.’

         

       이때만큼은 백우진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독고천은 천재가 아니다.

         

       그런 진부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이다.

         

       보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검식을 파훼하는 천재적인 오성과 이를 토대로 즉석에서 만들어낸 파훼식을 곧장 적용시키는 완벽에 가까운 근골.

         

       그야말로 궁극의 재능이 아닌가.

         

       쾌검식은 쾌의 묘리를 살리기 위해 필연적으로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빠르기 위해선 무겁게 만드는 것들을 배제해야만 하기에.

         

       거기에 더해 독고천은 백섬검결을 사용하는 또 다른 고수와 싸운 경험이 있다.

         

       다름 아닌 그의 형인 백무혁 말이다.

         

       그때부터 축적된 백섬검결의 파훼법이 모조리 백우진에게 쏟아졌다.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주고받은 수십여 합 끝에 먼저 발걸음을 뒤로 물린 이는 백우진이었다.

         

       그는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NovelGod, 이 미친 새끼….”

         

       주인공도 아닌 인물에게 저딴 재능들을 한데 몰아넣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지난 십 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오직 몸으로 때려 박아야만 했던 고통스러운 나날들.

         

       그때 만약 독고천의 재능이 자신에게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오 년이면 됐겠네.’

         

       그랬다면 백우진은 마왕 목을 베는 데에 걸린 십 년이란 세월을 반토막 낼 수 있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어휴.”

         

       본디 웹소설이란 주인공에게 재능이 몰빵되어야 가장 이상적이거늘.

         

       그놈의 삼류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늘을 원망이라도 하고 있나?”

         

       독고천이 이죽거렸다.

         

       백우진은 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안면에 떠오른 자연스러운 미소에 독고천은 기분이 조금 상했다.

         

       무공까지 파훼당하고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린 주제에 웃을 수 있다니.

         

       “위기 속에서도 그리 웃을 수 있다니, 그 정신력 하나만큼은 칭찬해주지.”

         

       독고천이 그리 말하자, 백우진이 의아하다는 투로 물었다.

         

       “위기라니, 누가?”

         

       대체 누가 위기라는 걸까.

         

       “설마 내가?”

         

       합을 겨루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고 해서 설마 그걸 위기로 받아들인 걸까.

         

       그렇다면 정말 큰 오산인데.

         

       독고천의 재능은 대단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대단하다.

         

       타고난 재능 수치로는 그를 이길 자가 아무도 없을 정도.

         

       그러나 백우진에게는 그러한 재능의 격차를 메꿀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

         

       바로 경험이다.

         

       숱한 전투로부터 쌓아 올린 경험은 그에게 후천적인 재능 하나를 안겨주었다.

         

       다름 아닌 구도(求道).

         

       위기 속에서 길을 찾아내는 능력.

         

       그러한 재능은 완벽에 가까운 독고천의 재능으로부터 허점을 찾아냈다.

         

       “어디 이것도 한 번 파훼해봐.”

         

       날카로운 송곳 같았던 그의 기세가 일변했다.

         

       더없이 부드럽고, 자유분방한 느낌.

         

       독고천의 안면에 피어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미 예상한 바다.’

         

       그에게 백섬검결 외에 다른 검술이 있다는 것쯤, 진즉에 알고 있었다.

         

       백섬검결을 파훼당한 뒤 발악하듯이 그것을 꺼내리라는 것도.

         

       확실히 난해한 검술이다.

         

       허였던 것이 실이 되고, 실이었던 것이 실이 되는 종잡을 수 없는 검술.

         

       그러나 독고천은 자신 있었다.

         

       눈에 담기만 하면 어떤 검술이든 파훼할 자신이.

         

       공수가 뒤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던 독고천이 이번에는 수세로 전환되었다.

         

       어지러운 움직임 속에서 그는 차분하게 검식을 파훼하기 시작했다.

         

       난무하는 허초 속에 숨어 있는 단 하나의 진의(眞意).

         

       그곳을 향해 힘겹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을 때, 별안간 달큰한 향이 그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이건….’

         

       그의 정신을 흐트러뜨린 것은 다름 아닌 주향(酒香)이었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향기가 자꾸만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이대로 가다간 상대방의 검이 날아와도 가만히 서서 목을 내어주게 될 것만 같은 느낌.

         

       위기감을 느낀 독고천은 이빨로 제 혀를 강하게 깨물었다.

         

       찢어진 혀에서 흘러나온 피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아릿한 고통이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반드시 깨부숴주마!’

         

       고통을 등에 업고 강인해진 집념이 주선검결의 진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섰다.

         

       그리고 마침내.

         

       ‘됐다!’

         

       무수한 허초 뒤에 숨은 실초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천천히 때를 기다렸다.

         

       백우진을 단숨에 거꾸러뜨릴 완벽한 때.

         

       ‘고작 검식을 파훼하는 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아.’

         

       비무의 양상이 과열되다 보면 으레 실수가 일어나는 법.

         

       독고천은 실수를 가장하여 백우진의 팔 하나를 잘라내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명백한 살수였다.

         

       제아무리 실수라고 해도 제법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을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백우진의 팔만 잘라낼 수 있다면.

         

       제 자리를 위협하는 건방진 놈을 무저갱 속으로 밀어 넣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들의 질타 따위, 훗날의 활약으로 무마시키면 그만이니.

         

       거미줄에 먹잇감이 걸리기를 바라는 거미의 심정으로 인내하기를 수차례.

         

       마침내 때가 왔다.

         

       그가 노리고 있던 초식이 마침내 펼쳐진 것.

         

       ‘하단, 중단, 중단으로 이어지는 초식이다.’

         

       그가 노려야 할 것은 마지막 중단 공격.

         

       이를 한 발, 아니, 두 발 먼저 피한 뒤 단숨에 쇄도하여 검을 쥔 놈의 팔을 잘라내리라.

         

       발목을 향한 공격을 손쉽게 피해내고, 허리를 양단하는 참격을 검면으로 막아낸다.

         

       그리고 마지막.

         

       ‘지금이다!’

         

       명치를 향해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빠르게 피해서 반격을…, 해야 하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분명히 명치로 와야 하는 공격이 왜 제 목을 향해 휘어져 들어오는 걸까.

         

       의아함 가득한 눈동자에 외면하고 있던 백우진의 얼굴이 잡혔다.

         

       더없이 재수 없고, 띠꺼운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은 그리 말하는 듯했다.

         

       또 속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 무위 에피소드는 다음 편에 끝날 것 같읍니다.

    쓰다 보니 조금 길어졌네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도록 하겠읍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