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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8

       

       

       

       

       

       

       아르는 자신이 직접 만든 떡볶이가 맛있자 두 배로 행복해 보였다. 

       

       ‘그게 요리하는 맛이긴 하지.’

       

       사실 나도 아주 어렸을 때는 요리라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고, 그에 비해 요리는 그냥 먹으면 없어지고.

       

       차라리 일을 해서 그냥 시간을 돈으로 산다는 느낌으로 음식을 사 먹고, 아낀 시간으로 일을 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근데 점점 생각이 바뀌었지.’

       

       동물 뉴튜브만 보던 나에게 어쩌다가 자취 요리, 홈 베이킹 영상 같은 게 알고리즘으로 뜨기 시작하면서 요리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처음엔 만들 생각까지는 없었고, 직접 안 할 거니 대리만족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었지.’

       

       그런데 보다 보니 ‘5분 만에 할 수 있는’, ‘이 레시피 알고 한 번도 가게에서 안 사먹어 본’,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같은 문구를 자꾸 클릭하게 되고, 곧 진짜 나도 간단하게 한번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래, 뭐 이 정도는 그냥 집에 있는 걸로 대충 만들 수 있겠는데’ 싶은 것부터 하나씩 만들었고.

       

       그러다가 ‘마트에서 이것만 사면 되겠는데?’ 하는 것에 손대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웬만한 자취 요리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막상 해 보니까 경제적으로도 괜찮고.’

       

       내가 요리를 해 보기 전엔 파스타가 그렇게 쉽고 싼 요리인 줄 몰랐다. 

       

       ‘특히 알리오 올리오 같은 건 너무 간단하고 저렴해서 파스타 집에선 도저히 못 시켜 먹겠더라.’

       

       혼자 살아 입이 한 개니 재료가 상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되고, 만든 건 되도록 빨리 먹어치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식당에 가거나 인스턴트, 간편조리 식품을 사 먹는 것보다는 요리를 해 먹는 게 대체로 저렴하고 건강에도 좋았다. 

       

       ‘그리고 막상 재미를 붙이고 나니까 요리하는 것 자체도 꽤나 즐거워졌고.’

       

       사람은 잘하는 걸 좋아하게 된다고 하던가.

       

       나는 운이 좋게도 요리에 꽤나 재능이 있는 편이었고, 객관적으로 맛있는 음식들이 내 손에서 탄생하다 보니 요리에 흥미를 붙이는 건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내 요리를 먹어 줄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는 거지.’

       

       원래 살던 집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아예 떠나 살았던 탓에 학교 다닐 적 친구들과는 연락이 아예 끊겼고, 연애는 할 생각도 못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권유한 적은 많았지만, 내가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며 거절했었다. 

       

       가정은 파탄났고 변변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태니, 누군가를 소개 받는다는 것 자체가 민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소개 받아서 요리라도 한 번 대접해 줄 걸.’

       

       이렇게 하루 아침에 페룬 대륙에서 눈을 뜨게 될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내 요리를 먹어 주는 사람이, 좋아해 주는 드래곤이 있으니까.’

       

       나는 페룬 대륙에 와서야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 주고, 좋아해 주는 게 얼마나 기쁘고 뿌듯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아르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고.’

       

       아르가 앞으로도 요리하는 것에 흥미를 보인다면, 천천히 알려 주면서 함께 요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쀼우우, 아르 행보캐…!”

       

       자신이 만든 떡볶이를 먹어 본 아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어때, 아르야. 간은 딱 맞니?”

       

       바로 행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려던 아르는 왜인지 잠시 멈칫했다. 

       

       “우, 우응…. 글쎄?”

       

       아르는 시선을 피해 눈알을 굴리며, 조심스레 다시 젓가락으로 떡을 집었다. 

       

       “하나 더 머그면 확실하게 알 수 이쓸 거 가튼데?”

       

       요녀석, 벌써부터 이런 잔머리를 굴리다니.

       

       누굴 닮아 이리 똑똑한지.

       

       “하하, 그래. 하나 더 먹어, 아르야.”

       “우응! 히히.”

       

       아르는 떡을 하나 더 집어 먹고는 젤리를 뺨에 가져다 대며 뀨우 소리를 냈다. 

       

       “인제 확씰해! 간 딱 마자!”

       

       ***

       

       이렇게 맛있게 양념이 밴 쌀떡볶이를 완성한 후.

       

       나는 넉넉하게 만들어 두었던 양념, 그리고 아르가 아주 넉넉하게 썰어 둔 대파와 어묵으로 밀떡볶이까지 완성했다. 

       

       식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밀떡볶이를 만드는 동안 맛있는 쌀떡볶이는 아공간에 그 상태 그대로 넣어 두었으니까. 

       

       물론 그렇게 한 데에는 아르가 자꾸 밀떡볶이를 만드는 동안 침을 삼키며 쌀떡볶이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걱정 마, 아르야. 쌀떡볶이는 안전하니까. 지난번 닭꼬치처럼 아공간에서 잃어버리는 일은 이제 없어.”

       “쀼우….”

       

       그렇게 밀떡볶이를 완성하고 호텔에 구비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접시에 플레이팅까지 하고 나니 일반 떡볶이인데도 꽤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이제 쌀떡볶이도 꺼내서 접시에 담으면…. 완성!”

       “쀼우! 완셩!”

       “이제 하나씩 들고 가 볼까?”

       “우응!”

       

       주방을 나가니 레키온과 데보라, 알렉스는 가볍게 수다를 떨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오오! 아르야! 레온 님 도와서 떡볶이 만든 거야?”

       

       커다란 떡볶이 접시를 양손으로 들고 콧노래를 쀼쀼 흥얼거리며 등장한 아르의 귀여운 모습에 레키온이 헤벌쭉 웃었다. 

       

       “넹! 아르가 대파랑 어묵 직접 파바바밧 썰었어여! 히히.”

       “어이구, 잘했네.”

       

       아르와 내가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자,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쌀떡이고 이게 밀떡인가?”

       “맞아요. 둘 다 넉넉하게 했으니까 취향에 맞게 드세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레키온과 데보라는 밀떡을 먼저 먹고, 이 맛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이거 먹으니까 문득 견습 기사 시절이 생각 나네요. 그때 정식 기사가 되기 전에는 배식 이외의 음식은 아예 못 먹게 하는 악습이 있었거든요.”

       “아, 맞아. 있었지.”

       

       데보라도 그때 생각이 나는 듯, 떡볶이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기사단에서 힘이 좀 생기고 난 뒤에는 싹 없애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얄짤 없었죠. 아무튼, 그렇게 배식만 먹다가 어느 날 데비가 밖에서 떡볶이를 몰래 사 온 거예요. 제가 들키면 어떡하냐고 눈이 동그래져서 뭐라고 했는데, 그때 닥치라며 제 입에 떡볶이를 얼른 넣어 주었죠.”

       “오오…. 역시 달달하네요.”

       “맞아요. 진짜 그때 먹었던 떡볶이가 제일 달달했고,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는데…. 이 양념 진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흐물흐물하지 않고 적당히 쫀쫀한 밀떡을 먹으니 그때가 떠오르네요.”

       

       달달하다는 게 그 뜻이 아닌데….

       

       “그때 다 먹긴 먹었는데 뒷처리를 제대로 못 해서 걸릴 뻔한 거 기억 나, 데비?”

       “내가 나가서 버리고 온다고 했는데 걸린다면서 네가 호들갑 떨어 가지고 못 나간 거잖아.”

       “근데 그땐 진짜 나가면 걸리는 상황이었어.”

       “어휴, 말을 말자. 이거나 하나 더 먹어.”

       

       데보라는 억울하다는 듯 토로하는 레키온의 입에 얼른 떡볶이를 하나 더 넣어 주었다. 

       

       “음, 맛있네.”

       

       레키온은 금세 얌전해졌다.

       

       “푸흣. 두 분은 정말 사이가 좋으세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실비아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하자, 레키온과 데보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뭐, 오래 같이 지냈으니까요.”

       “그리고 레온 님이랑 실비아 님도 사이 엄청 좋으신데요. 어떻게 보면 저희보다도 더요.”

       

       레키온이 나와 실비아를 부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눈에는 아주 약간의 질투심이 담겨 있었다.

       

       레키온과 데보라가 사이가 좋은 데에는 아직 친구로서 쌓아 온 친분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연인다운 분위기나 알콩달콩한 느낌은 아직 그렇게 크진 않았기 때문인 듯했다.

       

       실비아는 레키온의 눈빛을 읽었는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저희는 이미 미래를 약속한 부부 사이니까요.”

       

       그리고 나에게 붙어서 내 팔을 안으며 어깨를 맞댔다.

       

       그 상태에서 한 손은 내 손을 깍지 껴서 잡은 뒤, 쌀떡 하나를 내 입에 쏘옥 넣어 주었다. 

       

       “레온 씨, 아~.”

       “…아.”

       

       그러고는 내 입을 가까이서 빤히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내 입술 옆을 슥 닦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여기 조금 묻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데보라 쪽을 바라보았다. 

       

       “와….”

       

       레키온은 입을 벌리며 감탄한 뒤, 마치 무언의 압박을 하듯 데보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

       

       데보라는 마치 ‘내가 저걸 어떻게 해’라는 표정으로 얼어서, 당황한 눈으로 레키온을 바라보았고. 

       

       레키온은 굉장히 자신도 저런 거 한 번 받아 보고 싶다는 눈으로 데보라를 계속해서 응시했다. 

       

       “…아, 알았어. 해 주면 되잖아. 아~.”

       

       데보라는 레키온의 팔을 실비아와 엇비슷한 자세로 주춤거리며 안고, 떡볶이를 레키온의 입에 넣어 주었다. 

       

       “음! 데비가 이렇게 부드럽게 먹여 주니까 확실히 더 맛있네. 그럼 다음은?”

       

       레키온이 다시 데보라를 바라보자,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져 있던 데보라의 얼굴에서 푸슉, 소리가 나는 듯했다. 

       

       “입가에 아무것도 안 묻었잖아! 알아서 먹어!”

       “켁.”

       

       데보라는 레키온을 홱 밀치고, 애꿎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아, 반응 맛있네. 실비아 씨, 나이스요.’

       ‘후후. 이 정도쯤은 별거 아니죠.’

       ‘쀼우. 삼쵼이랑 온니 보기 조아!’

       

       우리는 흐뭇한 얼굴로 눈빛 교환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에라이, 이 정도로 행복하길 바랬던 건 아닌데.”

       

       옆에서 알렉스만이 툴툴거리며 쌀떡볶이를 연신 집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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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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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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