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28

       감정이 이상하다.

        

       손아름은 언제나 자신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틀린 사람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학교에 오고 나서, 그저 ‘옳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옳더라도 힘이 없으면 사람들은 들어주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옳다’는 명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힘 있는 자들이 움직이는 좁은 사회에서, 외부에서 끼어든 사람이 아무리 자기주장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에게는 닿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노력했다. 손아름은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믿었으므로. 완벽하게 옳지 못하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러다가, 예사라를 만났다.

        

       이상한 여자애.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다니고, 교내에서 음란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하고, 선생님들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히고.

        

       학생들이 사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이유는 사라가 뒤에서 수를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사라에게 교권을 침해당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은 그 악행에 대해서 쉬쉬하는 거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사라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은 그저 손아름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벽처럼 꽉 막힌 다른 아이들과는 소통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사라는 달랐으니까.

        

       손아름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 거기 반응해 주었다.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성가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모든 말에 일일이 대답해주었다.

        

       심지어 손아름이 식당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도 별다른 말이 없었고.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었던가.

        

       사실은 사라가 일방적으로 따돌림당하고 있고, 자신이 했던 일은 그저 그런 사라를 가해자 취급했던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손아름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사라의 모든 행동이 다르게 보였다.

        

       사라는 싸우고 있었다.

        

       자길 짓누르는 다수와 언제나 외롭게 싸우고 있었다.

        

       싸우려다가도 상대가 끝내 이야기를 듣지 않고 무시하는 것에 타겟을 돌려 그나마 말을 들어주는 상대에게 덤볐던 자신과는 다르게, 벽을 향해 온 힘을 다해 주먹질하고, 발길질하고, 몸을 부딪치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는 결국 해냈다.

        

       그 벽을 벽째로 박살 냈다. 상대가 자길 어떻게 보건 상관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물론 아직 학교 안의 상태가 정상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여전히 학교는 돈을 중심으로 굴러갔고, 다른 학년에선 장학생들이 무시당하고 있었다.

        

       ……뭐, 사라는 그런 벽도 결국 바꾸겠지만.

        

       손아름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

        

       “으으…….”

        

       그 신음은 사라가 낸 것이었다.

        

       사라는 학생회장실에 별로 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학생회장실에 오면 반드시 일해야 했으니까.

        

       새로 위원 자리에 들어간 아이들은 아주 열성적이었다. 그동안 완전히 정형화되어 일방적으로 굴러가던 예산을 다시 풀어서 분배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상대의 항의는 깔끔하게 무시해버렸다.

        

       손에 들어온 권력을 휘두르며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데, 이쪽에 정당성이 있으니 아주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보통 그 후폭풍은 학생회실을 향했다.

        

       주로 학생회장 대각선 자리에 앉아있는 사라에게.

        

       “내가 왜 여기서 학생들 상대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사라의 바람대로, 사라가 직접 서류를 만지고 만들어야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 난 학생들은 결국 최종적으로는 사라를 찾아왔다. 어떻게든 담판을 지어 예산을 원래대로 돌리고 싶어서.

        

       당연히 사라가 하는 일도 그런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었지만—

        

       “아, 진짜 싫다…….”

        

       벌써 몇 번이나 사라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다. 사라는 사실 의외로 소심하고 사람 상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주변의 사람을 늘리고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내향적인 성격이었으니,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 공격성을 그대로 받아내는 일은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라가 그런 일을 하게 된 것은, 백 퍼센트 손아름의 잘못이었다.

        

       “저…….”

        

       그래서 사과라도 하려고 손아름이 입을 열면,

        

       “괜찮아, 괜찮아.”

        

       사라 옆에 앉아있던 신소희가 바로 사라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큰 흉부에 사라의 얼굴을 푹 묻은 채로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내렸다.

        

       그런 쪽으로는 아무리 봐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 손아름은 숨이 턱 막힐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과연 그쪽으로 내성이 없기 때문일 뿐일까?

        

       “…….”

        

       처음에는 이런 곳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신소희에게 조금은 저항하던 사라였지만, 요즘에는 그냥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냥 저항을 포기한 것 같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문자 그대로 지쳐서 축 처진 것처럼도 보였다.

        

       분명 학기 초만 하더라도 저런 모습을 보면 그렇게 열심히 설교했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 이제 조금만 있으면 방학이잖아. 기말고사만 끝나면.”

        

       “……아, 기말고사.”

        

       그런 사라의 머리를 유하늘이 만지작거린다. 신소희가 사라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 뒷머리를 쓸어내리고 있었으므로, 유하늘이 만지는 머리카락은 사라의 등 뒤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었다.

        

       사라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유하늘의 손길은 이상하게 끈적해 보였다. 분명 손에 뭔가 묻은 것도 아니고 깨끗해 보였는데,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손가락 사이로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으로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것으로 뭐라고 하면, 손아름이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않을까?

        

       “공부도 하기 싫다아…….”

        

       분명 학생회실에는 에어컨이 제대로 틀어져 있었는데, 신소희의 품 안에서 칭얼거리는 모습은 마치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아 보였다.

        

       “우리가 도와줄게. 집에서 같이 하면 되잖아.”

        

       어느새 그 근처로 다가온 이수아가 사라의 한쪽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친 사라에게 손 마사지라도 해주려는 것일까. 이수아의 손가락이 사라의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를 누빈다. 분명 마사지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상기된 이수아의 얼굴 때문에 분위기가 묘하게 느껴졌다.

        

       “으, 으헤, 으헿…….”

        

       신소희의 품속에서 그런 소리를 내는 사라의 목소리 때문에 이상하게 더 야해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중에서 제일 이상해 보이는 것은, 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면서 묘하게 손아름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

        

       이 세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분명 얼마 전까지였다면, 손아름은 세 사람에게 확실하게 말했을 것이다. 교내에서의 불순 교제는 금지라고.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그 말이 목에 걸린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

        

       꿀꺽.

        

       그저, 그렇게 마른침을 삼킬 뿐이다.

        

       꿀꺽.

        

       그리고, 그런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아니, 이번에 침을 삼킨 것은 손아름은 아니었다.

        

       “…….”

        

       소리가 난 쪽을 보니, 그곳에는 학생회장이 있었다.

        

       그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딱 붙어 있는 세 사람을 보고 있다가, 손아름이 자길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하게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

        

       방학.

        

       그래. 이제 곧 방학이었다.

        

       손아름은 방학이 좋았다. 그 전에 있는 기말고사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손아름은 평소에도 공부를 꽤 열심히 하는 편이었고, 예습이나 복습도 철저했다. 비싼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스스로 공부 머리는 꽤 있다고 자신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방학은, 그야말로 기다리던 것이다.

        

       중학생 때 친구를 만나서 제대로 놀러도 가고, 간만에 이야기도 나누며 스트레스도 풀 생각이었다. 이 학교가 얼마나 잘못 돌아가고 있는지, 방학 때는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손아름은 방학이 오는 것이 영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그건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고등학생이 방학이 달갑지 않다는 것은 방학 때 자기가 죽을 운명을 미리 본 수준의 사건이 없었다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 그렇구나.”

        

       방학이 되면, 사라는 만날 수 없다.

        

       세 사람은 사라와 함께 살지만, 손아름은 그렇지 못하다. 비록 학교에서는 자주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학생회 일도 함께하지만, 학교가 끝나면 완전히 남이 되어버린다. 특별히 만날 일이 없다면, 손아름은 사라를 만날 명분이 없었다.

        

       그렇다고 세 사람처럼 적극적으로 사라에게 달라붙을 용기도 없었고.

        

       ……그래, 어쩌면.

        

       어쩌면, 사라를 학생회에 끌어들이게 된 것도, 손아름의 그런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라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보려고, 학생회실에 묶어둘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하아.”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복잡해지는 손아름이었다.

       

       

       

    다음화 보기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