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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8

       – 천마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드디어 도술 쓰는 거야?!]

       

       – 왔다!

       – 드디어 ASMR이 끝났구나.

       

       어째 도술을 사용한다는 데에 본인보다 시청자들이 더 기뻐하는 모양새구나.

       

       하기야 하루 종일 세상의 흐름을 살피고 구분하는 법만을 배우고 있었는데 저들은 세상의 흐름을 보지 못했으니.

       

       자연의 풍경 속에서 본인과 바루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것만을 구경하던 입장에선 지루했으리라.

       

       개인적으로 그 지루한 것을 왜 끝까지 보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마는 그만큼 본인을 좋아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내버려 두기로 했다.

       

       기대가 넘치는 저들을 보다 웃음을 흘리고 바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나를 가르치기 시작할 무렵부터 스승이라는 단어에 자부심이라도 얻은 것인지 어깨를 피는 걸 좋아했다.

       

       위엄이 넘친다기보단 어린 아이가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 하여 귀여울 뿐이었지만.

       

       “민가 그대도 알다시피 도술을 사용하는 법 자체는 그리 어렵잖다. 세상에 그려지고 있는 흐름을 자신의 손으로 그려내면 그만이니까.”

       

       바루가 가뿐히 손을 휘젓자 산들바람이 불어와 주변의 나무들을 휘저어 나뭇잎을 떨어트렸다.

       

       “다만 이 세상이라는 것이 말이다. 허술해보여도 때때로는 치밀하게 구는지라 단순히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도술을 펼칠 수 없다.”

       

       또 다시 바루가 가뿐히 손을 휘저었다.

       

       그에 따라 그녀의 손 위에 바람이 그리는 도가 그려졌지만 이번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다.

       

       “무슨 차이인지 알겠느냐.”

       “모르겠군.”

       

       배우는 자의 입장에서 허세를 피울 순 없는 노릇인지라 덤덤하게 사실을 말하자 바루가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자연과 하나가 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어?”

       “세상은 말이다. 자연이 도를 그리는 것에는 쉬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람이 손으로 도를 그리려 하면 눈살을 찌푸리며 귀를 막아 버린다. 그러니 세상의 허락을 구하려면 자연인 체를 해야 하는 것이다.”

       

       바루가 해주는 이야기는 도술사들이 흔히 하는 소리였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한다.

       

       사사로운 욕구를 버려야 한다.

       

       진정 도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가 돼야 한다.

       

       거기에 저런 뜻이 숨어 있었던 것인가.

       

       예전에는 거 쓰잘데기없이 고풍스러운 소리를 한다 생각했는데 그 안에 담긴 것이 세상을 속여 정해진 규율을 이용하겠다는 마음이었다니.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구나.

       

       조금만 바꾸어서 생각을 한다면 신선놈들은 깨달음을 얻은 고상한 자들이 아니라 세상을 속이는 법에 능통한 사기꾼이란 소리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다 이를 입 밖으로 꺼내면 바루가 미간을 찌푸릴 듯해 말을 바꿨다.

       

       “그런데 바루야.”

       “말하거라.”

       “지난번에 불을 만들어 낼 때는 손쉽게 할 수 있지 않았느냐.”

       

       당시의 본인은 딱히 자연과 하나 되려 노력하지 않은 듯 하다만.

       

       “그에 대해선 본인도 모른다.”

       

       방금 전 본인이 당당히 모름을 고했던 것처럼 바루도 조금도 수그리지 않고 모름을 고했다.

       

       다만 다른 것은 본인은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고 바루는 가르치는 입장이란 것이겠지.

       

       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질책했지만 바루는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어쩌란 것이냐!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다!”

       “허어.”

       

       어쩐지 그 때에 놀란 표정을 짓더라니.

       

       정말로 모르기 때문에 나온 표정이었느냐.

       

       “어쨌건 빨리 눈을 감아 보거라.”

        “알겠다.”

       

       그리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다.

       

       결국에 세상을 속여 이용한다는 것은 그를 뛰어넘는 것을 포기한 채 고개를 숙이고 그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장난을 치는 셈이니까.

       

       바루가 여태까지 기울인 노력을 생각해 한 번 어울려주긴 하겠지만 이 이외에 방법이 없다면 도술을 다루는 걸 포기할 생각도 해야겠구나.

       

       눈꺼풀을 내리자 주변의 시야가 가리며 어둠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겐 주변의 풍경이 선명했다.

       

       세상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 눈꺼풀이란 암막은 본인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

       

       “주변에 퍼트린 내기도 거두거라.”

       

       바루의 말에 따라 내기를 거두어들이자 주변의 모든 것을 샅샅이 훑어 전하던 내기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본인에게 세상은 어둠이되 어둠이 아니었다.

       

       인간의 감각이란 눈 하나가 사라진다 하여 차단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자아. 이제부터 그대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는 것이다. 이 땅에 뿌리박은 나무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야.”

       

       바루의 말을 듣고서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언젠가 보았던 거대한 나무였다.

       

       무리 지은 다른 나무들과 떨어진 채 홀로 자라나 그 어떤 것보다도 높게 자라났던 나무.

       

       “오감을 닫고 그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을 때에 다시금 눈을 떠라.”

       

       자기 최면이라는 것은 본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지겹도록 해 온 일이니까.

       

       나무가 된다.

       

       하나의 씨앗이 되어.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서 자라나.

       

       자그마한 목에서 가지를 뻗고 서서히 자라나 하늘에 닿을 정도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되새기고 되새기고 또 다시 되새기를 반복하다 사고가 단조로워졌을 무렵에 오감을 열었다.

       

       천천히 눈을 뜨고서 세상을 바라보면 여러 흐름들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처음 저 흐름들을 눈에 새겼을 때에는 무어가 무엇인지를 하나도 구분하지 못했다.

       

       다만 본인의 경험을 가지고서 추측을 할 뿐이었다.

       

       예를 들어서 사람의 주변에 도가 새겨진다면 그것은 사람과 관련이 있을 거라 여기고 도가 그려지는 것을 보며 저건 무어고 저건 무어겠구나 생각을 하는 것이었지.

       

       그게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찍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이라 하여 그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세상이란 도화지 위에 그려지는 그림들은 얼핏 보기에는 어린아이가 마구잡이로 색을 채워 넣은 그림처럼 보이는지라.

       

       바루에게 가르침을 얻으며 크게 분류할 수는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세세한 것들을 파악하진 못한다.

       

       “민가야. 귀를 열었느냐?”

       “그래.”

       “처음에 도를 보았던 날을 기억하느냐?”

       “기억하지.”

       “그럼 그 때 보았던 광경을 기억하느냐?”

       “물론이다.”

       

       허나 하나만큼은 다르다.

       

       본인을 향해 불어오던 바람의 흐름은 끊임없이 본인의 곁을 스쳐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선명했다.

       

       “그를 재현해보거라.”

       

       몸 안에 가두어져 있던 기운을 손가락이라는 가지를 타고서 허공에 뻗었다.

       

       그리고서 세상을 도화지삼아 그림을 그렸다.

       

       상상하는 것은 방금 전 주변의 나뭇잎을 떨어트리던 산들바람이었다.

       

       “다 그렸다면 이제 그를 세상에 놓아 주거라.”

       

       본인이 그렸던 그림을 놓아주자 주변에서 바람이 불어…

       

       오지는 않았다.

       

       화산의 숲은 여느 때처럼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할 따름이었다.

       

       “…허? 민가야. 그림을 그린 게 맞느냐?”

       “기다려 봐라.”

       

       다시 한 번 바람을 그려 세상에 놓아주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똑같았다.

       

       세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허어. 괴이하구나. 그대가 그린 것은 옳다. 그런데 어찌하여 세상이 그대를 부정하는가. 아직까지 그대를 자연이라 여기지 않은 것인가?”

       

       바루는 자기최면의 부족이 아닐까하고 고갤 갸웃거렸다.

       

       나도 그에 동의하는 바였기에 다시금 오감을 닫았다.

       

       그리고 같은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뿌리를 뻗었다.

       

       흙 아래를 파고들어서 화산의 모든 곳을 가득 채울 만큼.

       

       크기를 키웠다.

       

       터를 나 혼자 집어삼킬 만큼.

       

       높이를 늘렸다.

       

       하늘을 향하다 못해 그곳을 뚫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만큼.

       

       허나 결과는 여전히 똑같았다.

       

       본인은 도술을 펼치는 데에 실패했다.

       

       “왜지? 무어가 문제지?”

       “그러게요. 뭐가 문제일까요.”

       

       그 모습을 보고서 바루는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지 고개를 갸웃거렸고.

       

       어느새 합류한 백주도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했다.

       

       그를 보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차올라서 자기최면을 끊어버렸다.

       

       마음속에서 크기를 키웠던 나무의 뿌리를 끊어내고 밑동을 자르고 불태워 그 모든 것을 재로 만들었다.

       

       “민가야! 무슨!”

       “엑?! 민가님! 그런 짓을 했다가는!”

       

       본인의 심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눈치 챈 듯 두 신령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나는 괜찮았다.

       

       어지간한 자아를 지닌 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자기최면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자살행위다.

       

       허나 본인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이런 것으로 자아를 잃어버릴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천마신공의 내기에 잡아먹히지 않았겠느냐.

       

       “되었다. 애초에 본인에게 자연과 동화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던 것이지. 무어가 문제겠느냐.”

       

       아무리 본인이 스스로에게 나무라고 최면을 건다한들 결국에 그 뿌리 한 가운데에 깃들어있는 것은 천마신공이다.

       

       그 기틀을.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 갈고 닦아온 중심을 뒤바꿀 수는 없다.

       

       “허나 민가야. 그러지 않으면 도술을 다룰 수 없다.”

       “맞습니다. 정해진 규율을 이용하기 위해선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민가님.”

       “그를 누가 정하였느냐.”

       

       애초부터 바보 같은 짓거리였다.

       

       세상을 속인다는 것은 하늘을 부수겠다는 일념을 품은 본인이 하늘을 넘어설 수 없음을 인정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런 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본인에게 부술 수 없는 하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이라는 것은 부수고 넘기 위해 존재하는 장애물일 뿐이니.

       

       나를 규율로써 억압하고 얽매려 든다면 그 규율을 부수겠다.

       

       “세상이 그 규칙을 정한 것이라면 본인이 세상이 되면 되는 것이지.”

       

       혈도를 누른다.

       

       본인이 도화지에 그림을 멋대로 지워버리겠다면 결코 지울 수 없는 그림을 그려주도록 하겠다.

       

       몸 안에 끌어 모았던 천마신공의 내기를 바깥으로 퍼트려 그림을 그린다.

       

       세상이라는 도화지 위에.

       

       천마신공을 물감삼아서.

       

       결코 지울 수 없는 검붉은 색의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

       

       “민가야?! 이 무슨 미친 짓거리를!”

       “바루! 비명지르기 전에 저게 불러올 여파에 대한 대비나 하세요!”

       

       그리고 본인이 그림을 완성하고서 그를 놓아준 순간에 본인은 보았다.

       

       세상을 수놓고 있는 수없이 많은 길의 한 가운데에 본인이 그려낸 길이 새겨지는 것을.

       

       있어서는 안 되는 도에 놀란 다른 기운들이 몰려들어 본인이 그린 것을 지워내려 하는 것을.

       

       바람이 불었다.

       

       땅 속 깊이 박힌 나무의 뿌리를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세찬 바람이.

       

       허나 그는 너무나도 짥은 찰나일 뿐이었으니.

       

       폭풍은 세상에 도달할 적엔 미약한 산들 바람으로 변모해있었다.

       

       흐음.

       

       “재밌구나.”

       

       본인의 입가에서 웃음이 새어나오려 하던 때에 바루가 내 멱살을 붙잡았다.

       

       “재미는 무어가 재미더냐! 실패해서 망정이지 그만한 기운으로 그려낸 바람이 실현되었다면 이 산에 큰 재앙이 닥쳤을 것이다!”

       “맞아요! 지금 기껏 재건하고 있는 산을 민둥산으로 바꿀 셈이신가요?!”

       “아무리 짜증이 났어도 말이다! 실력 있는 무인이라는 작자가 자신의 감정조차 제어하질 못해서!…”

       

       허어. 거 녀석들. 잔소리가 많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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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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