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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8

   이 일의 뒤에 2왕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새어나오고 난 후에 나는 일단 할배가 시키는 대로 그 곳의 상황을 종결시켰다.

   

   우선 한 일은 그 곳에 있는 평민들을 협박하는 일이었다.

   

   이 곳에서 있었던 일이 바깥으로 나가면 너희들이 사라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이야기에 평민들의 얼굴이 시퍼래졌지.

   

   내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 중심에 있던 게 마네였다는 사실이다.

   

   태어나기를 장사꾼으로 태어난 그는 진짜로 자신이 좆 될 수 있음을 진즉에 파악하고서 내게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덕분에 평민 기숙사 쪽의 일을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막기 위해서 마네가 필사적으로 뛰어다녔으니까.

   

   그 다음으로 한 것은 루카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머저리 트리오가 이번 일을 이리저리 떠들고 다니면 곤란하거든.

   

   그러니까 입을 막아야 하는데 내가 그 녀석들을 협박해봐야 어차피 안 들을 거잖아?

   

   거기에서 루카다. 평민들 사이에서 높은 명망을 지닌 그라면 충분히 세 사람에게 비밀을 엄수하게 만들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이 셋인가요?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일주일 내로 평생 비밀을 지키게 만들도록 하죠.”

   

   그래서 루카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별 신경 안 썼겠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등줄기의 오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얘라면 어디 파묻어 놓고 비밀이 완벽해졌다고 할 것 같으니까.

   

   ‘…죽이라는 소리 아니에요? 아시죠?’

   “페도 교수. 미리 말해두겠는데 죽이란 소리 아냐. 그 정도는 너라도 이해하지?”

   

   “아. 그렇습니까? 실수할 뻔 했네요.”

   

   …진짜였냐?!

   

   약간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어떻게든 넘긴 나는 카리아를 시켜 머저리 대표가 왜 2왕자를 뒷배라 생각했는지 알아내달라고 부탁했다.

   

   “고용주님. 미안한데 정보를 알아내는 거야 쉽지만 아카데미 보안을 뚫는 게 좀 빡세거든?”

   

   ‘비밀 통로가 있어요.’

   “걱정 마. 관절 안 좋은 아줌마를 생각해서 비밀통로를 알아왔거든.”

   

   “그래? 그건 나도 처음 듣는 정보인데?”

   

   이 모든 작업은 이번 일을 되도록 조용히 처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런 일을 추궁해봐야 귀찮기만 하고 얻을 건 거의 없지. 허나 잃을 것은 많다.>

   

   할배는 이런 사소한 것을 가지고 윗선에게 항의를 해봐야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들을 뿐이라고 말했다.

   

   허나 그로 인해 만들어질 적의는 많고 다양할 것이라는 설명도 해주었지.

   

   <그러니 이번 일은 대략적인 자초지종만을 알아내고서 묻어버린다.>

   ‘그냥 해프닝으로 넘겨버리자는 거죠?’

   <그래. 이미 그대는 충분할 정도로 떠들썩하게 움직였다. 상대도 머리라는 게 있으면 이쯤에서 발을 멈출 것이야.>

   

   그렇지 않다면 무척이나 즐거울 것이라는 할배의 말은 상대가 바보처럼 행동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이상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겠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할배에몽에게 일임하면 된다는 것.

   

   히야. 성직자라는 사람이 어쩜 이렇게 정치에 능숙한 건지. 아니 성직자라서 정치에 능숙한 건가?

   

   지난번에 요한에게 듣기로 교회 쪽도 마경인 것 같았으니까 말이야.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서 다음 날 저녁.

   

   지난밤의 결과를 듣기 위해 뒷골목을 찾은 나는 카리아에게 이런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축하해. 고용주님. 2왕자님께서 고용주님에게 아주 푹 빠졌던데?”

   

   …네? 아니 그게 무슨 미친 소리십니까?

   

   처음에는 카리아가 나를 놀리기 위해 내뱉은 헛소리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아니었다. 그녀의 말은 다소 과장되어 있을 지언정 틀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2왕자는 예전부터 내게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났을 무렵 직접 내게 찾아와 손을 내밀었을 정도로.

   

   당시의 나는 어찌저찌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2왕자는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2왕자는 지난 파트란 축제에서 내가 1왕자와 펼친 대결의 소식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접했다. 내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1왕자에게 모욕을 퍼부은 것도 말이다.

   

   “듣자하니 2왕자님께선 1왕자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더라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온건한 표현이다.

   

   2왕자는 1왕자를 미워한다.

   

   왕위를 두고서 다투는 경쟁 상대이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서 자신을 비교대상으로 만든 사람이기에.

   

   그러면서 자신을 라이벌로도 취급해 주지 않는 이이기에.

   

   자신의 발치에 1왕자를 놔두고 비웃어 주고 싶단 생각을 하는 것이 내가 아는 2왕자다.

   

   1왕자가 굴욕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즐거웠을까.

   

   그리고 1왕자에게 굴욕을 심어준 사람에게 얼마나 좋은 감정을 지녔을까.

   

   “어떤 식으로든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이 이야기를 들은 순간 난 2 왕자를 평생 피할 수 없을 것임을 직감했다.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2왕자는 내 앞에 설 것이고 나는 그의 앞에서 병신 왕자라는 단어를 내뱉게 되겠지.

   

   하아. 어쩌겠냐. 메스가키 스킬을 지니고 있는 한 넘어서야 할 고비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심력을 쏟지 말고 다른 데에 집중하자.

   

   ‘근데 왜…’

   “근데 왜 날 괴롭히려고 한 거야? 병신 왕자가 진짜 병신이라서 그런 거야?”

   

   “…2왕자님 이야기하는 거야?”

   

   ‘네에.’

   “그래. 왜?”

   

   “저기 고용주님. 2왕자님 앞에서도 병신왕자라고 그럴 건 아니지?”

   

   난 차마 거기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하게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와오.”

   

   카리아는 2왕자 쪽 파벌도 알아봐야겠다고 중얼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이번 일을 주도한 건 2왕자가 아냐. 2왕자 파벌에 속한 사람이지.”

   

   2왕자의 총애가 나를 향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2왕자 파벌의 사람들이었다.

   

   이전의 나는 그저 재능 있는 사람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1왕자를 실력으로 찍어 눌렀다는 전후무후한 결과를 내놓은 탓에 2왕자의 눈이 내게 집중되어 있으니. 만일 내가 2왕자 파벌로 들어간다면 2왕자가 나를 아낄 것임은 자명한 일.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사람을 향한 가벼운 견제란 거지. 어떻게든 고용주님의 평판을 떨어트리고 싶었나봐.”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나라는 존재가 저들의 출세에 방해가 될 것 같으니 미리 견제를 넣는단 거구나.

   

   그를 듣고서 헛웃음이 샜다.

   

   이야. 평판이 올랐다는 체감이 절로 되네. 이전이었다면 이딴 견제는 날아들지도 않았을 텐데. 이제는 루시 알른이란 인간이 위협이 된다는 거야?

   

   <흐음. 이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겠구나.>

   ‘그러게요.’

   

   2왕자가 내게 관심을 가지기에 저들이 견제를 하는 것이니.

   

   그가 나를 눈여겨보지 않게 되는 게 아니라면 저들의 음습한 짓거리가 여러 방면에서 날아들겠지.

   

   하여간 뭐 근처에는 뭐만 모여든다더니. 병신 근처에는 병신 같은 인간들만 모여드는구나.

   

   …어?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 가지 묘수가 떠올랐다.

   

   2왕자가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기에 견제가 들어오는 것이라면. 그 놈의 호의를 없애버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거 아닌가?

   

   ‘할아버지.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좀 생각을 하고 있었거늘.>

   ‘그냥 병신왕자라고 불러버릴까요?’

   

   *

   

   비시는 이런 맛있는 건 처음 먹어 본다면서 눈을 반짝이다 자신의 눈치를 보는 여자아이를 보곤 웃음을 흘렸다.

   

   “왜?”

   “아니. 저. 그게 안 드세요?”

   “내껀 따로 있어.”

   “그…그래요?”

   

   루시의 명령에 의해 벨마를 떠맡게 된 후로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민폐일 뿐인 꼬맹이라 생각한 비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벨마는 비시가 예전에 잃어버린 동생을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듯한 어리숙한 모습이라던가. 순수하게 기쁨을 표시하는 모습이라던가. 어설프게나마 다른 사람을 챙기려는 것이나.

   

   그래서 비시는 어느 순간부터 진지하게 벨마를 챙겨주고 있었다.

   

   루시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만큼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냐는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면서.

   

   사실 변명이라고 하기는 애매했다. 루시가 그녀에게 건네준 서적은 분명 어마어마한 무언가였으니까.

   

   비시는 아직도 기억했다.

   

   자신은 해석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과거의 언어로 쓰여진 서적을. 그리고 루시가 시킨 대로 그 서적을 아드리에게 건네주었던 순간 그녀가 보여주었던 반응을.

   

   – …이걸 어디서 구하셨나요?

   

   아드리는 서적을 건네받자마자 눈동자를 떨었다. 도저히 찾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보물을 마주한 것처럼.

   

   ‘알른 영애께서 줬어.’

   – 영애께서.

   

   눈을 끔뻑이면서 그 이름을 되새기던 그녀는 이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산자의 즐거움이 담긴 웃음이 아니라, 원한을 가진 채로 죽은 자가 흘릴 법한 광소를 말이다.

   

   평소 예의바르고 아이 같은 아드리의 모습만을 보아왔던 비시는 그 웃음에 완전히 압도되어 버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을 그친 아드리는 평소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 나중에 영애께 감사인사를 전해주세요. 이건 제게도, 비시에게도, 무척이나 소중한 물건일테니까요.

   ‘…그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야?’

   – 후후. 물론이에요. 아. 참. 나중에 무언가 부탁하실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해드리겠다는 말도 돌려주세요.

   

   알고 보니 그 서적은 과거 한 가문을 이끌었던 사령술사의 비의가 적혀 있는 물건이었다.

   

   뒷세계에 넘겼다면 부르는 것이 값이 되었을 만한 귀물.

   

   사령술사라면 누구나 눈에 불을 켜고서 찾아다닐 물건.

   

   루시는 그만한 물건을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비시에게 건네주었던 것이다.

   

   처음엔 약점을 잡혔기에 어쩔 수 없이 루시가 시키는 것을 따르던 비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워낙에 루시에게서 받은 것이 많은지라 이제는 두려움보다도 여태까지 받은 은혜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커져 있었다.

   

   이를 어찌 보답해야 할지에 관해 진지한 고민을 이어나가게 될 정도로.

   

   근데 솔직히 보답이라고 해도. 그 분 가문도 빵빵하고. 메이스고 방패고 갑옷이고 다 좋은 것밖에 안 쓰시고. 돈도 많고. 머리도 좋고. 이제는 인맥도 풍부하고.

   

   내가 보답을 할 수 있는 게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뭘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턱을 괸 채 눈살을 찌푸리던 그녀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다 자신의 앞에 튀어나온 디저트에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리고 나서 아카데미의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무슨 공지라도 올라왔나?

   

   비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인파 외곽에 있는 친구를 발견하고는 말을 걸었다.

   

   “야. 무슨 일 있어?”

   “누구. 아. 비시구나!”

   

   그녀는 비시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순식간에 목소리를 낮추곤 비시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냈다.

   

   “야. 야. 지금 완전 난리 났어!”

   “그러니까 뭔데.”

   “알른 영애가 2왕자님을 멸칭으로 불렀다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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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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