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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9

     아르카나 학파, 그들이 사용하는 ‘카드’라는 것은 수많은 마법의 촉매들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카드뭉치는 하나이지만, 카드는 여러장.

    단수와 복수를 넘나드는 놀라운 형태.

    그렇기에 다루기 어렵지만 숙달된다면 그 어떤 촉매보다 범용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가장 많은 비율의 워메이지가 존재하는 학파이기도 하다.

    ‘전쟁’이라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높은 범용성과 효율은 분명 훌륭한 무기이니까.

     

    게다가 수십장의 카드를 어떤 식으로 뽑고 연결시키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거의 모든 종류의 상황에 대응해 마법을 조절할 수 있고, 심지어는 별자리를 카드에 엮어 ‘운명’조차 엿볼 수 있었다.

    비록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정확성은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여신에게 직접 미래를 전해 듣는 성녀를 제외하면 아르카나 학파의 미래예지가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전해질 정도였다.

     

    그러나 어째서 지금은 아르카나 학파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일반적인 서클 체계에서 상당히 엇나간 형태였기 때문이다.

     

    아르카나 학파에 맞는 형태의 서클이 존재해야만 카드가 마법의 보조역으로 작동할 수 있었던 데다가, 다른 촉매와는 달리 그저 카드를 다루기 위해서 드는 시간조차 굉장히 오래 걸렸고, 그러한 카드기술을 배우고 싶어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저히 ‘사용’을 중심으로 발전한 마법체계는, 지식을 탐구하고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는 것에는 그다지 적합한 방식이 아니었다.

     

    때문에 아르카나 학파의 마법은 다른 마법의 학파와는 달리 ‘연구’나 ‘지식’을 추구하기보다는 철저히 ‘실용성’으로 발전해왔다.

    권한을 얻고 그것을 이해하며 현상을 다루는 것보다는, 당장의 결과를 내보이기에 급급한 극도의 실용주의 마법.

    그래서 당시 아르카나 학파는 사실 제대로 된 마법사 취급을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의지는 현대에 와서 다시 살아났다.

    한 남자의 손에 의해서.

     

    “자, 네가 생각한 카드가 맞는지, 뒤집어서 확인해보겠니?”

     

    루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이 덮고 있던 카드를 뒤집었다.

     

    “맙소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이 카드가 여기에 나타난게냐?”

     

    놀라웠다.

    언제 바꿔친 것이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한번도 카드에서 손을 떼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떻게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이런 묘기가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시루드는 루크가 호들갑을 떨며 공연자의 카드마술을 구경하는 것을 보며 눈을 흘겼다.

    서클과 마나를 마음대로 다루면서 무영창으로 공중에 날아다니는 불 새까지 만드는 애가, 고작 카드마술 좀 봤다고 저런 반응이라니.

    시루드가 보기엔 루크의 마법 쪽이 훨씬 대단해 보였다.

    시루드는 루크에게만 들릴 수 있게 작은 소리로 속닥거렸다.

     

    “대체 넌 저게 왜 신기한거야? 넌 손가락질 한번으로 불도 만들어 띄우잖아.”

    “그거와 전혀 다르다, 저것은 마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순수한 ‘기술’이야.”

    “아니, 그래도…….”

     

    그러나 루크는 시루드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거나 말거나, 카드를 다시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너무나 신기하구나! 한번 더 보여줄 수 있겠느냐?”

    “흐음, 똑같은 걸 또 보여주면 재미 없으니까,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해보자. 어때?”

     

    루크는 그의 말에 곧장 대답했다.

     

    “좋다! 그렇게 하지!”

     

    과거 아르카나 학파의 손기술은 본래 이토록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카드를 다루는 방식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기 때문에 절대로 이렇게 남에게 보여주듯이 카드를 다루지 않았다.

    자신의 수제자에게만 암암리에 전해지듯 전수된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 카드를 다루고 어떤 식으로 카드를 섞고, 어떤 식으로 카드를 뽑는 것인지 자세한 것은 루크조차 쉽게 배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법을 사용할 때에 반드시 그들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구태여 노력을 하면서까지 배우려고 하지 않기도 했으니, 그 기술에 대해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

     

    그러나, 굳이 제 발로 찾아온 기회를 놓칠 이유는 없지 않겠나.

     

    ————

     

    시루드가 혼자 따로 떨어져 탄산이 들어간 과일향 음료수를 홀짝거리던 때였다.

     

    “시루드, 왜 혼자서 그러고 있어? 루크는 어딨고?”

     

    메리의 물음에 시루드는 한 방향을 향해 눈짓했다.

     

    “루크는 저쪽에 있어.”

    “저기서 뭘 하는데?”

    “보면 알잖아, 카드마술 보고 있지.”

    “카드마술?”

     

    메리가 시루드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마침 루크가 마술사를 올려다보며 두 손을 모은 채 ‘부탁’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제발, 몇 개만 더 보여주면 안되겠느냐?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는데……. 아니면 어떻게 하는 지 방법이라도 알려주면 안되나?”

    “꼬마아가씨, 원래 이런 건 그렇게 남한테 막 알려줄 수 있는 그런 게 아닌데…….”

    “난처한 부탁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한가지만 가르쳐주면 안되겠느냐? 제발…….”

    “아니, 그런 눈으로 봐도…….”

    “미안하다, 부탁하는 입장에서 예의가 부족했군.”

     

    그가 자꾸만 완고한 반응을 내비치자, 루크는 자존심을 목적을 위해 조금만 더 희생하기로 했다.

    “오빠? 저도 마술 딱 하나만 가르쳐주시면 안 되나요? 그러면 더 귀찮게 안 할게요, 네?”

     

    루크는 예르나에게 충분히 검증받은 어린아이의 말투로 한껏 아양을 떨듯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 꽤나 부끄러운 짓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5000년 전의 카드기술 따위는 조잡한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는 수준의 기술이었다.

     

    현대식으로 발전한 이 카드기술을 볼 수만 있다면 아르카나 학파가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루크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러니 현재 겉모습을 살짝만 이용하자는 거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게다가, 아이의 몸은 이런 염치없는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

    이럴 때가 아니라면 언제 또 이렇게 아이의 장점을 써 보겠나.

     

    “으으윽, 알겠어. 딱 한가지 만이야…….”

    “와! 감사합니다! 분명 복받으실 거에요!”

     

    난감한 표정의 공연자는 결국 손을 들어버렸다.

    루크에게 카드기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카드뭉치를 다시 꺼내는 모습에 루크는 환호했다.

     

    메리는 그런 모습이 꽤 낯설었다.

     

    ‘루크, 저 표정 되게 잘 써먹는구나.’

     

    분명 자신이 알려 준 것이기는 한데, 너무 남용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시루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마술이나 배워볼까.”

     

    자기한테는 ‘나보다 더 마법을 잘 쓸 수 있게 되면 불러주겠다’라고 해놓고, 저 공연자한테는 냅다 오빠라고 부르다니.

    좀 억울하다.

     

    오늘따라 음료수가 달다.

    ———

     

    잠시후, 카드 마술은 다 배운 것인지 조금 지친 기색으로 걸어오는 루크.

    시루드는 그런 루크에게 조금 뾰루퉁하게 묻는다.

     

    “카드 기술은 배웠어?”

    “배우기는 했는데……. 글쎄, 생각했던 느낌이 아니더구나.”

    “뭐가?”

    “한번 보겠느냐?”

     

    루크는 공연자에게서 받은 카드뭉치를 꺼내들고 시루드에게 물었다.

     

    “한번 머릿속으로 카드를 하나 떠올려봐라.”

     

    방금 배운 마술을 써먹어 보려는 것일까?

    시루드는 손에 쥔 음료를 홀짝거린 뒤에 대답했다.

     

    “응, 했어.”

    “그럼 이제 1부터 10까지, 아무 숫자나 말해보거라.”

    “7.”

    “그래, 그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루크는 숫자를 세며 위에서 한장씩 카드를 뒤집으며 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일곱번째 카드가 뒤집히며 드러난 카드는, 아까 시루드가 생각했던 바로 그 카드였다.

    시루드는 그 모습에 살짝 감탄하며 말했다.

     

    “오, 맞았어. 뭐야? 제대로 배운 모양이네. 조금 신기하다.”

     

    ‘확실히 루크가 하는 걸 보니까 신기하네. 그런데 딱히 무슨 속임수를 쓴 것 같지는 않은데. 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

     

    하지만 루크는 난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사실 배운 게 아니다만. 내가 배운 것은 원래 여기서 한번 다시 카드를 뒤집고, 무슨 카드였는지 물은 뒤에 그 카드로 바꿔치기하는 방식의 마술이었다.”

    “뭐? 그럼 어떻게 맞춘건데?”

    “나도 모른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지.”

    “운?”

    “그래, 운.”

     

    루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이 운이 너무 좋아서, 자꾸 한번에 맞춰버리는 바람에 배운 걸 써먹을 필요가 전혀 없단 말이지……. 아까 그 공연자도 마술 할 줄 모르는 척 하면서 자길 우롱한 거였냐고 화를 내더군. 오히려 자기가 배우고 싶다고 해올 정도였어……. 꽤 난처했지. 나는 그런 방법 따위 알고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뭐?”

    “그래서, 지금 사과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카드는 더 이상 카드 마술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하길래 받아온 거고…….”

     

    기껏 아양까지 떨어서 배운 트릭이나 손기술이 들어갈 틈이 없다.

    그저 섞어서 카드를 뽑았을 뿐인데 곧바로 원하던 카드가 뽑혀나오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정말 아무런 조작도 가하지 않았는데 이미 카드는 뽑혀버린다.

     

    그러니 그것을 본 공연자는 환장할 노릇이었겠지.

    그건 카드를 뽑은 자신조차 당황했을 정도니.

     

    “……그것도 나름대로 재능이네.”

     

    시루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음료수를 홀짝거리자, 루크가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그 음료는 어디서 났나?”

    “저쪽, 유리병에 담겨져 있던데. 관심 있으면 가서 따라 마셔. 이거 좀 맛있다.”

    “그으래? 흐음, 알려줘서 고맙군, 바로 가봐야겠어. 안 그래도 최근 과일주가 마시고 싶었는데.”

     

    옛날에도 맥주나 과일주 정도는 종종 마시기도 했기에, 루크는 추억을 회상하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루크의 말에 시루드는 화들짝 놀라며 음료수가 있던 쪽으로 걸어가던 루크의 팔을 뒤늦게 붙잡았다.

     

    “루크, 잠깐만. 이거? 방금 전에 이게 뭐라고……?”

     

    그런 시루드에게 루크는 시루드를 돌아보며 다시한번 또박또박 설명을 시작했다.

     

    “과일주다. 엘프식으로 담근. 그것도 꽤 신선하고 훌륭한 향이야. 아무래도 질이 참 좋은 과일주 같구나.”

    “술? 그럼 이거 술이란 말이야? 내가 지금 술을 마신 거라고?”

     

    어쩐지, 아까부터 얼굴에 열이 오르더라니!

    말을 듣고 나니까 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다.

    음료수인 줄 알고 벌써 반이나 마셨는데……!

    왠지 주변에 음료수 주변에 어른들 밖에 없다 싶었는데 그런 거였나보다.

    괜히 남들의 시선을 끌기 싫어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더니 아무도 그게 술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나 어떡해? 술 마셔버렸어……!”

     

    패닉에 빠진 시루드.

    하지만 루크는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이 태연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무슨 문제라도? 어린 아이는 파티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되나?”

     

    10살 생일에 술 정도는 마셔도 별 문제없지 않나?

    보통은 그 시기에 처음으로 술을 배우는데 말이다.

     

    시루드는 10살 생일로부터 1년이나 더 지났으니 별로 문제가 될 것도…….

     

    “당연히 안 되지! 난 이거 들키면 엄마한테 혼나!”

    “뭐야, 안 되는 거였나.”

     

    이 시대는 왜 이렇게 아이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 많은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라고 생각하며 루크는 자신의 팔목을 내려보았다.

    그러자 시루드는 그 순간, 자신이 루크의 팔목을 꽤나 강하게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불에 데인 듯 놀라며 손을 떼어내는 시루드의 모습에, 루크는 한차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저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장면은 무대 위로 올라가는 모습의 파이리스.

    루크는 의문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파이리스가 지금 뭘 하려는 게지?”

     

    왠지 얼굴이 살짝 붉은 것 같기도 한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기도 오랜만에 술을 마시고 싶었던 루크 어른이…
    그런데 파이리스 또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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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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