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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9

       ‘매의 둥지’는 원더랜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유명했다.

         

       원더랜드의 극장은 기본적으로 그 주인이 생전에 활동했던 무대가 반영되는 것이라, 건물의 크기나 예술성이 꼭 그 주인의 명성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매의 둥지는 그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롭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었다.

         

       매의 둥지는 개방형 극장 중에서도 구조가 독특한 편이었다. 극장의 전체적인 형태는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어 볼록한 면을 벽에 파묻어 둔 것과 비슷했다.

         

       관객들은 절벽에 설치된 좌석을 따라 둥글게 앉아, 수천 미터 높이의 경사면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종이비행기 던지지 마세요. 위층에 있는 사람이 베일 수 있습니다.”

         

       직원의 경고에 엘라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입장권으로 종이접기 하던 것을 그만뒀다.

         

       건물은 높이도 높이지만 그 위치도 독보적이었다. 이곳은 카드순을 빙 두르는 나선의 극장가에서도 꼭대기 층에 있었다. 객석에 앉으면 카드순 전체가 내려다보였다. 이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 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오랫동안 원더랜드의 전망대로서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매의 둥지는 한동안 문이 닫혀 있었다.

       그 주인이 슬슬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 은퇴 전 마지막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극장의 주인은 그동안 인연이 있었던 주민들을 그의 마지막 공연에 초대했다.

       그 덕에 매의 둥지는 오랜만에 관객들로 북적였다.

         

       삐에에엑.

       날카롭고 째지는 맹금류의 울음소리가 반 통형의 객석에 메아리쳤다.

       절벽 아래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던 관객들의 시선이 중앙에 떠 있는 무대로 집중되었다.

         

       무대라고 해봤자 커다란 통나무가 쇠사슬에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마치 새가 앉는 횃대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그 위로 한 명의 남자가 사뿐히 올랐다.

         

       그가 바로 이 매의 둥지의 주인인 곡예사였다.

       그는 순찰대로서 복무할 때 쓰던 나비 가면은 벗어던지고, 날카로운 부리가 달린 매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거기다 복장 역시 경비대 제복 대신 그가 곡예를 할 때 쓰는 화려한 깃털이 달린 새의 날개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관객들을 향해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고 횃대 위에 두 날개를 펼치고 섰다.

         

       “그럼 저의 마지막 곡예를 즐겁게 관람해주시길 바랍니다.”

         

       둥둥.

       구석에 서 있던 고수가 채를 휘둘렀다. 그는 커다란 북들을 두드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둥둥. 두두둥. 둥둥.

       날개를 단 곡예사는 잠깐 심호흡을 하고는 그대로 횃대에서 뛰어내렸다.

         

       그의 몸이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꺄아악! 지, 진짜 뛰어내렸어!”

       “침착해!”

       “허어, 이게 말로만 듣던……!”

         

       절벽 아래로 쏘아진 화살처럼 나아가던 그는 어느 지점에서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러자 그의 몸이 뒤로 왈칵 쏠리더니 절벽을 타고 오르던 바람에 실려 위로 솟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이 뛰어내린 지점까지 올라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는 객석 앞을 지나면서 날개를 접어 몸을 감싸고 공중에서 휘리릭 회전하는 묘기를 보였다.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캬아아, 대단하구먼!”

       “저 양반, 안 죽었어, 안 죽었어!”

         

       -끼르르르

       -킥킥킥

         

       어느새 몰려든 키클링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그렇게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30분 동안 묘기를 보였다.

         

       허수아비는 사람들 머리 위를 스치며 선회하는 그의 비행을 보며 감탄사를 억누르지 못했다.

       진짜 매조차 저렇게 날아다니지는 못할 것이다.

       엘라는 공연하는 내내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었고, 루미는 같은 비행 곡예 구사자로서 흥미로운 눈길로 그의 쇼를 지켜봤다.

         

       공연이 종료되고 그는 객석을 돌아다니며 손님들과 인사를 했다.

       그의 소멸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서로 이 만남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그가 허수아비 일행의 자리를 찾아왔을 때는 손님들의 대부분이 공연장을 빠져나간 뒤였다.

         

       “아, 자네로군. 와주어서 고맙네.”

         

       그가 막 그들 앞에 선 순간, 아까부터 그에게 말을 걸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엘라가 끼어들었다.

         

       “첸 호크 씨죠?”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그는 그리우면서도 낯선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이군. 그 이름은. 여기서는 보통 매 사장이라고 불리거든. 아가씨는 공연하는 내내 열띤 호응을 해주었지? 기억에 남는군.”

       “헤헤, 뭘요.”

         

       첸 호크.

       그가 오기 전까지 그녀가 계속 그에 대해 떠들어댔기에 허수아비도 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첸 호크는 시에라 마드레 고산족(高山族) 출신의 곡예사였다. 그는 엄밀히 말해 재주꾼이라기보다는 전사 계급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산업과 무역의 시대가 오면서 오지 부족에 전사 계급은 쓸모가 없어졌다. 그래서 그들은 부족 비전의 비행 기술을 가지고 시에라 마드레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산맥을 날아다니는 곡예를 펼치면서 부족의 위상을 높이는 일을 했었다.

         

       첸 호크는 그러한 고산족 비행 곡예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다.

       엘라는 그가 쓰고 있는 매의 가면을 예전에 교과서에서 본 적 있다고 말했다.

         

       “내가 그런 이름으로 불렸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하하, 솔직히 하나도 기억 안 나서 말일세.”

       “앗, 좀 무례한 질문이었나요? 죄송해요. 제가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괜찮네. 죽은 지 오래되었다고 해도 살아있을 때의 얘기를 탐닉하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혹시 이 아이가 자네가 말한 그 가족인가?”

         

       호크는 허수아비가 죽은 가족의 혼을 건지러 외곽을 돌아다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허수아비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상심한 척을 했다.

         

       “아뇨. 가족은……못 찾았습니다. 이 아이는 그냥……친구입니다.”

       “그런가? 안 됐군. 생전의 연이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이곳으로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운과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야 하지.”

         

       첸 호크는 그에게 가족의 혼을 부르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조언해 주었다. 아무래도 순찰대 활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그는 그에 대해서는 빠삭했다.

         

       솔직히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였지만, 허수아비는 적당히 호응해주면서 그의 말을 경청하는 척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극장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네. 저희가 며칠 내로 급하게 공연해야 하는데, 극장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요.”

         

       그는 적당히 자신들의 사정을 꾸며서 그에게 말했다.

       아쉽게도 그는 듀엣 가요제에서 있었던 그들의 무대에 대해서는 못 들어본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입상을 못 했단 말인가? 뭐, 상관없네. 며칠 남지 않았으니 나야 이 극장을 후배들이 사용해주면 좋은 거지. 하지만 이 극장에서 할 만한 공연이 있을까? 보다시피 이건 나처럼 비행 곡예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쓰기 힘든 구조인데.”

         

       매의 둥지에 대해서는 어제 조사를 마친 그들이었다.

       루미는 미리 준비한 그녀의 장기인 ‘요정의 날개’를 보여주었다. 첸 호크는 4장의 잠자리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엘라의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토했다.

         

       “멋지군! 옛날부터 페어리의 비행술에 대해서는 궁금한 게 많았는데……. 최대 몇 개까지 만들 수 있나?”

       “지금은 1개요. 하지만 무대 허가를 받으면 극장 안에서는 최대 10개까지는 만들 수 있어요.”

       “하하, 이거 같이 날아 보고 싶어. 당장 허가를 안 내주고는 못 배기겠어. 그래서 공연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겠나?”

         

       그 설명은 엘라가 맡았다.

       그녀는 어제오늘에 걸쳐서 짜낸 대본의 줄거리를 그에게 말해주었다.

         

       “새들이 사는 나라가 있어요. 거기서 젊은 부자 공작새가 부인을 찾기 위해 연 무도회에 5명의 공주 새들이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흩어진 일행들에게 전하기 위한 키워드는 조심스럽게 선정되었다.

       잡힌 3명이 심문에서 무엇을 불었을지 몰랐다. 그렇기에 <다섯 곡예사>에 나오는 소재나 그들이 모인 사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대신 엘라는 그 내용들을 교묘하게 변경했다.

         

       주인공을 공작새로 한 것도 그들을 불러 모은 슬라그보르트 공작에 대한 암시였다.

         

       호크는 그녀가 말한 줄거리의 전반부를 듣고 크게 만족했다.

         

       “훌륭하군! 새들이라. 소재도 마음에 들어. 요정의 날개로 날고, 그 위에 새의 분장을 뒤집어쓴단 말이지? 뒤의 내용이 궁금해 죽겠군. 하하, 이거 아무래도 소멸을 며칠 늦춰야겠어. 이 공연을 못 보고 사라진다면 너무 아쉬울 거 같아.”

         

       호크는 그들에게 무대 장치를 조작하는 법이나 극장의 구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나는 수면에 들어가 있겠네. 아무래도 깨어 있으면 영체가 더 빨리 흩어지거든. 자고 있으면 소멸을 좀 더 늦출 수 있을 거야. 그럼 사흘 정도 잤다 일어나겠네. 준비 잘하게. 기대하고 있겠네.”

         

       세 사람은 자러 가는 그를 배웅하고는 서로 쓴 미소를 나눴다.

       그들은 일행이 모두 모이면 당장 3명의 단장을 구출해 이곳을 탈출할 계획이었다. 본의 아니게 사라질 날이 얼마 안 남은 그를 속이게 된 꼴이 됐다.

         

       “정 안되면 ‘다섯 곡예사’라도 보여주고 가지 뭐. 산 자의 재주를 그렇게 좋아한다며?”

         

       엘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티케터를 불러 극장 대리인의 권한으로 공연을 올릴 준비를 했다. 공연의 소개 글을 등록하니 자동 추천 태그가 떴다.

         

       “아니, 하렘은 치워. 이건 비둘기 공주 한 명이란 이어진단 말이야.”

         

       허수아비는 그녀가 하나씩 등록하는 태그를 찬찬히 살펴봤다. 일부는 그도 짐작할 만한 것이었고, 일부는 그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뜩 현재 등록 중인 키워드에 눈이 갔다.

         

       “주인공인 공작새의 이름인 ‘존 잘스타인’. 이것도 엘피 양의 친구들이 공유하는 키워드였나요? 누구 이름이죠?”

         

       그의 말에 엘라는 움찔 어깨를 떨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 그, 혀, 현실에서 꽤 이름 있는 마술사 중 한 명이야! 우리끼리 밤에 대화하다가, 이 이름이 나왔지. 다, 다들 팬이더라고…….”

         

       허수아비는 그런가 싶어 고개를 끄덕이다가 옆에 선 루미가 웃음을 꾹 참고 있는 것을 봤다.

         

       “왜 그래요?”

         

       루미는 엘라 쪽을 슬쩍 곁눈질하며 속삭였다.

         

       “넌 모르겠어?”

       “뭐를요?”

       “주인공 성과 이름을 붙여서 읽어봐.”

         

       허수아비는 그녀의 말에 따랐고, 얼마 안 있어 부끄러움에 머리를 박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옆에서 루미가 킥킥 웃음을 흘렸다.

         

       그때, ‘신규 태그’ 항목을 작성 중이던 티케터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존 잘스타인이라는 키워드는 이미 등록되어 있네요. 기존 태그로 분류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세 사람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자, 잠깐, 등록되어 있다고? 거기가 어딘데?”

       “그곳은……아, 방금 입장권이 2매 발매되었습니다.”

       “뭐?”

         

       그때, 극장 입구 쪽에서 빛이 번쩍했다.

       그것은 입장권의 빠른 이동 기능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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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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