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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9

       흡족한 미소가 지어진다.

         

         

       주방에 모여서 열심히 과자를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람찬 마음이 모락모락 느껴진다.

         

         

       “다르바브!”

       “크흡. 여보 라고 불러주지.”

       “쿠키를 떡처럼 만들어 놓고 그런 말이 나와요? 연애할 때도 쿠키를 개떡같이 만들어서 혼났으면서 이번에도 그러는 거냐고요!”

       “뭐든 많이 넣으면 좋은 거 아닌가.”

       “그 정도로 넣으면 쿠키가 아니라 초콜릿이잖아요!”

         

         

       화목한 부부가 신혼 시절로 돌아가는 모습도.

         

         

       “그거 아나, 히스타니아 말릭. 초콜릿 품질은 남부가 제일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부의 금화 상단의 초콜릿이 가장 좋다는 것도 알고 있고.”

       “뭘 모르는군.”

       “음?”

       “데스문트가에서 새롭게 운영하는 초콜릿 농장은 주 7일 14시간 동안 노동자를 굴리는 금화 상단 보다 주 5일 8시간으로 노동자를 혹독하게 굴리는 데스문트 농장이 더욱더 질 좋은 초콜릿을 생산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

       “…홍보하는 건가?”

       “아니지. 자랑하는 거야.”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럴까.”

         

         

       칙칙한 두 남자의 진중한 이야기도 보기 좋았다.

         

         

       단지 하나, 말릭은 쿠키가 아니라 예술품을 만드는 것 같아서 집사의 자리를 위협받는 것 같지만 즐기면 됐으니까.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반죽을 주먹으로 치대며 모양을 잡았다.

         

         

       ‘흐음.’

         

         

       오랜만에 쿠키를 만들 생각에 집사의 욕망이 끓어 오르는 모양. 안 그래도 드래곤 모양으로 쿠키를 만드는 말릭에게 자극을 받았는데, 본업에 몰두하는 살림 마스터의 무서움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나는 손끝에 오러를 모았다.

         

         

       ‘최고의 효율.’

       ‘오러를 세밀하게 조정해서 공기 방울을 만들고 전류를 흘려 반죽의 탄성을 더욱더 높인다면 최상의 쿠키가….’

         

         

       한참을 몰두하며 동양의 신수 ‘청룡’의 형상을 본뜬 반죽을 만들었을까. 옆에서 요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퍽!

         

       “이익.”

         

       -퍼퍽!

         

       “이이익!”

         

         

       나는 고개를 힐끔 돌려 반죽에 주먹질하는 아가씨를 바라봤다.

         

         

       “이이이이이이익!!!!”

         

         

       얼굴에 하얀 반죽을 덕지덕지 묻히고 코를 훌쩍거리는 아가씨. 반죽을 치대던 손으로 흐르는 콧물을 쓱 닦더니, 이내 눈치를 보고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가씨.”

       “웅.”

       “반죽이랑 싸우십니까?”

       “웅.”

         

         

       단순한 답을 뱉는 아가씨의 답변에 나는 머리에 느낌표를 띄우고 ‘아하.’라는 긍정적인 답을 뱉었다.

         

         

       “왜 싸우시는 겁니까.”

       “이게 계속 손에 붙잖아.”

       “…?”

       “놔달라고 하는 데 안 놔주니까. 때렸어.”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가씨 손에 묻은 반죽을 떼어내 주기 시작했다.

         

         

       분명 완성된 반죽으로 줬는데, 왜 이렇게 변한 걸까. 나는 의문을 가지고 아가씨에게 물었다.

         

         

       “물 넣으셨습니까?”

       “웅,”

       “왜 넣었습니까? 황금 비율로 맞춰드렸는데.”

       “물 넣으면 더 많이 만들 수 있잖아.”

       “나눠주시려고요?”

         

         

       아가씨는 살벌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아니. 내가 먹을 건데.”

       “…”

       “리카르도도 조금 나눠줄게.”

         

         

       나는 아가씨의 배려에 작게 웃으며 소매를 걷었다. 식탐이 많은 아가씨한테 쿠키를 합법적으로 뜯어낼 수 있었으니까.

         

         

       조심스럽게 아가씨의 손을 잡고 나른한 목소리로 반죽을 살리기 시작했다.

         

         

       “물을 너무 많이 넣으셨습니다.”

       “그래?”

       “네, 그러니까 손에 반죽이 들러붙는 겁니다.”

       “오…”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에 몸을 맡겼다. 물처럼 묽었던 반죽이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에 콧김을 내뿜으며 어깨를 들썩이는 아가씨.

         

         

       사망 직전의 반죽을 살려낸 나는 어디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는 듯이 테이블에 반죽을 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습니다.”

         

         

       아가씨는 콧김을 내뿜으며 예술의 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일단은 초콜릿 토핑을 한주먹.

         

       “하나…”

         

       두 주먹.

         

       “둘.”

       세 주먹.

         

         

       나는 하늘을 뚫고 올라갈 것처럼 쌓인 초콜릿 토핑을 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웅장하게 쌓인 초콜릿 토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모양처럼 보였으니까.

         

         

       아가씨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슬쩍 눈치를 보고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똥 아니야.”

       “…어떻게 아셨습니까?”

       “…”

         

         

       아가씨는 요리에 재주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반죽 위에 쌓인 초콜릿 토핑을 조금 덜어내면서 의견을 종합하기 시작했다.

         

         

       초콜릿이 아니라 쿠키를 만들자고.

         

         

       “더 넣을 거야.”

       “오븐에 넣으면 다 탑니다.”

       “…”

       “완성되면 그 위에 뿌리죠.”

         

         

       아가씨의 고집과 내 고집이 점차 맞아떨어져 그럴싸한 쿠키 모양이 만들어질 때쯤. 옆에서 소심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나는 고개를 돌려 입가에 반죽이 묻은 유리아를 바라봤다. 아가씨와 다르게 요리에 재주가 있었는지 제법 그럴듯한 쿠키를 만든 유리아는 조심스럽게 손에 든 쟁반을 내 눈앞에 내밀고 있었다.

         

         

       나는 유리아의 쟁반에 놓인 쿠키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그게… 쿠키를 만들었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서. 바로 구우면 될까요?”

         

         

       나는 곰돌이 모양으로 만든 쿠키 반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못하고 있습니다.”

       “…네?”

       “커도 너무 큽니다.”

         

         

       유리아는 손이 커도 너무 컸었다.

         

         

       -쿵!

         

         

       저택에 있는 밀가루를 모조리 털어버릴 속셈인지, 쟁반에 안 담길 만큼 거대하게 만든 쿠키를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많이 큰가요?”

       “네. 여기 있는 사람이 다 붙어도 못 먹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 반죽은 화로에 들어가지 못하고요.”

       “아…. 북부에서는 됐었는데.”

       “혹시 어떻게 구웠을까요.”

       “모닥불 지펴가지고 그 위에…”

       “그걸 저희는 쿠키라고 부르지 않고 전이라고 부릅니다.”

       “전…. 이요?”

       “제 고향 음식입니다.”

         

         

       유리아는 자신이 만든 쿠키를 보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죽을 만지작거리는 유리아의 소심한 모습에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유리아의 뒤로 다가갔다.

         

         

       “어?!”

       “가만히 있으세요.”

       “아..아으으.. 네..”

         

         

       나는 유리아의 손을 잡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녀의 반죽에 의지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일단은 곰돌이 얼굴이 너무 큽니다. 이 정도 크기면 고블린을 한입에 넣을 수 있겠어요.”

       “너..너무 가까워요..”

       “그리고 반죽으로 수염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여기 조각칼로 그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그려볼게요.”

       “그리고…”

         

         

       한참을 떠들던 나는 귓불이 붉어진 유리아의 굳은 어깨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작품을 내 멋대로 망쳐서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굳어있는 유리아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유리아씨…”

       “…”

       “유리아 씨?”

       “아! 네네! 듣고 있어요!”

         

         

       닿는 손길에 주춤거리던 유리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정말 자상하시네요. 리카르도 씨는….”

         

         

       유리아가 움직이자, 살짝이 올라오는 샴푸 냄새에 나는 입을 가리고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닙니다.”

         

         

       뭔가 인생을 보람차게 사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게 진정 빙의자의 인생인 것 같아서 세상이 분홍빛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양손의 꽃.

         

         

       ‘이게 인생이지.’

         

         

       나는 피어오르는 웃음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유리아에게서 떨어졌다. 너무 붙어있는 건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만드시면 됩니다. 혹시나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아…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데.”

       “네?”

       “아니에요.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해요.”

         

         

       나는 유리아의 볼에 묻어있는 반죽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면서 싱긋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그 말을 더 좋아하거든요.”

       “…”

         

         

       유리아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집사님!”

         

         

       유리아에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쏜살같이 끼어드는 한나는 자신이 만든 쿠키를 보여주며 미소를 지었다.

         

         

       딸기 반죽으로 머리카락을 만들고 날렵한 턱선을 심도 있게 묘사한 한나의 쿠키.

         

         

       나는 작게 웃으면서 한나의 작품에 미소를 지어줬다.

         

         

       “설마 이거 접니까?”

       “맞아요.”

       “푸하하! 엄청 잘 만드셨네요.”

       “실물을 담으려면 한참 부족한데요.”

       “저는 제가 이렇게 잘생긴 줄 몰랐습니다.”

       “거짓말, 매일 잘 생겼다고 하시면서.”

       “근데 잘생긴 건 맞지 않습니까.”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두 여자 모두 얼굴을 붉히면서 작게 고개를 주억거릴 뿐,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차라리 뭐라고 해주면 어색하진 않았을 텐데.

         

         

       나 뻘쭘한 미소를 지으며 한나의 쿠키를 받아들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앞치마를 맨 한나는 조심스럽게 내게 붙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쿠키를 만드는 게 처음이라서 어렵네요.”

       “그런가요? 그런 것 치고 엄청 잘 만드셨는데.”

       “제 오빠가 누구인데요.”

         

         

       한나는 쿠키에 온 정성을 쏟고 있는 말릭을 보며 말했다.

         

         

       금방이라도 브레스를 뿜을 것 같은 드래곤 모양의 쿠키. 허리를 숙여 가느다란 수염까지 만들고 있는 말릭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재능은 유전이라는 건가.

         

         

       나는 작게 웃으며 한나를 도와줬다.

         

         

       그리고 샤르티아는.

         

         

       -곰.

         

         

       “너 뭐야.”

         

         

       -고옴.

         

         

       “진짜 곰이야?”

         

         

       -곰곰.

         

         

       “하아.. 손.”

         

         

       -곰.

         

         

       새로운 귀여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귀여워..”

         

         

       *

         

         

       그렇게.

         

         

       가장 기다렸던 아니, 다과회의 메인 이벤트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여긴가.”

         

         

       나는 저택의 목욕탕을 돌아다니며 혹시 위험한 곳은 없는지, 찾고 있었다. 혹시나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됐으니까. 절대로 훔쳐볼 구멍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욕탕의 물을 받아놓기 위해서 욕탕에 들른 거였다.

         

         

       양심을 걸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일찍 왔습니닷!
    참고로 샤르티아는 학생회장입니닷 모르시는 독자님들이 많으셔서!

    한 가지 TMI로는
    올리비아 < 유리아 < 한나
    순으로 살림을 잘 합니다!

    [후원 감사]

    gk123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이라는 칭찬을 해주시다니 이 요정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닷!
    오늘 지각을 확신했던 요정이지만 흑마법을 사용해서 몸을 불태웠습니다!
    독자님에게도 언젠가 흑마법을 깨우칠 기회가 생기길…!

    독자님에게 힘든 월요일에 응원이 되어주는 이세계의 요정! 마법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클라임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참의 요정! 더줘! 라는 멘트를 주신 독자님…!
    이 요정…! 노력해보겠습니다! 요정의 흑마법 숙련도가 더 올라간다면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닷!
    최근 요정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잠을 조금 잤는데, 몸이 개운하다던가 눈이 동그래지는 마법이…!
    이것은 바로 독자님의 사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닷!

    독자님에게 언제든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요정! 응원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눈큰독자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월요일 출근전 후회없는 후원…!
    이 요정 후회를 담당하는 요정으로써 엄청난 감격을 받았습니다!
    월요일이란 것은 요정도 무서우니 말이죠…!
    독자님에게 언제나 주말이 빨리 오는 마법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독자님에게 힘든 월요일을 이겨낼 수 있는 요정..! 음악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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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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