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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9

       

       

       

       

       

       229화. 지옥 탐험대 ( 3 )

       

       

       

       

       

       콰콰콰쾅ㅡ! 캉! 촤자자작!

       

       짙은 어둠을 밝히는 섬광이 터져 나왔다. 때아닌 소란으로 잠에서 깬 들짐승은 도망치고, 날짐승은 바삐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모든 소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하얀 머리를 휘날리는 레온.

       그리고 그와 대적한 암석 거인.

       

       “흐읍!”

       

       캉, 촤자자작! 콰앙!

       

       레온의 짧은 기합과 함께 할버드가 밝게 빛나는 듯싶더니, 이내 폭발적으로 허공을 점했다.

       

       몰아치는 폭풍 속의 번개처럼.

       빛나는 할버드가 암석 거인을 향해 쇄도한다.

       

       그 기세는 순간 밤하늘마저 잠시 주춤할 정도였으나.

       

       팅!

       

       아무런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은 암석 거인에게.

       허무하게 튕겨 나왔다.

       

       레온의 전력을 다한 휘두르기는 가벼운 생채기만을 남겼을 뿐.

       

       《과연… 대단하구나…》

       

       암석 거인은 팔에 난 생채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누구던가?

       위대한 신께서 지옥의 토양을 끌어모아 빚은 육신이요, 사명은 지옥 입구의 문지기일지니.

       이는 결코 파괴되지 않는 거석이요, 무쇠와도 같은 몸이라.

       

       이 몸에 상처를 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업적이었다.

       

       물론 레온에게는 다르게 들렸다. 저 말은 아무리 들어도 자신을 비꼬는 말이 아니던가?

       

       있는 힘껏, 전력을 다해서 휘둘렀음에도 고작 생채기라니. 

       팔라딘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까득.

       

       “이 노옴ㅡ! 내 너를 심연으로 보내버릴 것이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레온이 암석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그 달리는 여파만으로 가벼운 눈보라가 몰아칠 정도.

       

       암석 거인의 곁에 서 있던 사냥개가 저도 모르게 움찔할 정도의 기백이 넘실거렸다.

       

       《가만히… 있거라…》

       

        암석 거인은 안절부절못하는 사냥개를 달랜 뒤, 맹렬하게 달려오는 레온을 바라봤다.

       

       그리고 태어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며 생각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인간들을 지옥으로 데려가는 것.

       방해되는 것은? 데려가야 할 인간이 날뛰는 것.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넌… 진다…!》

       

       날뛰지 못하도록 다리를 붙잡으면 된다!

       살짝 부러뜨려서!

       

       태어난 지 일주일 채 되지 않은 머리로 명석한 결론을 도출한 암석 거인이 레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다리가 대지를 진동하며 맹렬하게 쇄도한다.

       마치 산이 두 다리로 일어서서 달려오는 듯한 압박감.

       

       “크아압!”

       

       그에 맞서는 레온이 더욱 힘차게 망치와 할버드를 붙잡았다. 

       

       암석 거인의 굵고 커다란 팔이 레온의 다리를 향해 솟구쳤고.

       신성력으로 불타오르는 망치와 할버드가 암석 거인을 향해 이빨을 꽂으려 할 때.

       

       우뚝.

       

       암석 거인과 레온이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마치 설원의 추위가 그 주변을 그대로 얼려버린 것 같았다.

       

       눈동자도 깜빡이지 않는다. 가만히 숨 쉬는 것을 보며 기절한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뭐, 뭐죠?”

       

       초조하게 지켜보던 조슈아가 중얼거렸다.

       도대체 왜 둘이 동시에 멈췄단 말인가?

       

       “무, 무슨…”

       

       레온의 관자놀이에서 주륵 땀이 흘러내렸다. 설원의 엄동설한보다도 차가운 식은땀이다.

       

       멈추고자 한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압도적으로 초월적인 존재의 단호한 의지가 몸을 멈추게 하였다.

       

       레온의 앞에 서 있던 암석 거인은 어느새 바짝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암석 거인의 사냥개도 냉큼 옆으로 달려와 머리를 낮췄다. 

       

       《경배…하라…! 위대하신 분께서… 우리를… 굽어 보고 계심이니…!》

       

       삐그덕거리던 레온이 퍼뜩 고개를 치켜올렸다.

       망치로 턱을 강하게 맞은 사람처럼, 입이 크게 벌어진 채였다.

       

       밤하늘의 별들은 마치 넓게 흩뿌려진 소금과도 같다.

       그리고 소금 사이에 뿌려진 황금처럼, 유달리 크고 밝게 빛나는 일곱 개의 별이 있었으니.

       

       ‘시, 신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온 세상을 굽어보는 분께서 똑바로,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불타오르듯 이글거리는 눈이 레온을 바라보는 순간.

       턱부터 발가락까지 온몸을 관통하는 영적 충격이 레온을 강타했다.

       

       필멸자의 영혼으로 한없이 거대한 의지를 바라본다 인간의 발가락을 바라보는 개미가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나 거대하여 감히 거대한 의지를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감히 느껴지는 의지의 편린을 더듬어 헤아리자면…

       

       황당함.

       

       “아, 아아…! 여섯 번째 신이시여! 부디, 부디 이 미천하고 어리석은 노부를 벌하소서! 그 영혼을 불태우고 찢어서 개의 먹이로 주소서!”

       

       레온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악마라 삿대질하던 암석 거인이 누구를 모시고 있는 것인지.

       암석 거인이 말하던 위대하신 분이 누구를 말하는 것이었으며.

       그의 짧은 식견과 편견, 오해, 아집 따위로 감히 누구의 종을 억압하였는지.

       

       바짝 엎드린 레온이 바닥을 향해 머리를 내려치려는 듯한 동작을 보였다. 

       일체의 신성력을 두르지 않은 순수한 육체에 형벌을 가하려는 모습.

       

       속죄.

       속죄해야 한다.

       감히 신의 종을 억압하고 삿된 것이라 모욕하였나니.

       

       레온의 머릿속은 속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평생을 신도로 살아왔고, 반평생을 팔라딘으로 살아온 이의 광기 어린 신앙이었다.

        

       있는 힘껏 들어 올린 레온의 머리가 단단한 바닥을 향하여 돌진하였고.

       

       텁.

       

       “…아.”

       

       암석 거인에 의해 제지되었다.

       

       《멈추…거라… 위대하신 분께서는… 너희들의 고통을… 괴로워하시나니…》

       “아… 감사… 합니다.”

       

       주륵.

       

       자신의 종을 억압한 노부마저도 품으시는 자비로움.

       레온의 자글한 눈주름을 따라 뜨거운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

       

       

       

       

       

       “시, 식겁했네…”

       

       바닥에 이마를 찧으려는 레온을 가까스로 멈추고는 식은땀을 닦았다.

       

       손님 데려오라고 시킨 문지기가 왜 이렇게 안 오는가 싶었다. 처음에는 길을 잃었나 싶었는데.

       설마 그 주정뱅이 팔라딘이랑 싸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암석 거인이랑 레온이 싸우는 걸 봤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도대체 왜 싸우고 있던 거지?’

       

       음.

       

       암석 거인이 생긴 게 조금 험악한가?

       

       물론 녀석이 눈도 새빨갛고, 온몸은 검붉은색의 바위에 울퉁불퉁하고, 덩치도 2층 건물에 가까운 사이즈이긴 하지만.

       이 정도 포스는 있어야 지옥의 수문장이라고 할 수 있지.

       

       명색이 지옥의 수문장인데 비리비리하게 생겨서는 써먹을 수가 없으니.

       이 정도는 허용 범위 아닐까?

       

       ‘…좀 무섭게 생기기는 했는데.’

       

       붉은 안광이 줄기줄기 흐르는 눈, 입은 길게 찢어져서 얼굴을 가로로 양분하고 있었고, 그 안에는 이글거리는 불길이 보인다.

       당장이라도 길게 찢어진 입에서 불길을 토할 것 같은 마귀의 그것이다.

       

       물론 암석 거인에게 눈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냥 장식에 불과했다. 

       최대한 무섭게 꾸미고 싶은 마음에 얼굴에 조금 공을 들인 결과다.

       

       아무래도 주정뱅이 팔라딘이 암석 거인의 얼굴 때문에 오해했던 것 같으니, 내 의도가 잘 먹혔다고 볼 수 있겠다.

       

       “미안한 건 알겠으니까, 바닥에 머리 찍는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네…”

       

       할배 뼈 나가요 그러다가…

       

       – “다들 이§리로 오$게나. 어서! 위◆대한 여섯 번째 신&의 종@을 맞이하▶게.”

       

       오해를 해결했는지, 주정뱅이 팔라딘이 몸을 다른 일행을 향해 소리쳤고, 이에 다른 인간들이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시야는 여전히 암석 거인을 향하고 있는 것이, 어지간히 무서운 모양.

       

       아주 흡족하다.

       지옥의 수문장이 친근하고 편하게 느껴지면 되겠는가? 보는 것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느껴져야지.

       

       – 쿵. 쿵. 쿵.

       

       암석 거인이 앞서 걷기 시작하고, 그 뒤를 인간들이 따라 걷는다.

       

       ‘탄탈로스’ 개장 이후 첫 손님 방문이 머지않았다.

       

       

       

       

       

       *****

       

       

       

       

       

       쿵. 쿵. 쿵.

       

       암석 거인이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 옮기는 발걸음을 따라 깊게 발자국이 남았는데, 그 형태를 따라 잠시 불길이 이글거리다 사라졌다.

       

       이글거리는 붉은 안광이며, 길게 찢어진 주둥이 안에는 넘실거리는 불꽃이 혀를 내밀고 있었으니.

       레온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이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하였다.

       

       “저, 저기… 대장? 이거 정말 맞는 거요? 아무리 봐도 심상치 않은데.”

       “나도 동의하네. 내가 감히 팔라딘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 외형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좀… 크흠! 흠, 흠.”

       

       악마 같지 않은가?

       

       라는 뒷말을 가까스로 참아 삼켰다.

       

       부릅뜬 레온의 눈이 무서워서 그런 것이 절대로 아니다.

       

       “나를 믿게. 이… 으음. 이분? 이것…? 하여튼 자네들은 지금 신의 종을 보고 있는 거이니까. 그리고 조슈아!”

       “네, 네엡!”

       “무엇 하나 빼지 말고 꼼꼼하게 적어야 하네! 자네의 책임이 아주 막중해.”

       “네헷! 아, 알겠습니다!”

       

       기합이 바짝 들어간 조슈아의 대답. 동시에 조슈아의 손이 더욱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고, 레온이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쿵. 쿵. 쿵.

       

       한참을 걸어가던 암석 거인은 커다란 바위 앞에서 멈춰 섰다.

       어찌나 커다란지 암석 거인이 살짝 올려봐야 할 정도의 바위였는데, 이를 본 늙은 사냥꾼이 말했다.

       

       “이 바위! 내가 말한 바위가 바로 이것이네! 이 바위를 치우면 동굴이 나오는데, 그 안에 노예 상인을 가뒀었어!”

       

       과연.

       늙은 사냥꾼이 말한 대로, 바위의 주변으로 다가가니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ㅡ….!! 끄아ㅡ…!! ….!!!”

       “죽여ㅈㅡ!! 아아…!! ㅡㅡ!!”

       

       꿀꺽.

       

       실로 살벌한 비명들.

       

       레온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일제히 마른침을 삼켰다. 신의 종인 암석 거인을 굳건하게 믿고 있는 레온만이 태연한 기색이었다.

       

       《너희를… 땅속 가장 깊은 곳… 모든 죄와 업화를 불태우는 땅으로… 데려… 간다…》

       

       쿠구구구ㅡ

       

       암석 거인이 커다란 바위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바위에 세로로 선이 쩍 그어지더니 스스로 몸을 움직여 길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오오…”

       

       사사삭-

       

       일제히 터져 나오는 탄성. 조슈아의 손이 더욱 바삐 움직이며 세세하게 적어 나갔다.

       

       바위가 완전히 몸을 움직이자 성인 서너 명이 넉넉하게 들어갈 법한 공간이 나왔다.

       

       헌데 그 안에는 불빛 하나 존재하지 않았고, 온통 깜깜한 어둠뿐었으니.

       

       일행이 들고 있는 횃불의 빛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막힌 듯, 어둠을 뚫지 못했다.

       무엇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이 인간의 본연적인 공포를 자극했다.

       

       쿠웅- 쿠웅-

       

       《두려워 말고… 따라오라…》

       《컹컹!》

       

       암석 거인이 그 어둠 속으로 불쑥 몸을 집어넣었다.

       

       마치 전혀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듯. 암석 거인의 모습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횃불도 별 소용이 없어 보이는 듯하군. 서로의 몸을 밧줄로 연결하도록 하지. ”

       

       늙은 사냥꾼의 말대로 서로의 몸을 밧줄로 단단히 연결한 뒤, 선두에 선 레온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레온, 사냥꾼, 전사가 차례차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조슈야의 차례.

       

       “흐읍…!”

       

       갈라진 바위를 통과하자 보이지 않는 거품을 통과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물컹하고 쫀득한 장막을 온몸으로 뚫고 가는 듯한 감각.

       

       “다, 다들 거기 계신거죠오?! 아무것도 안 보여서…!”

       …! ㅡ!!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 하나 들리지 않고, 무엇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어둠이 주변을 둘러싸니, 제몸에 대한 감각마저 멀어진다. 둔해진다. 모든 것이 흐릿해진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까만 어둠. 

       

       이것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제 손마저 보이지 않았고, 걷고 있다는 행위조차 묘연하다. 몸의 감각으로부터 분리된다는, 실로 막연하면서도 두려운 경험.

       

       나는 지금 숨을 쉬고 있는 건가? 걷고 있나? 누워 있나? 아니면, 쓰러졌나?

       눈을 깜빡이고 있나? 혓바닥은? 넘어졌다면 팔이 부러졌을까?

       

       “…아! ㅡ슈아! 조슈아!”

       “흐으읍!”

       

       불현듯 크게 숨을 마신 조슈아가 정신을 차려보니, 커다란 문 앞에 서 있었다.

       

       마치 한바탕 묘한 꿈을 꾼 듯한 감각.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서 옷이 축축할 지경이다.

       

       “흐읏…!”

       

       당황한 조슈아가 외투를 좀 더 단단히 감싸고, 레온이 이를 보며 걱정스레 말했다.

       

       “자네 괜찮은가? 다른 이들은 진작에 정신을 차렸는데, 유독 자네의 상태가 좋지 못했어.”

       “아, 아뇨…! 괜찮습니다! 네! 정말로요!”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구만! 그나저나 땀을 엄청 흘렸군! 사내가 그렇게나 기가 허해서 쓰겠나!”

       “아, 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흘린 조슈아.

       

       다행히 다친 곳이나 잃어버린 것 하나 없이 무사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보이는 것은 아득한 어둠에 감싸진 통로뿐이었다.

       

       ‘저기를 지나온 건가…?’

       

       어떻게 걸어왔는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오묘하다.

       희뿌연 꿈을 걸어온 것 같은 감각.

       

       그들을 이곳으로 인도한 암석 거인과 사냥개는 커다란 문 앞에 위치하여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중이었는데.

       암석 거인이 결고 작은 크기가 아니었음에도, 그의 뒤에 위치한 문은 까마득하게 크고 거대하였다.

       

       전체적으로 짙은 검붉은 색을 띠고 있는 문은 무수한 조각들이 새겨져 그 장엄함을 더했는데.

       

       겉에는 꿈틀거리는 팔이며 다리를 감싸는 가시 덩굴이 새겨져 있었고, 불길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얼굴이나 잔뜩 웅크린 악마 따위가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마치 실제로 가져다 문에 박아 놓은 모양새로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았다.

       

       꿈틀.

       

       “흐익!”

       

       …기분 탓인지 새겨진 조각이 약간 움직인 것 같았다.

       

       “오, 오오! 과연, 과연… 이 문양과 장식. 오호. 이것은 심판하는 장면을 그린 것인가? 뿔로 보아서는 악마? 흐음, 흥미롭군.”

       

       다른 이들은 거대한 문의 위엄에 압도되어 움직이지도 못하건만, 레온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문의 곳곳을 살피고 감탄하기 바빴다.

       

       검붉은 지옥 문의 위용과 위엄도 장엄하였지만, 그중 정점은 문의 맨 위.

       거대하고 힘찬 필체로 새겨진 문구.

       

       고대어였다.

       

       레온은 천천히, 그러나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읽었다.

       

       “결여와 고통의 공간으로 오라. 그리고 기뻐하라. 그대에게는 끝없는 절망만이 남았다…”

       “…”

       “…”

       “…”

       

       실로 살벌하기 그지없는 문구.

       조슈아의 다리가 갓 태어난 사슴의 그것처럼 흔들렸다.

       

       일행의 분위기가 단번에 무거워진다. 당연한 것이다.

       저 문구를 듣고도, 저 살벌한 조각을 보고도 들어갈 생각을 한다고?

       

       실로 광인이나 할 법한 발상.

       

       “자, 친구들! 어서 가지! 신께서 우리를 부르고 있으시네!”

       

       그리고 레온은 신앙에 미친 광인이었다.

       

       지옥문을 붙잡고 열으려는 레온의 동작에 일행이 기겁하며 뜯어말렸다.

       

       “노, 노노노땅 대장! 우, 우리 다시 한번만 생각해 봅시다!”

       “이건 좀! 아, 아닌 것 같은데!”

       “이거 놓으시게! 아니, 잠깐! 자네들도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거 아니었나!”

       “이런 살벌한 곳일 줄은 몰랐지!”

       

       거석처럼 묵묵히 서있던 암석 거인이 한 마디 했다.

       

       《그대들은… 위대하신 분께서 초대한… 손님… 두려워말라… 그대들은… 안전하다… 위대하신 분께서… 보장할지니…》

       

       “보게! 안전하다고 하지 않는가?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네!”

       “그, 아무리 그래도…”

       

       손길을 떨쳐낸 레온이 성큼성큼 걸어가서 암석 거인의 앞에 섰다.

       

       “그대여, 위대하신 분의 종 된 분이시여! 우리를 저 문 안쪽으로 보내주시오!”

       

       문지기의 역할은 문을 여는 것.

       암석 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겠다.》

       

       천천히 커다란 팔을 움직이더니 무언가 잡아 끄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쿠그그그그ㅡ….!

       

       지옥문에 새겨진 무수한 팔과 다리가 튀어나와 서로를 붙잡고 움직인다. 덩굴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뱀처럼.

       

       조각이 살아 움직인다.

       비명을 지르는 얼굴과 웅크린 악마는 더욱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조각들이 움직이며 위치를 바꾼다.

       마차에 묶인 노새에게 채찍질을 가하듯, 문에 새겨진 가시 덩쿨 따위가 허공을 수놓으며 꿈틀거린다.

       

       그리하여 지옥의 문이 열린다.

       

       쿠웅ㅡ!

       

       열린 문을 통해 갖가지 소리와 냄새가 느껴진다.

       

       불에 타는 살점의 냄새, 유황과 정체 모를 노릿한 것, 누군가의 바람 새는 비명 소리와 힘없는 단말마.

       

       그리고 보이는 것은.

       끝없는 불길.

       

       “…자, 가자고. 친구들.”

       

       그 압도적인 풍경을 바라보던 레온이 마른침을 삼키더니, 성큼성큼 지옥문을 통과하였다.

       어어 하는 사이에 묶인 줄을 따라 차례대로 끌려가는 일행들.

       

       “으읏…”

       

       조슈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듯 싶더니.

       이윽고 제 발로 걸어서 문을 통과하였고.

       

       쿠웅!

       

       문은 굳게 닫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처님의 은혜…!! 대체 휴무일…!! 실로 달콤하기 그지없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셨는지요!! 조금 넉넉하게 눌러 담았습니다…!! ^^7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지옥의 파수꾼과 문지기는 그에 걸맞는 흉악한 외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리여리하게 생겨서는…!! 지옥이라는 블랙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 ‘연참하겠습니다’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연참…!! 더 많은 연참…!! 연참 대신…!! 조금 넉넉하게 담았습니다…!! 부디 이걸로 참아주세욧…!!!

    – ‘암컷천마’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더욱 분발하여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히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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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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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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