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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9

       “알겠느냐! 다신 그런 일 하지 말거라!”

       

       한참 동안이나 잔소리를 한 끝에 바루가 내게 확인을 구했지만 난 거기에 확언을 돌려줄 수 없었다.

       

       오기가 생겨버렸거든.

       

       마음에 안 들지 않느냐.

       

       세상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본인이 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겠다는데 그것을 꾸역꾸역 백색으로 만드는 것이.

       

       “민가야? 어찌하여 대답하지 않으냐.”

       “…”

       “설마 네 의지로 세상을 부수겠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느냐?”

       

       같이 한 세월이 그리 길지도 않거늘 본인의 생각을 척척 알아맞히는 구나.

       

       신령의 지혜가 확실히 드높기는 해.

       

       본인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은근한 웃음을 짓자 바루가 기함을 했다.

       

       “멈춰라! 이 정신 나간 것아!”

       

       정신 나간 것이라니.

       

       말이 순하군.

       

       그보다 더한 욕설을 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만.

       

       어찌할 줄을 몰라하며 내게 버럭대는 바루의 모습을 본 백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바루의 어깨를 붙잡았다.

       

       “바루. 별 상관없지 않아요? 어차피 세상의 규율이라는 게 부수고 싶다고 부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백주. 그대는 모른다. 이 자가 얼마나 상식에서 벗어난 녀석인지를.”

       “왜요?”

       “이 놈은 자기를 가로 막는다고 선계문을 박살낸 녀석이다.”

       “…선계문을요?!”

       

       바루의 이야기를 듣고서 백주가 나를 바라본다.

       

       그 눈은 얼핏 보더라도 정신 나간 년을 보는 듯한 경악스러운 눈이었다.

       

       “미치셨어요?!”

       “사람이 지나다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문이거늘. 고장나 길을 가로 막으면 부서야하지 않겠나.”

       “선계 문이 단순한 문이 아니잖아요오오!”

       

       – ㅋㅋㅋㅋ

        – 그 나무문이 대단한 거긴 했나보네.

        – 그 때 신선들 표정 보면 알잖아.

        – 그거 다시 보고 싶네. 편집자 뭐하냐. 일해라!

       

       선계문을 부순 일화를 통해 무언가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걸까.

       

       백주도 바루에게 합류해 같이 나를 만류했지만 본인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본인은 말이다.

       

       더 이상 본인의 위에 하늘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본인의 앞을 가로막는 벽을 부수고 부수고 또 다시 부순 끝에 아무것도 없는 공터가 나와 버렸거든.

       

       무림의 절대자가 되고 나서 수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본인은 새로운 벽이 나타나리라 믿고 헤맸지만 그 어떤 것도 마주하지 못했다.

       

       아직 새로운 벽을 볼 수 없을 만큼 경지가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더 이상 나를 가로막을 벽이 없는 게 아닐까.

       

       이미 넘어서야 할 모든 걸 넘어섰기에 남은 게 없지 않을까.

       

       본인은 이미 끝에 도달했음에도 끝을 찾아 방황하는 멍청한 여행자인 것이 아닐까.

       

       그 누구도 내게 답을 내어주지 못했다.

       

       대륙의 삼존은 본인의 아래에 짓밟혀 본인을 뛰어넘고자 발악하는 하수일 뿐이었으며,

       

       신선이라는 것들은 본인 하나를 처리하지 못해 굴복하고만 약자들이었고,

       

       무림맹도, 사파도, 혈교도,

       

       무림의 어느 하나 본인보다 드높은 자가 없었으니 답을 내어줄 수 있는 이가 존재할 리 없었다.

       

       본인이 방황의 끝에 얻은 것은 허무함이었다.

       

       더 이상 오를 것이 없어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단 사실을 느끼며 얻은 허무함 말이다.

       

       이전에 그 백호가 본인을 현대로 보내주겠다 했을 적에 바로 수긍했던 이유도 이런 사유에서 출발했다.

       

       본인이 이 무림에서 더 이상 올라설 것이 없다면 무림에 굳이 있을 이유가 없다 생각했으니까.

       

       허나 본인은 방금 전에 보았다.

       

       넘어설 것을.

       

       본인의 의지를 짓누르는 것을.

       

       넘어서야 할 벽을.

       

       아직은 본인이 지닌 깨달음이 드높지 못하기에 그 벽의 모습은 희미하고 멀 뿐이었지만 분명 그것은 벽이었다.

       

       어찌 포기하겠느냐.

       

       여태까지 본인이 찾아 헤매던 것을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는데.

       

       물론 이는 본인의 허상일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갈구한 끝에 마주하게 된 신기루일 가능성이 더 높겠지.

       

       그럼 무어 어떠냐.

       

       본인에게 중요한 것은 본인이 나아가야 할 목표가 생겼다는 것.

       

       오롯이 그 뿐이다.

       

       제일 궁금한 것은 이게 게임 속에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이다마는 우선 그 전에 한 번 더 벽을 확인해 보자꾸나.

       

       다시금 기운을 내어 허공에 그림을 그린다.

       

       이번에는 방금 전처럼 세상에 박아 넣으려드는 그림은 아니었다.

       

       바루가 그렸던 것처럼 가벼운 산들바람의 그림이었다.

       

       또 다시 폭풍을 불러일으키려 한다면 바루에게 한소리를 들을 게 분명하지 않으냐.

       

       가벼이 그려낸 그림이 완성해 세상에 놓아준 후 본인은 그를 구경했다.

       

       이 또한 본래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도다.

       

       자연스럽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손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에 세상은 어찌 반응할 것인가. 이전처럼 없어질 것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바람이 불어왔다. 봄날에 꽃잎을 스치는 것처럼 가벼운 바람이.

       

       “허?”

       

       무어냐. 어찌하여 도술이 펼쳐지는 것인가.

       

       본인은 자연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대의 아래에 순종하려 하지 않았다.

       

       본인은 본인으로써 남아 그대의 반응을 지켜보려 했다.

       

       그런데 어찌 세상이 본인의 뜻을 들어주는 것인가.

       

       그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 미간을 찌푸리다 바루와 백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나 그들도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민가야. 방금 전에 도술을 쓴 게냐?”

       “그래.”

       “인간으로써 남은 채 도술을 썼다고?”

       “보시다시피. 짐작가는 부분이 있나?”

       “…아니. 전혀. 백주야. 너는.”

       “저도 모르겠어요. 도술에 관해 어지간한 건 다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이 분 때문에 제 상식이 무너지는 느낌이네요.”

       

       혹여 우연의 일치일까 싶어 다시금 바람을 그려내었더니 이번에도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본인이 그려낸 도가 세상의 일부가 되어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이해하기가 어렵군.

       

       어찌하여 이전과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 건가.

       

       – 세상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거 줄 테니까 부수지 말아주세요]

       

       – 아 ㅋㅋ 너 무섭다고. 이거 먹고 꺼지라고.

       – 여기서도 삥 뜯으시네.

        – 천마님이 달라면 줘야지.

       

       흐음. 설득력이 있군.

       

       타협하자는 것인가?

       

       도술을 사용하게 해줄 터이니 자신을 향해 도전하지 말라는 것이야?

       

       그렇다면 그대는 상대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본인이 도술을 사용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취미의 일환일 뿐.

       

       이를 얻었다 하여 무인으로써 도전할 목표를 포기할 성 싶더냐.

       

       “바루야. 백주. 혹여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거라.”

       “네?”

       “흠? 민가야. 무슨 짓을 하려 그러는 것이냐.”

       “선전포고를 해야 겠다.”

       “허?”

       “선전포고요? 어디에요?”

       “나를 가로 막으려 드는 것에게.”

       

       본인을 잘못알고 있다면 잘 알게 만들어 줘야지.

       

       어차피 이 몸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하는 몸이다.

       

       이미 쏘아져 날아가고 있는 탄환인 셈이지.

       

       그러니 만큼 사용을 하는 데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다.

       

       진기를 터트려 본인의 몸 안에 차오르는 신공에 그를 더한다.

       

       무작정 크기를 키우고 또 다시 키우니 그는 게임 속 몸의 그릇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한 내기의 파도가 되었으니.

       

       그를 다룸에 따라 본인의 몸이 조금씩 무너져 내려갔다.

       

       허나 본인은 그 현상을 도외시한 채 오롯이 기운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만 집중을 했다.

       

       어디 한 번 이것도 지워보라는 것처럼.

       

       “이 분이랑 같이 있으면 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모자랄 것 같네요!”

       “백주! 그딴 소리 할 시간이 있으면 빨리 도술을 펼쳐라!”

       

       자아. 어찌할 것이냐.

       

       이것도 그대로 실현을 시켜줄 것이냐?

       

       본인이 처음에 펼쳤던 것은 없앴으면서 이는 실현시킨다면 내 그대가 본인에게 머리 숙이는 체 한다고 판단을 내리겠다.

       

       선택하라.

       

       그렇게 본인의 기운을 놓아 주었더니 이번에는 다른 기운들이 반응해 본인의 기운을 위협했다.

       

       흐음. 가벼운 현상 정도는 괜찮지만 세상의 위협을 가져다 줄 것은 배제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아직 본인이 도달한 도술의 경지가 모자라다는 것인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결국에 중요한 것은 그대가 본인의 의지를 억누를 수 있는 벽이라는 것이지.

       

       게임 속의 육신으로는 그대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한계인 듯하니.

       

       다음에는 현실에서 마주하도록 하마. 부디 거기에도 있기를 바라겠다.

       

       나는 속으로 그리 이야기를 하며 머리를 흩날리는 강풍과 함께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

       

       그 뒤로는 여러모로 난리였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니 바루와 백주가 함께 와서는 잔소리를 퍼부어 댔고,

       

       시청자들은 곤욕을 치르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본인을 놀리기 바빴지.

       

       어쨌든 간에 기본적인 도술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니 결과는 좋은 것 아니냐 이야기하며 방송을 종료한 후.

       

       VR기기에서 빠져나온 본인은 옷장에서 주섬주섬 옷을 꺼내어 입었다.

       

       달이 중천에 떠오른 지금은 외출을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다만 급히 확인을 해야 할 것이 있어서 말이다.

       

       여느 때처럼 운동복 바지와 모자가 달린 옷을 걸친 나는 스마트폰을 열어서 적당한 곳을 탐색했다.

       

       화룡무인 속 본인이 목숨을 탄환삼아 혈도를 누르고 진기를 터트려 현상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래봐야 나약한 육신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발악을 한 것 뿐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의 본인은 다르다.

       

       그 곳에서 목숨을 걸어야 일으킬 수 있는 일들이 현실의 본인에게는 숨쉬듯 펼칠 수 있는 일에 불과하니.

       

       지금의 본인이 온 힘을 다하야 세상에 족적을 남기려 든다면,

       

       그리고 그것을 세상이 가로막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펼쳐지겠는가.

       

       바루가 이야기하길 화룡무인 속 본인이 펼치려 했던 게 그대로 이루어졌다면 산이 날아갈 뻔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실의 본인은 어떻겠는가.

       

       재앙이 일어나겠지.

       

       그러니 혹여나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이 많은 도심에서 일을 벌일 순 없다.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별 관심은 없다만 그 때문에 화제가 되면 일이 귀찮아 지니 말이다.

       

       본인은 나름대로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라 굳이 세상의 적을 자처하고 싶지 않다.

       

       인터넷 세상을 뒤져가며 적당한 장소를 탐색하던 나는 바다 너머에 아무도 살지 않은 돌섬을 하나 발견했다.

       

       너무도 험하여 사람이 살 수가 없고 가끔 가다 낮에 관광객이 방문하는 장소라.

       

       흐음. 이런 곳이라면 무슨 재앙이 일어나더라도 크게 화제가 되진 않겠지?

       

       그 곳의 위치를 확인한 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그 위에서 허공을 밟았다.

       

       자아. 본인을 가로막는 벽을 확인하러 가보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크리슴님! 23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계속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을 쓰는 작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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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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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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