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9

        

         “이 정도면… 그래도 완전 괜찮지 않나?”

         

         후속 명령을 내려주던가, 아니면 프로그램 목적을 새로이 업데이트 해달라며 애타게 호스트를 찾는 좀비 컴퓨터들을 지금대로만 해도 충분하다고 다독여서 돌려보내며 생각했다.

         

         정렬된 신호 목록을 보면 얼추 300에서 400사이의 감염기기가 지표면을 우글거리는 모양인데, 이걸 전부 일일이 내가 조종하려고 하느니 차라리 알아서 하라고 자습시키는 게 맞다. 응.

         필시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텐데 연산 능력에 여유를 두는 게 잘못된 판단일 리가 있나.

         

         아, 그래도 드레드노트들의 제어권을 넘겨받는 건 잊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첫 해킹 공격에도 못 빼돌렸던 녀석들이 이렇게 내 품으로 쏘옥 들어왔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걸 자유롭게 풀어놨다간 진짜 지하에 생매장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게 좀 무서워서.

         

         누가 뭐라 하더라도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선 전략 병기의 고삐를 확실하게 쥐고 있어야겠지.

         

         팅!! 탕탕!!!

         

         “큭!? 그러게 비장의 수단이 있다면 진작 좀 얘기해달라 하지 않았나!”

         

         비스듬하게 날아들어. 모니터 옆면에 도탄된 탄환에 몸을 뒤로 뺐다가, 자신이 물러서면 적들이 방 안으로 우르르 진입할 수도 있다는 걸 자각한 레오나르가 위협 사격을 가하며 삐딱하게 외쳤다.

         

         마치 내가 따로 준비한 게 있었으면서 굳이 자신에게까지 감출 이유가 존재했냐는 것처럼.

         

         사실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어서 그간 바이러스를 살포하는 형태의 능력 발현은 최대한 자제했던 건데, 결국 긴급 상황이 닥치면 이것저것 재기 힘들었다는 결과물이 이거인 셈이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했기에 망정이지, 나라고 여기까지 예상해면서 포석을 까는 게 아니거늘…. 야! 레오나르 너 인마 그거 애먼 가스라이팅이야!

         

         “나도 이렇게 아다리가 맞아 떨어질 줄은 몰랐다니까?! 그리고 로봇 군단은 몰라도 다른 침입자 쪽은 짐작가는 게 없는데, 혹시 네가 부른 지원군 아냐?”

         

         “오히려 네 쪽에 짐작가는 맹견이 있지 않나? 난 그렇게 외부인을 더 끌어들일 여유나 신뢰가 없었다. 마켓 쪽 부하들은 이런 일에 엮이면 입장적으로 곤란한만큼 아예 알리지도 않았고!”

         

         덜컹, 파츠츳!!

         고 잠깐 우리끼리 떠드는 사이에 또 빈틈이 생겼다고 여겼는지 은근슬쩍 아른거리는 그림자를 내비치는 엑사테크 병력을 견제하고자 능력을 발동.

         

         복도에 있는 각종 방위 설비들, 대충 작은 건 소형 다목적 드론이나 방범 셔터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엑사테크답게 꼼꼼히 설치한 미니 터렛과 고압 전기장까지.

         

         적절하게 사용할 기회를 못 얻고 있는 저들 대신 손에 잡히는 대로, 연결된 시스템이 뻗어 나가는 대로 전부 아낌없이 켜버렸더니 ‘씨발’ 이라던가. ‘썅’, ‘개수작을’ 등등 온갖 극찬이 들려왔다.

         

         역시 남의 장비를… 그것도 손에 쥔 상태로 언제 사용할까 고민하듯 만지작거리고 있는 걸 빼앗아 쓰는 맛이 각별하다. 음.

         이게 참 뜻밖의 형태로나마 실전을 겪을수록 게임적 제약이 없는 해킹 초능력은 악랄하기 짝이 없게 활용 가능하다는 게 체감된단 말이지.

         

         이쪽 업계 사람들이 툭하면 본격적인 범죄자의 길로 빠지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무려 경찰 경력까지 있는, 나처럼 준법 의식이 투철한 시민도 나쁜 짓-불장난-에 맛들일 위기감이 느껴지는데 엘리트 직장인들은 어떻게 참고 공직에 합격했나 몰라.

         

         응? 그런 사람이 왜 엑사테크 시설을 테러하다 잡혀왔냐고?

         ………닥쳐. 다 레오나르 탓이니까. 아무튼 그가 꼬드겼으니, 여러 부차적 사고에 대한 책임도 고용주가 지는 게 맞잖아.

         

         다는 아니고 일부라도!

         

         “그래서, 지상 화력은 외려 그대가 압도하고 있다고?”

         

         “…미안한데, 가급적 ’우리’라고 표현해 줄래? 왠지 이 모든 범법 행위에 대한 책임 전가를 받는 느낌이라 머리가 아파질라 하거든.”

         

         딴에는 꽤 진지하게 정정한 내용이거늘.

         내 대답의 어느 부분이 기꺼웠는지는 몰라도 낮은 웃음을 흘린 레오나르가 행동 방침을 확정 지어주었다.

         

         “이 교반실에서 가장 가까운 지상 출입구인 E-07로 향하는 길에 마침 소장실을 포함한 상임 연구원 숙소가 있지. 거기는 가는 도중에 잠시 들리면 되겠고… 그대는 출입구를 확보에 주력, 나는 기존 드로이드 부대를 이쪽으로 불러들이며 길을 뚫지. 따로 이견 있나?”

         

         “저어어언혀 없어. 언제쯤 돌아가자고 할까 기대하고 있었으면 모를까!”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그가 아직 원래 목적에 대한 미련이 남았는지, 아니면 무사히 탈출할 수만 있어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하여간 시설 병력이 많이 빠진 건 틀림없는 사실.

         순수 드로이드만이 아니라 무장한 전투원을 포함한 예비대까지 소진되고 잡아 먹히고 하는 와중이니 속된 표현으로 슬슬 저들도 ‘뒷심이 후달린다’ 해도 좋으리라.

         

         그렇다면 돌파력을 확보해서 치고 나갈 수만 있다면 단 둘이서 이런 막다른 구석에 몰렸던 것치곤 의외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거고.

         

         으드득!

         

         즉석 탄도 방패(Ballistic Shield) 겸 엄폐물로 삼을 요량인지 여러 차례의 실탄 사격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색만 겨우 벗겨진 의료 기기의 넓적한 부분을 레오나르가 가차없이 뜯어냈다.

         

         주렁주렁 늘어진 전선이나 쪼개진 연결부는 보기엔 흉했지만 더할 나위없이 든든했다.

         거 미친 팔 힘도 좋지. 나중에 물어봐서 시판하는 부품이면 혹시 제로한테도 호환되는지 확인해야겠네.

         

         “”…….””

         

         움직일 준비는 됐냐는 뜻을 담아, 이쪽을 향해 살짝 모니터를 까딱여 보이는 그에게 고개를 마주 끄덕여주고 나 또한 저린 다리를 주무르며 권총을 뽑아 들었다.

         

         관대하게도 그가 최전방을 담당해줄 요량인 걸로 보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적진 한복판, 최대한 살금살금 뒤따라가더라도 눈먼 총알에 피격당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허면 어떡해야 조금이라도 우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느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독한 마음 품고 더럽게 악랄한 방식으로 두들겨 패야지.

         

         쿠궁!

         

         “!? 이런 씹! 발!!”

         “전방 주시, 아니 일제 사격!!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

         

         레오나르가 타일을 거의 산산조각 낼 수준의 각력을 실어 단번에 뛰쳐나오자, 내려간 셔터나 각양각색 무인 시스템으로 인해 교란되었던 전선을 가다듬느라 부서진 잔해물을 치우고 있던 병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아무리 댁들 안방이라지만 너무 안일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계신 게 아닐런지.

         

         직, 지직. 지지지지지직—!!

         과연 엑사테크. 공학 신봉자의 성지답게 아주 어마무시한 출력의 발전기를 쓰고 있던 덕분에 전기를 있는 대로 다 당겨와도 여유가 있었다.

         

         물론 무리한 과전압으로 인해 시설 내부 회로는 모조리 걸레짝이 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내 부동산이 아닌 걸?

         

         응축된 하얀 섬광, 벽면을 내달리는 푸른 전류.

         눈부신 백야 현상이 병사들을 집어삼키기 직전 발사된 총알 세례는 호쾌하게 휘둘러진 방패(아님)에 전부 튕겨져 나갔고, 그들은 말 그대로 튀겨졌다.

         

         “긋…….”

         “….”

         

         복도 가득 들어차 있던 적 병사들이 일제히 지면에 널브러진다. 화약 무기의 냄새와는 다른 매캐하고 아찔한 악취는 덤으로 피어올랐고.

         

         왜 그 유명한 만화나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를 보면 감전 당하는 악당들은 신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나?

         하지만 현실에서 초고압 전류에 노출된 사람으로부터 그런 눈에 띄는 리액션을 기대하는 건 상당히 잔인한 처사라는 걸 다들 아는지 모르겠다.

         

         그저 일순간의 경직 후, 소름끼치게도 픽 쓰러지고 나면 그걸로 영원히 끝.

         다시는 못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찰나의 대처 실패로 내장 기관이 몽땅 익어버린 저건 더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니까. 인간이었던 단백질에 가까웠지.

         

         “……흠, 꽤 깔끔하군. 정밀한 컨트롤엔 자신이 있어서 저지른 거라고 믿지.”

         “거 참 실례네! 댁 바로 뒤에 저도 붙어있거든요!?”

         

         눈앞을 스친 즉사 파동에 질겁한 그가 쓴소리를 던졌으나 나도 나름 확신이 있어서 지른 공격이다. 시설 인테리어 기본 소재가 절연체이기도 했고, 주요 전달체인 감전 코일이 저들 사이에만 있었으니까.

         

         탁, 내밀어진 그의 손을 붙잡고 한층 밀도를 늘린 잔해를 뛰어넘는다.

         

         그리곤 달린다.

         계속 달린다. 거의 막힘없이 질주한다 해도 좋았다.

         

         중간중간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병력들은 장애는커녕 발 묶기조차 되지 못해서 되려 내 저질스러운 체력과 호흡을 조절해야 할 지경이었다. 힘들어 죽겠네 진짜!

         

         제대로 된 소대나 분대가 아니라 하나나 둘 정도의 경비병은, 가벼운 사격으로 견제한 다음 달려나간 레오나르의 주먹질에 맞아 그대로 신체가 폭발-예전 저거노트 개조를 받았던 오멘 이래로 저런 건 처음 봤다-해버려서. 으웩.

         

         그가 계속 하운드로이드와 드론 부대의 전과를 알려주는 건 아니었지만, 지상과 이쪽 사이 층에서 돌아가는 전황이 썩 나쁘지 않은 듯 우리의 순조로운 진격은 무려 승강기 앞까지 이어졌으니.

         

         “좋다. 일이 부드럽게(Smooth) 풀리는군. 이 코너만 돌면 중앙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아나스타샤, 그대는 쭉 타고 확보된 지상층까지 올라가면 된다.”

         

         “흡… 헥! 흐헥? 나만??”

         

         “아까 말했던 대로, 난 중간에 내려서 잔존 병력을 이끌고 숙소 쪽을 살펴본 다음 가겠…!!”

         

         경쾌한 흐름을 끊듯 갑자기.

         모서리 코앞에서 뒤로 뻗어진 그의 팔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내 어깨를 잡아 멈췄다. 어찌나 급했는지 다른 팔은 벽에 손가락을 박아 넣으면서까지 제동을 걸었고.

         

         솔직히 말해서 탁월한 판단이었다.

         요란하게 통로를 달려온 우리를 눈치챈 한 무더기의 병사들, 승강기 외에는 지킬만한 별 시설도 없는 지하 로비에 뜬금없이 저지선이 펼쳐져 있었기에.

         

         드가가갓!!

         

         “엘렉트라, 깁슨…!!”

         

         “므, 뭐? 걔들이 아직도 여기 아래에 있다고?”

         

         한창 바닥에 불똥이 튀는 와중에 겁도 없이 머리를.

         정확히는 모니터에 달린 카메라만 슬쩍 내밀어 시야각을 바꾸는 재주를 선보인 레오나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정말이다. 순수하게 소요 시간만 따지면 내 작업에 걸린 몇 분을 제외하고는 지체없이 쫓아온 셈이니 이렇게 다시 마주칠 법도 했다.

         

         거기에 ‘여태 엘리베이터도 안 타고 뭘 하고 있었대.’ 라고 황망해하려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방에서 나오기 전에, 엿이나 먹으라는 감사를 담아 네트워크에 연결된 시설물을 보이는 족족 마비시켰구나 참.

         

         “자리를 지켜라! 놈들이 이쪽으로 나올 엄두도 못 내게 계속 퍼부어!!”

         “씨발. 그러게 차라리 계단으로 가는 게 나을 거라고 말했잖나!?”

         “……………안 돼. 난 절대로. 그이를 포기 못해.”

         

         시끌시끌한 노호성과 강압적인 명령에 뒤섞여 일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막에 직통으로 꽂혔다고 해도 되겠다. 신경질적인 남자가 한 명, 여전히 귀곡성에 가까운 독백을 일삼는 여자가 하나.

         

         그에 따라, 본래라면 간략한 수색 작업… 사실 나한테만 그런 식으로 둘러대 놓고 레오나르가 개인적으로 잡아죽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긴 한데.

         

         아무튼 복수를 다음 기회로 미루려던 그의 눈이 뒤집어진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였다.

         

         “양보할 계획은 정말 없었지만 아까처럼 저들을. 아, 정확히는 그대와 면식이 있는 엘렉트라라도 죽일 수 있겠나? 이대로 놓치기엔 내 속이 뒤틀려서 도저히 참기가 힘들군.”

         

         “어…….”

         

         아무래도 상세한 무장이나 탄종도 모르는 채 전열을 갖춘 군세를 향해 육탄전을 벌이기엔 꽤 부담이 됐는지, 양보한다는 농담까지 두드려가며 그가 방법을 물어왔다.

         

         죽여? 내가 직접 엘렉트라를?

         

         그야 그녀는 보통이 아닌 또라이인 만큼 요직에 살아있으면 어떤 정신 나가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복수를 꾀할지 모르니 가능하면 처리하는 게 맞다.

         세상에 불필요한 살생과 필수불가결한 살인이 있다면 이 경우는 틀림없이 후자기도 하고.

         

         나를 무슨 실험체로 써먹겠다 호언장담을 했으니, 지명수배도 안 이루어졌을 것이고 공식적인 입출입 기록도 없을 터. 분명 엘렉트라와 저 깁슨인지 깁스인지 하는 뭐시깽이만 침묵시킬 수 있다면 나머진 또 예의 도시 공공설비 조작으로 무마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범인이 현장에 돌아오는 것 마냥 따로 위험을 감수할 필요조차 없다. 이미 실험실 컴퓨터를 활용해서 접근 가능했던 DB를 대부분 작살내 놨으니까.

         

         다만 내가 즉답을 망설인 이유는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수단이 애매해서 그랬다.

         

         자고로 넓은 공간이 있는 로비라 하면 그에 걸맞은 무장 설비도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내 인식 범위에 잡히는 것이라곤 쓸데없는 카메라 무더기뿐.

         

         씁, 네트워크 연결 유지에 소모하는 칼로리와 기력이 아까울 지경이다.

         

         드로이드 부대는… 그게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 애당초 레오나르가 이쪽에 방법이 있는지 묻지도 않았겠지. 기각!

         

         결국 내 공격 수단은 굉장히 한정적.

         갑자기 신의 사격 실력을 깨우쳐서 권총만 내민 다음 헤드샷을 날릴 게 아니라면, 물리적 수단을 포기하고 또 전자 공격에 의존해야 한다.

         

         천천히 눈을 감고 어마어마한 두께의 신경다발을 연상한다.

         줄기 하나하나가 내가 뻗어 나갈 수 있는 통로이자 진격로인 셈. 네비게이션 없는 허브(Hub)에서 길을 찾듯 표지판을 더듬는다.

         

         얘들아, 좀비 컴퓨터들아 너희들 찾는 거 아니니까 제발 가만히 있으렴.

         드레드노트로 땅을 파서 언제 지하 50미터를 내려오겠다고 지금 헛소리…를?

         

         “아……?”

         

         이상한 구멍을 찾았다. 여지까지 이런 적이 없었던 터라 눈치채는 게 좀 늦었다.

         

         내가 만든 게 아니라 타인이 공사했고, 한 박자 늦게 내 수중으로 떨어졌던 좁은 균열.

         한참 전에 엘렉트라가 내 무의식을 유도하기 위해 뇌파 교반기를 써서 뚫은 미약한 강줄기가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걸 잘만 쓰면… 피해자에게 가혹할 정도로 쉽게 결판을 지을 수 있다. 아마도.

         단지 조심해야 하는 건 남의 머리에 함부로 들어갈 때 겪을지도 모르는 심상 혼합.

         

         바이러스만 퉤! 뱉어서 승부를 내면 좋겠지만 이 말라붙은 흐름을 타고 코드가 똑바로 전달될지, 의도한 효과는 발휘할지 의심스러웠다.

         

         직접 커넥션을 강고히 다진 다음 터트리는 게 가장 확실하다.

         

         ‘아이씨! 이걸 확 질러버려?! 성공하면 분명 골칫거리가 확 줄어 들긴 할 텐데.’

         

         구체적으로는 반 동강나겠지.

         고민, 그리고 고뇌.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위험 부담은 터무니없이 작아 보였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건 자칫 엘렉트라의 비틀리고 역겨운 마음과 기억을 내가 조금 봐야 한다는 것 정도? 솔직히 그쯤은 참아줄 만하다고 여겼다.

         

         “하, 잠깐만 기다려 봐. 정신 좀 집중할 테니까… 그동안 잘 좀 지켜줘.”

         “얼마든지. 내 머리가 깨져도 막아주지.”

         

         그래서 저질렀다. 잘못되어봐야 얼마나 크게 엇나가겠냐는 가벼운 각오로.

         

         

         

         자, 여기서 문제.

         통로(Path)라는 건 언제나 양방향 연결. 심상 세계에서 그녀와 내 고집이 충돌했던 사례만 봐도 아주 명백하다.

         

         더군다나 그 유명한 니체가 말하길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라 하지 않았던가?

         

         허면 심연이 몸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작디작은 인간을 굽어본다면, 가련한 존재는 대체 어떤 규모의 재난을 겪게 되는 것일까?

         

         예전 헬레나와의 의식 접촉이 온건하고 배려 넘치는 융합에 가까운 평화 현상이었다면, 가혹한 마음을 먹은 내 침범은 무엇에 비교해야 할지 난 생각조차 않았다. 엘렉트라는 타도해야 할 대상이니 구태여 따지지 않았다.

         

         한 세계가 다른 세계를 짓뭉개며 내려앉는 그건.

         총질이나 감전사보다 훨씬 잔인한 운명을 더듬게 만든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고만 말해 두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근.

    아니, 이걸 연참도 애매하게 실패하고 세이브도 못 만들다니???
    크아아아아악.

    에헤이대략난감 님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아나스타샤의 귀여움(얼빠짐)에 매료되셨다고 믿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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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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