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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9

   백양단.

     

   제국의 3황녀 시그린 에파니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단이다.

     

   본래는 그렇게 제국파로만 이루어졌어야 할 백양단이나.

   현재의 백양단은 마냥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백양단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하아암, 이제 됐으니 크라슈나 찾으러 가고 싶은데.”

     

   제일 먼저 백양단의 일원 중 가장 거대한 체구의 남성.

   프레아의 아이, 아르숄더 프레아.

     

   창공의 세대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 중 한 명인 그는 하품을 쩌억 내뱉으며 협조 의사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윽, 아르숄더, 네놈 또 양치도 하지 않은 게지. 이 더러운 놈! 당장 나가라! 네놈이랑 매번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걸 못 견디겠다!”

     

   그리고 그에게서 질색하며 거리를 확 둔 남자가 물티슈를 꺼내어 코를 가렸다.

   머리를 제외하면 몸 전체를 꽁꽁 싸맨 결벽증의 사내부터.

     

   “또또, 시그린 님, 얘들 또 싸워요. 그냥 다 내보내 버리고 저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아르숄더와는 정반대로 작은 체구의 소년은 언뜻 소녀처럼 보이기도 해 자신의 귀여움을 과시하듯 웃었다.

     

   “와아, 저기 지나가는 애, 예쁘다. 내 스타일이야.”

     

   거기에 교실 밖의 지나가는 여학생을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이도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천박한 웃음을 지은 사내는 시그린 쪽을 보며 자연스레 도발적인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눈을 안대로 가린 사내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으나 그의 주위에는 기묘한 모양의 구체들이 둥둥 떠다녔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죽이지 못해 난리였다.

     

   시그린이 창공의 세대를 적극적으로 모은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시그린에게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건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은 있으나 사람을 이끄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여기에 있는 이들은 서로 뭉칠 줄을 몰랐다.

     

   서로가 최고라고 잘난 듯 행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곳에서 누가 리더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거기까지 해요.”

     

   쇼파에 기대어 앉아 있던 시그린의 목소리가 이어진 순간 교실의 반응이 변했다.

   아까까지 혼잡하던 분위기가 단번에 사라진 것이다.

     

   “메이리.”

     

   시그린은 자신의 곁에 서 있던 백양단의 서기 메이리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는 시그린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보고를 올렸다.

     

   “지금 사자단은 이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저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서기 메이리의 주특기는 감지계.

   창공의 세대 중에서도 가장 넓은 범위의 감지 기술을 지닌 그녀는 사자단의 행동도 바로 눈치챘다.

     

   “인마단과 거해단은요.”

   “방금 막 토이와 타이에게 사자단의 움직임을 전해두라 일러두었습니다.”

     

   시그린의 부하 쌍둥이인 백사, 토이 포포아와 흑사 타이 포포아는 각자 인마단과 거해단 쪽에 가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보고하기 위함이었다.

     

   메이리의 능숙한 일 처리에 시그린은 만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들었죠.”

     

   지난 기간 동안 시그린은 창공의 세대를 나름대로 훈련 시켜 다뤄보려 했었다.

   그러나 개성이 강한 이들을 다루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시그린은 결론을 내렸다.

   개성 강한 이들을 뭉치게 하는 것보다야 차라리 각자가 제일 잘하는 걸 하게 하자고 말이다.

     

   “적어도 백양단의 이름을 먹칠할 이들은 없을 거로 생각해요.”

     

   시그린은 그들이 뭉치지 않더라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개개인의 전력이 남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 창공의 세대였으니까.

     

   “사자단을 섬멸하세요.”

     

   패배 하나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교실의 문을 덜컹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창을 쥔 한 남성이 서 있었다.

     

   늘 진지하던 그의 눈빛은 예전과는 다르게 이채가 많이 사라졌었다.

   대신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류만큼은 1기생들 못지않게 날이 벼려져 있었다.

     

   글렌 다이아나.

   전 신창, 메리 다이아나의 사촌 동생인 이였다.

     

   “글렌, 당신도 포함해서요.”

   “예, 시그린 님.”

     

   시그린의 말을 들은 글렌이 시그린의 명을 받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두고 시그린이 지나쳤다.

     

   사자단과의 전면전이다.

     

   ‘다른 건 몰라도.’

     

   샬롯 발하임.

   크라슈 발하임.

     

   두 남매만큼은 이번에 반드시 꺾어야만 한다.

   시그린의 푸른 눈빛이 스산히 빛나는 순간이었다.

     

     

   * * *

     

     

   백양단의 건물은 무학과 진형 서쪽에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백양단의 건물 쪽에 도착한 크라슈 네는 몸을 숨기고 있었다.

     

   백양단에는 감지계 스페셜 리스트인 메이리가 있다.

   그녀는 후에 최흉의 발생조차 감지할 만큼 감지계 쪽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사자단 쪽도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쪽 동선을 들켜서 좋을 건 없으니까.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내 마법이라도 무조건 들킬 거야.”

     

   현재 사자단은 아슬란의 마법을 이용해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아슬란의 마법도 여기까지였다.

     

   백양단 건물까지 대략 300m.

     

   꽤나 거리가 있음에도 메이리의 감지 능력은 아슬란의 마법조차 꿰뚫을 수준이었다.

     

   “백양단의 주요 머리는 메이리입니다. 뛰어난 감지 능력과 빠른 정보 전달로 백양단을 움직이게 하는 주요 요소죠.”

     

   스타론 재상의 아들, 델론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메이리의 역할을 알렸다.

     

   “다른 이들보다 그녀를 제거하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될 겁니다.

   백양단은 메이리에게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으니까요.

   뛰어난 이들이 많지만 뭉치지 못하는 백양단 특성상 그녀의 존재는 어쩌면 시그린 에파니아, 그 이상입니다.”

     

   메이리를 제거하면 백양단은 지휘 체계를 잃는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창공의 세대에 속할 놈들의 전력이 줄어들지는 않겠으나.

   이쪽도 창공의 세대다.

     

   지휘 체계를 갖춘 채로 전면전을 벌이는 사자단과 백양단의 승부는 결과가 정해져 있었다.

     

   “문제는 메이리 선배의 위치겠네요.”

   “예, 최중심부에 지켜지고 있겠죠. 팔찌 또한 그녀가 하나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십중팔구 시그린이겠지.

     

   크라슈는 델론의 설명을 들으며 고민에 잠겼다.

   크라슈 또한 델론과 같이 메이리를 최우선으로 제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메이리의 감지 능력을 한 번 무너트려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테니까.

     

   “간단하네.”

     

   그러는 순간 백양단 건물 쪽을 보던 샬롯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미끼, 나머지는 뒤쪽을 급습하렴.”

     

   그녀의 발언에 모두가 당황한 얼굴을 했다.

     

   “샬롯 님.”

     

   평소 샬롯의 의견에 찬동하던 델론도 샬롯을 만류했다.

     

   사자단에서 샬롯은 분명 최강의 전력이다.

     

   하지만 그녀 또한 사람.

   아무리 샬롯이라도 백양단에 속한 창공의 세대와 전면전을 벌이면 체력을 소모한다.

     

   하물며 상대 쪽에는 공성전 준비를 마친 마법사들이 즐비하고 있다.

     

   근거리에서 승부를 보면 모를까.

   300m 가까이 되는 거리를 이동하며 마법 폭격에 당한다면 그녀도 힘을 많이 소모해야 한다.

     

   앞으로 18시까지 대항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그쪽은 모두가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너희들 오해하나 본데. 미끼라는 건 말 그대로야.”

   “아.”

     

   그 순간 크라슈가 샬롯의 말을 이해했다.

     

   “감지계의 약점.”

     

   크라슈가 말하자 샬롯은 바로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곧이어 델론도 ‘아’ 하고 짧게 소리를 내었다.

     

   감지계에는 공통적인 약점이 있다.

   감지 능력이란 무척이나 섬세한 능력이다.

     

   그리고 그러한 섬세한 능력일수록 순간적인 큰 충격에 약하다.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량 이상의 충격이 가해진다면 순간적으로 뇌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샬롯은 그 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건 오직 샬롯만이 쓸 수 있는 수이기도 했다.

     

   “해보죠.”

     

   크라슈가 보기에도 가장 가능성이 큰 작전이었다.

     

   “누님,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습니까?”

     

   하지만 샬롯이 미끼가 되는 현실은 여전했다.

   크라슈가 그 점을 묻자 샬롯은 한차례 콧소리를 내었다.

     

   “누구 누나인데. 뭔들 못 하겠니.”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누이다웠다.

     

   크라슈와 모두의 눈이 마주쳤다.

   작전 개시다.

     

     

   * * *

     

     

     

   사자단의 일원 메이리.

   평민인 그녀는 본래 사람들에게 그리 높게 평가받지 못하던 인물이었다.

     

   가장 눈에 보이는 전투 능력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전투 능력은 없어도 타고난 감지계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시험 날 기이한 광경을 보여 주었다.

     

   그건 바로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고, 상대의 모든 공격을 피해 상대를 제풀에 지치게 해 무력화 시킨 것이었다.

     

   근육의 거한 남성을 자그마한 그녀가 공격을 모두 피해 나가며 지쳐 떨어지게 하는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모두가 인정했다.

     

   그녀가 지닌 감지계를 응용한 회피 능력만큼은 라헬른 아카데미 제일이라고.

     

   그런 지금.

   메이리의 감지에 한 거대한 기척이 느껴졌다.

     

   또각또각-

     

   백양단 건물로 오는 길을 유유히 걷고 있는 한 명의 여성.

   검푸른 머리카락과 푸른 눈이 눈에 띄는 그녀는 늘 도도한 절벽 위 푸른 장미 같았다.

     

   “샬롯 발하임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메이리는 그녀를 포착한 즉시 백양단 전체에 보고를 알렸다.

     

   ‘설마 혼자서 백양단으로 향하고 있는 건가.’

     

   보통 이들이라면 함정을 떠올리겠으나 상대는 샬롯이었다.

   그녀라면 정말로 혼자서 백양단에 오는 걸 수도 있었다.

     

   “대체 뭘.”

   – 메이리, 당장 감지를 꺼!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의문을 품은 동시에 시그린의 거센 외침이 들려왔다.

     

   메이리가 즉각 반응하려던 순간.

   그녀의 감지에 샬롯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추었다.

     

   입가를 틀어 올린 그녀의 미소는 마치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메이리는 푸른색 장미가 자신의 감지 영역을 전부 꽉 채울 정도로 가득 피어오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것은 샬롯이 지닌 파괴적인 살기와 오러였다.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아득한 영역의 포화.

     

   그것을 예민하기 그지없는 감지 능력을 통해 직접 마주한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악!”

     

   메이리가 비명과 함께 코피와 피눈물을 쏟아내며 바닥을 굴렀다.

     

   “메이리!”

     

   그녀의 옆을 지키던 1기생들이 놀라 메이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서둘러 메이리에게 응급처치를 했으나 메이리의 정신은 혼이 쏙 빠져나가 있었다.

     

   샬롯의 힘이 메이리의 감지 능력을 순간적으로 압도해 버린 결과였다.

     

   “시, 시그린 님! 메이리가 기절했습니다!”

     

   당황한 1기생 한 명이 서둘러 메이리의 상태를 알렸다.

     

   보고를 듣게 된 시그린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샬롯의 수를 눈치채자마자 알렸음에도 한발 늦은 것이었다.

     

   “나머지는 지금부터 메이리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지키세요. 분명 사자단 일원은 건물에 진입해 올 거예요. 조디악 클로리아, 하이젠 핸드릭슨.”

     

   시그린의 호명에 두 사람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시그린 님, 이번에 백양단이 이기면 제 소원 들어주기예요?”

     

   한 명은 검은 머리카락의 붉은 눈을 지닌 어린 소년.

   조디악 클로리아.

     

   “샬롯은 저 성격만 고치면 좋을 텐데 말이야.”

     

   다른 한 명은 금발의 천박한 웃음을 지닌 사내.

   하이젠 핸드릭슨.

     

   시그린이 직접 선별한 샬롯을 꺾을 최고의 조합이었다.

     

   “그 전에.”

     

   시그린은 샬롯을 마주하기 전에 그녀에게 한가지 선물을 주기로 했다.

     

   “바크람.”

     

   인마단의 단장이자 천하십강 마왕의 아들.

   마법학 차석 바크람 아리오스.

     

   원거리 요격 마법 전문인 그에게 시그린이 말하였다.

     

   “전력으로 쏴버리세요.”

     

   창문 밖.

   주변을 초토화하는 주홍빛 빛줄기가 쏘아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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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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