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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어쩌면 최종 등급 평가에서 A등급을 유지할 수 없다는 트레이너의 말.

         

       사실 나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입으로 말하기 뭐 하지만…, 나는 나아아에서 유 설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참가자라고 생각하니까.

         

       나아아 참가자들 중 가장 외모 스탯이 높고 춤 스탯이 99며 최초로 A 등급을 받았다.

         

       가뜩이나 A 등급이 적은데 이런 나를 B로 떨어뜨린다?

         

       사실 이건 거의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몰라.’

         

       아주 작지만 남아 있는 일말의 가능성.

         

       바로 내 가창력 스탯 65.

         

       이는 나아아 참가자들 사이에서 평균을 웃도는 수치로 확실히 A등급에 비해선 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제작진에서 시청률을 위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큰 결심을 한다면….

         

       ‘무리해서 나를 떨어뜨릴 아주 작은 가능성은 존재한다….’

         

       원래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 상처가 더 아픈 법.

         

       혹시라도 B 등급으로 떨어지면 그 타격은 클 게 분명했다.

         

       이를 생각하니 자연스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이를….

         

       지잉-.

         

       카메라가 화면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러니까 잘하자, 예린아. 너 재능 있어. 그걸 꽃 피우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해. 무슨 의미인지 알지?”

         

       지금도 밤에 잠 줄이고 새벽 2시까지 이혜정과 함께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이보다 어떻게 더 열심히 한단 말인가.

         

       속으로 불만이 커졌지만 나는 이를 드러내지 않고 특유의 무표정으로 답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트레이너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번 목표는 이혜정이었다.

         

       “혜정아, 다음은 너야. 너도 네 문제점이 뭔지 알고 있지?”

         

       “…네, 넵.”

         

       “그래, 뭔지 한번 말해 봐.”

         

       “추, 춤입니다.”

         

       차가운 무표정으로 대답하던 나와 달리 이혜정은 긴장됐는지 몸을 떨며 간신히 대답했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그런 그녀를 봐주지 않고 독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 춤. 혜정아, 너 가수 되려는 게 아니라 아이돌 되려는 거잖아. 그런데 춤을 못 추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것도 100명 중에 센터를 서야 할 사람이?”

         

       “죄, 죄송합….”

         

       그리고 춤으로 시작된 이혜정을 향한 화살은….

         

       “너 체중관리는 어떻게 된 거야.”

         

       “…!”

         

       …마침내 그녀의 역린에까지 닿았다.

         

       “댄스 트레이너 쌤이 그러더라. 너 지금 몸으로는 아무리 춤 잘 춰도 이상하게 보인데. 몸선이 안 예뻐서.”

         

       “…….”

         

       “우리가 일주일 전부터 체중관리 해야 한다고 했지?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혜정이 너 매일 밥 두 그릇씩 먹는 거 우리가 못 봤을 것 같아?”

         

       내가 옆에서 매일 봤는데 가끔씩 세 그릇도 먹었다.

         

       솔직히 이혜정의 체중관리는 나도 쉴드를 못 쳐줄 정도긴 했다.

         

       “아이돌에게 있어 체중관리는 기본이야, 기본! 그게 안 되면 여기를 떠나야지.”

         

       “…….”

         

       “아니면…, 혹시 지금 당장 B 등급으로 강등되고 싶은 거야?”

         

       “아, 아니요…! 그럴 리가요…!!”

         

       엄밀히 말하면 맞춤 클래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채였다.

         

       트레이너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그녀를 강등시키는 일도 가능할 터.

         

       이것을 알았는지 이혜정이 사색이 되며 손사래를 쳤다.

         

       “혜정아, 그러니까 열심히 하라고.”

         

       트레이너가 그런 이혜정을 보며 마지막으로 으르렁거렸다.

         

       “내일… 지켜볼 거야. 확실한 결과를 보여야 해, 혜정아.”

         

       “…예.”

         

       그렇게 이혜정의 침울한 대답을 받아 낸 후 이번에는 트레이너가 유 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설이.”

         

       “……예.”

         

       트레이너가 노려보자 유 설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것이 카메라 앞이기에 일부러 침울한 척 연기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너는 지금 네가 완벽하다고 생각해? 아니? 그거 착각이야.”

         

       트레이너는 나와 이혜정만 혼내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는지 유 설의 단점을 쥐어짜 그녀를 억지로 혼냈다.

         

       지잉-.

         

       물론 그 모습을 카메라는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 보았다.

         

       제작진이 이제 됐다는 식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는 것을.

         

       ‘……!’

         

       이에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트레이너가 특히 강한 워딩과 함께 혹독하게 혼낸 것도…, 역시 제작진들의 농간이었나.

         

       역시 시청률의 악마들…. 뭔가 치가 떨리는 기분이었다.

         

       “크흠…, 아무튼 오늘은 이걸로 마치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최종 등급 평가니까 오늘은 컨디션 관리 잘하고. 알았지?”

         

       제작진의 오케이 사인을 받은 트레이너는 그제서야 독설을 멈추고 헛기침을 했다.

         

       “오늘 내가 한 이야기들 전부 귀 담아 듣고.”

         

       “…예.”

         

       “…….”

         

       확실히 날카로운 독설들이 한바탕 휘젓고 가서 그런지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차라리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라 생각했는지 트레이너들은 하나둘 나갈 채비를 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독설을 맡아서 한 보컬 트레이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나가기 전 우리에게 한마디를 더 해주고 갔다.

         

       “…나는 너희 모두 최종 등급 평가에서도 A 등급을 유지했으면 좋겠어.”

         

       그리 말하는 보컬 트레이너의 얼굴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아무래도…, 억지로 쥐어짜서 우리에게 독설을 한 것이 미안했나보다.

         

       쿵.

         

       그렇게 보컬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모든 트레이너들이 연습실을 나가고….

         

       “컷,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나갈 테니 자유롭게 시간 보내시면 되겠습니다!”

         

       제작진들도 방치형 카메라 몇 개만을 둔 채 밖을 나갔다.

         

       “…….”

         

       “…….”

         

       마침내 제작진들까지 나가자 셋밖에 남지 않은 이곳은 그야말로 엄동설한이 되었다.

         

       특히 이혜정.

         

       “…….”

         

       울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울기 직전이었다. 아무래도 이번에 트레이너가 한 말 때문에 타격을 많이 받았나보다.

         

       ‘…내가 위로해줘야 되나.’

         

       …나는 따뜻한 말 같은 거 할 줄 모르는데.

         

       스윽-.

         

       나는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눈빛을 유 설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카메라가 물러가자마자 특유의 무관심을 보이며 우리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이혜정을 위로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

         

       “…언니.”

         

       나는 이혜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언니 노래도 잘하고 춤도 괜찮잖아요. 트레이너 님도 방송 때문에 억지로 세게 말한 것일 거에요.”

         

       “…정말 그러려나?”

         

       “네,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내일 언니는 분명 A등급 유지를 할 거에요.”

         

       “……그래, 고마워.”

         

       내가 어렵게 위로를 하자 이혜정이 고맙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오늘은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쉬죠. 컨디션 관리해야죠.”

         

       그동안 나와 이혜정은 레슨이 끝나고도 단둘이서 밤까지 연습하곤 했다.

         

       하지만 내일은 아침부터 최종 등급 평가가 있었으니까.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라도 오늘은 푹 쉬는 게 나았다.

         

       “그래, 돌아가자.”

         

       이혜정도 이를 인지했는지 돌아가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잠깐.”

         

       “……?”

         

       숙소로 돌아가려는 우리를 막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뜻밖에도 유 설이었다.

         

       카메라가 없을 때 우리에게 말을 거는 일이 없던 유 설이 먼저 말을 걸자 나와 이혜정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더 뜻밖인 것은 유 설이 하는 말이었다.

         

       “저희 오늘 밤 셋이 함께 남아서 더 연습을 하는 게 어때요?”

         

       유 설이 싱긋 웃으며 하는 말에 나와 이혜정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하지만 우리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와의 연습을 빼던 유 설이 굳이 마지막 날 연습을 하자고 권했기 때문이었다.

         

       유 설은 나아아 연습생들 중에서도 가장 내공이 높다.

         

       그런 그녀가 무대 전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하지만 유 설은 우리의 의문 섞인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러지 말고 같이 있어요. 제가 오늘 밤 두 사람 노래와 춤을 봐 드릴게요.”

         

       그것도….

         

       “오늘 밤 셋이서 같이 연습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에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말이다.

         

         

         

         

       **

         

         

         

         

       “후우….”

         

       나아아 A 클래스 보컬 트레이너 김예솔은 지끈거리는 두통에 물과 약을 삼켰다.

         

       그녀가 지금 이리 심한 두통을 겪는 이유는 바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름 아닌 그녀가 맡은 A 클래스였다.

         

       처음 그녀가 A 클래스에 배정 받았을 때 그녀는 기뻤다.

         

       더욱 실력 있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

         

       실제로 A 클래스 연습생들은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먼저 유 설과 이혜정.

         

       두 사람의 가창력은 아이돌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두 사람 모두 메인보컬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인재였다.

         

       그리고 하예린.

         

       그녀의 장점은 춤에 있었다. 등급 평가에서 봤던 몰입감과 무대 장악력. 그것은 이제 배운지 한 달 되었다는 연습생에게서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재능이었다.

         

       유 설과 이혜정에 비해 가창력은 아쉽긴 해도 괜찮았다.

         

       하예린은 메인댄서 감이었으니까. 메인댄서 치고 가창력은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했던 것이다.

         

       워낙 뛰어난 아이들이니 가르칠 때 문제가 없었다. 김예솔은 A 클래스 아이들을 순탄하게 트레이닝 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첫날 제작진들이 그녀를 따로 부른 후부터 생겨났다.

         

       ‘김예솔 트레이너 님. 지금 A 클래스는 방송에 내보낼 분량이 없습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요.’

         

       ‘특단의 조치라면 어떤….’

         

       ‘극적인 연출을 위해 트레이너 님께서 참가자들을 과도하게 혼내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

         

       혼낼 게 없는 아이들을 억지로 혼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에 그녀는 제작진의 요구를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김예솔 트레이너 님은 방송국과 맺은 계약에 따라 저희 제작지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제작진의 반협박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아이들의 단점을 들추기 시작했다.

         

       ‘예린아, 그게 맞아?’

         

       ‘혜정아, 데뷔하기 싫은 거야?’

         

       ‘설아, 더 잘할 수 있잖아. 노력해야지.’

         

       원래 장점이 많고 단점이 적은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의 단점을 억지로 끄집어내 쑤시는 건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지금…, 역류성 식도염과 두통을 달고 살고 있기도하고.

         

       “하아….”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내일 최종 등급 평가에 아이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길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내일 심사를 위해 일찍 침대에 든 그때였다.

         

       “…어엇?”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핸드폰이 이곳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쌤, 제가 이따가 부모님한테 전화할 일이 있는데 혹시 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나아아 참가자들은 촬영 동안 개인폰을 제작진들에게 반납한다.

         

       그런데 유 설이 그녀에게 폰 쓸 일이 있다 하여….

         

       ‘그래? 자, 여기.’

         

       ‘네, 감사해요. 제가 이따가 부모님께 전화 드리고 여기 연습실 탁자 위에 올려 놓을게요.’

         

       그녀의 폰을 건네줬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폰은 연습실 탁자 위에 있는 듯싶었다.

         

       이에 그녀는 자기 전 폰을 챙기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숙소와 연습실 간의 거리가 가까우니 금방 가져올 생각이었다.

         

       “하아…, 춥다.”

         

       벌써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나아아 숙소와 연습실을 연결하는 통로는 아무도 없이 한산했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촬영이니까.’

         

       아마 지금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컨디션 관리를 위해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연습실에도 아무도 없겠지? 얼른 폰만 가져와야겠다.’

         

       김예솔은 그리 생각하며 연습실 입구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어…? 김예솔 트레이너님?”

         

       “어? 작가님.”

         

       연습실에 들어가기 전 누군가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니 나아아 작가가 카메라맨 한 명과 서 있었다.

         

       “이 밤에 웬일이세요?”

         

       “뭔가 분량이 부족한 것 같아서요…. 혹시 더 딸 수 있는 컷이 있나 해서요.”

         

       “이 밤에요? 에이~ 지금은 연습생들 모두 돌아갔을 거에요.”

         

       “역시 그렇겠죠? 김예솔 트레이너 님은 무슨 일이세요?”

         

       “저는 폰을 놓고 와서요. 아무도 없을 테니 얼른 들어가서 가지고 나올….”

         

       그녀가 그리 말하며 연습실 문을 연 그때였다.

         

       ♪♬♩-!

         

       “음…?”

         

       “어…?”

         

       연습실 안에서 희미하게 들려온 노랫소리에 두 사람과 카메라맨은 흠칫했다.

         

       “내일이 최종 등급 평가인데 이 시간까지 연습을 한다고…?”

         

       김예솔은 놀랐고 제작진은 곧바로….

         

       지잉-.

         

       …카메라부터 켰다.

         

       지금 연습실 안에서 어마어마한 방송각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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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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