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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스탯 동기화를 통해 ‘마력’ 스탯을 ‘아르젠테’와 동기화합니다.]

       [동기화 가능한 최대 수치는 사용자의 모든 능력치의 합과 같습니다.]

       [마력 스탯 동기화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마력 스탯 : 21]

       

       ‘오, 된 건가?’

       

       동기화에 성공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몸 안에 무언가 형용하기 힘든 힘이 심장 근처에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게 마나의 감각이란 건가? 맞겠지? 어디 실제로 써 본 적이 있어야지.’

       

       안 그래도 마력 스탯이 제일 낮았는데, 맨 처음 빙의했을 때 이후로 변동도 없다 보니 마나라는 걸 제대로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이럴 때 가장 확실한 건 수치로 확인하는 것.

       나는 즉시 상태창을 열었다.

       

       [Lv.1 레온]

       힘 : 6 민첩 : 7 체력 : 5 마력 : 「21」

       

       ‘진짜 마력 스탯이 올랐어. 동기화한 스탯은 저렇게 별도로 표시되는구나.’

       

       고작 3에 불과했던 내 마력 스탯이 동기화 한 번으로 21까지 상승했다. 

       

       ‘아르의 마력 스탯은 37이긴 하지만, 그래도 21까지 오른 게 어디냐.’

       

       이론 상으론 최대 37까지 동기화가 가능하지만, 메시지에 따르면 내 기존 능력치의 합, 즉 6+7+5+3=21까지만 동기화가 된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지금은 충분하지.’

       

       내가 다른 스탯이 아닌 마력을 동기화한 이유는, 두 번째 부가 효과인 ‘스킬 동기화’로 아르의 스킬을 공유 받아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마력 스탯 3 가지고는 스킬을 공유 받아도 제대로 활용하질 못할 테니까.’

       

       물론 기본적으로 내 스탯 중 마력이 제일 낮기 때문에, 동기화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산수로만 따져 봐도 마력을 선택하는 게 이득이긴 하지만.

       

       여튼, 스탯 동기화로 마력 스탯을 뻥튀기한 다음 스킬 동기화로 마법을 공유 받아 사용하는 것.

       이게 지금으로서는 이 특성의 부가 효과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능력치 합까지만 오른다는 제약도, 어차피 내가 레벨업을 하면 조금씩 극복 가능한 부분이고.’

       

       내가 영원히 레벨1에 머물 것도 아니고, 이제 마법 스킬을 공유 받아 마물 사냥을 하기 시작하면 차근차근 올라가기 시작할 테니까. 

       

       ‘그럼 이제 스킬 동기화를 써 볼까.’

       

       나는 품 안에서 곤히 잠든 아르를 내려다보았다. 

       

       “큐우우….”

       

       아르는 자면서도 내 왼손 엄지손가락을 꼬옥 잡고 있었다.

       

       ‘스킬을 시험하려면 잠깐 아르를 내려놓고 일어나서….’

       

       꼬옥.

       

       ‘…….’

       

       아르는 잠을 자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쪼그만 앞발을 조금씩 쥐었다 폈다 하면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뿌리치고 일어나라는 거야.

       

       꾸욱.

       

       “큐우우….”

       

       결국 나는 아르가 행복한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내 손에 꾹꾹이를 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다시 뒤척여 손을 놓고 깊은 잠에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오, 놓았다.’

       

       막상 진짜 놓으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나도 새 특성을 시험해 봐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나는 먼저 가방에서 예비 손수건들을 꺼내 풀숲에 겹쳐 깔고 그 위에 깊게 잠든 아르를 살포시 내려놓았다.

       

       “뀨….”

       

       아르는 잠깐 뒤척였지만, 이내 대 자로 편히 누운 채 새근새근 규칙적인 숨소리를 뱉었다. 

       

       ‘휴.’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마법을 써도 아르가 깨지 않을 정도이면서도 혹시나 깼을 때 시야 안에 내가 바로 들어와 안심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만큼만 떨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특수 효과인 ‘스킬 동기화’를 활성화시켰다. 

       

       [스킬 동기화를 활성화합니다.]

       [현재 동기화 가능한 스킬 개수 : 1개]

       [동기화할 스킬을 선택하세요. 현재는 하루에 두 번만 변경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용 가능한 스킬이…. 음성화를 제외하면 4개였지.’

       

       파이어 볼, 파이어 애로우, 플레임 캐논, 그리고 워터 볼.

       

       ‘워터 볼은 또 언제 익혔대.’

       

       한 번도 내 앞에서 쓴 적이 없어서 익힌 줄도 몰랐다. 

       

       처음에 호수에서 물을 신기한 듯 한참 쳐다보기도 하고 물장구도 치고 했었는데, 혹시 그때부터 쓸 수 있었던 건가?

       

       ‘하긴, 어차피 빙결 마법이 아니면 사냥할 때 쓸 일은 없으니….’

       

       중요한 건 우리 아르의 마법 재능이 화염 마법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

       

       갈수록 아르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게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마법도 종류와 속성을 불문하고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공유 받아 사용할 수 있을 거고.

       

       ‘잘 키운 드래곤 하나 열 마법사 안 부럽다더니, 장래가 밝구만.’

       

       물론 그렇다고 나도 날로 먹기만 할 생각은 없다. 

       

       나와 아르는 영혼의 계약을 한 상태.

       만약 어떤 위험이 닥쳐 와서 내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건, 곧 아르의 목숨까지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내가 약해빠져서 아르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지.’

       

       추후에 유유자적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내 목표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평화도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는 법.

       책임질 게 내 몸 하나뿐이라면 모를까, 아르가 있는 상태에서 쭉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그만 한 힘이 필요하다. 

       

       ‘지금은 아르가 와이번이라고 하고 다니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지만, 나중에 성체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몰라.’

       

       그게 언제가 됐든, 드래곤이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나쁜 마음을 먹고 우릴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마 반드시 생길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먼 훗날 내가 명을 다하고 아르가 혼자 남겨졌을 때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게 하려면 지금부터 잘 키워야 하고.

       

       ‘만약 내 욕심으로 아르를 데리고 잠적해 살다가, 나중에 아르가 온실 속 화초 상태로 자연에 내던져지게 된다면….’

       

       그 뒤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다.

       

       ‘그건 아르에게 못 할 짓이지.’

       

       그러니, 나 역시 꾸준히 강해져야 한다.

       아르에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파트너가 되어 주기 위해서. 

       

       ‘파이어 볼 선택.’

       

       [스킬 동기화를 통해 ‘파이어 볼’ 스킬을 ‘아르젠테’로부터 공유 받습니다.]

       [현재 동기화 가능한 스킬 개수 : 1개/1개]

       [스킬 ‘파이어 볼’ 동기화에 성공했습니다.]

       [동기화 스킬 변경은 현재 하루 두 번 가능합니다. 변경 횟수 초기화는 매일 자정에 이루어집니다.]

       

       파이어 볼을 고른 건, 내가 원하던 화염 마법 중에서도 가장 마나 소모가 적으면서도 적당한 파괴력을 갖춘 기본 마법이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가성비 하나는 최고라는 뜻이지.’

       

       파이어 애로우는 파괴력은 확실히 올라가지만, 마나소모는 그 이상으로 더 올라가기 때문에 가성비가 떨어진다.

       

       어차피 나중에는 파이어 애로우를 좀 더 주력으로 사용하게 되겠지만, 아직은 마법 자체를 처음으로 써 보는 거니 안전하게 기초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 

       

       ‘자, 그럼.’

       

       나는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언덕 위에서,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솔직히 조금 떨렸다. 

       

       판타지 세계에 와서 직접 써 보는 첫 마법이라니. 

       

       내 손에서 진짜 불이 나간다니!

       

       두근.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조용히 영창했다. 

       

       “파이어 볼.”

       

       화륵—!

       

       그러자 곧바로 뻗은 내 손바닥 앞에 아주 작은 불씨가 생성되는 듯하더니, 이내 배구공만 한 화염구 모양으로 확 커졌다. 

       

       ‘이게 마법….’

       

       아까 심장 부근에서 느꼈던, 요동치는 마나의 감각이 팔을 타고 손바닥 부근까지 흘러 나가는 게 느껴졌다. 

       

       꿀꺽.

       

       나는 눈앞에서 일렁이는 화염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발사되는 건지…. 알 것 같아.’

       

       마치 몸에 새겨진 본능처럼, 나는 손바닥 쪽의 마나를 튕기듯 앞으로 보냈고.

       

       화아아아아악!

       

       파이어 볼은 허공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일정 거리를 벗어나자 흩어져 사라졌다. 

       

       “…와우.”

       

       게임에서 캐릭터로 마법을 쓸 때와는 차원이 다른 생생함이었다. 

       

       ‘그리고 한 번 써 보니 알겠네. 대충 이게 마나 소모가 얼마나 되는 건지.’

       

       레키온 사가의 특이한 시스템 중 하나는 HP와 MP, 즉 체력과 마나가 수치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신 둘 다 게이지 바 형태로 나오지.’

       

       체력이나 마력 스탯을 올리면 확실히 같은 공격을 맞았을 때 체력 바가 조금 줄어들고, 마나 게이지가 조금 소모되긴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그걸 반영한 건진 몰라도 지금 내 상태창에도 따로 체력이나 마나의 최대치와 현재 보유량이 표기되지는 않고 있고.

       

       대신, 이렇게 직접 마나를 써 보니 마치 마나 게이지를 자체 탑재한 것처럼 대략적으로 내 최대치에 비해 얼마나 마나가 소모됐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혹시 체력 게이지도 직접 맞아 보면 얼마나 더 맞아야 죽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나?’

       

       당연한 얘기지만, 가능하다면 그쪽은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마법을 연습하고 있는 거기도 하고. 

       

       ‘좋아. 대충 느낌은 잡은 것 같은데.’

       

       나는 이후로 파이어 볼을 두어 번 더 써 본 뒤, 플레임 캐논으로 공유 스킬을 바꾸었다.

       

       [스킬 동기화를 통해 ‘플레임 캐논’을 ‘아르젠테’로부터 공유 받습니다.]

       

       ‘아르가 커먼 울프를 한 방에 숯덩이로 만들었던 마법. 나도 써 본다!’

       

       하지만 잠시 후.

       

       “…….”

       

       화륵!

       

       나는 플레임 캐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불줄기를 쏘아 낸 뒤, 마나가 바닥나 주저앉아야 했다.

       

       “…역시 이건 지금 당장은 못 쓰겠네.”

       

       첫술에 5서클짜리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안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효율이 낮았다.

       

       좀 더 전력으로 집중해서 쐈으면 모양새는 나왔을 것 같은데, 만약 그랬으면 지금쯤 난 완전히 탈진해서 드러누웠을 거다. 

       

       ‘…그러고 보면 그때 아르는 진짜 온 힘을 다해 쐈겠구나.’

       

       그때는 아르도 레벨이 1이었을 때라 마력 스탯이 지금의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도 낮았을 텐데.

       

       아르의 상태창에서 봤던 신화급 특성 「마나 친화」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아르가 당시에 전심전력을 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참, 항상 순수하게 진심을 다하는 녀석이란 말이지.’

       

       아르가 솔직하게 표현하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있노라면, 마치 나도 함께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끙차.”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잠들어 있는 아르의 옆으로 가 앉았다. 

       

       “뀨우….”

       

       뒤척이며 옆으로 돌아 누운 아르는 베고 누운 손수건에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뒤, 다시 아르를 품에 안아 들고 손수건으로 입가의 침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아르가 깰 때까지 가만히 앉아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뀨우우…. 뀨우?”

       “일어났어? 안 그래도 조금 이따가 깨우려고 했는데.”

       “뀨우우!”

       

       아르를 안은 채 부드러운 뱃살 위에 한 손을 얹고 있던 나는 아르가 일어나자 엉덩이를 몇 번 토닥인 뒤 내려 주었다. 

       

       “쀼우웃!”

       

       아르는 잘 잤다는 듯 쭈우욱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내가 돌아갈 채비를 하자 폴짝 뛰어 가방을 딛고 내 어깨 위에 올라왔다. 

       

       “자, 이제 돌아가서 하루 만에 완료한 첫 의뢰의 보수를 받아 볼까?”

       

       아침에 받아 간 약초 수집 의뢰를 저녁에 끝내고 돌아오다니. 아마 길드 직원도, 의뢰자도 꽤나 놀랄 거다.

       

       “쀼우우우!”

       

       아르는 자신이 열심히 캔 약초가 떠올랐는지 기분 좋은 쀼우 소리를 냈다.

       

       “아, 그리고 아르야.”

       “쀼?”

       

       나는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며 아르에게 지나가듯 말했다. 

       

       “나, 너한테 마법 배웠다?”

       “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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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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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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