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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 ***

         

       사천인들은 사천낭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뭐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사천인들은 사천낭인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작태는 혐오스럽다 생각하는게 기본일 것이다.

         

       뻑하면 비무첩을 발행해 사천성내 문파들을 박살내곤 하니 힘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겠지.

         

       비무 과정이 석연치 않으면 사술이나 비겁한 수단을 부렸다고 매도는 하지만 정작 그런 말을 계속 듣다보면 궁금증이 품는 자들도 생길 법 하다.

         

       과연 사천낭인들이 쓴다는 사술은 뭘까?

         

       ‘사천낭인들은 무도한 놈들에 무공은 약하면서 기묘막측한 사술을 써 대기 때문에 상대하기 어렵다.’

         

       사천인이라면 귀가 따갑게 들었을 사천낭인에 대한 평가고 사천성에 사는 자들이라면 평소에 무도한 모습을 보이는 낭인을 보았고 무공을 펼치는 모습도 간간히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낭인의 사술]에 대해서는 도무지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애초에 낭인은 사술을 부리지 않으니 목격자가 있을 수가 있나. 그래도 소문은 무성하니 낭인의 사술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던 자들은 그 실체를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겠지.

         

       낭인은 두렵지만 낭인의 사술은 궁금한 자들.

         

       그야말로 호기심에 눈이 먼 불나방들이 황금가 앞 사거리로 몰려들었다.

         

       “이놈들! 무슨 짓거리냐!”

         

       “이곳은 황금상단을 운영하는 대 황금가의 앞이다 모두 해산해라!”

         

       문지기들이 나와 거품을 물었지만.

         

       “거리 전세 냈냐? 시끄럽게 굴지 말고 꺼지도록.”

         

       낭인이 부리는 사술의 정체가 궁금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이 앞에 모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낭인의 사술을 목도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뭔 문지기들이 나와서 훼방을 놔? 당연히 곱지 않은 시선을 줄 수밖에 없다.

         

       그냥 전단지를 뿌리고 낭인이 뭔 해괴한 짓을 하니 그런 자극적인 모습에 이끌려 심심풀이로 모여든 사람들일지라도 뭐라도 보려고 온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방해꾼이 탐탁치 않은 것은 매한가지일 터.

         

       수많은 군중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문지기들은 차마 실력행사는 못 하고 입술을 깨물며 황금가 안쪽으로 달려갔다.

         

       문지기들이 황금가 윗사람들의 지시를 받고 방해하러 들어오기 전에 시작해야겠다.

         

       짝. 짝.

         

       박수를 쳐 사람들의 이목을 모았다.

         

       사실 전단지에는 사천낭인의 마술공연이라고 적고 싶었지만 이 사천에서 함부로 마(魔)자를 썼다가는 구파일방의 무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쫒아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사술로 타협했다.

         

       우선은 설정부터 주입시킬까. 어디보자 한 번만에 끝나면 좋겠지만 황금가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르고 고부린은 멍청하니 쓸데없는 짓을 할 수도 있고…

         

       괜히 이상한 설정을 하면 황금가에 전해야 할 메시지가 흐려질 수도 있다.

         

       “크큭, 본인은 거해지옥(鋸骸地獄)에서 살아가는 귀신 전귀의 힘을 빌려 사술을 펼치는 낭인이다.”

         

       거해지옥은 불교 세계관에서 대충 상업적인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 형벌을 받는 지옥이다. 고부린에게 대충 네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어 줄 사자님이 등장하셨으니 고통 받고 싶지 않으면 빨리 항복하고 내돈 뱉으라는 의미를 담아주었다.

         

       “거해지옥 출신 전귀 님의 힘의 위대함을 깨달아라 어리석은 중생들이여!! 보고!! 전율하고 감탄해라!!”

         

       태양 만세 자세를 취하며 적당히 웃음을 터트린 뒤 반응을 살피니 내 연기에 살짝 겁먹은 듯이 술렁이는 군중들이 보였다.

         

       뭐 적당히 설정은 때려 박았고 이제 공포심을 물리칠 흥미 요소를 제공해주자. 이들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거리나 보려고 온 것이지 황금가의 해코지나 괴이한 낭인이 부리는 귀신의 저주에 걸리러 온 것이 아니니까.

         

       흥미가 떨어지면 그야말로 썰물처럼 사람이 빠져나가겠지.

         

       “너!”

         

       내가 손가락을 휘두르자 주변 사람들이 움찔해서 물러섰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살짝 겁 먹은 기색의 어린 아이.

         

       이 사천 바닥에서 굴러먹은지 무려 7년. 나는 비무첩을 전달하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 일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 주고는 간단한 임무을 주곤 했다.

         

       틈틈이 그렇게 애들과 어울리다보니 데면데면하게나마 안면이 익는 아이들이 생기고 그런 아이들 중에선 이렇게 개인의뢰를 수락하는 친구들도 있다.

         

       아이들 사회에서는 그런 낭인과 접촉해서 간식을 얻어내는 것만으로도 무용담이 되기에 충분하기도 하고 말이야.

         

       오는 길에 골목길에서 포섭한 바람잡이었다.

         

       보수는 일이 마무리 된 이후 오늘 사은품으로 준비한 엿과 찹쌀떡 일부를 제공하기로 했다.

         

       야무지게 주먹밥과 만두를 챙겨 온 것을 봐서는 먹으면서 공연 구경 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나에게 받아낸 엿 한 대 입에 물고는 뒷골목으로 들어가 나에게 받은 간식거리를 보여주며 오늘의 무용담을 자랑한 뒤 골목의 왕으로 군림하겠다는 야심이 느껴졌다.

         

       아님 말고.

         

       아이는 이렇게 수백 명의 군중들 사이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는지 뻣뻣하게 굳은 상태였다. 뒷골목의 왕좌를 얻는 일인 그리 쉬운 일인줄 알았냐?

         

       녀석은 평소의 무해한 나의 모습에서 갑자기 사악한 사교도처럼 보이는 내 모습에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파래진 상태.

         

       “크크크, 전귀께서는 어린아이들을 좋아하시지. 다른 귀신들은 아이들의 비명을 지르며 발끝부터 씹어 먹기를 즐겨하시지만 말이야. 전귀께서 너에게 먹을 것을 하사하라 속삭이시는군.”

         

       엿을 받으니 그제야 제 정신이 돌아왔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전귀께 금전을 공양해라!”

         

       아까 골목에서 건네준 동전을 꺼내 나에게 건네는 아이.

         

       “저, 저…”

         

       “사악한 놈! 아이의 동전을 갈취하다니!”

         

       막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려던 어른들이 입이 다물어졌다.

         

       내가 소매를 걷어 올렸기 때문. 군중들은 내가 폭력을 행사하기 전에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을 용이하게 쓰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여긴 모양이다.

         

       지례 겁먹고 위협으로 받아 들인거지.

         

       물론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소매를 걷어 정리하고는 손을 좍 펼쳐 보였다. 내 의도는 치렁치렁한 소매를 정리해서 손목을 훤히 드러내는 것.

         

       군중들도 소매에 넣고 없는 척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미리미리 정리해서 여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가끔 전귀님의 권능을 속임수라 부정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더군. 크크…봐라. 전귀 님의 권능을!”

         

       아앗!

         

       내 손에서 동전이 사라졌다. 눈을 부릅뜨며 내 오른손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자신이 잘못 본게 아닌지 의심하며 눈을 비비는 자들이 속출했다.

         

       “방금 이 아이가 준 동전은 전귀님에게 바쳐졌다! 오오…! 전귀님께서 흡족해하시는 것이 느껴지는군…! 아이야! 너는 오늘 운이 좋구나! 전귀님께서 너에게 상을 내리셨다!”

         

       모든 사람이 손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천천히 내민 뒤에 왼손을 흔들었다.

         

       아무것도 없던 왼손에는 은전이 잡혀 있었다.

         

       “아니잇!”

         

       “아무 것도 없는 손에서 돈이 나타났어!”

         

       “사술, 사술이다아아앗!”

       

       동전이 은전으로 바뀌는 장면이 탐심을 자극했는지 군중들의 시선에 담긴 열기가 달라졌다. 

       

       동전이 은전으로 바뀌었다? 그럼 당연히 눈이 뒤집히지. 

         

       도박의 손기술은 마술의 일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패를 숨기는 것 바꿔치는 것. 심리를 통해 조작하는 것. 관중이 모르게 하면 그건 마술이고 도박판이 모르게 하면 그게 손기술이지.

         

       이 무림천하의 도박은 현대의 도박과는 다른 점이 있으니. 현대의 도박은 주류가 카드로 딱 정해진 것에 비해 야바위, 주사위, 골패 등 여러 형태의 도박이 주류로써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술로 응용 가능한 수도 많다.

         

       이몸 호천안. 도박기술로는 더 이상의 경지가 없는 천하제일인. 나와 동수인 자는 존재해도 나를 넘어서는 자는 있을 수 없는 몸.

         

       도박에서 사용되는 기술에 한해서는 천하제일의 마술사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현대인들 중에서 마술이 손기술과 시각의 사각 그리고 심리적인 트릭을 이용해서 이루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근데 알고 봐도 신기하지. 마술은 봐도 봐도 신기하다. 머리로는 알아도 눈으로는 사라지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어떻게 신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면이 아니라 직접 눈 앞에서 보는 마법이라면 정말로 몇 배는 더 신기하다.

         

       수많은 오락거리들이 범람하고, 마술이 실존하지 않으며 그저 기술과 심리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모두 다 이해하고 있는 현대인들조차 마술에 환장한다.

         

       그런데 그런 지식이 전혀 없고, 상대는 사술을 부린다고 소문이 무성한 낭인이 이런 마술을 펼치면?

         

       그것도 그 실력이 천하제일급이라면?

         

       이 중원무림의 군중들은 얼마나 신기해할까?

         

       *** ***

         

       누가 이런 해괴한 짓을 하는거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문장이 쏙쏙 박히는 기묘한 전단지를 받아본 여일예의 감상이었다. 정문을 나가보니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세상에 저런 사술은 처음 보는구만!”

         

       “낭인들이 사술을 부린다더니 정말이었어!”

         

       사술이라는 험한 말을 입에 담고 있음에도 흥분과 기대가 어린 얼굴로 떠들고 있는 군중들을 보며 여일예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술?

         

       사술이라는 단어가 들렸으니 점창이라는 도문에 속해 있는 여일예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사술을 부리는 자들이라. 낭인? 낭인들이 또 무슨 짓을 벌이는 거지.

         

       내공을 끌어올려 안력을 돋우자 사람들 틈새로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은공?”

         

       “크크, 다들 보아라. 내 손에 쥔 골패가 무엇이지?”

         

       “퉁소요!”

         

       사방에서 아우성을 쳤다. 여일예는 큼지막한 빨간 점 두 개가 그려져 있는 골패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골패가 뭐라고 지금 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걸 구경하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또 은공은 무엇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뒤에 있던 여자 낭인이 아까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준 이들을 향해 엿을 던졌다. 그 모습에 여일예는 비로소 이 자들이 왜 이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 자리에 있는지 알았다.

         

       ‘간식거리를 얻어 먹고 있어서 그런 것인가?’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분위기가 뜨겁지 않은가. 여일예는 은공인 호천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하필이면 왜 황금가 앞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은공의 힘이라면야 봉변은 당하지 않으시겠지만. 정체를 숨기고 계시는 것이 아니었나?’

         

       여일예의 머릿속에서 이름 모를 은인인 호천안은 힘을 숨긴 절세고수였다. 단 한마디의 말만으로 초절정의 문을 열고 내공을 몇 배로 불려버리는 것이 가능한 까마득한 경지의 무인.

         

       황금가의 무인에게 호천안이 패배하는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경지를 숨기다 보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일예는 호천안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사건이 일어나면 추이를 봐서 개입하기로 결심했다.

         

       타탁.

         

       가볍게 경공을 전개한 여일예는 호천안의 정면에 있는 집 중 가장 가까운 곳의 지붕 위에 올라섰다. 군중들의 몸과 머리에 가려져 있던 호천안과 패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초고수의 안력으로는 지척이나 마찬가지인 거리였다.

         

       “나는 분명히 이 골패 뭉치에 이 퉁소를 중간에 넣겠다.”

         

       두툼한 뭉치 중간에 절반쯤 들어간 모습을 군중들에게 확인시켜 준 호천안은 골패 뭉치에 마저 패를 밀어 넣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패를 탁상 위에 올려놓았다.

         

       “자. 이대로 퉁소가 맨 위에 올라와 있다면 전귀님의 기오막측한 힘을 너희 우민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그건 불가능하오! 중간에 섞은 패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위로 올라올 수 있단 말이오!”

         

       “맞다! 맞다!”

         

       “하하하하하! 바로 그 반응이다! 너희들이 어리석음에 전귀님이 노하셨구나!”

         

       촌극인가? 여일예는 그렇게 생각했다. 낭인을 잡아내기 위해서 기회가 되기만 하면 사천성을 기웃거렸던 여일예는 곡마단이나 야바위꾼 같은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 처음에야 신기했지만 절정고수인 여일예가 안력을 돋우면 그 수작이 모두 백일하에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그런 의미로 호천안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던 여일예는 호천안이 손기술을 쓰는 징조조차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웃음을 주는 촌극이라고 여길 수밖에.

         

       곡마단의 진행과 전개는 비슷했지만 저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패를 바꿀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호천안이 맨 위의 골패를 뒤집었다.

         

       여일예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퉁소! 퉁소다!”

         

       “이럴 수가!”

         

       두 개의 빨간 점이 그려진 골패가 맨 위로 올라와 있었다.

         

       호천안은 나머지 골패들을 하나씩 뒤집어 늘어놓았다. 나머지 서른한장의 패가 나란히 놓아졌다. 혹여나 퉁소가 여려 개 있을 것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앞으로 튀어나와 확인했다.

         

       “이럴 수가! 퉁소가 여러 개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니!”

         

       ‘속은건가?’

         

       아니면 정말로 신비한 수라도 부리셨단 말인가. 여일예는 호기심이 들었다. 이게 정말로 손기술인지 아니면 정말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술법이라도 부린 것인지.

         

       ‘무림고수가 아니라 선인이셨던건가.’

         

       여일예 내면의 호천안의 평가가 다시 한번 겅충 뛰어올랐다. 여일예는 내공을 한계까지 눈에 쏟아부으며 집중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공기중의 티끌까지도 모조리 잡아낼 수 있을 정도까지 안력이 상승한 지금 아무 징조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도술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미 전귀님의 힘이 부여된 이 골패에 삼라만상의 이치는 통하지 않는다! 하하하하하!”

         

       호천안이 웃으며 골패 뭉치를 다시 모아 퉁소를 맨 위에 올렸다. 그 뒤 한번 뒤집어 퉁소를 보여주고 뒤집어진 퉁소를 바닥에 내렸다. 그리고 두 번째 골패를 뒤집었을 때.

         

       “아니!”

         

       “어찌 다시 퉁소가!”

         

       놀라기엔 일렀다. 두 번째 골패가 바닥에 깔리고 세 번째 골패가 뒤집어 졌을 때도 퉁소가 나왔고 네 번째 다섯 번째 골패가 바닥에 깔렸을 때도 퉁소가 나왔다. 탁상에 서른 한 개의 골패가 깔리고 마지막 골패가 호천안의 손에 남았을 때 주변은 이미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진 뒤였다.

         

       “하하하하하!”

         

       마지막 패 역시 퉁소였다.

         

       “이럴수가!”

         

       “어찌 퉁소가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하하하하! 내 말하지 않았는가! 전귀님의 힘은 삼라만상의 이치를 부정한다고.”

         

       다시 한번 골패를 모은 호천안이 맨 앞의 골패를 계속해서 뒤집었다.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채 그저 뒤집히고만 있는데 계속 골패의 모양이 바뀌었다.

         

       “허어어어억!!”

         

       “원시천존이시여!”

         

       여일예도 혼란스러웠다. 분명 손 기술인 것 같은데…? 왜 못 잡아내겠지? 이게 진짜 선술이라 그런건가? 손의 움직임은 일반인 치고는 빨랐으나 초절정 고수의 눈으로 볼 때는 거북이가 기어가는 속도만큼이나 느린 움직임이었다.

         

       기본적으로 초절정 쯤 되면 뇌력을 돋우어 심상의 시간선을 늘일 수 있는 바. 실제 시간이 느려지진 않았지만 범인을 한참이나 초월하는 정밀한 안력을 바탕으로 늘어난 시간선 모두를 투자해 호천한의 손을 바라보았으나 그 수법을 잡아내지 못했다.

         

       ‘역시 은인께서는 나 같은 범인은 감히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신기(神技)를 지니신 분이구나!’

         

       호천안 선인설은 여일예 내면에서 폐기되었으나 올라간 평가는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일예는 호천안의 사술을 두 가지 보고 나서야 왜 이렇게 사람들이 흥분해 있는지 깨달았다. 초절정고수인 자신의 안력으로도 수법을 볼 수 없는 신기, 아니 사술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흥분하지 않고 배길수 없었겠지.

         

       여일예 역시 호천안의 공연을 계속 보고 싶었지만 지금부터는 움직일 때였다.

         

       황금가 내부에서 고수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내가 나서 부드럽게 정리하는 편이 낫겠군.’

         

       황금가의 고수와 직접 충돌하면 일이 커진다.

         

       은공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나 주변의 반응을 보면 이미 충분한 성과를 거둔 상황. 이쯤에서 판을 접게 하는 것이 은인을 위한 길이리라.

         

       “[사천낭인이라는 자가 또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짓을 저지르는구나.]”

         

       육합전성.

         

       전음이 내공으로 음파를 복사해 내는 기술이라면 육합전성은 오직 내공의 울림만으로 소리와 음성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었다.

         

       황금가 앞을 쩌렁쩌렁 울리는 육합전성은 여일예가 황금가의 고수들에게 보내는 경고.

         

       “[이 홍죽군협 여일예 앞에서 몸을 드러내다니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것이냐.]”

         

       후예십시의 여일예가 이 판을 정리할 것이니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연참에 실패해버렸습니다.

    어제 새벽 한두시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동생이 3박 4일 캠핑을 간답시고 새벽부터 쿵광거리는 바람에 잠을 설치고

    11시쯤에 점심을 먹고 아 어디를 어떻게 수정하지 하면서 소설을 전체적으로 살피던 중

    의식이 끊어졌더군요 몇시인가 싶어서 핸드폰을 켰습니다.

    핸드폰: 아아 나는 평소 너의 노벨피아 댓글 확인기였지.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의 좆됨을 알리는 지옥의 사자다! 지금은 무려 오후 여섯 시다!

    끼에에에에엑!!

    첫째의 연재를 챙기고 후다닥 써보았지만 이미 정시연재 시각도 넘겼네요.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군요.

    대신 양은 낭낭하게 넣었습니다.

    1.7편 같은 1편!

    ———

    아무래도 좋을 골편 설정.

    중국의 골편은 좀 두껍고 큰 화투같은 친구입니다. 보통 대나무 껍질이나 나무에 뼈나 나무를 붙여 마작패와 유사한 이중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기본인 친구입니다.

    골편은 점차 얇고 길어져서 지금은 아이스크림 스틱 같은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고 하네요.

    여러 놀이가 가능하다고 하고 실제 골편은 동일 패가 쌍으로 들어 있는 것이 많고 64개가 한 패라고 하는데

    작중에서는 유일패로만 이루어진 32개라는 설정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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