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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반란의 후일담

       

       

       

       올림포스의 반란이 진압되고, 나는 제우스에게 말을 걸었다. 

       

       “제우스. 내가 반란을 알아채고 올림포스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테티스의 공이다.”

       “테티스가 알려줬다고..?”

       

       테티스는 포세이돈의 정실부인인 암피트리테 다음으로 아름답다는 여신.

       그녀의 미모에 많은 남신들이 구혼하였으나..

       

       “그녀가 낳은 아들이 아버지를 능가하는 영웅이 될 거라는 예언의 주인공?”

       “네가 생각하는 그 테티스가 맞아.”

       

       제우스도 한때 그녀에게 구혼하였으나 프로메테우스의 예언을 듣고는 망설임 없이 포기했다.

       그래서 적당한 인간과 결혼시켜 버리려고 했지만 그녀가 끈질기게 거부하는 상황.

       

       “음, 형님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알겠어. 공을 인정하고 편의를 봐달라?”

       “예언은 절대적이지만, 다른 방향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 아버지를 능가한다고 해서 꼭 권위를 위협한다던가..”

       

       그 누구보다 자신의 권위에 민감한 신들의 왕이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제우스 자신부터가 아버지 크로노스를 몰아냈으니까 자식이라 해도 경계하겠지.

       

       그러니 테티스를 남신과 결혼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신을 능가하게 된다면, 그건 결국 신들의 왕 아닌가?

       그야말로 제우스에게 직접적인 위협.

       

       “그건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 형님도 알다시피 우리가 이 자리에 있게 된 이유 역시도 크로노스에 대한 반역이니까.”

       “하지만 크로노스가 우릴 자식으로 생각했다면 달라졌지도 모르는 일.”

       “으음!”

       

       가끔씩 들던 생각이다.

       만약 크로노스가 우리를.. 잠재적 도전자가 아닌, 자식으로 여겼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우리는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세계의 패권을 잡았을까.

       

       “네 총애하는 딸인 아테나를 떠올려봐라, 결국 예언은 다른 방향으로 빗나가지 않았나?”

       “….만약 형님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런 소리를 했다면 나에 대한 도전으로 알아들었을 거야.”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 대며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제우스.

       그의 심기가 조금 불편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몸에서 미약한 번개가 발생된다.

       

       지금의 아테나는 그가 총애하는 딸이지만,

       메티스와 그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자신을 몰아낼 거라는 예언을 들었을 때에는 경계해야 할 요소였을 뿐.

       

       그래서 제우스는 아테나를 임신한 메티스를 삼켰고,

       결국 아테나는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고 태어났다. 

       

       아테나가 딸이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아들이였다면…

        그날로 타르타로스에 갇힌 신이 하나 더 늘어났을지도 모르는 일.

       

       “테티스의 공도 있고, 이 자리에 관심이 없는 형님이 그렇게 말하니 조금은 생각해보도록 하지.”

       “그래. 그럼 다음으로.. 카드모스에게 보상은 제대로 주어진 건가?”

       

       테티스에 대한 건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는 게 낫겠지.

       권력에 예민한 제우스지만 반란이 일어났을 때 자신을 도운 형제가 말하니 이 정도 반응.

       

       하지만 그건 그거고 티폰의 위협에서부터 큰 공을 세운 카드모스에 대한 보상은 마땅히 주어져야 한다.

       

       “내가 듣기로는 그가 사라진 누이인 에우로페라는 여성을 찾아다니다가 테베라는 나라를 건국했다는데.”

       “어? 어.. 그건.”

       

       놈이 갑자기 내 눈길을 피한다. 

       혹시 또 이 새끼가..? 한번 떠볼까.

       

       “그런데 소문을 듣자하니 그 에우로페라는 인간 여성이 참으로 아름답다는군.”

       “크흠. 흠.”

       

       오호..

       

       “어느 정도나 아름답냐면.. 매일 바람이나 피우는 신들의 왕이 눈이 돌아가 납치할 정도라나..?”

       “으흠! 원하는 게 뭐야?”

       

       그럼 그렇지, 또 네 잘못이였냐.

       우리를 도와준 은인인 카드모스의 누이를 건드렸다라..

       ‘우라노스’를 해버리던가 포세이돈의 편을 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지도.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에우로페를 만나게 해주던가 걱정은 덜어줘라 좀…”

       “거 알겠어. 형님은 가끔 잔소리가 참 심하시구만.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아폴론이랑 헤라가 배신한 건 너의 그런 태도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봐도 반란은 자업자득인게..

       

       그래도 포세이돈에게 고작 1년간의 벌만 내린 것은 2인자인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적당한 타협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것만 본다면 제우스가 나름 이성적이기는 하기는 하네. 

       

       

       그 이후, 다행히도 에우로페는 카드모스와 연락이 닿았다.

       제우스가 신탁을 내려 에우로페와 카드모스를 만나게 해주었다고.

       

       잠시 에우로페의 사연을 들은 카드모스가 참 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신의 권위를 실추시키지 않게 넘어간 모양이다.

       

       납치당한 에우로페도 자신을 데려간 제우스가 나름 마음에 들었던 것은 둘째치고..

       

       “으음.. 그럼 너를 제우스 님께서..”

       “처음에 황소가 제우스 님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정말 놀랐지만.. 엄청 절륜하셨지..”

       “…..?!”

       

       놈의 정력이 어떠하든 아무튼 나는 모르는 일이다.

       

       

       

       * * *

       

       

       

       올림포스에서 내려와 다시 저승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 지하에 사는 조금 특별한 신들을 만나러 갈 생각. 

       시종에게 암브로시아와 넥타르 한 병, 술잔들을 들고 따라오게 했다. 

       

       저승의 외곽. 

       영혼들이 거주하는 성채가 아닌 검고 축축한 동굴.

       

       동굴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발산되고 싸늘한 한기가 느껴진다.

       이곳까지 넥타르를 들고 와준 영혼이 두려움에 떨길래 이만 물리고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하데스.”

       “이번에도 왔군.”

       

       저승에 조금 있는 헤스티아의 화로도,

       신력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든 불빛도 없는 컴컴한 동굴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함께 보이는 것은 청동 날개와 뱀의 머리카락, 그리고 눈에서는 피가 흐르는 세 여신.

       

       “오랜만입니다. 에리뉘에스 분들.”

       “손에 든 건 넥타르인가.”

       “암브로시아도 있는 것 같은데.”

       

       에리뉘에스(Erinyes).

       우라노스의 성기가 잘렸을 때, 대지에 떨어진 피에서 태어난 복수의 여신들.

       

       세계의 패권을 쥐기 위한 티탄과 신들의 전쟁.

       오랜 전쟁에서 승리하고 저승의 지배권을 얻게 된 나는 처음으로 그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에리뉘에스 세 자매는 지하세계의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었다. 

       사방을 경계하듯 쉬쉭대는 머리의 뱀들, 날카로운 눈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피.

       

       모두가 꺼려하는 끔찍한 외형이지만 내게 먼저 든 생각은 안타까움이였다.

       끝없이 눈에서 피를 흘리는 그들이 불쌍했고, 솔직히 동정했다.

       

       “그..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뭐라고…?”

       “눈에서 피를 흘리는 것 말입니다.”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나?”

       

       내 질문이 당혹스러운 듯 보내는 의아한 눈빛. 

       

       “혹시 많이 고통스럽다면 다음번에는..”

       “고통은 항상 복수와 함께하는 것.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에리뉘에스 세 자매는 여신임에도 이코르가 아닌, 붉은 피를 흘렸다.

       그들의 눈에서 나오는 피가 바닥에 떨어지자 그대로 증발했다.

       

       그때 처음 만난 이후로 나는 종종 그들에게 찾아가 친분을 다졌다.

       일단 근처에 사는 이웃이기도 했고 같은 신들에게도 기피당하는 그들이 안타까웠으니까.

       

       처음에는 싸늘한 태도를 보이던 여신들은 점차 내 방문을 익숙하게 여겼고,

       결국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하데스, 너도 앉아서 마셔라.”

       “그러죠.”

       

       친한 신이 자주 놀러오는 것처럼 당연하게 되어버렸다..

       

       “요즘 저승은 좀 덜 바쁘지 않나?”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텐데..”

       

       세 자매 중 불륜을 심판하는 티시포네가 청동 날개를 슬며시 접으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끊임없는 분노를 뜻하는 알렉토는 넥타르를 마시며 웃음을 짓는다.

       질투하는 자인 메가이라 역시 묵묵히 암브로시아를 깨작댄다.

       

       그들의 머리카락 역할을 하는 뱀들 역시 기분이 좋다는 듯 꿈틀거렸다.

       

       쉬이익..

       

       넥타르를 마시는 알렉토의 머리에 달린 한 뱀이 쉭쉬거리며 내 손등을 핥는다.

       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어주니 기분 좋다는 듯 머리를 비빈다.

       

       탁.

       

       “그.. 머리카락은 건들지 마라.”

       

       알렉토가 고개를 홱 돌리며 작게 말한다. 여신의 귀가 새빨갛다. 

       아니, 그쪽 머리카락이 먼저 저를 핥았습니다만..

       

       티시포네가 이쪽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며 입을 연다.

       

       “하데스, 너무 자주 오지 말아라, 너랑 함께 있으면 복수의 칼날이 무뎌진다.”

       “우움..”

       

       암브로시아를 입에서 우물거리던 메가이라도 동의한다는 듯이 끄덕인다. 

       내가 뭘 어쨌다고..

       

       “요즘은 대홍수 이전과 달리 자기 친족을 죽이는 인간들이 적어졌어.”

       “역시 한번은 쓸어내는 것이 맞았던 게지.”

       

       복수의 여신들, 에리뉘에스들에게 찍히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추궁당한다.

       심지어는 꿈에서도 나타나 끝없이 비판함으로서 결국 대상을 죄책감에 미치게 만든다. 

       

       한 손에 횃불을 들고 청동 날개를 퍼덕이는 이들을 인간들은 두려워하며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회피했다.

       마치 나를 하데스라 부르지 않고 플루토라는 별칭으로 바꿔부르듯.

       

       하지만 그들은 나의 경우보다 훨씬 심했다. 

       

       “오랫동안 꿈에 찾아갈 일도 많이 없어.”

       “맞아, 우리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너의 백성이 되길 원하더라고.”

       

       “그런 자들은 전부 제 성채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면 그때부터는 에리뉘에스들의 관할이 아닌,

       나 하데스의 심판을 받게 된다.

       

       물론 자살한다고 해서 죗값을 덜어준다던가 그런 일은 결단코 없지만.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넥타르를 들고 와줘서 고마워.”

       “요새 젊은 신들은 우리를 피하는데…”

       

       우리 신들은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먹지 않아도 불멸의 존재.

       그러나 자신들을 두려워해 누군가와 대화하는 식사 자리를 가질 수 없다는 건 꽤 쓸쓸할 것이다. 

       

       저번에는 저승에서 열리는 연회에 에리뉘에스들을 초대했지만.. 즐거운 분위기를 망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종종 영혼들을 피해 내 성채에 슬쩍 방문하기도 해서 던진 제안이였지만 아직은 무리였나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I닭도리탕I님 1드라크마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은 연참격! 슈슈슉!

    인간이 주기적으로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음 > 먹는 동안만 신처럼 불노불사

    신은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지 않아도 불노불사 > ex) 타르타로스에 갇힌 티탄들이나 크로노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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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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