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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처음엔 애써 신경을 안 쓰려 했다.

        

       《다음.》

        

       하지만 내 목소리를 다른 매체로 듣는 건 아직도 정말 많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진저리를 치며 헤드셋을 벗어버리게 될 정도로 싫다.

        

       진짜로.

        

        《다음?》

         

        그리고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언제부턴가 나오나 방송이란 방송마다 내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도네이션 하는 놈이 생겨났다.

        

       그것도 각 방마다 하루에 한 번씩.

        

       돈이 넘쳐나는 걸까.

        

       아니면 그 영상 댓글 중 오픈톡 링크가 있던데, 거기서 서로 조율이라도 하면서 순차적으로 영상을 도네하고 있는 걸까.

        

       들어가서 염탐이라도 해보려 했으나, 비밀번호가 걸려있어서 못 들어갔다.

        

       힌트랍시고 써있는 것도 도저히 풀 수가 없었고.

        

       잊어버리고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하지만, 잠깐 그러다 말겠거니 했던 이 영상 도네이션은 도저히 참기 어려워질 때까지 반복되었다.

         

       덕분에, 나는 어떤 방송을 볼 때도 영상 도네이션 시간에는 언제든 내 목소리가 들려오면 음소거를 할 준비를 해야만 했다.

        

       나오나를 할 때 방송을 라디오로 틀어 놓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몇 안 되는 낙인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찾아보니, 러크?라는 사람이 내 도적부흥운동을 녹화하고, 또 다른 사람이 그걸 편집해서 내 목소리까지 삽입한 모양이었다.

        

       전자의 경우 큰 문제는 안 됐다.

        

       일대일 교전의 핵심을 파악하고, 사람들이 반감 없이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 움직임 위주로 촬영한 영상을 통으로 올렸으니까.

        

       ……헛소리를 많이 하긴 했지만.

        

       그런 헛소리가 원래 새싹 도적들의 특징이다. 아기가 옹알이를 하듯이, 처음 도적을 접하면 헛소리를 하기 마련이다.

        

       결코 그런 이유로 실망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헛소리를, 정말 진짜 심하게 많이 하긴 했지만.

        

       오히려, 응원해줘야만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린 얘기라고 해도, 나름 도적을 공부하려 한 흔적이 보이는 사람이라면 응당 응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리지.

         

       혹시- 음.

        

       [화제의 여성 마스터 도적 아따먹의 한무 1:1, 전승!! 과연 그녀의 비결은?!] 영상에 접속하여, ‘주 포지션 어디신가요’라는 댓글을 남기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각설하고,

        

       후자. 그러니까, [광전사? 다음.]이라는 영상은, 내 목소리 때문에 거슬린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문제가 많았다.

        

       이 지튜브 동영상은, 싸움의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빌드업 과정을 죄다 편집해버린 영상이다.

        

       이미 그로기상태에 빠져있는 광전사나 성기사를 몰아붙이다가 목을 쳐버리는 장면만 모아 놓은 영상.

       

        이렇게 마지막 장면만 모아서 사람들에게 보여준들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무릇, 나오나에서의 일대일은 게임이 시작되기 전 빌드 선택 과정에서 3할이 정해지고, 첫 합을 겨루는 순간에 다시 3할이 정해지는 것.

         

        그걸 모두 생략하고 자극적인 모습만 모아서 보여줘봤자, 도적에 대한 반감만 더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노골적으로 편집된 광고 영상을 보면 오히려 제품이 싫어지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도, 자신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들이 줄줄이 썰려 나가는 영상이라면 더더욱.

        

       지금도 도적혐오가 만연한데, 여기서 더 심해지면 우리는 정말로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종종 보던 몇몇 방송에서는 영상 도네이션이 올 때마다 또 이거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채팅들도 종종 보였고.

        

       급진적인 도적부흥운동은 탄압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걱정되는 마음에, 이건 도적의 성능이 너무 좋은 탓이라고 영상에 해명 댓글을 달아보기도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

       .

       .

       .

       .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

        

       그렇게 불만과 걱정이 섞인 시각으로 어서 이 영상 도네이션 떡밥이 지나쳐가기를 기다리던 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차 나타나는 가시적인 변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새싹 도적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니, 이 정도면 더 이상 새싹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미국의 대규모 농장에서 그러하듯이, 비행기로 공중에서 살포된 씨앗이 마구잡이로 자라나는 수준이었다.

         

        가볍게 돌린 일반 게임에서, 무려 도적이 겹쳤다.

         

        도적이!

         

        지난 6개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게임을 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

         

        미안한데 도적 양보해줄 수 있냐는 그 채팅을 보면서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새싹이의 역량이 약간, 아주 약간 부족했던 탓에 그 게임은 졌지만- 그래도. 그래도, 무언가 광명이 보이는 듯한 패배였다.

         

        방송의 힘.

         

        오랜 시간 여러 방송을 애청했던 시청자로서, 당연히 방송의 힘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기의 소중함은 숨이 막히기 전에 모르고, 물의 파괴력은 파도에 휩쓸리기 전까지 모르듯-

        

       항상 보는 방송에 대해 가진 친숙함 탓에, 방송으로 송출되는 이미지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고 자평하지만, 내가 그간 최선을 다하여 매진해온 도적부흥운동은 고작해야 부싯돌로 작은 불씨를 일으키는 수준에 불과했다.

        

       곧 스러져버릴 자그마한 모닥불을 갤러리에 피워내고 만족해야 하는, 그런 작은 불씨.

        

       진정한 들불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영상처럼, 도적의 시점에서 꾸준하게, 정기적으로 송출하는 방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결과가 말해주고 있으니 더 이상 방송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게시판: 잡담]

        [제목: 도댓쌤 언제와요]

        [도적 1패쫑 보고싶어요]

         

       당장 가장 적임자인 도댓의 팬카페에 급하게 가입해서 글을 남겼으나-

       

       [게시판: 도댓에게 한 마디]

       [제목: 도적도적?]

       [도적! 하시는 멋진 도댓선생님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어요.

        

       다음 방송 일정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휴방 공지만 올린 채 2주째 휴방 중인 도댓은 답을 남기지 않았다.

        

       몸이 안 좋은 걸까?

       

       [게시판: 도댓에게 한 마디]

       [제목: 도댓쌤 몸은 괜찮으시죠?]

       [혹시 건강 안 좋으시면 어서 쾌유하시길 바라요

         

        다음 방송에서 멋진 도적 보고 싶어요]

       

       하지만 만약 아픈 상태였다면 걱정해주는 글을 보고 반응하기 마련인데, 걱정하는 흉내를 내보았음에도 이 역시 답이 없었다.

        

       …… 역시 정성이 부족했던 걸까.

        

       하기사, 도댓의 팬카페에는 하루에도 백여개의 글이 올라온다.

        

       눈길을 끌기 힘든 글을 쓴 내 잘못이다.

         

       [게시판: 이런저런 이슈들]

        [제목: (긴급) 도쌤 이거 보셨어요?]

        [선생님의 도적 방송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아이가, 도적을 알까요?

         

        이 아이가. 단검을 힘껏 휘두르는 느낌을 알까요.

         

        당신의 방송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만이, 이 아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도댓 방송 링크)]

        

       하기사, 언제부턴가 여자 팬이 늘어난 건지, 이 팬카페에는 아기자기한 팬아트도 제법 올라온다.

        

       글로 그림을 이기긴 쉽지 않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겠지.

       

       [게시판: 팬 인증]

       [제목: 지천명의 나이에 남자의 팬이 될 줄이야^^ㅎㅎ ]

       [지난 가을, 코스모스가 화알짝! 핀 무렵이었습니다.

         

        그을쎄 제가 우리 어여쁘디 어여쁜 마눌님(ㅡㅡ^) 과 간만에 등산을 하던 것 아니엇겟습니가?

         

        우리 마눌,,,처녀적에는,,,작은 벌레 한 마리만 날아와도!! 꺄아앙ㄱ!!!! 하며 품에,,,안기고,,,그랬더랍니다!

         

        그런데,,,어느새 떡두꺼비 같은 아들내미 둘……………………………………………….

         

        두울……………………….

         

        둘.

         

        지하.

         

        도적.

         

        벌레.

         

        기다림.

         

        호랑이.

         

        갈망.

       

       

        일어나라, 도댓. 

         

        도적을 위해 봉사하라.]

         

       [게시판: 뉴스/정보/소식]

        [(비밀글) 제목: 쌤 아크님이랑 아따먹 톡 유출 보셨어요???]

        [그대, 시대의 부름이 들리지 않는가.

         

        기립하라.

         

        도적의 광명이 눈 앞에 있으니.

         

        8천만 도적의 등불이 될 깃발을 높이 들고 휘두를 영광스러운 의무가, 그대의 어깨에 얹어졌노라.

         

        그대, 무겁거든 언제든 어깨를 떨치고 쉼터로 돌아가거라.

         

        허나 기억하라.

       

       

        그대 짐이 불편하다 내려놓을 때 던져지는 것은 굴레가 아닌, 8천만 도적의 희망일진저!]

         

        좋아.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남긴 글에 도댓은 응답하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선지, 심혈을 기울인 회심의 글을 남긴 직후부터는 글이 더 이상 작성되지도 않았다.

        

       ……왜지.

        

       아니, 잠깐.

        

       “영구차단?!”

        

       심하잖아…….

        

       얼마 전에 사면권을 얻은 사람을 팬카페에서 차단하다니.

        

       심지어 사면권을 얻은 후에야 가입했는데.

        

       이론적으로……. 아니, 설마, 도댓이…….

        

       ……아닌가? 응, 아니겠지.

        

       그럴리가.

        

       .

       .

       .

       .

       .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으나, 팬카페 영구차단은 다음 날에도 풀리지 않았다.

        

       다행히 방송국에 방문해본 결과, 방송에서는 밴을 당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뒤늦게 가입한 팬카페에서 하루만에 영구차단을 당한 건 너무 불명예스럽다.

        

       대체 왜 차단을 당한 것인지 곰곰히 곱씹어본 결과, 아크를 언급한 마지막글은 조금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팬카페에서 타 스트리머 언급은 어느 방에서나 금기사항인데.

        

       초범에게 영구차단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관리자가 도적을 혐오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는 타 스트리머 언급을 하지 않겠으니 한 번만 갱생의 기회를 주시면 반성하여 새 사람으로 태어나겠다는 장문의 편지를 작성하여 ‘차단 해제 요청’ 게시판에 올렸다.

        

       답은 없었다.

        

       그렇다면 나를 영원히 차단의 감옥에 가둬도 좋으니, 다만 뭇 도적의 부흥을 위해 책임을 다하기를 바랄 뿐이라는 편지를 새로이 작성하여 도댓의 이메일로 직접 보냈다.

        

       …여전히, 답은 없었다.

        

       대답 없는 메아리를 꼬박 사흘 동안 기다린 나는, 결국 나흘째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시대가 부르는데도 영웅이 응답하지 않으니, 이 불씨가 꺼지기 전에 내가 내 손으로 도적부흥운동을 일으키는 수밖에.

        

       트위트 아이디는 이미 있다.

        

       마이크나 카메라는 없지만, 도적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목소리나 얼굴은 방해가 될 뿐이니 오히려 좋다.

        

       한 명의 선각자로서, 더 이상 내 책무를 외면할 수 없다.

        

       처음부터 도적을 위해서는 누구도 일어나주지 않았다.

        

       그 견디기 힘든 공백을 도댓이 메워주지 않는다면…….

        

       

       이제부터, 내가 도적부흥운동의 첨단에 서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Jack Pen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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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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