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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그걸 데케이가 어떻게 알아요?”

       “해봤으니까.”

       

       공략을 하던 일주일 간 데케이 일행이 해보지 않은 일은 없었다.

       

       처음에야 그들도 정공법으로 도전을 했다. 하지만 실패가 쌓이고 쌓여 천에 달했을 흘렀을 무렵부터 데케이 일행은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들은 외신을 잡기 위해 온갖 꼼수를 찾아 헤맸다. 그 중에는 즉사기가 나올 때 큰 데미지를 넣어서 패턴을 캔슬시키자는 의견도 있었다.

       

       “안드로이드 A-17한테 자폭기가 있다는 거 아시죠?”

       “그거 예능기술이잖아요.”

       

       A-17은 온갖 판타지 캐릭이 등장하는 아피스에서 몇 안 되는 SF캐릭터 중 하나다.

       

       핵융합을 통해 압도적인 화력을 낸다는 설정을 가진 이 캐릭터는 성능보다는 예능에 치우친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자폭이었다.

       

       핵융합로를 터트리는 기술이기에 범위도 넓고 위력도 출중해서 동귀어진의 기술로 좋아 보이지만 이 기술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커맨드를 누른 후 1분간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이다.

       

       누가 자폭을 하는 걸 가만 보고 있겠는가. 도망을 치든가. 아니면 때려 죽이던가 하지.

       

       팀전이고 개인전이고 간에 실전에서는 써먹을 수 없는 기술. 그게 이 자폭이었다.

       

       하지만 대 외신전에 한해서만큼은 이 기술이 가치가 있어 보였다.

       

       누군가 말했다. 어차피 즉사기 때마다 한 명 죽어야 하는 거 A-17을 자폭시켜서 데미지라도 넣자고.

       

       광기에 사로잡혀 있던 데케이 일행을 그 안을 즉시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진행은 잘 됐어요. 외신이 즉사기를 캐스팅하자마자 A-17의 자폭커맨드를 눌렀고 A-17을 외신의 옆에 배달하는 데까지 성공했죠.”

       

       몇 차례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들은 무수한 도전 끝에 결국 성공을 거머쥐었다.

       

       A-17은 외신의 바로 앞에서 장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신전의 천장을 날려 햇빛을 안에 들일 정도로 위력적인 폭발이었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데케이 일행 중에서 사망자가 나왔을 정도였으니 분명 외신도 큰 피해를 입었으리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현실은 달랐다.

       

       “외신이 멀쩡히 서서 즉사기를 날리더라고요.”

       

       그 회차 공략은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후에 실험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외신이 즉사기를 쓸 때는 검은 안개의 보호를 받아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 상태가 됐다.

       

       물리 피해 경감이 99%정도 된다던가.

       

       “데미지가 아예 안 들어가는 수준이잖아요.”

       “그렇죠.”

       

       그렇기에 단언할 수 있었다.

       

       만일 화령이 패턴을 캔슬시키는 걸 돌파구로 여겼다면 그녀는 또 다시 패배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런.”

       “다시 방 팔 준비를 해야겠네요.”

       

       어쩌면 컨텐츠를 바꿔야 할 지도 모른다. 화령이 준비한 방법이 저게 다라면 말이야.

       

       데케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달려 나가는 화령을 지켜보았다.

       

       화령은 외신의 앞에 도달해서는 허공을 밟아가며 위로 올라가더니 외신의 몸 한 가운데에다 주먹을 박아 넣었다.

       

       인간이 주먹을 휘둘렀을 뿐이거늘 그 여파는 가볍지 않았다. 화령의 주먹을 중심으로 폭풍이 몰아쳤다.

       

       신전이 뒤 흔들리고. 천장에서 조각들이 떨어지고. 신전의 벽에 장식된 조각이 무너져 내리고. 흙먼지가 신전을 가득 채웠다.

       

       콜록. 콜록.

       

       먼지를 들이킨 탓에 몇 번이고 기침을 하던 데케이는 이내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질린다는 듯 말했다.

       

       “진짜 사람 같지 않으신 분이네요.”

       

       그렇지만 실패야. 아무리 큰 데미지를 우겨 넣어봐야 의미가 없는 걸.

       

       봐. 천장을 가득 채우던 검은 것들이 외신에게 빨려 들어가서 천장의 그림이 보이잖.

       

       어라?

       

       “왜.”

       

       왜 저게 그대로 남아 있어?

       

       외신의 근처로 향해야 할 검은 것들이 왜 천장을 가리고 있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데케이는 해설을 해야 한단 사실조차 잊고 화령이 있던 자리를 노려보았다.

       

       얼마 가지 않아 흙먼지가 바닥에 가라앉으며 외신과 화령의 모습이 드러났다.

       

       데케이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서 있는 것은 화령이었다.

       

       외신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몸을 이루던 부정형들 또한 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다고?!”

       

       어떻게? 아니 애초에 외신한테 그로기 상태가 있는 거였어?

       

       “데케이! 뭐요?! 안 된다구요? 봐요! 화령 씨가 보란 듯이 성공했잖아요!”

       “말도 안 돼.”

       

       저게. 저게 왜 되는 건데.

       

       데케이는 그 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채팅창의 환호성도.

       

       엔리의 열띈 응원도.

       

       모두 다 그에게서 멀어졌다.

       

       데케이는 가만히 서서 오직 하나. 화령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

       

       숨결을 못 쓰게 하면 된다는 방안을 떠올린 데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남아 있었다.

       

       어떻게 못 쓰게 할 것인가.

       

       연격을 퍼부어 쓸 틈조차 주지 않고 쓰러트린다는 방안이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이내 폐기되었다.

       

       현실의 몸이라면 모를까. 아피스 속 내 몸으론 그만한 화력을 낼 수 없었다. 검은 것을 쓰러트리기도 전에 내기가 다해 바닥에 늘어질 게 뻔했다.

       

       피한다? 아냐. 괜히 여파에 휘말릴 뿐이야.

       

       입을 공격해서 열지 못하게 만들어? 저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나를 없애면 다른 곳에 입이 생겨날 것이다.

       

       나는 다른 방법을.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고. 고안하고. 생각했다.

       

       그 끝에 한 가지 해답을 찾아냈다.

       

       평범하게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검은 것의 속에다 피해를 누적 시키자고.

       

       그리고 검은 것이 숨결을 쓰는 순간 속에 쌓인 피해를 터트려 넘어뜨리자고.

       

       방안을 떠올리자마자 머릿 속으로 장면을 그려보았다.

       

       검은 것의 몸에 충격이 새겨지는 것은 이전의 싸움에서 확인된 사안이었다.

       

       숨결을 쏘아낼 때 나를 가로막으려는 촉수를 뚫고 들어가는 것도 다소 무리를 하면 가능한 영역이었다.

       

       주먹 하나 하나에 이치를 실어야 하니 내기의 소모가 극심하겠지만 그건 충분히 관리할 수 있었다.

       

       활로가 보였고.

       

       지금 내 앞에 그 결과물이 있었다.

       

       자신의 몸 속에 충격이 누적된단 사실조차 모르던 검은 것은 지금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항시 나를 괴롭히던 촉수들은 축 늘어진 상태였고, 검은 것의 몸을 유지하던 부정형들은 제 형태를 이루지 못해 흘러내렸다 뭉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을 하자면 떠다니던 검은 안개들이 외신의 근처에 뭉쳐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건 무방비한 외신을 지키기 위해 준비된 철옹의 방패였으니까.

       

       애초부터 안을 터트릴 생각이 아니었다면 곤욕을 치렀겠지.

       

       허나 이번에 내가 노린 곳은 외신의 바깥이 아닌 속이었고. 그깟 방어 정도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외신의 움직임이 멈췄으나 나도 공격을 할 순 없었다. 방금 전 충격을 터트리는 데에다 모든 내기를 사용한 탓이었다.

       

       빠르게 회복을 시키고는 있지만 만전이 될 때까지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조급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내 계획이 생각했던 대로 이루어 진 이상 승기는 나의 것이었으니까.

       

       검은 것이 주춤거리며 다시 몸을 일으켰으나 그 형상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계속해서 검은 것이 흘러내리는 모습은 무척이나 불안정해서 신보다는 검은 색의 슬라임을 보는 것 같았다.

       

       “내 말하지 않았느냐. 다시 돌아오겠다고.”

       

       그리고 그 때는 승리를 쟁취하겠다고.

       

       어찌 생각하느냐. 비겁하다 생각하느냐? 패배해 놓고 치졸하게 군다 생각 하느냐?

       

       상관없다. 네 놈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간에 나는 승리의 미주를 가져 갈 예정이니 말이다.

       

       어서 덤비거라. 그리고 네놈의 목을 바쳐라.

       

       내 앞에 승리를 내놓아라.

       

       *

       

       검은 것의 목을 따고 오기 무섭게 엔리가 달려와서 나에게 뛰어 들었다.

       

       “엔리. 위험하잖느냐.”

       “아ㄹ… 화령 씨! 엄청 대단했어요!”

       

       방금 현실의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느냐? 얼마나 흥분을 한 게야.

       

       말없이 눈으로 타박하자 엔리가 시선을 피했다.

       

       그녀를 조심히 바닥에 내려준 후 채팅창을 확인했다.

       

       – 신! 그녀는 화령인가! 신! 그녀는 화령인가!

       – 화령 나를 가져요! 화령 나를 가져요! 화령 나를 가져요!

       – 화령 우승! 화령 우승! 화령 우승!

       

       어째 사람의 언어로 말을 하는 이가 없구나.

       

       같이 기뻐해주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만 딱 거기까지였다. 저들의 생각을 그 이상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데케이의 목소리에 채팅창에서 시선을 땠다. 어째서인지 그의 표정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어떻게 즉사기를 끊으신 거에요?”

       

       그게 궁금했던 것이더냐. 설명해주는 거야 어렵잖지.

       

       “사람과 사람이 싸울 때 복부를 계속 맞다가 어느 순간 실이 끊어진 것처럼 넘어지는 걸 본 적 있느냐.”

       “네. 내장에 피해가 누적되어서 그런 거잖아요.”

       “비슷한 이치다.”

       

       무공을 이용해 외신의 몸에다 피해를 누적시킨 후 외신의 숨결이 쏘아질 때 그걸 터트렸을 뿐이다.

       

       실행을 하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방법 자체는 지극히 간단했다.

       

       “네?”

       

       허나 데케이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재차 되물었다.

       

       허. 그대는 그래도 무에 관해 잘 아는 이이지 않은가. 이 정도도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자는 게야.

       

       이걸 어찌해야 더 쉽게 풀어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데케이가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

       

       “말씀하신 건 이해했어요. 하지만 외신의 기운은 어떻게 뚫으신 거에요? 데미지가 아예 안 들어 갈 텐데?”

       “갑옷이 단단하다 하여 그 속까지 강철과 같진 않으니 말이다.”

       

       데케이가 눈을 끔뻑거렸다.

       

       이번에는 정말로 이해를 하지 못한 모양이구나.

       

       마침 그대가 갑옷을 입고 있으니 그대의 몸으로 이해를 시켜줘 볼까.

       

       “데케이. 지금 그대는 갑옷의 보호를 받고 있지.”

       

       이치를 담지 않고 평범하게 갑옷을 때렸다. 인간의 손과 강철이 부딪혔으니 아픈 쪽은 내 손이었다. 데케이는 멀쩡했다.

       

       “평범하게 때리면 이렇게 된다. 그렇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이치를 담았다.

       

       “컥!”

       

       주먹을 통해 전해진 충격은 갑옷을 타고 넘어가 데케이의 복부 안까지 전달되었다. 충격을 예상치 못했던 듯 데케이의 입에서 신음이 새 나왔다.

       

       “이러면 갑옷이 무용지물이 되지.”

       

       외신을 상대로 권을 내지를 때에도 규모가 달라졌을 뿐 기본적인 것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 이해가 되느냐?”

       “…네. 정말 화령님은 사람 같지 않으신 분이네요.”

       

       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이마.

       

       *

       

       [화령이 외신 솔플 한다는데?]

       

       이거 안 되지 않나?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즉사기 파훼 안 되잖아.

       

       – 어딘데?

       └ 엔리 방송임. 보러 오셈.

       – 당연히 안 되지. 외신 나오고 몇 년이 흘렀는데 솔플 성공한 사람 아무도 없잖아.

       – 자신만만하게 도전해서 개같이 실패할 예정.

       

       [저 사람 무빙 왜 저래?]

       

       견문색이라도 있으신가. 촉수 날아오는 것 중에 하나를 안 맞아 주네.

       한 발자국 움직여서 피하고 외신 노려보는 거 겁나 멋있다.

       

       – 촉수 원래 절케 피하기 쉬움?

       └ ㄴㄴ. 정령궁수가 쏘는 화살만큼 빠름. 보고 못 피함.

       └ 근데 화령은 어케 다 피하는 거임?

       └ 그걸 어케 암. 저 사람 피지컬이 괴물인가보지.

       

       [걍 외신 가지고 노는데?]

       

       [솔플 성공할 듯. 화령이 지는 게 상상이 안 된다.]

       

       [그래봐야 즉사기 파해 못하면 짐. 지난번에도 그랬음.]

       

       [즉사기 나왔네. ㅈㅈ]

       

       [촉수 쏟아지는 데 다 피하는 거 봐라. 아피스에서 영화를 찍고 있네.]

       

       [근데 님들. 먼저 때려서 패턴 끊으면 되는 거 아님?]

       

       [데케이가 저거 못 끊는대.]

       

       [되는데요?]

       

       끊어지는데요?

       

       – 저게 왜 됨?

       – 씹 ㅋㅋㅋㅋ. 데케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다 입만 뻥긋거리는 거 보소.

       

       [아피스 세계 최초 외신 솔플 유저 탄생]

       

       그 이름 천마 백화령

       

       <무너지는 외신의 몸을 뒤로한 채 앞으로 걸어오는 사진>

       

       – 보는 내내 감탄 밖에 안 나왔다.

       – 내가 하는 천마는 안 저렇던데. 같은 캐릭 맞음?

       – 치트 쓴 거 아님?

       └ 온라인 게임에 치트 ㅇㅈㄹ.

       └ 치트는 아니어도 핵은 있을 수 있잖음.

       └ 핵무새야. 아피스에서 핵 못 쓴다고 밝혀진 게 언젠데. 개소리도 적당히 해라.

       

       [오늘부로 내 마음 속 진짜 천마는 백화령이다.]

       

       천마펀치!천마펀치!천마펀치!천마펀치!천마펀치!

       

       – 마교 가입 신청서 어디로 내면 돼요?

       – 보고 있기만 해도 눈이 정화되는 느낌임. 개인방송 안 해주나?

       – 생긴 것도 글코. 말하는 것도 글코 너무 멋있음.

       

       …

       

       [타 무협겜 랭커가 화령님이 외신 잡는 영상 해설 쓰면 봐줄 거임?]

       

       아피스에서도 천마로 그마는 찍었는데.

       

       – 일단 써 봐.

       – ㄱㄱㄱㄱ

       – 써 보셈. 추천 눌러 드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의 의견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글이 재밌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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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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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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