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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띠리링.

       

        드디어 메세지가 도착했다.

       

        “와. 벌써 도착했나?”

       

        형석이가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 시간 안에 도착했지? 정상적인 경로라면 불가능 할텐데…?”

       

        그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번갈아가면서 보며 의아해하는 중이었다.

       

        “뭐. 뻔하지 그냥 과속이든 갓길주행이든. 대충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거야.”

       

        나는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이미 오랜 시간을 그녀와 지냈으니까.

        어떻게 행동할지 대충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이란 장벽은 넘지 못했다.

       

        ‘자 뭐라고 했나 봐볼까.’

       

        [ 오빠앙~ 내가 도착했는데 오빠는 어딜까? 내가 살짝 늦기는 했지? ]

       

        헛웃음이 나왔다.

       

        ‘급하긴 많이 급한가 보네.’

       

        얘가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많이 쫄았다는 것이다.

       

        “분명하네요. 아주 다급한 것 같아요. 도대체 뭘 하셨길래 채수현 헌터를 이렇게 만드실 수 있는 거예요?”

       

        나를 올려다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이었다.

        채수현 뿐만 아니라 아까 전에 이수아 헌터까지 합치면 나는 점점 수상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치 S급 헌터들이 나에게 꼼짝도 못하게 되는.. 그러한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

       

        “저희도 이제 펀치 한번 날려보죠.”

        “응”

       

        [ 늦었어 ]

       

        완전 짧게 보내기로 했다.

        더 별 다른 설명 없이.

        구질구질하지 않으면서 더 약오르게 말이다.

       

        “과연 머라고 반응할까요.”

       

        ***

       

        [ 늦었어 ]

       

        아주 짧은 답장이 되돌아 왔다.

        애정이라고는 1도 없는 듯한 느낌.

       

        ‘뭐야 이 새끼?’

       

        채수현은 가게 한가운데에서 우두커니 서서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 늦은 건 나도 알아. 근데 너 애초에 여기에 없었잖아? 이 시발 놈이?’

       

        가까스로 이성의 끈을 잡고 있었는데 점점 놓치게 되는 느낌이었다.

       

        ‘장난해? 애초에 오지도 않고서 나 완전 가지고 논 거잖아? 그래놓고서 늦었어? 하….’

       

        가슴 깊이 분노가 미친듯이 차오르고 있었다.

       

        ‘하… 채수현… 참자.. 참아… 지금 이게 화낸다고 해결될 게 아냐. 오히려 너 손해야.’

       

        미친 듯이 손이 떨려왔다.

        하지만 가까스로 진정을 하고는 차분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 오빠. 늦은 거 미안해. 혹시 지금 어디야? ]

       

        거의 인생 최초의 사과.

        채수현에게 있어서 남자에게 사과하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

        눈앞의 문제만 잘 해결하면 되니까.

       

        ***

       

        나는 씨익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상황으로선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으니까.

       

        ‘채수현이 사과를 해?’

       

        이 년은 지금까지 이랬던 적이 없다.

        물론 원하는 것을 타내기 위해서 알랑방구를 뀌며 미안하다는 말을 섞어서 사용했던 적은 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이 잘못했던 것에 대해서 사과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지금 이 상황은 채수현이 잘못했다고 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이가 없네. 태세 전환 보소. 얘 분명 그저께까지만 해도 아주 자기 맘대로 살던 애였거든”

        “그래도 형, 드디어 정신은 차리셨나봐요. 이렇게 했어야죠. 뭐, 물론 서큐버스한테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든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에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지나간 과거는 지나간 과거.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더 몸이 달아오르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을 받지 마시죠.”

       

        형석이는 스마트폰을 가져가서는 나 대신 메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이제는 기회 없어. 다시는 연락하지마. ]

       

        ***

       

        파르르르.

       

        눈썹이 떨렸다.

        그녀는 지금 온 몸으로 자신의 분노를 내 뿜고 있는 중이었다.

        가게 한복판에서.

       

        “어… 저 사람 왜 저래…?”

        “몰라.. 뭐 화난 일 있나…? 무서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데… 야. 우리 나가자.”

        “이상해… 왜 저래…?”

       

        가게 안의 사람들은 우두커니 서서 거칠게 콧바람을 내쉬고 있는 채수현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

       

        하나 둘씩 손님들은 두려움에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저.. 저기 아가씨.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어요?”

       

        대충 분위기를 읽은 사장이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가게 매상이 점점 빠지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하지만 채수현의 눈에는 가게 사장님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 이제는 기회 없어. 다시는 연락하지마. ]

       

        도저히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그리고 이 알 수 없는 더러운 기분은 뭔지, 완전히 혼란과 분노 그 자체였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을 모두 밀쳐내고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백지훈 이 시발 새끼!!!!!!!!!!!”

        “나를 가지고 놀았어!!!!”

        “이 시발 새끼가아아아아악!!!”

       

        아주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차 밖으로도 소리가 새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난동을 부리며 비명을 질렀던 터라, 클락션도 간헐적으로 울렸다.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며, 채수현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

       

        “캬. 이젠 한 동안은 채수현한테 신경 끄시고, 저희는 술이나 좀 마시죠.”

       

        일단은 한방은 좀 먹였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던 행동이기는 한데.

        해보고 나니까 아주 후련했다.

       

        ‘하 이 X지 걸레 년.’

        ‘너 임마 이제 시작이야. 지금까지 나를 가지고 놀았냐?’

        ‘서큐버스 퀸? 어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젠 아주 확고했다.

       

        단순히 헤어진 것도 아니고, 차인 것도 아니다.

        헌터 블랙리스트에 기자회견에 서큐버스에…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은 한 두개가 아니었다.

       

        ‘넌 꼭 내가 조져준다.’

       

        아주 굳은 결심을 했다.

       

        “형. 건배 한번 하시죠. 새로운 인생 출발을 축하하며.”

       

        오늘은 이 기분을 타고서 신나게 즐기기로 했다.

       

        ***

       

        “아이 고고고고고…”

       

        어제 너무 기분이 좋았던 탓에 과하게 달렸던 것 같다.

        살짝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

       

        “하… 지금이 몇시지…”

       

        조금씩 기지개를 켜며 시계를 봤다.

       

        “어? 시발. 좆됐다. 늦었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길드에 출근을 해야하는데 도착하기에 늦은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이 시발. 어제 채수현한테 했던 걸 내가 당하게 되었네’

       

        나는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

       

        “지금 일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오오오오오옷!!!!!!!!!!”

       

        엄청난 괴성이 들렸다.

       

        나는 슬금슬금 사무실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30분.

        입사 2일차 만에 30분을 지각해 버린 것이었다.

       

        ‘아오. 진짜 백지훈. 너 미쳤냐? 왤케 술을 쳐먹어가지고는 시간 약속도 못 지켜?’

       

        어제 채수현 때문에 너무 들떠있었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지각을 했던 적은 처음.

       

        “헉. 지… 지훈 씨. 이제 오면 어뜩해요!!”

        “늦었잖아요. 아이고…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도와줄게요.”

        “지훈 씨 어제 우리 오전 휴무였는데 출근했담서요. 그거로 대충 퉁치게끔…”

       

        나를 보고는 완전히 사색이 된 표정의 팀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오옷!!!”

       

        계속해서 괴성이 들리는 상황이었다.

        분명히 이수아의 목소리였다.

       

        ‘뭐야? 왜 저래?’

       

        분명 어제, 그저께 봤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꽤 거친 것 같았다.

       

        “하. 이수아 헌터가 되돌아 왔어요.”

       

        팀원들은 슬픈 표정을 하는 것이었다.

       

        “되돌아 오다뇨?”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분명 어제 하루는 괜찮았거든요? 근 몇년간 그랬던 모습이 없었는데.”

        “그러게나 말이에요. 어제처럼만 흘러가면 진짜 좋을텐데.”

        “오늘은 또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무튼. 지훈씨. 어떻게 해서든 머리가 몸에 붙어있을 수 있게는 해볼테니까 바짝 엎드리세요. 알겠죠?”

       

        과장님은 나를 토닥였다.

        다른 사람들은 마치 내가 곧 죽을 사람이라는 것 같은 표정으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이수아 헌터님. 지각을 정말 정말 싫어하시거든요. 시간 약속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예전에 지원이 늦는 바람에 누군가를 잃었댔나? 그래서 좀 예민하시거든요.”

       

        다들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보아하니 모두들 내가 곧 사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 씨. 뭐야? 왜 그러는데? 늦은 게 잘못이긴 한데 죽을 일은 아니잖아?’

        ‘그리고 이수아. 목소리는 왜 이렇게 커? 분명 회의실 방음되어있을 텐데?’

       

        완전히 방음이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뚫고 나오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어 혹시 이거 상태 이상 때문인가?’

       

        상태창을 열었다.

        당연히 이수아의 상태창에는 덕지덕지 빨간 딱지가 붙어있었다.

       

        ‘역시. 그랬군.’

       

        빨간 딱지가 언제 되돌아오는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채수현 때도 언제나 이랬다.

       

        1일만에 되돌아올 때도 있고, 10일만에 되돌아올 때도 있고.

        딱히 패턴으로 보여질만한 것은 없었다.

        단지 뭔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면 저랬던 것 같기도.

       

        ‘일단 상태이상을 다 없애보고. 그런 다음에 바짝 엎드려서 싹싹 빌어야지. 그럼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가…’

        ‘에휴. 백지훈. 너 정신 좀 차려라. 무슨 2일 만에 지각을 하냐.’

       

        어제 승리감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크나큰 실수를 해버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어케든 수습을 해야지.

       

        나는 재빠르게 상태창의 빨간 딱지들을 제거했다.

       

        ‘휴. 이러면 좀 괜찮으려나.’

       

        끼이이이익.

       

        회의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어떤 부장이 완전히 영혼 탈곡된 것 같은 표정으로 비실비실 흘러나왔다.

       

        “흐에에엑.”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팀원들은 후다닥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업무를 보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또각또각.

       

        무서운 이수아의 힐 소리가 들렸다.

        점점 가까워지는.

       

        꿀꺽.

       

        과연 뭐라고 하려나.

        제발 죽이지만 말아줘.

       

        “지… 지훈 씨…?”

       

        하이힐 소리가 멈추자.

        살짝 홍조를 띈 채로 미소짓고 있는 이수아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좀 늦으셨네요? 음. 괜찮아요. 뭐 신입이니까 그럴 수도 있죠.”

       

        그리고는 뭔가 부끄럽다는 듯이 재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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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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