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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23. 드래곤 서칭 (3)

       

       

       또.

       수련이가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가만히 집에 누워있을 구봉구를 호출해버리고 말았다.

       

       ‘전화 하나 걸었다고 이 시간에 찾아온 건 또 웃기네.’

       

       참 부지런해라.

       나는 쿵쿵- 소리가 울리는 현관문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이거 조졌네.”

       “…미안. 실수로 잘못 눌렀어.”

       

       수련이는 침울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보았다.

       스스로 반성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굳이 벽을 보고 있으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면 됐어. 다음에 안 하면 되니까. 그런데 전화를 실수로 잘못 걸은 게 저렇게 화날 일인가?”

       -이하준!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문 안 열어!?

       “저 정도로 화난 거면 갱년기 아니냐고.”

       

       고작 실수로 전화를 걸었을 뿐인데.

       저렇게 화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니. 수련아?”

       “이상한 말 안 했어.”

       “무슨 말은 했다는 소리네?”

       “…”

       “이럴 줄 알았어.”

       

       무슨 말을 하지 않고서는 구봉구가 저렇게 화낼 리가 없지.

       구봉구는 우럭처럼 생기기는 해도, 나름 합리적인 사람이니까.

       나는 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수련이를 두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잠깐 대화하고 온다. 또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드래곤 녀석들이 동족을 물어뜯으려는 소리가 들려왔다.

       

       “맨날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꼴 좋다!”

       “괜찮아요, 수련 언니. 언니같이 똑똑한 사람도 한 번쯤 실수할 수 있죠!”

       “초련아. 말은 똑바로 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야!”

       “앗, 그런가요?!”

       “…”

       

       두 사람의 공격에 주먹을 꽉 쥔 수련이.

       어째선지 녀석의 작은 등이 분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구봉구는 늦은 시간에도 몸을 이끌고 나를 찾아왔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드래곤이 전화를 잘못 걸은 게 이유였다.

       이게 다 40살이 넘어도 노총각이라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하준 이 새끼. 너 속으로 내 욕하고 있지.”

       “예? 그게 무슨-”

       “얼굴에 다 보여 이 새끼야.” 

       “…”

       

       눈치 한번 빠르네.

       나는 주먹이 날아오기 전, 빌라 입구 계단으로 향하며 말했다.

       

       “일단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 다른 사람이 듣겠어.”

       “네가 그렇게 매너 있는 놈은 아닌데… 그리고, 아까 나한테 뭐라 했던 목소리는 누구냐? 동네 꼬마 잡아다가 나 놀린 거냐?”

       “그건… 조금 있다 말해줄게.”

       

       일단 주변이나 걸으면서 얘기를 해야겠지.

       지금 구봉구는 열이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니까.

       내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환기가 좀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구봉구는 빌라 주변에서 덜 위험한 구역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구봉구.”

       “뭐, 이 새끼야.”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야?”

       “하- 장난 전화를 친 새끼가 그렇게 말하니까 어이가 없어서 웃기네.”

       

       구봉구는 입에 담배를 꼬나물었다.

       공짜는 참을 수 없기에, 손가락을 내밀었다.

       

       “진짜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구봉구는 헛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건네줬다.

       하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표정이 험악했다.

       원래 험악한 인상이긴 했지만.

       

       “야, 이하준.”

       “왜.”

       “너 영웅 시험은 어떻게 됐냐.”

       “나야 뭐 통과했지.”

       “그래?”

       

       후우-

       구봉구는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고민하는가 싶더니 내게 말했다.

       

       “그럼 돈 갚아.”

       “내가 왜. 이번 달에 돈 갚았잖아.”

       “나한테 장난 전화 걸었잖아. 이 새끼야.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돈이라도 들고 가야 할 거 아니야.”

       

       구봉구는 무엇이든 내게서 가져가야 속이 후련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돈이 안 되면 무릎 꿇고 빌던지. 돈 갚을래, 무릎 꿇고 빌래?”

       

       돈을 내놓을 것인가.

       자존심을 내놓을 것인가.

       죽음의 이지선다를 거는 구봉구.

       그에 나는 아스팔트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소리쳤다.

       

       “에라이, 그냥 때려.”

       “내 손만 아프잖아. 이 새끼야. 싫어.”

       

       역시 안 되나.

       드래곤의 아빠가 되어서 함부로 무릎을 꿇을 수 없는 법.

       나는 하는 수 없이 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얼마 보내면 돼?”

       “50 보내.”

       “더럽게 많이 가져가네. 너는 돈 모아서 뭐 하냐?”

       “…알 필요 없어. 이제 꺼져. 다음에 장난 전화 또 하면 두배로 받는다. 조심해라.”

       

       구봉구는 그리 말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구봉구가 돈을 모아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아, 맞다. 그리고, 그거 목소리 누구냐?”

       “…목소리?”

       “그래, 애 목소리던데. 뭐, 동네 꼬마한테 스마트폰 쥐어주고 시킨 거냐? 그게 아니면 뭐 숨겨둔 애라도 있냐?”

       “으음…”

       

       숨겨둔 애가 있기는 하지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숨기는 편이 좋겠지.

       

       “영웅 합격해서 기분 좋아서. 근처 꼬맹이한테 건네줘서 장난 한번 쳐봤어.”

       “…그러냐? 이 근처에 내가 모르는 애가 살고 있는 건 몰랐는데.”

       “뭐, 있을 수도 있지.”

       “요즘 시대에 애는 보기 드문데… 일단 알겠다. 나 간다.”

       

       구봉구는 이번에는 진짜 집으로 돌아갔다.

       뭔가 마지막에 수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번 일은 잘 마무리된 것 같았다.

       

       ‘…대신 돈이 비싸게 먹혔지.’

       

       젠장.

       그러고 보니 수련이가 구봉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얘기하는 걸 까먹었다.

       그 부분은 수련이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나는 재빨리 문을 열고 집으로 복귀했다.

       

       끼이익-

       

       “아빠 왔다. 별일 없었지?”

       

       집으로 돌아오자, 화련이와 초련이가 쪼르르- 달려 나왔다.

       

       “별일 있었어!”

       “맞아요 아버지! 별일 있었어요!”

       “또 뭔데. 그러고 보니 수련이는 또 어디 갔어.”

       

       집이 좁아서 한눈에 보이는 게 정상인데.

       아무리 집을 둘러봐도 수련이가 보이지 않았다.

       화련이와 초련이는 서로 공명하는 것처럼 동시에 외쳤다.

       

       “저기 있어! 이불에 숨었어!”

       “저기 이불에 숨어있어요!”

       

       나는 곧바로 시선을 이불에 고정했다.

       거실에 펼쳐져 있는 이불이 뽈록- 튀어나와 있었다.

       수련이는 그 이불 아래 숨어있는 모양이었다.

       

       “에휴, 아무리 드래곤이 머리가 똑똑해도 애는 애야.”

       

       수련이는 몸을 이불에 두른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이불을 쿡쿡- 찔렀다.

       

       “수련아. 거기서 나와.”

       “…”

       “안 혼낼 테니까 나와도 돼.”

       “…”

       

       손가락으로 쿡쿡- 이불을 찌르자.

       살짝 반응이 있었다.

       수련이는 간지럼을 타는지, 꿈틀꿈틀거렸다.

       겉으로 보면 완전 이불에 둘러싸인 애벌레였다.

       이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화련이와 수련이에게 물었다.

       

       “화련아 수련아. 혹시 나 없는 동안 수련이한테 무슨 말 했어?”

       “흥,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오히려 초련이가 수련이를 저렇게 만든 거야!”

       “초련이가?”

       

       초련이가 그 똑똑한 수련이를 저 이불 벌레를 만들다니.

       믿기 힘든 이야기다.

       

       “대체 뭔 말을 한 거니, 초련아?”

       “그게 말이죠, 아버지…”

       

       초련이는 곤란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그냥 수련이 언니가 실수했으니까 다음에 잘하면 돼요! 언니는 재능이 있으니까 할 수 있어요! 화이팅이에요! 이렇게 말했는데… 저렇게 되어버렸어요…”

       

       때로는 순수함이 견고한 이성을 이기는 법.

       수련이는 아무래도 초련이의 말에 얻어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져버린 모양이다.

       역시 초련이는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아이임이 분명했다.

       

       “…네 잘못은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수련이는 내가 알아서 해볼게.”

       “네에, 아버지!”

       

       초련이는 그 말을 듣고, TV 앞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공룡 어드벤쳐 하는 날!”

       

       봐야만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는 모양이다.

       화련이또한 그 옆에 앉아 기대하며 TV를 쳐다봤다.

       이제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은 이 이불 벌레를 부화시키는 것.

       나는 손가락으로 수련이를 툭툭- 건들며 입을 열었다.

       

       “수련아.”

       “…”

       “오늘 실수한 거 알고 있어.”

       “…”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해.”

       

       실수 한 번 할 수 있지.

       나도 옛날에 실수 많이 했어.

       

       “근데, 자기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정확히 알면. 그다음에는 실수를 안 하게 되더라.”

       “…”

       “너는 똑똑하니까 잘 알잖아. 네가 뭔 실수를 했는지. 원래 애들은 실수하면서 크는 거야.”

       “…”

       “그러니까, 다음에 안 하면 돼. 드래곤은 같은 실수 두 번 안 하잖아. 그렇지?”

       

       꿈틀-

       내 마음이 통했는지, 수련이는 몸을 살짝 움직였다.

       내가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했는지 잘 알고 있겠지.

       나는 마지막으로 수련이의 이불을 토닥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있으면 밥 먹으니까. 그때 마음 풀리면 와서 먹어.”

       “…”

       

       수련이는 마지막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기분이 풀릴 것이다.

       어린아이의 감정은 원래 들쭉날쭉하니까.

       

       “밥 다 됐어, 와서 먹어. 오늘은 단백질 많다.”

       

       영웅 협회에서 받은 닭가슴살과 뼈 없는 고등어구이를 구워 식탁에 올려놨다.

       참고로 화련이의 입에서 나온 불을 이용해 직화로 구웠다.

       그리고, 즉석밥과 초련이가 먹을 상추를 식탁에 올려놓았다.

       

       ‘처음에는 먹을 게 없어서 빈공간이 많았는데.’

       

       날이 갈수록 식탁이 점점 꽉 차는 느낌이다.

       

       “밥이다!”

       “밥 먹을 시간이에요!”

       

       화련이와 초련이는 의자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화련이는 고기와 밥 위주의 식사.

       초련이는 채소 위주의 식사.

       녀석들은 우물우물-거리며 반찬들을 야무지게 먹었다.

       그렇게 녀석들이 밥을 반쯤 다 먹었을 때쯤.

       

       스으윽-

       저 거실에 누워있던 이불 벌레가 허물을 벗고 일어섰다.

       살짝 눈물을 흘렸던 걸까.

       눈이 살짝 부어있는 수련이는 천천히 걸어와서 의자에 앉았다.

       

       털썩-

       그리고는 포크로 깨작거리며 식사를 시작했다.

       

       “…이거 생선 맛있어.”

       “왠지 그럴 것 같더라.”

       “…”

       

       냠-

       수련이는 그렇게 식사를 이어가던 도중.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아빠. 다음부터 실수 안 할게.”

       “그래, 다음에는 실수하지 마.”

       “나는 완벽한 드래곤이니까. 다음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을 거야.”

       

       훌쩍-

       수련이는 굳게 다짐하며 눈물 젖은 고등어구이를 입에 넣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또 실수할 것 같은데?’

       

       내 안에서는 이미 드래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였다.

       드래곤은 무슨.

       그냥 좀 똑똑한 어린애와 다름없었다.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나조차도 이 녀석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궁금하긴 하네. 얘네들은 지금 어디까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한번 녀석들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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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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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수련이랑 초련이 AI 올릴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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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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