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3

       “하필이면 울름 남작가란 말이지….”

        ​

        거리를 돌아다니며 고민했다. 마리아는 자기도 따로 방법을 생각해보겠다 했지만, 사실 그녀도 딱히 방법은 없을 거다.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울름 남작은 마리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

        자선 사업도 결국 명분은 ‘좋은 일 하는 데 같이합시다’였다. 이런 일에 함께한다는 건, 서로 사이가 좋지는 못해도 나쁘지는 않게, 서로 미약하게나마 연줄은 남겨놓는다는 뜻이었다.

        ​

        황후의 파벌에서 청탁을 모아 실제로 수행하는 일을 맡을 정도의 위치면, 울름 남작을 초대한다 해도 거절할 게 분명했다.

        ​

        “결국 숙청의 단초가 될 증거를 찾아내려면, 한 번은 저택에 침입해야 하는데….”

        ​

        지금까지 수월하게 작전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이 황후 파벌의 말단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수도 귀족들의 지체가 작위만으로 정해지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이들은 지방에 근거지를 둔 이들이라 해당이 없었다.

        ​

        요컨대, 그들의 본래 세력이 어떤지와 관계없이 수도에 끌고 온 세력이 그리 크지 않아 보안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기에 내가 마음껏 헤집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

        하지만 울름 남작은 달랐다. 기반은 지방에 있을지라도, 워낙 오랜 시간을 버텨온 가문인지라 영지 바깥에도 여기저기 세력을 뻗칠 여력이 있었다.

        ​

        특히 상속권이 혼인을 통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봉건제 세상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는 건, 본래 영지 외에도 여기저기 월경지가 많다는 의미였다.

        ​

        울름 남작 역시 수도 근처에 영지가 하나 있었다.

        ​

        “보나 마나 기사단‘만’ 안 불러왔을 거란 말이지.”

        ​

        수도에서 기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건 황실뿐이기에 다들 경비병력 정도만 들여올 수 있었지만, 편법은 언제나 존재했다. 기사단에 아직 입단하지 않은 기사 후보생들을 경비병이라는 명목으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

        물론 이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기사 후보생도 결은 영지의 중요한 전력이었기에 아무렇게나 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오직 수도 근처에 있기에 영내의 반란이나 친족의 쿠데타를 억제할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울름 남작 역시 수도 근처의 영지에서 모집한 후보생들을 투입했겠지.

        ​

        일반적인 경비병이라면 마력을 사용해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걸로 움직임을 숨길 수도 있고, 고압적인 태도로 상대를 속일 수도 있겠지만, 기사 후보생은 이야기가 달랐다.

        ​

        그들의 눈을 속이고 몰래 물건을 빼 오는 건, 아쉽게도 익스퍼트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했다.

        ​

        “차라리 무력이라도 쓸 수 있었으면 달랐을 텐데.”

        ​

        “그건 좀 참아주시죠.”

        ​

        마리아의 명령으로 나를 따라 나온 요나스가 나를 만류했다. 울름 남작가를 뚫어낼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할 일이 없다 보니, 당장 할 일이 없어 대련이라도 할까 싶어 그를 데리고 나왔다.

        ​

        마침 그는 오늘 비번이었기에 데려올 수 있었다. 비번 날에 대련을 위해 끌려 나온다는 소식에 저항하던 그였지만, 일급의 세 배가 되는 돈을 준다는 소식에 얌전히 따라 나왔다.

        ​

        물론 정말 상대가 되진 못했다. 태도는 쓰지 않았기에 초반에는 조금 해볼 만한 승부가 되나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 차이가 많이 났다.

        ​

        “단련 좀 해.”

        ​

        “그렇게 말하면 억울하죠. 저도 단련 열심히 합니다. 그냥 빌 경이 지나치게 체력이 좋은 겁니다.”

        ​

        그래도 몸은 풀렸기에 많이 구박하진 않았다.

        ​

        “하, 진짜. 차라리 상대가 기사단이었으면 나았을 텐데.”

        ​

        “기사단이 있으면 뭐가 달라집니까?”

        ​

        고개를 끄덕였다.

        ​

        “기사단끼리 친선 대련 한 번 하자는 명목으로 밖으로 끌어낼 수 있거든.”

        ​

        나도 나름 기사단의 부단장인지라 아는 게 있었다. 종종 이웃한 영지의 기사단끼리 친선을 명분으로 대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

        그리고 친선대련의 경우, 정말 서로 원수를 진 수준으로 가문 간의 사이가 나쁜 것이 아닌 이상에야 받아주는 것이 귀족계의 암묵적 도의였다.

        ​

        명분뿐이라도 친선이 목적인 만큼, 사람이 죽는 일은 정말 재수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잘 없었고, 그렇기에 친선 대련 제의를 거절하는 건 보통 ‘나는 자신이 없으니 도망칩니다.’라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

        “울름 남작이 수도에서 활동하는 이상, 그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텐데.”

        ​

        “그렇습니까?”

        ​

        물론, 의미 없는 이야기였다. 결국 수도에 있는 기사단은 황실이 보유하거나 고용 중인 기사단뿐이었으니까.

        ​

        “됐다, 어차피 안 될 일에 집착해서 뭐하겠어. 다른 방법이나 생각해봐야지.”

        ​

        “흠….”

        ​

        요나스도 내 말에 턱을 짚고 함께 고민했다. 

        ​

        다만 둘 다 명확한 해법을 궁리해내진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둘 다 칼 쓰는 데 더 재주가 있지, 중상모략은 특기가 아니었다.

        ​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았지만, 솔직히 마리아가 답을 떠올리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게 현실이긴 했다.

        ​

        툭.

        ​

        “응?”

        ​

        그렇게 걸어가던 중, 내 어깨도 안 올 것 같은 사람이 요나스를 치고 지나갔다.

        ​

        정신 안 차리고 걷냐며 놀려주었다.

        ​

        “그걸 부딪히냐.”

        ​

        “아니, 저는 피했어요. 쟤가 의도적으로 부딪힌 거라니까요?”

        ​

        “뭐?”

        ​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

        그새 인파의 틈으로 파고든 사람이 서둘러 멀리 도망치고 있었다. 그제야 우리가 소매치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

        “야, 지갑 어디다 뒀어?”

        ​

        내 말에 요나스가 급하게 주머니를 확인했다.

        ​

        “지, 지갑이 없어졌습니다!”

        ​

        정말 소매치기였다. 아무리 성 밖이라지만 수도에도 소매치기가 있나. 아니, 수도라서 소매치기가 있는 건가?

        ​

        굳이 호들갑은 떨지 않았다. 솔직히, 기사가 돼서 저런 일반인 소매치기 한 명 못 잡으면 자격 없는 거지. 우리는 양쪽으로 흩어져 느긋한 마음으로 소매치기를 추격했다. 요나스는 바로 그를 덮치려 했지만, 수신호로 그를 말렸다.

        ​

        일부러 그가 계속 도망치도록 방치했다.

        ​

        소매치기들도 바보가 아니어서, 정말 경험 없이 단독으로 시작한 소매치기가 아닌 이상에야 장물아비와 같은 사람을 거쳐 한 번은 세탁하기 마련이었다.

        ​

        특히 지갑 또한 현금화가 가능한 물건이었기에 한 푼이 아쉬운 소매치기들이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

        소매치기는 어딜 가든 존재하고, 그걸 몇 번이고 당하다 보면 알기 싫어도 깨닫게 되는 법이다.

        ​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다. 한참을 도망치던 그는 척 봐도 수상해 보이는 건물로 향했다.

        ​

        “…정말로 이런 장소가 있었군요.”

        ​

        척 봐도 소매치기나 범죄자들이 모이는 것이 훤히 보였다. 요나스는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작게 말했다. 이런 건 처음 당해보는 눈치였다.

        ​

        뭐, 항상 궁에서 황녀를 호위하는 사람이 소매치기당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긴 하지.

        ​

        “지금 바로 돌입할까요?”

        ​

        “아니, 기다려.”

        ​

        “어차피 확정된 거 아닙니까?”

        ​

        “가끔, 건물 자체가 위장인 경우가 있어.”

        ​

        나도 소매치기를 몇 번 추격해보며 경험해본 적 있었다. 말 그대로 겉면의 건물은 그저 위장이고, 본격적인 돈세탁은 비밀통로를 통해 들어가는 곳에서 하는 경우였다.

        ​

        특히 수도에서 이런 짓을 하는 세력이 그 정도 보안도 신경 쓰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

        “우리 지갑을 훔친 놈이 나오면, 그때 걔를 붙잡고 들어가자고.”

        ​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

        얼마 안 있어, 소매치기가 나왔다. 그는 척 봐도 돈을 얻어 신났는지 손가락에 침까지 발라가며 돈을 세고 있었다.

        ​

        “지금.”

        ​

        “예!”

        ​

        그가 건물에서 나와 모퉁이를 도는 순간 그를 덮쳐 제압했다.

        ​

        “끄악!”

        ​

        비명과 함께 소매치기가 바닥에 엎어졌다. 그 즉시 팔을 뒤로 꺾었다. 요나스는 능숙한 솜씨로 다리를 천으로 감아 제압했다.

        ​

        …이게 왜 익숙한데?

        ​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

        아무튼, 팔다리를 묶어 제압하고 그의 두건을 벗겼다.

        ​

        “음?”

        ​

        “어라.”

        ​

        우리 둘 다 당황했다.

        ​

        키가 작아 예상은 했지만, 범인은 우리 생각 이상으로 어렸다. 아무리 봐도 10대 초반을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외모였다.

        ​

        그리고,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이 나이에 소매치기나 하는 애가 이런 키라니. 빈민층의 영양 섭취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

        “잠시만.”

        ​

        “예?”

        ​

        아마도 제 정체를 숨기기 위해 망토처럼 둘렀을 천을 치웠다.

        ​

        그리고, 예상대로의 상황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

        “하아….”

        ​

        “뭐, 뭡니까?”

        ​

        소매치기범의 가슴께에는, 성당 소속 고아원에서 아이들의 소속을 밝히기 위해 달아주는 옷핀이 달려 있었다.

        ​

        -―

        ​

        장물 처리소를 들쑤시기 전에, 우리는 먼저 대성당으로 향했다.

        ​

        요나스가 불평하긴 했지만, 어차피 대련을 위해 나온 만큼 돈을 거의 들고 오지도 않았고, 지갑도 별로 비싸지 않았기에 그도 크게 미련을 가지진 않았다. 소매치기범이 갖고 있는 돈을 다 주니 그는 금방 싱글벙글 웃으며 따라왔다.

        ​

        ‘어차피 범죄자들에게 채권추심 하는 데 기한 같은 건 없으니까요. 천천히 합시다!’

        ​

        물론 지갑을 포기하진 않았다. 지갑을 되찾는 기한을 뒤로 좀 미뤘을 뿐.

        ​

        우리는 소매치기범을 데리고 대주교에게로 향했다.

        ​

        대주교는 착잡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

        수녀와 사제들도 누군가는 한숨을 쉬고, 누군가는 분노를 삭였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자이자 통솔자인 대주교가 앞에 있었기에 먼저 나서지 않았다.

        ​

        “…그렇습니까.”

        ​

        대주교는 한숨을 쉬며 소매치기범에게 다가갔다. 그는 한숨을 쉬며 무릎을 꿇고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차마 눈을 들지 못하고 바닥을 바라보던 아이는 대주교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했다.

        ​

        그토록 대담하게 소매치기를 했으면서, 자신의 죄가 대주교에게 드러나자 창피함을 느끼는 듯했다.

        ​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거니.”

        ​

        대주교는, 호통을 치며 다그치는 대신 나긋하게 물었다. 아이는 오히려 더욱 움츠러들었다. 대주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

        “나는 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죄를 저지를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하던 시절, 성당 앞에 버려진 너를 거두고 지금까지 키우며 너를 보아왔기에 잘 안단다. 너는 언제나 당당하게 네 또래를 이끌었지만, 그렇다고 네 잘난 맛에 다른 아이를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돕는 아이였지.”

        ​

        그리고는 한 번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 놓아주었다. 그는 아이의 양 어깨를 살짝 부여잡고 다시 한번 물었다.

        ​

         “그런 네가 순전히 개인의 욕심 탓에 이런 짓을 저지르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분명 우리가 네가 바라던 무언가를 채워주지 못했기에 이런 일을 했겠지. 부디, 우리가 네게 무얼 소홀히 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

        대주교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수녀와 사제들이 움직여 아이의 시선에 우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사이를 가렸다. 아마 우리를 보이면 아이가 부담을 느껴 답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듯했다.

        ​

        그제야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

        “…부모님이요.”

        ​

        그 말에, 좌중의 모두가 침묵했다.

        ​

        그래, 여기 있는 이들은, 나와 요나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종교인이었다. 황금십자교도 나름 세계종교로서 박애를 강조했기에 이들은 모두 성심성의껏 아이들을 대했다. 나도 며칠간 여길 드나들며 본 적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

        하지만, 결국 이들은 고아원의 관리자였고, 아이들에겐 ‘수녀님’과 ‘사제님’일 뿐이었다. 이들은 결코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줄 수 없었다.

        ​

        “어떤 귀족 아저씨가, 자기 말을 잘 따르고 실적이 좋으면 좋은 귀족 부부에게 입양시켜준다고 하셨어요.”

        ​

        그 말에, 대주교의 어깨가 꿈틀했다.

        ​

        “저, 저 말고 다른 형이나 누나들도 몇 명 한다고 들었어요! 시, 실제로 이미 그렇게 입양을 간 형, 누나도 있다고….”

        ​

        참담한 이야기였다. 철십자 기사단이 아직 나와 만나기 전, 모종의 이유로 주군을 지키지 못하고 떠돌던 시절 온갖 험한 꼴을 봤을 요나스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

        대주교는 잠시 침묵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는 떨리는 호흡으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물었다.

        ​

        “혹시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 있을까?”

        ​

        “—-때부터요.”

        ​

        순간 내 호흡이 잠시 멈췄다. 아이가 말한 때는, 딱 황후파가 본격적으로 대주교를 비롯한 다른 브로커들을 밀어내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때였다.

        ​

        “…그럼, 그 귀족이라는 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려줄 수 있니?”

        ​

        그리고, 아이의 대답을 들은 그는 뒤처리를 사제들에게 맡기고, 곧장 나와 함께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

        요나스조차 밖에 놔둔 채, 그는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갔다.

        ​

        “필요하신 건, 무엇이든 말씀하시지요.”

        ​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정갈하고 차분했지만, 그 눈엔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

        아이가 묘사한 범인의 얼굴은, 울름 남작과 완벽히 일치했다. 그리고 울름 남작은 황후 파벌의 행동대장으로 강력히 의심받는 사람이었다.

        ​

        그게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

        황후 파벌은, 고아원을 통해 대주교의 약점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

        아이들을 통해 대주교의 약점을 찾으려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랬다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다.

        ​

        그들은, 고아원을 범죄자 소굴로 만들어 대주교와 성당 그 자체에 흠결을 내려 하고 있었다.

        ​

        “황후의 파벌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팔츠 교구, 아니, 제국 내의 황금십자교의 자산을 얼마든지 지원해드리겠습니다.”

        ​

        대주교가 애매한 협력 관계를 넘어 완벽하게 우리의 편으로 넘어오게 만드는 데는 차고 넘치는 동기였다.

       


           


I Wished for Romance, but it Turned Out to be a Romance Fantasy

I Wished for Romance, but it Turned Out to be a Romance Fantasy

낭만 판타지를 꿈꿨는데 로맨스 판타지였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dreamed of a life filled with romance¹ and romanticism, but I didn’t dream of a romance fantasy… —- ¹ The “Romance” here means a feeling or atmosphere of something new, special and exciting, e.g., a hero’s adventur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