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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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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 ]
    ​
    ​
    그녀가 리안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어보려는 순간, 시야가 훅 변해버렸다.
    ​
    ​
    [ 이게 무슨 -…꺄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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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야가 순식간에 훅훅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
    ​
    줄리아나가 눈앞에서 지워지는 것처럼 사라지자 리안이 묵은 때를 닦아낸 것처럼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
    ​
    “휴, 문제없이 처리했네.”
    ​
    ​
    ‘지평좌표계를 어떻게 고정하고 있는 거죠?’라는 질문은 그 어떤 퇴마 방법보다 확실한 유령 퇴치법 중 하나였다. 개그 세계에서 유령에게 함부로 저 질문을 했다간 경찰서에 끌려갈 수도 있는 위험한 말이었다.
    ​
    ​
    “리,리안 지금 뭘 한 거야?”
    “아, 저 유령이 악령처럼 보여서 날려버렸어.”
    “날..려버렸다고?”
    ​
    ​
    듣도 보도 못한 상황에 노아의 머릿속에 온갖 물음표가 가득 차올랐다. 이내 그 모든 의문은 ‘아쉬움’에 가려졌다.
    ​
    ​
    ‘그..손을 잡았으면 난 강해질 수 있었을까?’
    ​
    ​
    손쉽게 힘을 주겠다는 말에 노아는 홀린 듯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쉽게 믿지는 않았다. 하얀 책을 발견하기 전에 읽었던 모든 책에서 쉽게 얻은 힘은 그만한 대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
    ​
    노아가 본인의 선택으로 힘을 거부했으면 모를까, 기회 자체가 강제로 빼앗기자 힘을 갈구하는 마음이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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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책을 더 찾아보자.’
    ​
    ​
    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
    ​
    텁.
    ​
    ​
    “흐얏?!”
    ​
    ​
    리안이 노아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
    ​
    “노아, 아까도 말했지만 여긴 미아님이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곳이잖아. 거기다 내가 따로 들은 말이 있어. 여기에 엄청 위험한 책이 많아서 펼치는 것만으로도 뼈와 가죽이 분리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어.”
    “어,어어..”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사람 없는 곳을 찾아온 것 같은데..이런 곳에 있지 말고 나랑 가서 달콤한 거나 먹으러 가자.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하소연하고 싶은 게 있으면 들어줄게!”
    ​
    ​
    리안은 눈을 반짝거리며 적극적인 태도로 줄줄 유려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
    ​
    ‘아아 – ! 이게 친구라는 거지!’
    ​
    ​
    개그 세계에서 친구란 개짓거리를 할 땐 함께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땐 빠르게 손절하고 버려지는 존재다. 개그 세계 주민은 지루한 이야기를 5분도 버티지 못한다.
    ​
    ​
    드디어 ‘우정!’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리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
    ​
    “어,어..”
    ​
    ​
    노아는 그저 리안에게 붙잡힌 손을 보며 고장 난 채 바보 같은 소리를 입 밖으로 흘릴 뿐이었다.
    ​
    ​
    “그럼 어서 나가자!”
    ​
    ​
    리안이 끌어당기는 대로 노아는 끌려갔다. 
    ​
    ​
    ***
    ​
    ​
    “식사는 제대로 했어?”
    “…아니.”
    “그럼 먼저 식사부터 하 -..”
    ​
    ​
    슝 -.
    ​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뭔가가 바람처럼 날아와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
    ​
    ​
    “쭈인님…! 어디갔었어!”
    ​
    ​
    제스의 목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얼굴에 매달린 제스를 떼어내려 했지만 제스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
    ​
    “제스..나 숨 막혀.”
    “..!”
    ​
    ​
    그 말에 제스가 손에서 힘을 뺐다. 뭔가 뽁하는 효과음이 환청처럼 들려오고 제스가 내 손에 들려진 채 떨어졌다.
    ​
    ​
    “우…”
    ​
    ​
    제스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렸다. 머릿속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제스를 위로 들었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
    ​
    “우 -..우리 제스가 왜 울려고 할까? 배가 고파서 그러나아?”
    ​
    ​
    그러자 울먹거리던 제스가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
    ​
    “안아줘요..”
    “그,그래!”
    ​
    ​
    나는 곧바로 웅얼거리는 제스를 품에 안아주었다. 코 알라처럼 배 위에 달라붙은 제스의 등을 토닥거리며 노아를 바라보았다.
    ​
    ​
    “그럼 우리도 가자.”
    “…그래.”
    ​
    ​
    아무래도 빨리 가야 할 것 같았다. 노아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제스를 품에 안은 채 주방으로 향했다.
    ​
    ​
    “제스는 밥 먹었어?”
    ​
    ​
    제스가 웅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대충 내가 없어서 굶었다는 말 같았다.
    ​
    ​
    “앞으로는 그러면 안 돼. 굶으면 키가 안 클 수도 있어.”
   “…!”
    ​
    ​
    제스가 고개를 위로 팍 들더니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
    ​
    “아프로는 잘 먹을게!”
    “그래,그래.”
    ​
    ​
    다행히 주방에 남은 음식이 있어 가볍게 데워 먹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실험하러 가기 전에 식사를 해결해둔 상태였기에 제스와 노아의 식사만 차려주었다.
    ​
    ​
    원래 계획은 노아가 식사나 간식을 먹을 동안, 그의 옆에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거였지만 제스가 있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제스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동안 주방을 살펴보기로 했다. 피아가 정리를 해준 건지 따로 청소해야 할 건 없었다.
    ​
    ​
    달그락,달그락.
    ​
    ​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 남지 않은 과일을 전부 꺼내 잘랐다. 아이들 간식으로 챙겨 줄 생각이다.
    ​
    ​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접시에 가득 담아놓고, 주변을 정리하는 사이 제스와 노아가 식사를 끝냈다. 
    ​
    ​
    “설거지는 내가 해둘게.”
    “나도 할래!”
    ​
    ​
    제스가 제 그릇을 높이 들어 보이며 꼬리를 살랑거렸지만 노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
    “제스는 아직 작아서 힘들 거야.”
    “…!!”
    ​
    ​
    노아의 말에 제스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주방은 미아가 내 키에 맞춰 높이를 줄여둔 덕분에 나와 피아, 노아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제스처럼 내 반만 한 아이들은 사용할 수 없었다.
    ​
    ​
    제스가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제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싱크대를 바라보다가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
    ​
    난 과일이 가득 담긴 접시를 쟁반에 옮긴 후 제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
    ​
    “설거지는 우리가 할 테니까, 대신 제스는 이걸 식당에 가져다줄래? 다 같이 먹을 거니까 다른 애들도 불러주면 좋겠어.”
    “…! 응!”
    ​
    ​
    제스가 축 늘어뜨리고 있던 귀를 쫑긋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쟁반을 들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
    ​
    “노아, 제스를 따라가줄래? 설거지는 내가 해둘게.”
    “하지만 -…”
    “괜찮아. 어차피 과일 써는데 사용한 칼이랑 도마도 씻어야 해.”
    “끙…대신 내일 식사는 내가 준비할게.”
    “그럼, 고맙지.”
    ​
    ​
    아이들이 간단한 요리를 배울 때 노아도 함께 요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 덕분에 노아도 간단한 식사 정도는 차릴 수 있게 되었다. 
    ​
    ​
    고기나 과일도 다 떨어진 상태라 차릴 수 있는 식사는 거기서 거기였기에 흔쾌히 노아의 의견에 동의했다. 
    ​
    ​
    “으흐흥,뉴흐흥.”
    ​
    ​
    제스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어지자 노아가 급하게 주방을 떠났다. 
    ​
    ​
    “자 -…그럼 난 식자재나 체크해야겠다.”
    ​
    ​
    식자재가 완전히 동나기 전에 체크를 해둬야, 부족한 만큼 미아에게 미리 부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냉동고 쪽으로 향하려던 순간.
    ​
    ​
    [ 네 이놈! ]
    “…!”
    ​
    ​
    거친 호통 소리와 함께 내 앞에 하얀 책이 툭하고 떨어졌다. 책이 제멋대로 펼쳐지더니 그 안에서 새 하얀 여자가 튀어나왔다. 
    ​
    ​
    “아, 유령이다.”
    [ 이익…! ]
    ​
    ​
    유령이 주먹을 꽉 말아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 돌아온 거지? 무시무시한 퇴마 주문을 사용했었는데?
    ​
    ​
    “음, 한 번으로 안되는 건가? 지평 -..”
    [ 꺄아악! 그만둬! ]
    ​
    ​
    내가 다시 한번 더 지평좌표계는 어떻게 고정하고 있는 거냐고 질문하려고 하자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두 팔을 앞으로 뻗어 마구 휘저었다.
    ​
    ​
    철컹,챙 –
    ​
    ​
    그러자 주방에 있던 물건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령의 기분이 고조되었을 때 나타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이었다. 
    ​
    ​
    [ 어? 이,이거 뭐야? ]
    ​
    ​
    유령은 두둥실 떠오른 물건들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굳은 얼굴로 두 손을 내게 휘둘렀다.
    ​
    ​
    [ 죽어! ]
    ​
    ​
    그러자 두둥실 떠올라있던 물건이 일제히 나에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
    ​
    휘익! 슈웅!
    ​
    ​
    포크를 비롯한 모든 물건이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난 씩 웃으며 가볍게 몸을 틀어 날아오는 것들을 마치 서커스를 하는 것처럼 온갖 자세로 피하기 시작했다.
    ​
    ​
    거기서 끝나지 않고 바닥에 닿으면 깨질 법한 물건은 입이나 손으로 잡아버리기 까지 했다.
    ​
    ​
    [ 뭐,뭐야 저게?! ]
    ​
    ​
    유령의 분노가 어이없음으로 바뀐 순간, 허공에 떠올라있던 물건들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잽싸게 달려 나가 깨질법한 접시를 리듬감 있게 착착 받아냈다.
    ​
    ​
    [ 오… ]
    ​
    ​
    짝짝.
    ​
    ​
    유령이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는 걸 보며 나는 뿌듯하게 웃음 지었다. 개그 세계의 살림 경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
    ​
    “후우…이제 좀 진정했어요?”
    [ …! ]
    ​
    ​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령을 보며 한숨이 툭 튀어나왔다. 나는 곧바로 찬장을 열었다. 그러자 뜨겁게 끓인 차가 나왔다. 
    ​
    ​
    찻잎도, 그릇도 아닌 정말 막 끓인 차였다. 난 그 차를 유령 앞, 주방 테이블 위에 놓아주며 말했다.
    ​
    ​
    “자 여기 와서 말해봐요. 미련이 뭐길래 이러는 건데요?”
    [ 어…? ]
    “미련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 마..맞지. ]
    “전부 말하고 나면 속은 좀 편해질 테니까. 한번 쭉 말해봐요. 차도 마시고.”
    [ 아니, 나 차는 못 마실..알았어. ]
    ​
    ​
    유령은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으로 찻잔을 들었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찻잔이 유령의 손에 들렸다. 
    ​
    ​
    [ 앗,뜨거! ]
    “뜨거우니까 식혀서 먹어요.”
    ​
    ​
    유령의 표정이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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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업로드 시간 착각해서 19일에 업로드 못한 사람?
저에요..저..

대신 연참 가져왔습니다 흐흑..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D다음화 보기

[ 뭐 -.. ]

그녀가 리안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어보려는 순간, 시야가 훅 변해버렸다.

[ 이게 무슨 -…꺄아아악! ]

시야가 순식간에 훅훅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줄리아나가 눈앞에서 지워지는 것처럼 사라지자 리안이 묵은 때를 닦아낸 것처럼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휴, 문제없이 처리했네.”

‘지평좌표계를 어떻게 고정하고 있는 거죠?’라는 질문은 그 어떤 퇴마 방법보다 확실한 유령 퇴치법 중 하나였다. 개그 세계에서 유령에게 함부로 저 질문을 했다간 경찰서에 끌려갈 수도 있는 위험한 말이었다.

“리,리안 지금 뭘 한 거야?”

“아, 저 유령이 악령처럼 보여서 날려버렸어.”

“날..려버렸다고?”

듣도 보도 못한 상황에 노아의 머릿속에 온갖 물음표가 가득 차올랐다. 이내 그 모든 의문은 ‘아쉬움’에 가려졌다.

‘그..손을 잡았으면 난 강해질 수 있었을까?’

손쉽게 힘을 주겠다는 말에 노아는 홀린 듯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쉽게 믿지는 않았다. 하얀 책을 발견하기 전에 읽었던 모든 책에서 쉽게 얻은 힘은 그만한 대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노아가 본인의 선택으로 힘을 거부했으면 모를까, 기회 자체가 강제로 빼앗기자 힘을 갈구하는 마음이 강해졌다.

‘…다른 책을 더 찾아보자.’

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텁.

“흐얏?!”

리안이 노아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노아, 아까도 말했지만 여긴 미아님이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곳이잖아. 거기다 내가 따로 들은 말이 있어. 여기에 엄청 위험한 책이 많아서 펼치는 것만으로도 뼈와 가죽이 분리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어.”

“어,어어..”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사람 없는 곳을 찾아온 것 같은데..이런 곳에 있지 말고 나랑 가서 달콤한 거나 먹으러 가자.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하소연하고 싶은 게 있으면 들어줄게!”

리안은 눈을 반짝거리며 적극적인 태도로 줄줄 유려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아아 – ! 이게 친구라는 거지!’

개그 세계에서 친구란 개짓거리를 할 땐 함께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땐 빠르게 손절하고 버려지는 존재다. 개그 세계 주민은 지루한 이야기를 5분도 버티지 못한다.

드디어 ‘우정!’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리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어,어..”

노아는 그저 리안에게 붙잡힌 손을 보며 고장 난 채 바보 같은 소리를 입 밖으로 흘릴 뿐이었다.

“그럼 어서 나가자!”

리안이 끌어당기는 대로 노아는 끌려갔다.

***

“식사는 제대로 했어?”

“…아니.”

“그럼 먼저 식사부터 하 -..”

슝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뭔가가 바람처럼 날아와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

“쭈인님…! 어디갔었어!”

제스의 목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얼굴에 매달린 제스를 떼어내려 했지만 제스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제스..나 숨 막혀.”

“..!”

그 말에 제스가 손에서 힘을 뺐다. 뭔가 뽁하는 효과음이 환청처럼 들려오고 제스가 내 손에 들려진 채 떨어졌다.

“우…”

제스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렸다. 머릿속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제스를 위로 들었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우 -..우리 제스가 왜 울려고 할까? 배가 고파서 그러나아?”

그러자 울먹거리던 제스가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안아줘요..”

“그,그래!”

나는 곧바로 웅얼거리는 제스를 품에 안아주었다. 코 알라처럼 배 위에 달라붙은 제스의 등을 토닥거리며 노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도 가자.”

“…그래.”

아무래도 빨리 가야 할 것 같았다. 노아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제스를 품에 안은 채 주방으로 향했다.

“제스는 밥 먹었어?”

제스가 웅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대충 내가 없어서 굶었다는 말 같았다.

“앞으로는 그러면 안 돼. 굶으면 키가 안 클 수도 있어.”

“…!”

제스가 고개를 위로 팍 들더니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프로는 잘 먹을게!”

“그래,그래.”

다행히 주방에 남은 음식이 있어 가볍게 데워 먹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실험하러 가기 전에 식사를 해결해둔 상태였기에 제스와 노아의 식사만 차려주었다.

원래 계획은 노아가 식사나 간식을 먹을 동안, 그의 옆에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거였지만 제스가 있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제스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동안 주방을 살펴보기로 했다. 피아가 정리를 해준 건지 따로 청소해야 할 건 없었다.

달그락,달그락.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 남지 않은 과일을 전부 꺼내 잘랐다. 아이들 간식으로 챙겨 줄 생각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접시에 가득 담아놓고, 주변을 정리하는 사이 제스와 노아가 식사를 끝냈다.

“설거지는 내가 해둘게.”

“나도 할래!”

제스가 제 그릇을 높이 들어 보이며 꼬리를 살랑거렸지만 노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스는 아직 작아서 힘들 거야.”

“…!!”

노아의 말에 제스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주방은 미아가 내 키에 맞춰 높이를 줄여둔 덕분에 나와 피아, 노아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제스처럼 내 반만 한 아이들은 사용할 수 없었다.

제스가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제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싱크대를 바라보다가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난 과일이 가득 담긴 접시를 쟁반에 옮긴 후 제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설거지는 우리가 할 테니까, 대신 제스는 이걸 식당에 가져다줄래? 다 같이 먹을 거니까 다른 애들도 불러주면 좋겠어.”

“…! 응!”

제스가 축 늘어뜨리고 있던 귀를 쫑긋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쟁반을 들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노아, 제스를 따라가줄래? 설거지는 내가 해둘게.”

“하지만 -…”

“괜찮아. 어차피 과일 써는데 사용한 칼이랑 도마도 씻어야 해.”

“끙…대신 내일 식사는 내가 준비할게.”

“그럼, 고맙지.”

아이들이 간단한 요리를 배울 때 노아도 함께 요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 덕분에 노아도 간단한 식사 정도는 차릴 수 있게 되었다.

고기나 과일도 다 떨어진 상태라 차릴 수 있는 식사는 거기서 거기였기에 흔쾌히 노아의 의견에 동의했다.

“으흐흥,뉴흐흥.”

제스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어지자 노아가 급하게 주방을 떠났다.

“자 -…그럼 난 식자재나 체크해야겠다.”

식자재가 완전히 동나기 전에 체크를 해둬야, 부족한 만큼 미아에게 미리 부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냉동고 쪽으로 향하려던 순간.

[ 네 이놈! ]

“…!”

거친 호통 소리와 함께 내 앞에 하얀 책이 툭하고 떨어졌다. 책이 제멋대로 펼쳐지더니 그 안에서 새 하얀 여자가 튀어나왔다.

“아, 유령이다.”

[ 이익…! ]

유령이 주먹을 꽉 말아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 돌아온 거지? 무시무시한 퇴마 주문을 사용했었는데?

“음, 한 번으로 안되는 건가? 지평 -..”

[ 꺄아악! 그만둬! ]

내가 다시 한번 더 지평좌표계는 어떻게 고정하고 있는 거냐고 질문하려고 하자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두 팔을 앞으로 뻗어 마구 휘저었다.

철컹,챙 –

그러자 주방에 있던 물건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령의 기분이 고조되었을 때 나타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이었다.

[ 어? 이,이거 뭐야? ]

유령은 두둥실 떠오른 물건들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굳은 얼굴로 두 손을 내게 휘둘렀다.

[ 죽어! ]

그러자 두둥실 떠올라있던 물건이 일제히 나에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휘익! 슈웅!

포크를 비롯한 모든 물건이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난 씩 웃으며 가볍게 몸을 틀어 날아오는 것들을 마치 서커스를 하는 것처럼 온갖 자세로 피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바닥에 닿으면 깨질 법한 물건은 입이나 손으로 잡아버리기 까지 했다.

[ 뭐,뭐야 저게?! ]

유령의 분노가 어이없음으로 바뀐 순간, 허공에 떠올라있던 물건들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잽싸게 달려 나가 깨질법한 접시를 리듬감 있게 착착 받아냈다.

[ 오… ]

짝짝.

유령이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는 걸 보며 나는 뿌듯하게 웃음 지었다. 개그 세계의 살림 경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후우…이제 좀 진정했어요?”

[ …! ]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령을 보며 한숨이 툭 튀어나왔다. 나는 곧바로 찬장을 열었다. 그러자 뜨겁게 끓인 차가 나왔다.

찻잎도, 그릇도 아닌 정말 막 끓인 차였다. 난 그 차를 유령 앞, 주방 테이블 위에 놓아주며 말했다.

“자 여기 와서 말해봐요. 미련이 뭐길래 이러는 건데요?”

[ 어…? ]

“미련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 마..맞지. ]

“전부 말하고 나면 속은 좀 편해질 테니까. 한번 쭉 말해봐요. 차도 마시고.”

[ 아니, 나 차는 못 마실..알았어. ]

유령은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으로 찻잔을 들었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찻잔이 유령의 손에 들렸다.

[ 앗,뜨거! ]

“뜨거우니까 식혀서 먹어요.”

유령의 표정이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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