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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으기이익…!!”

   

    팡-! 팡-! 이불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다.

   

    “어허, 금춘봉. 살살 차, 살살.”

    “갸아아아악…!!!”

   

    우다다다! 기관총처럼 쏘아지는 발길질에 기어코 이불이 공중분해됐다.

   

    서준은 그런 춘봉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견뎌라 소녀여. 중이병은 금방 지나간단다.”

    “지랄하지 맛…!”

   

    폴짝 뛰어오른 금춘봉이 미사일처럼 날아와 복부에 틀어박혔다.

   

    “커헉…!”

    “너, 너만 없으면 그 일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존속살해는 안 된다 이놈아!”

    “죽어라, 이서준…!”

   

    투다다닥! 냥냥펀치가 가슴에 작렬했다. 하나도 안 아프다.

   

    “아, 아, 아, 아────.”

   

    선풍기 앞에서 소리를 내는 것마냥 목소리가 끊긴다.

   

    개쩌는 폐활량을 자랑하듯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지친 춘봉이가 헉헉대며 가슴 위로 쓰러졌다.

   

    “으기익….”

   

    애가 쪽팔려 뒤지려 그런다. 거참. 별게 다 부끄러울 나이구만.

   

    “읏차, 우리 춘봉이. 오빠랑 마실이나 나갈까?”

    “…어디로?”

    “홍등가?”

    “진짜 미친 새끼 아니야….”

   

    아무리 오빠라도 그런 표정은 상처 받아요?

   

    입맛을 다신 서준이 춘봉을 옆구리에 끼고 일어났다.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홍등가는 해 질 때쯤 가고.”

    “아니, 뭔 홍등가….”

   

    투덜대면서도 따라올 거 다 안다.

   

    서준이 어슬렁어슬렁 걸음을 옮겼다.

   

   

    *

   

   

    흑호문은 돈이 많았다.

   

    그 금고를 턴 서준도 당연히 돈이 꽤 많았다.

   

    이제는 매일 같이 객잔에서 호화롭게 식사를 해도 문제될 게 전혀 없었다.

   

    “자자, 춘봉 선생. 한 잔 하시게.”

    “으음. 향이 참 좋소.”

    “물에서 향을 느끼다니! 고수로군!”

    “…그만하자 우리. 병신 같다.”

    “그랭.”

   

    산니백육, 탕초리척, 경장육사에 규화계였나?

   

    춘봉이의 힘을 빌려 시킨 요리들이 식탁에 좌악 깔렸다. 죄다 고기 요리다. 

   

    여기다 술 한 병 시키면 끝내줄 텐데.

   

    시키면 되지 않냐고? 당연히 안 되지.

   

    우리 춘봉이는 애기야. 지켜줘야 돼.

   

    서준이 음식을 집어먹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머해 자꾸.”

   

    춘봉 역시 양볼을 가득 채운 채 오물오물 턱을 움직였다. 그녀의 물음에 서준이 몸을 기울였다.

   

    춘봉이 마주 몸을 기울여 귀를 가져다대자 서준이 속삭였다.

   

    “객잔은 조심해야 돼. 무림 삼대마경 중 하나가 객잔이거든.”

    “뭔 개소리야?”

    “저번만 해도 봐봐. 청하문 걔네랑 만난 것도 객잔이잖아.”

    “그건 니가 포목점 주인을 두드려 패서 그런 거고.”

    “아니, 아무튼. 진짜라니까?”

   

    무협지에서 사건의 절반 정도는 객잔에서 일어난다.

   

    하루에 없어지는 객잔만 중원 전체로 따지면 수백쯤 되지 않을까?

   

    그야 무림인들이 깽판치면 객잔은 문을 닫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일단 칼 맞는 것보단 나으니까.

   

    객잔 주인이 천마 정도 되면 몰라도 할 일 없는 천마가 객잔이나 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으음, 배부르다.”

   

    식사를 마친 춘봉이 뽈록 튀어나온 배를 통통 두드렸다.

   

    그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던 서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게 아무 일도 없네.”

    “헛짓거리 좀 하지 마, 인마.”

    “뀨.”

    “으엑….”

   

    남정네의 애교에 기겁을 하는 춘봉이를 두고 은자로 값을 치렀다.

   

    객잔을 나서니 아직 해가 쨍쨍하다. 아무리 그래도 홍루가 낮에 영업하진 않겠지?

   

    “어이, 금춘봉.”

    “왜.”

    “거, 자네 좀 놀 줄 아는 놈인가?”

    “모르는데. 어려서는 수련만 하고, 커서는 집이고 가족이고 다 잃어서.”

    “뭣….”

   

    이 새끼. 그런 말을 하면 나보고 어떻게 반응을 하라는 거지?

   

    턱을 긁적인 서준이 냅다 춘봉을 집어들어 목마 태웠다.

   

    “으앗…!”

    “가자 금춘봉…!”

   

    오늘은 한 번 질릴 때까지 놀아보자!

   

   

    *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무림 이거 좆도 할 게 없다.

   

    무림인들이 왜 그렇게 무공에 미쳐 사나 했더니, 이런 세상에서는 할 게 무공밖에 없었던 거였다.

   

    “어우…, 토할 거 같아.”

   

    결국 할 게 없으니 눈에 보이는 건 일단 뭐든 집어먹고 봤다. 

   

    춘봉이의 원픽인 빙탕호로도 질릴 만큼 먹어서 지금 입 안이 아릴 정도다.

   

    “헤헤….”

   

    그래도 춘봉이는 꽤 재밌었던 모양이다. 방글방글 웃는 모습이 귀엽다. 근데 그건 그거고.

   

    ‘괘씸하군.’

   

    얘 때문에 나도 빙탕호로를 다섯 개는 먹었다.

   

    느닷없이 춘봉이의 허리를 덥썩 움켜잡은 서준이 라이언킹에서 본 것처럼 그녀를 번쩍 치켜들었다.

   

    “동네 사람들…! 우리 춘봉이 좀 보세요!”

    “뭐, 뭐, 뭐야…! 이 미친 새끼! 빨리 안 내려놔!?”

    “중원제일귀! 너무 귀엽다! 우리 춘봉이!”

    “이, 이 씨빨…! 하지 말라고오…!”

   

    주변 사람들이 킥킥대며 지나간다. 춘봉이의 얼굴은 완전히 새빨갛게 익어 톡 찌르면 터질 것만 같았다.

   

    “후우, 개운해졌어.”

    “개새끼야!”

   

    춘봉이를 내려주자 고사리 같은 주먹이 우다다 날아온다.

   

    “아악…!”

   

    존나 아프다. 평소 같은 냥냥펀치가 아니라 무슨 맞을 때마다 퍽퍽 소리가 난다.

   

    춘봉이는 지칠 때까지 주먹을 날리더니, 이내 씩씩대며 혼자 성큼성큼 걸어갔다. 뽀짝뽀짝 걷는 그 뒷모습이 꽤 씩씩하다.

   

    ‘이제 좀 풀렸나?’

   

    확실히 이제 멀쩡해 보인다. 서준이 씩 웃으며 달려가 그녀의 정수리를 콱 움켜잡았다.

   

    “어이, 금춘봉. 같이 가.”

    “꺼져 좀!”

    “아잉.”

    “아오…!”

    “아카.”

    “무라사키라 할 거지 새끼야! 그거 그만 좀 해!”

    “파악 당했나…! 고수로군!”

    “지랄.”

   

    아무튼 나도 재밌었다.

   

   

    *

   

   

    슬슬 노을이 깔리는 시간. 서준은 홍등가로 걸음을 옮겼다.

   

    “안 질리냐?”

    “웅. 맛있는데.”

   

    옆에는 빙탕호로를 기어코 하나 더 섭취 중인 혈당과다 금춘봉 선생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흠.”

   

    주욱 깔린 기루들.

   

    홍월루마냥 커다란 기루도 있고, 이름만 기루지 그냥 허름하고 작은 집 같은 건물도 있었다.

   

    대부분은 후자에 속했다. 뒷골목이 다 이렇지 뭐.

   

    “어떻게 할까.”

    “뭐를?”

    “딱 정했다.”

    “아니, 뭐 할 거냐고! 말은 하고 해!”

   

    씩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서준이 홍등가가 시작하는 지점에 있는 기루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어이, 친구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기녀, 손님, 흑도의 덩치들.

   

    어려보이는 소년 하나가 쪼르르 다가와 물었다.

   

    “손님이신가요?”

    “아니?”

    “어…, 어라?”

   

    메뉴얼에 없는 대답이었는지 소년이 고장났다. 

   

    서준은 소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는 가까이에 있는 덩치에게 다가갔다.

   

    “안녕?”

    “…살귀. 여기는 무슨 일이냐.”

    “너희 대장 어딨니?”

    “알려줄 것 같나?”

    “그건 그렇네.”

   

    서준이 턱을 긁적였다. 생각해보니 얘네가 순순히 알려주질 않겠구나?

   

    고민하던 서준이 발로 바닥을 크게 한 번 내리찍었다.

   

    쿠웅-!

   

    쩌저적-, 발을 내리친 곳에서 시작해 그 주변이 모조리 얼어붙었다.

   

    발이 얼어붙은 덩치가 표정을 굳혔다.

   

    “해보자는 거냐?”

    “해는 다 졌는데 무슨 해야? 이제 달 뜨겠다, 인마.”

   

    뒤에서 춘봉이가 경악했다.

   

    “진짜 재미 없는데.”

    “앗.”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서, 너희 대장 어딨냐?”

    “…안내하지.”

    “해줄 거면서 튕기기는.”

   

   

    *

   

   

    이름 모를 흑도의 대가리 하나를 만나 통보했다.

   

    일 주 정도 뒤에 기녀들 잠깐 데려갈 거니까 협조 좀 하라고.

   

    물론 반발이 있었다.

   

    “기녀들을 데려간다고? 누구 마음대로!”

    “그야…, 무림고수 마음대로?”

    “아무리 네놈이라도 모든 흑도 방파들을 적으로 돌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 듯싶더냐!”

    “물론이지!”

   

    서준이 적당히 옆에 있는 나무에 지탄을 날리자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네 내공이 무한할 것 같나?”

   

    서준은 말없이 지탄을 한 번 더 날렸다.

   

   

    콰아아아앙──────────!!!

   

   

    나무 파편을 모조리 뒤집어쓴 사내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옙! 얼마든지 데려가십쇼!”

   

    꾸벅꾸벅 구십 도 인사를 하는 사내를 뒤로하고 걸어가던 서준이 말했다.

   

    “이거 이름 뭐로 할까? 음양탄지? 음양지? 음…. 아니다. 혼원일월지混元日月指?”

    “구린데.”

    “그럼 황룡신지? 아니다. 이건 좀 구리네. 황룡신탄?”

    “…그건 좀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속이 너무 보인다 금춘봉!

   

    픽 웃으며 그냥 황룡신탄이라 할까 생각하고 있으니, 자기도 찔리긴 했는지 춘봉이 입을 열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혼원일월지가 낫겠네.”

    “그러냐?”

    “무공 이름은 직관적인 게 좋아. 어느 정도 네 심상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

    “아유 귀여운 새끼!”

    “가, 갑자기…?”

   

    그렇게 됐다.

   

   

    *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던 서준은 다른 기루에 들어가는 대신 홍월루로 걸음을 옮겼다.

   

    한 군데 들러보고 깨달은 건데, 기루마다 다 쳐들어가서 사람들을 설득(물리)하는 건 너무 일이 귀찮아질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냥 이틀 후로 하죠? 흑호문 소속이었던 기녀들만 모아주면 그때 한 바퀴 돌면서 모으면 되니까.”

   

    서준을 맞이한 매월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보다 소협, 제게 존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번처럼 편히 말씀해주시지요.”

    “싫은데요?”

    “후후, 알겠습니다.”

   

    뭘 알겠다는 건진 몰라도 그냥 고개를 끄덕이니 옆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넌 또 왜 그러니 춘봉아.”

    “저번? 니 어제 들른 데가 여기였냐?”

    “앗.”

   

    서준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듣고 있던 매월이 그를 변호했다.

   

    “남성 분이 건강하다는 건 좋은 일이지요. 너무 가두려 들면 새장을 벗어나 훨훨 날아가는 법이랍니다.”

    “낄 데 끼어들지?”

   

    춘봉이가 아르릉 이를 세웠다.

   

    얘가 왜 이런담.

   

    “우리 집 춘봉이는 안 물어요.”

    “예, 소협. 그보다 오늘밤은 어떠신지요?”

   

    쫄지도 않고 당당하게 추파를 날리는 매월. 서준이 슬쩍 물러나 고개를 저었다.

   

    “에…, 아뇨. 성병 걸릴 것 같아서 조금….”

    “후, 후후…. 그러십니까…?”

   

    매월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럼 이만!”

   

    춘봉이를 집어든 서준이 빠르게 인사를 박고 홍월루에서 도망쳤다.

   

    “휴우, 이놈의 인기란.”

    “…미친놈.”

   

    춘봉이의 눈빛이 조금 이상하다. 진또배기 미친놈을 보는 표정이다.

   

    “아니! 편 들어줬는데 왜!”

    “에휴, 됐다.”

   

    그래도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춘봉이의 표정이 썩 나빠보이진 않았다.

   

    “아, 맞다. 근데 혹시 하오문이라고 아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온몸을 비틀어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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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al Arts Ain’t That Big of a Deal

Martial Arts Ain’t That Big of a Deal

무공 뭐 별거 없더라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fell into a phony martial world. But they say martial arts are so hard? Hmm… is that all there is t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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