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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23.

       

       에실리아는 면피가 소리 지르듯이 펄럭이던 충격보다 더한 충격에 그만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고기를 더 입안에 집어넣지 못하고 눈만 껌뻑껌뻑 하고 있는 성녀를 보며, 데스나이트는 부연을 덧붙였다. 엘프도 아니건만, 어째서인지 자신이 다 민망한 기분이었다.

        

       “…좀 기괴하게 느껴지리 라는 것 이해하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소. 평야에 거하는 오크들은 유목 민족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때문에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이 필수적인 조건이었지. 당연히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는 근육량도 많고 지구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레 오크들은 부계 사회를 이룩했소.

        

       반면에 엘프들은 숲의 나무 위에 터를 잡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런 게 필요치 않았소. 나무 위에서 나무 위로 건너 뛰며 살아가는 이상, 가지 따위에 걸리적 거리는 커다란 신체보다는 날쌘 몸이 필요했지. 남성보다는 여성이 유리한 조건이고, 엘프들은 모계 사회를 이룩했소. 엘프들의 입장에서 여자들을 모두 죽이고 남자들을 겁탈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었지.”

        

       그녀의 머릿속에 지금까지 만난 엘프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성녀로서 다른 자들을 치유할 때는 워낙 긴급한 상황이 많이 있었기에 그 분들에게 반려가 있는지 없는지는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데스나이트를 만난 이후로 본 엘프들을 떠올렸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불쾌한 기억까지 포함한다면 그녀가 만난 엘프는 총 셋이었고, 그 중 여성 엘프는 단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그 유일한 여성 엘프인 루네아 양의, 사별한 남편분 크라심 진네만은 오크…….

        

       에실리아는 어지러워지는 머리에 한 손으로 땅을 짚었다. 뭐라도 안 하면 진짜 쓰러질 것만 같은 기분에 그녀는 눈 앞에 보이는 고기에 손을 뻗어 꼬챙이로 그것을 집었다.

        

       에실리아는 간신히 정신을 유지하고 고기 한점을 입안으로 넣을 수 있었다.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고기의 풍미를 따라, 그녀의 정신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으음, 음, 음. …그렇군요.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하지만 여전히 눈을 심하게 떨며, 자신과 시선을 마주지치 못하는 성녀를 보면서 제르피에드는 이 상호적 민망함을 유발하는 이야기에서 빨리 탈출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지금의 오크들은 말을 유창하게 잘 하더군.”

        

       호기심을 유발하는 말에 성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이야기의 탈출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제르피에드는 안도감을 느꼈다.

        

       “고대의 오크들은 지금보다 어금니가 몇 배나 컸소. 위험 생물들이 많이 거하는 평야라 여차하면 불을 피울 여유도 없이 생으로 고기를 뜯어먹어야 했고, 그런 위험한 장소라 ‘전투 함성’ 이라는 특유의 위협음을 내어 적을 쫓아내야만 했소.

        

       어금니는 그 전투 함성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었지. 하지만 한 가지 부작용이 있었소. 말을 할 때 어금니 때문에 특유의 호흡음이 끼어드는 것이었는데, 그 호흡음이 어땠냐면…….”

        

       제르피에드는 잠시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취익! 췩! 취이익-!”

        

       …탈출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잠시 멍하니 호위기사를 보던 에실리아는 이내 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 아니…아하하…! 아니, 그, 푸흐흡…! 그게 뭐에요. 기사님…!”

        

       잠깐 고민하던 제르피에드는 이왕 탈출을 결심한 것,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는 설명을 하면서 고대 오크의 흉내를 냈다.

        

       “오크들은, 취이익! 말을 할 때 취익, 췩! 이런 식으로 취이이익-! 말했소. 어찌 보면 취치이익! 이 특유의 호흡음이 적을 취익, 취칙! 위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취이익! 할 수 있을 것이오. 이런 취익! 호흡음을 곁들이는 이상 취히이익-! 적을 마주했을 때, 최소 취치치치익! 위협은 안되더라도, 당혹은 취이익-! 줄 수 있었을 테니.”

        

       ……탈출은 성공했다. 이제 상호적 민망함에서, 일방적 민망함으로 바뀐 이상, 민망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그 혼자 뿐이었다. 에실리아는 눈물까지 보이며 배꼽을 잡고, 땅바닥을 굴렀다. 제르피에드는 지금 그녀가 안에 걸치고 있는 옷이 순수의 가호가 새겨진 옷이라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저 옷은 버렸어야 했을 테니까.

        

       그는 잠시 뒷목을 쓰다듬으며 레이디가 아닌 정 반대의 장소로 시선을 던졌다. 뭐라도 좋으니 좀 먼 곳을 바라보고 싶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끄흡! 끅! 하는 소리를 내던 성녀는 헛기침을 하며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노력은 성공과 동일어가 아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먼 곳으로 시선을 아무렇게나 던지며, 뒷목을 쓸고 있는 대놓고 민망함을 표출하는 호위기사라는, 평소의 진중함은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제르피에드의 모습을 본 성녀는 결국 웃음을 참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제르피에드는 성녀의 청아한 웃음을 노랫가락 삼아 동쪽 산맥의 가을 풍광을 아무렇게나 구경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성녀 에실리아는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자세를 바르게 고쳐 잡았다. 단아한 모습의 성녀로 돌아온 에실리아는 헛기침을 해 노래의 연주가 끝났음을 호위기사에게 알렸다.

        

       “……흠, 가을 단풍의 풍광이 아름답더군.”

        

       방금 전 민망함을 어떻게든 없었던 일로 만들려는 호위기사의 모습에, 그녀는 다시 웃음이 터지지 않도록 노력해야했다. 이번에 성녀는 다시 웃음을 터뜨려 제르피에드의 눈동자가 어딘지도 모르는 저 먼 가을의 풍광을 배회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녀는 팡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대신 생긋 미소를 선보이며 말했다.

        

       “신기하네요. 기사님한테서 이런 역사적 지식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정말…신기하고, 음, 재미있는 내용이었어요.”

        

       최대한 완곡하게 말을 마친 성녀는 호위기사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호위기사는 다시 아무렇게나 시선을 허공으로 던진다거나 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물끄러미 성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르피에드는 그녀의 말에 어딘지 모를 동질성을 느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질감을 느꼈기에 데스나이트는 당혹스러웠다. 턱을 몇 번 쓰다듬은 후에야, 동질감을 느낀 것이 상황이 아닌 그녀가 말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처음이오. 누군가와 이런 내용으로 대화를 한다는 게.”

       “어…네?”

       “…그러고보니 한번도 나눠 본적이 없군…. 내 전 계약자들은 이런 역사적 지식 같은 거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소. 이미 잘 알고 있는 자들도 있었고, 솔직히 대부분은 각자의 목적을 이루는데 좀더 관심이 있었지.”

        

       데스나이트의 말을 듣고, 몇 번 커다란 붉고 파란 눈망울을 씀벅인 성녀는 크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는 서로에게 엄청 커다란 처음인거네요! 기사님이 처음 해보는 호위기사도 그렇고, 저도 처음 해보는 레이디? 이건 좀 말이 이상하네요. 음, 그래서 레이디 하는 것도 그렇고. 기사님이 이런 내용으로 대화해본 것도 그렇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처음이에요.”

        

       “성녀인데 이런 종류의 대화를 안 해봤다는 말이오?”

        

       “어……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수업도 대화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일방적인 웅변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요? 가르침만 받았지, 딱히 이것들과 관련해 담론을 한 기억은 없어요. 생각해 보니까 저는 되게 질이 높으면서도 질 낮은 수업을 받았네요. 좋은 선생님 데려다가 주구장창 말만 늘어 놓기만 하니…….”

        

       자신의 앞에 앉아 고기를 다시 오물오물 씹으며, 볼을 부풀린 채 과거에 받았던 수업에 대한 불평을 늘어 놓는 에실리아를 호위기사는 무표정하게 응시했다.

        

       엄청 큰 처음이라.

        

       확실히, 그녀를 만나고부터는 모든 것이 처음인 것 투성이였다. 한번도 해본 적 호위기사라는 계약, 그리고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성녀. 도시를 거닐어 보기도 하고, 분수에 소원도 빌어봤다. 이제는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가지고 담소를 떨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는 굴에서 떠올렸던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평범한 계약이었으면, 지금도 누군가를 죽이고 있었겠지.

        

       엄청 큰 처음이라, 그는 속으로 그 말을 곱씹었다. 데스나이트는 투구를 해제하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똑바로 보고 말을 전하기 위해서.

        

       제르피에드는 피식 웃고는 성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런가보오, 우리는 정말 서로에게 커다란 처음이로군.”

        

       에실리아는 그런 제르피에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을 빠르게 깜빡여 정신을 되찾았다. 성녀는 배시시 커다란 웃음을 띄고 그에게 힘차게 대답했다.

        

       “그럼요!”

        

       오후의 늦은 햇살이 나뭇잎에 잘게 부숴져 데스나이트와 성녀 위로 흩뿌려졌다.

        

       –

        

       남은 고기는 나뭇잎에 싸 가방 안에 보관했다. 디에르반에서 구입한 수통에 물을 채우고, 받침대 대용인 넓은 돌은 원래 자리로 치워버렸다. 아직 오후 6시도 되지 않았지만 산속인지라 서서히 햇살은 그 힘을 잃어, 아까 보다 더욱 잘게 부숴져 성녀와 데스나이트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내 걸었던 것이 피곤했던 것인지, 성녀는 자리를 정리하는 데스나이트를 보면서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어제 동쪽 산맥에 막 진입했을 때, 차라리 말이라도 탈까 싶었지만 초반에 잠깐 말을 탄 경험은, 에텔바이어 산에서의 기억을 복습하는 효과밖에 되지 않았다.

        

       다 정리하고 성녀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배낭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제르피에드는 그녀의 곁에 앉아 조심스럽게 배낭을 치우고 에실리아에게 망토를 둘렀다. 기대고 있던 것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성녀는 툭 하고 그에게 몸을 기댔다. 제르피에드는 그런 에실리아를 잠깐 바라보다, 이제는 익숙하게 주변의 풍광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의 마지막 햇살이 개울의 표면에 튕겨 흩뿌려진다. 나뭇잎에 먼저 부숴져 잘게 나눠진 햇살 조각 몇몇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타고 둥둥 떠다녔다. 물결 타고 흐르는 햇살을 보고 흰머리오목눈이 몇 마리가 개울가로 다가와 그 잘게 부숴진 빛 조각들을 부리로 쪼다, 어둠이 찾아와 무서워 물 속으로 숨어버린 햇살에 놀라 포르르 날개 펴고 사라져 간다.

        

       제르피에드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바람 한 줄기가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이내 바람은 그에게 흥미를 잃고, 단풍 군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바람의 보드라운 쓰다듬에 나무들이 단풍잎을 거세게 날려 보내며 환호를 보냈다. 사방으로 춤을 추는 단풍잎들의 향연을 그는 눈에 담았다. 실로 성관이었다.

        

       단풍잎들의 공연이 끝나자, 공연이 막을 내리듯 물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데스나이트의 눈에 들어왔다. 먼 곳곳에서는 별들이 표표히 그 빛을 발한다. 그는 천천히 눈을 씀벅였다. 어느새 그는 하늘이 물들어가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있었다.

        

       아득하게 빛나는 별을, 이렇게 마음껏 바라본 적이 언제였던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과거의 기억에 그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데스나이트는 숨을 천천히 내쉬며 하늘에 별들을 천천히 마음 속으로 세기 시작했다.

        

       이렇게 별을 마음 놓고 바라본 것은, 별들이 처음 탄생하는 것을 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

        

        

       “이 <거목의 대삼림>이라는 곳은 어떻게 생겼소?”

        

       동쪽 산맥을 따라 이동한지 사흘째가 되는 날이었다.

       단풍잎 몇 개를 손에 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옆에서 총총히 걸어가는 에실리아를 보던 제르피에드는, 문득 든 생각을 그녀에게 질문했다. 갑작스러운 호위기사의 질문에 에실리아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의 질문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 어어, 글쎄요? <거목의 대삼림>이라는 이름처럼 거목들로 이루어진 삼림 아닐까요?”

        

       에실리아는 부끄러운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멍청한 대답이었다. 그런 대답에도 제르피에드는 아무 동요 없이, 더욱더 에실리아를 부끄럽게 만드는 친절함을 곁들어 재차 질문했다.

        

       “이 나무도 충분히 거목 아니오? 크기가 이 정도쯤 된다는 것이오?

        

       근처에 있던 커다란 대왕참나무 하나를 손등으로 두들기며 던진 질문이었다. 그가 가리킨, 60큐빗은 넘을 듯한 대왕참나무를 위 아래로 훑으며 에실리아는 고민했다. <거목의 대삼림>에 관해서는 이름만 들어봤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나 마을에 사는 엘프들과 달리 대삼림에 기거하는 엘프들은 배척성이 강했고, 또한 동쪽 끝자락에 있는 그곳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어렴풋한 추측으로 답을 대신해야 했다.

        

       “이 나무도 충분히 거목이지만…그래도 굳이 거목이 붙을 정도면 이것보다 어어엄청나게 크지 않을까요?”

        

       팔을 쭉 펼치며 그 ‘어어엄청나게’라는 표현의 정도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지만, 작은 체구였기에 제르피에드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호위기사의 모습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움에 뺨을 긁적이며 에실리아는 대답했다.

        

       “…저도 <거목의 대삼림>은 이름밖에 못 들어서…죄송해요. 하지만 분명히 이 나무보다는 클거에요. 아마 한 이 나무의 두 배 정도? 그러지 않으면 거목이라는 말이 들어갈리 없잖아요?”

        

        

       –

        

        

       남하한지 닷새가 되는 날 오후, 성녀 에실리아는 발 앞에 떨어진 나뭇잎을 보며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자신의 추측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자신의 상반신만한 나뭇잎을 보던 에실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제르피에드 또한 성녀와 비슷한 심정으로 나무를 올려다봤다.

        

       

       눈앞에 있는 나무의 높이는 대강 어림 잡아도 300큐빗은 되어 보였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드디어 후회집착을 하는 파티원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파티원들의 자유 의지를 존중한다는 제 의견을 받아들여 저는 물주의 역할로 남게 되었습니다.
    원래 발표를 맡던 친구가 제 원래 역할을 겸하게 되었는데,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멀리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체플린의 명언이 떠오르더군요.

    날씨가 비도 오고 점점 차가워지는데 독자 여러분들은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봐주신 Ilham Senjaya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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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데스나이트는 성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
Score 3.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trayed by her own Order*, the Saint begged the death knight to become her guard—the death knight who could destroy the world. *tl note: she was betrayed by the church, not her own doing. Author Notes: Contains Authentic fantasy, and wholesome love. I hope this brings you the reader a little bit of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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