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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대관식 이후.

         

       지금 나는 진행될 결혼식 준비 중이다.

         

       “대공 전하, 눈을 감으시지요.”

         

       내가 거울을 보며 눈을 감자, 부드러운 솜이 내 얼굴을 두들긴다.

         

       -톡톡.

         

       아무리 결혼식이라지만 이렇게 얼굴에 분칠해야 한다니.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싫다.

         

       현대 대한민국의 미적 감각에 익숙한 내가…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고 양 볼에 붉은 분칠 하고… 프릴이 주렁주렁 달린 옷을 입는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대공 전하 다 되었습니다.”

         

       그제야 화장이 끝났는지 내가 눈을 뜨며 거울에 비춘 내 모습을 바라본다.

         

       검은 머리에 허연 멀건 얼굴.

         

       “끔찍하네.”

         

       나도 모르게 내 감상평이 입에서 새어 나온다.

         

       “헉!, 대… 대공 전하 제… 제가 무슨 실례라도?”

         

       내 화장을 해주던 남자가 경기를 일으키며 호들갑을 떨자,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무것도 아니네, 이게 어찌 자네 잘못이겠나…”

         

       그냥 이곳 문화가 이상한 거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공 전하, 몰라보게 달라지셨군요. 평소에도 그러고 다니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그리파가 넉살 좋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모습에 짜증이 인다.

         

       “진짜… 너까지 그럴래?”

         

       내 말에 아그리파가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소 진한 다크서클이 가려져서 훨씬 보기 좋습니다.”

         

       너도 이곳 사람이지.

         

       그 생각에 떠올라 내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됐다… 다른 사람들은?”

         

       “요아네스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준비 다 했으니까 들어오시라고 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는 아그리파, 이내 요아네스가 문을 열며 들어온다.

         

       “호, 자네 몰라보게 달라졌군. 이렇게 보니 하객으로 온 여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필 거 같은 얼굴이네.”

         

       그 말에 속으로 짜증이 나지만 그걸 티를 낼 수 없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런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정말 화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 말에 씩 웃는 요아네스.

         

       “우선 결혼 축하하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

         

       “자, 이거 받게나.”

         

       요아네스가 가죽 주머니를 나에게 건네준다.

         

       “이건… 뭡니까?”

         

       조심스레 내가 주머니를 열자, 안에는 검은 알약 몇 알이 들어있고, 진한 사향 냄새가 난다.

         

       “연금술사가 만든 정력제네. 나도 가끔 먹긴 하는데 여자들이 좋아하더군. 아마 그걸 먹으면 오늘 밤 황제를 정복할 수 있을걸세.”

         

       그렇게 씩 웃는 요아네스를 보며 난감한 웃음으로 말한다.

         

       “저는 아직 젊습니다.”

         

       “젊을 때부터 챙기면 나이 들어서 부인이 더 잘 챙겨주는 법이라네.”

         

       -피식.

         

       서로가 알다시피 우리는 몇 년 뒤 제국의 패권을 놓고 싸울 운명인데… 이런 걸 챙겨주다니…

         

       장난이 과하다고 느낀다.

         

       대범한 건지, 아니면 능청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 나는 이만 가보겠네.”

         

       그렇게 요아네스가 나가려는 걸 보며 내가 흘리듯 말한다.

         

       “내일… 토너먼트가 끝나고 잠시 뵙지요.”

         

       내 말에 미소를 흘리는 그가 말한다.

         

       “그러세.”

         

       그렇게 나가는 요아네스가 나가고 아그리파가 들어온다.

         

       “대공 전하, 슬슬 준비하실 시간입니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예식장의 문 앞에 서서 들려오는 찬송가를 듣는다.

         

       -♬~♪!

         

       정말… 내가 결혼하게 될 줄이야.

         

       전생에도 결혼한 적이 없는데.

         

       하지만 이곳에서는 정략결혼까지 한 유부남이 되었다.

         

       웅장한 찬송가가 거의 끝나자.

         

       [그럼, 신랑 프란체스코의 대공 데비앙 라이언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힘찬 갈채 부탁드립니다.]

         

       사회자가 나를 부르자, 예식장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행진곡.

         

       -♪

         

       바닥에 깔린 자줏빛 카펫을 밝으며 천천히 나아간다.

         

       왼쪽에 보이는 대공국 귀족들과 우리 가족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황후, 아니 이제는 황태후 마마와 조이 황녀가 보인다.

         

       황태후 마마는 표정이 좋지 않다.

         

       그녀도 이 결혼을 반대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우리의 주례를 맡은 교황의 앞에 서자, 사회자가 말한다.

         

       [이어서 제국의 황제이신 테오도라 아우구스타 황제 폐하께서 입장합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 힘찬 갈채 부탁드립니다.]

         

       사회자의 말에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친다.

         

       이내 문이 다시 열리고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흰 면사포 얼굴을 가린 여인과 그 여인의 손을 붙잡고 예식장으로 걸어오는 남자.

         

       그는 테오도라의 외할아버지인 롬바디의 공작, 얀스라고 한다.

         

       나를 부라려 보는 얀스의 눈을 덤덤히 넘긴다.

         

       에휴… 진짜 나는 오래 살겠네.

         

       아마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사실이면, 나는 죽지 않고 평생 살지도 모른다.

         

       이내 그들이 중간쯤 왔을 때, 내가 그들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얀스 공작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손을 마주 잡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교황의 앞에 선다.

       

       그러자 교황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봐 부담감을 느낄 때, 사회자가 말한다.

         

       “그럼 두 사람은 반지를 교환 하겠습니다. 모두 박수갈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내 연주되는 음악.

         

       -♪~♪~♬

         

       “먼저 신랑인 데비앙 라이언께서 신부이신 테오도라 아우구스타께 반지를 직접 끼워주시길 바랍니다.”

         

       내 옆에 다가오는 남자가 하트모양의 쿠션을 들고 온다.

         

       그 위에 작은 붉은 보석이 박혀있는 반지 한 쌍.

         

       그중 작은 걸 들어 테오도라의 왼손 약지에 천천히 끼워준다.

         

       “이제는 신부이신 테오도라 아우구스타께서 신랑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내가 큰 반지를 들어 테오도라의 손에 올려 준다.

         

       덜덜 떨리는 그녀의 손바닥.

         

       아마 죽어도 끼워주기 싫은가 보다.

         

       천천히 테오도라가 오른손을 들어, 내 왼손을 부여잡고, 결혼반지를 내 약지에 서서히 끼운다.

         

       “이것으로 결혼반지 교환이 끝났습니다, 두 사람의 신성한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로 교황 예하의 주례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모두 정숙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나와 테오도라가 교황을 바라본다.

         

       “두 사람은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르며…”

         

       길고 긴 교황의 축사…

         

       지루하다 못해 졸린 축사를 억지로 듣는다.

         

       하… 진짜… 고지식하네.

         

       멍하니 교황의 축사를 들으며 내가 그에게 발로랑이 마족 숭배자인 증거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이 없던 교황을 바라본다.

         

       왜지?, 분명 발로랑이 마족숭배자라는 증거를 보면 반응이 와야 할 텐데…

         

       마족을 혐오하는 교황국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

         

       실제로… 발로랑을 죽이고 교황을 직접 보는 게 오늘이 처음일 정도로 나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데비앙 대공에게 권고의 말씀을 드립니다. 테오도라 황제 폐하는 그대의 부인이기도 하지만 나라의 주인으로 신하 된 도리를 지키며 그녀를 지키고 존중하며 사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 장내에 침묵이 감돈다.

         

       그리고 하객 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지금… 예하께서 무슨 말을…?

         

       -혹시 대공과 대립하겠다는 예하의 뜻인가?

         

       축사하는 듯 보이지만 은근히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거 같은 교황의 말에 예식장 안에 있던 귀족들이 수군덕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황한 사회자가 황급히…

         

       “다… 다음은 결혼 맹세가…”

         

       사회자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손을 들어 사회자 보고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으니…

         

       “교황 예하의 권고… 항상 테오도라를 지키며 존중하고, 황제의 신하로서 충성을 다해 그녀를 보필하겠습니다.”

         

       이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최소한 내가 있을 때. 나 빼고는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나의 맹세.

         

       내 말에 교황이 눈을 빛내며 말한다.

         

       “그대가… 정말 그럴지, 내가 지켜보겠소.”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저는 약속을 잘 지킵니다, 예하.”

         

       내 말이 끝나자 바로 사회자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한다.

         

       “다음은 결혼 맹세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에 교황이 나를 보며 말한다.

         

       “신랑, 데비앙 라이언은 항상 신부 테오도라 아우구스타 폐하를 평생 사랑할 것이며 힘든 일이 있든, 좋은 일이 있든 평생을 테오도라 아우구스타 폐하와 함께 할 것을 전능한 신 앞에 맹세하겠나?”

         

       교황의 말에 내가 입을 연다.

         

       “맹세하겠습니다.”

         

       내 말에 교황이 테오도라를 보며 말한다.

         

       “신부이신 테오도라 아우구스타 폐하, 항상 신랑 데비앙 라이언를 평생 사랑할 것이며 힘든 일이 있든, 좋은 일이 있든 평생을 데비앙 라이언과 함께 할 것을 전능한 신 앞에 맹세하겠습니까?”

         

       그 말에 잠깐 침묵이 감돈다.

         

       나는 여유롭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린다.

         

       어차피, 그녀는 대답할 수밖에 없으니까.

         

       “맹세… 합니다…”

         

       테오도라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교황이 말한다.

         

       “이것으로 전능하신 엘의 이름으로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교황이 그렇게 말하자, 사회자가 이어서 말한다.

         

       “그럼 두 사람의 결혼 증거로 입맞춤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을 끝으로 내가 고개를 돌려 흰 면사포를 쓴 테오도라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예식장에서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했네.

         

       생각보다 두꺼운 면사포.

         

       쓴 사람은 밖이 조금 보일 테지만, 다른 사람이 봤을 땐 턱만 보이는 기다란 면사포를 내가 조심스레 들어 올린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 내 앞에 서 있다.

         

       평소에도 제국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그녀가 화장까지 하니 순간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린다.

         

       이건… 반칙이잖아?

         

       저 하늘의 천사가 그녀만큼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회색 머리와 불그스름한 볼과 입술.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와 이 상황이 부끄러운지 살며시 눈을 감고 있는 테오도라를 보며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게 되었다.

         

       너무나 신비로우면서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잠깐 넋이 나갔다.

         

       아… 키스하려고 했지?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하는 키스를 해야지만 결혼식이 끝나기에…

         

       떨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서서히 그녀의 얼굴 살며시 잡고…

         

       내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포갠다.

         

       향기로운 딸기향을 은은하게 느낀다.

         

       그리고…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경하드립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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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 대한 사랑입니다~ 다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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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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