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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이지연이 속한 은하 엔터.

       서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 폭탄 같은 곳에 이지연을 방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 유치원에서 자신과 어울려주는 유일한…….

       

       ‘어, 나 친구 없나?’

       

       문득, 정말 새삼스럽게 서연은 그 사실을 자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스쳐지나긴 했어도 딱히 다가오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왜지?’

       

       그 이지연조차 다른 친구들이 있는데.

       서연은 그런 충격을 받았지만,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유치원에 올 때면 딱히 입도 안 열고 멍하니 서 있는 서연에게 쉽사리 말을 걸 이가 어디있겠는가.

       아이들의 입장에선 차라리 길길이 날뛰는 이지연 쪽이 대하기 편했다.

       

       ‘아무튼.’

       

       서연은 고개를 붕붕 흔들었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은하 엔터에서 이지연을 빼야해.’

       

       에이전시라 계약을 파기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나름 힘들게 얻은 연결고리를 이지연은 물론이고 어머니인 홍선희가 쉽게 포기할 리가 없을 터.

       

       ‘애가 말해 봐야 믿어주지도 않을 테고.’

       

       결국 이런 건 어른.

       그것도 최근 서연의 촬영장에 함께 다닌 수아의 말이라면 홍선희도 설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는 게 서연의 계략이었다.

       

       ‘서, 서연아.’

       

       물론 수아의 입장에선 완전 부담되는 일이었다.

       애초에 눈앞의 여성, 홍진희는 수아의 기억에도 있는 인물이었다.

       

       ‘서연이가 첫 오디션 볼 때 노려보던 사람이잖아.’

       

       홍진희가 친근하게 말을 걸고 있었지만, 수아와 진희는 오늘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서연이 처음으로 놀러 가는 친구의 집이었고.

       딸과 함께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아이였기에, 수아도 그 어머니에게 인사드리는 건 납득했다.

       하지만.

       

       ‘다른, 소속사로 옮기는 걸 설득하라니.’

       

       분명 서연의 부탁을 최선을 다해 들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홍진희의 눈매는 지극히 사나워서, 고등학교 때 놀던 언니들을 딱 떠오르게 했다.

       어색하게 웃는 낯으로 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을지도 모른다.

       

       ‘……연예인 집안?’

       

       반면 이지연의 어머니, 홍진희는 홍진희대로 문화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때는 서연에게 집중해, 그 어머니에겐 딱히 시선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대략 그 외모가 어디에서 왔는지 짐작이 되었다.

       뭣보다, 가슴.

       아니 진짜 가슴.

       

       ‘엄청 커.’

       

       꿀꺽. 홍진희는 무심코 마른침을 삼켰다.

       대단하다. 이게 한국인도 가능한 크기구나.

       

       거기에 수아의 외모도 외모였다.

       이게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외모가 맞아?

       

       “그, 서연이 어머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신다고 했죠?”

       “저, 저 스물 아홉……이에요.”

       

       젊다!

       아니, 그야 외모만 봐도 젊기는 했지만…….

       

       ‘속도위반했나?’

       

       홍진희의 머릿속이 드물게 팽팽히 돌아갔다.

       스물아홉, 우리 딸이 일곱 살이고…… 서연이는 동갑이니 21살이나 22살에 임신해서 낳았다…….

       

       ‘속도위반 맞네.’

       

       남편의 얼굴이 진심으로 궁금해지는 홍진희였다.

       

       “괴, 굉장히 젊으시네요.”

       “가, 감사합니다. 지, 지연이 어머님도 나이에 비해 무척 젊어보이세요.”

       “…….”

       

       맥이는 건가?

       순간 홍진희는 묻고 싶었지만, 어느새 눈을 질끈 감은 수아의 모습에 말을 잃었다.

       

       “서연이 어머님?”

       “아, 죄, 죄송해요. 잠깐 하품이 나와서.”

       

       수아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러다 힐끗, 사랑하는 딸에게 시선을 보내자.

       

       “…….”

       

       빤히 자신을 보는 서연의 눈이 보여, 황급히 홍진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속전속결로 끝내자. 수아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입을 열었다.

       

       “그, 초면에 이런 말씀드리긴 좀 어렵지만…… 제가 이번에 촬영장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수아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은하 엔터에 관한 이야기.

       

       자칫하면 불쾌하게 느낄만한 말이었지만, 다행히 수아는 둘에게 충분히 조언을 해줄만한 포지션이었다.

       서연은 이미 아역 배우로서 드라마에 출연한 상태였고, 그 곁을 따라다닌 수아가 무언가 이야기를 들은 것도 납득할 수 있었으니까.

       

       “그, 진짜인가요?”

       “네.”

       

       물론 수아는 서연이에게 전달받은 이야기였다.

       혹시나 해서 조 감독님에게 물어보자 조 감독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은하 엔터, 저도 거기 들었는데…… 확실히 소문은 좋지 않아요.”

       

       CF 감독이기에 오히려 조민태는 에이전시에 대해 잘 알았다.

       은하 엔터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

       

       수아의 말에 홍진희는 고민이 많아진 얼굴이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딸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할 필요가 있었다.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한번 저도 알아보도록 할게요.”

       “네, 넷.”

       

       나름 힘들게 구한 에이전시다.

       쉽게 포기하는 건 어려웠지만……, 굳이 딸을 고생시키며 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홍진희의 얼굴을 살핀 수아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힐끗, 이쪽을 지켜보는 딸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연아 엄마 잘했지?’

       ‘네.’

       

       그런 수아와 눈이 마주친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가끔 보면 딸아이의 감정표현은 묘하게 남자애 같지 않나?

       

       ‘아, 맞다.’

       

       그런 서연을 바라보다 가장 중요한 걸 잊을 뻔했던 수아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제가 대신 추천하고 싶은 곳이 하나 있는데요.”

       

       수아는 마지막으로 잊고 있었다는 듯, 홍진희에게 말을 꺼냈다.

       은하 엔터를 대신해서 갈 소속사.

       

       그곳은 서연과 함께 CF 촬영을 했던 배우.

       바로, 김정하 배우가 훗날 가게 될 소속사였다.

       

       ***

       

       태양을 숨긴 달.

       KMB에서 준비 중인 기대작.

       메이킹 영상 이후로 이렇다 할 영상이 공개되지 않아, 열기가 살짝 시들해질 시점이었다

       

       – 나 어제 태숨달 고엑스 이벤트 다녀옴

       

       어떤 드라마 커뮤니티에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이번에 있었던 고엑스 베가박스 앞에서 열린 사전 티저 이벤트에 관한 소식.

       

       -뭐 나옴?

       -티저 공개됐다던데 왜 소식이 없냐

       -뻔하지ㅋㅋ 드라마 잘뽑았으면 진작 티저고 광고고 죄다 도배했을듯ㅋㅋㅋ

       -MDC에서 이번에 칼갈고 만든 드라마랑도 시간대 겹쳤던데

       -보나마나 MDC한테 찢길 듯 애초에 이건 설정만 봐도 유치해보임

       

       인터넷에선 조롱하는 이야기도 많았다.

       메이킹 필름으로 어그로는 다 끌고, 막상 드라마가 애매하게 나와 공개를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 등등 각종 카더라가 판을 치고 있었다.

       

       – 티저는 개쩔었다 어차피 2주뒤에 시사회한다고 하니 그때 1 2화 리뷰뜰 듯

       – 어차피 1 2화는 애들 나오는 화 아님? 걍조졌지

       – 여자애 나왔는데 귀엽드라

         ㄴ페도페도야…

       

       – 근데 걔 강성찬 말로는 깜짝놀랄거라던데 티저만 보면 깔쌈했음

        ㄴ 그말을 믿냐??????

        ㄴ 부모님이 참 편했겠다 애가 참 순진하고 착해서….

        ㄴ 요즘도 티저에 속는 새끼가 있네

       

       그렇게 한창 이슈가 되며 티저를 보고 온 사람들과, 보지 않은 사람들 간의 이야기가 오가던 그때.

       

       – 티저뜸 보고 판단 ㄱㄱ

       

       그때 드라마 티저 사이트가 오픈되었다.

       1분짜리 티저 영상과 함께.

       

       현재까지 태양을 숨긴 달이 촬영된 분량은 5화까지다.

       그 1분짜리 영상에는 5화까지의 내용 중 일부가 짤막하게 들어가 있었다.

       

       [숙부의 반정으로 궁에서 내쫓긴 비운의 공주, 연화공주]

       

       영상에선 드라마의 주인공인 연화공주의 모습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발랄한 아이의 모습.

       윤서일과의 첫만남.

       

       그리고.

       

       「놔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일갈과 함께 전혀 다른 인물로 변한다.

       불과 몇 초 전까지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던 소녀가 아닌, 연화공주의 모습.

       

       그리고 궁을 나서는 연화공주의 모습과 함께, 성장한 연화공주의 모습이 나온다.

       이어 어린 윤서일 역, 박정우가 이어받으며 내용을 진행했고.

       다양한 조연들의 모습과 함께 극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1분.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짧은 영상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드라마 커뮤니티의 여론은 점차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생각보다?? 괜?찮나????

       – 괜찮은 듯

       – 애들 연기 잘하네

         ㄴ박정우는 원래 잘함 탈아역 클라스임

       – 순간 다른애인줄 알았다

       – 두유 CF랑은 전혀 다르잖아… 돌려줘…. 귀여운 서연이 돌려줘…

         ㄴ 이새끼 아역이름은 어캐아는거냐?????? 너이새끼 페도지

         ㄴ 티저에서 나오잖아 ㅂㅅ년아

       

       그렇게 태양을 숨긴 달 티저가 공개되고 하루.

       그 조회수는 무려 40만.

       

       이는, 근 3년 간 KMB에서 제작한 드라마 티저 중 2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

       

       “하 PD님. 국장님께서 연락오셨습니다!”

       “아, 예예. 주세요, 주세요.”

       

       하태오는 얼굴에 함박 미소를 건 채 전화를 받았다.

       드라마 티저의 반응이 예상보다 더 좋았기 때문이다.

       첫날 40만이면, 최종적으로 100만, 아니 150만도 노려봄직한 수치였다.

       

       만약 150만을 찍으면 KMB 티저 조회수 중에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는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예, 물론이죠. 시사회 준비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사회에 배우들은 최대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하태오는 서연이 올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 지르고 봤다.

       아니, 서연은 와야 한다. 그야 2화까지 공개하는데, 그 주역이 빠지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후우.”

       

       겨우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쉰 하태오는 내심 불안해졌다.

       서연 양, 시사회에 온다고 하겠지?

       보통 프로듀서의 요청이면 어지간한 배우들은 냉큼 달려와야 했으나, 하필 서연은 아역이다.

       

       성장하며 배우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아역들에겐, 프로듀서의 힘이 미묘하게 미치지 않았다.

       

       ‘얼굴이 불안했는데.’

       

       티저 이벤트가 끝나고 서연은 ‘이건 아직이군… 강해져서 돌아오겠다…….’와 같은 비장함을 풍겼다.

       마치 다시는 오프라인 이벤트에 나오지 않겠다는 얼굴이었다고 할까.

       

       “그런데 서연 양에게선 뭔가 연락 없었습니까? 한창 화제일 텐데요.”

       “네? 아아, 아직은 없었습니다. 그게 아마…….”

       

       어떻게 해야 서연의 환심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하던 하태오는, 동료 PD의 말에 서연의 말을 떠올렸다. 분명 오늘이면…….

       

       “학예회하고 있을걸요?”

       “예? 하필 오늘요?”

       “그러게요.”

       

       한창 드라마 티저로 화제가 된 다음 날.

       현재 학예회의 상황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후 전개에 대해선 물어보셔도 답해드리기 어렵습니닷!
    설정이나 내용은, 소설로 푸는 걸 선호하기도 하고.

    특정 전개에 대해 제가 언급하면, 독자님들의 상상력을 제한하게 될 것 같아서요!
    (사실 저도 아직 전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확정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정 소설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은 설명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만, 되도록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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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Be a VTuber

I Want to Be a VTuber

Status: Ongoing Author:
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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