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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

         

       

       새벽. 모두가 곤히 잠들어야 했을 시간.

       루시엘은 여전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선배님.”

         

       

       고개를 돌리니 네페르티가 부채를 만지작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눈 좀 붙이시는 게 어떤가요. 벌써 세 시간째 그러고 계신데.”

        “난 괜찮아요.”

        “아뇨. 괜찮지 않아요. 선배님은 파견대 대장이자 우리가 가진 최고의 검이에요. 그런 분이, 체력적 문제로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모두에게 큰일이에요.”

         

       

       이능 자체는 무적일지 몰라도 그 이능을 다루는 능력자는 무적이 아니다.

       사람이기에. 먹지 않고, 쉬지 않고, 자지 않으면 결국 허물어지고 마는. 그런 사람이니까.

       

         

       “혹시 책임감 때문에 그러신가요? 이 일이, 선배님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네페르티는 그럴 줄 알았다며 부채를 펼쳤다.

       

         

       “소식 들었어요. 이 이상한 현상이, 요람에만 국한된 게 아님을 말이죠. 선배님의 생각대로, 이 일의 시작은 씰스톤의 파손 때문은 맞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게 선배님 탓은 아니랍니다.”

       “….”

        “그러니까 죄책감이나 책임감은 내려놓으세요. 그보다는 이겨낼 방법을 찾는 게 맞잖아요?”

         

       

       멍하니 제 후배를 바라보던 루시엘이 배시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내가 이래서 회장이 참 좋아요.’ 라 운을 뗀다.

         

       

       “이렇게 보면 내가 아니라 회장이 선배 같아요.”

       “오호홋! 원래 회장 자리가 아무 학생이나 할 일은 아니니까요! 오호호홋!!”

         

       

       그, 회장. 다 좋은데 소리는 좀 낮춰요. 이러다 다들 깨겠네.

       아아! 그렇군요!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그보다. 아직 복귀한 선생님들은 아무도 없는 건가요?”

        “네. 한 분도요.”

        “…그냥, 토벌이 좀 늦어지는 거겠죠?”

        “그럴 거예요. 요람의 선생님들이 어디 보통 분들인가요.”

       

         

       루시엘보다 더욱 뛰어난. 거기에 실전 경험은 수십 배 더 많은 이들.

       그게 바로 요람의 교사들이다. 현장에선 물러났다고 하나 여전히 현역 못지않다.

         

       안 좋은 일은 없을 거다. 단지 무언가 일이 좀 꼬여서.

       그런 이유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뿐이다.

       

       라고, 루시엘도. 네페르티도. 그렇게 믿기로 했다.

         

       

       “루시엘 학생!”

       “아, 스미스 선생님?”

        “지금 즉시 파견대 전원 기상시키도록!”

       

       

       그 말에 루시엘과 네페르티의 얼굴에 ‘혹시’ 하는 감정이 생겨난다.

       

         

       “게이트 발현이야. 다행히 저위험 등급에, 이전 것들보다 크기도 작아.”

        “대기인가요? 아니면….”

        “일단 진입하는 쪽으로 잡고는 있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하나도 복귀하지 못해서. 조금 상황을 더 본 후에 다시 대기인지 진입인지 정해야 할 것 같구나.”

         

       

       고개를 끄덕거린 두 여학생은 곧장 파견대를 준비시켰다.

       비록 경험은 교사들에 비해 부족하겠지만, 열의와 의무감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능에 한해서는 그 교사들도 인정한 실력자들 아닌가!

       

         

       “저것인 모양이군요.”

       

         

       현장에 도착하니, 과연 다른 게이트보다 훨씬 작은 것이 발현되어 있었다.

       저 정도면 요람의 학생들로도 충분히 커버가 되고도 남을 수준이다.

       

         

       “선생님 말씀대로 저위험 등급이네요.”

        “어쩌실 겁니까? 저 정도면 파견대로 진입해도 괜찮습니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 선생님이 다시 한번 더 확인해보마.”

       

         

       게이트 가까이로 다가가는 스미스 선생. 확실히, 크게 위협적이지 못한 게이트로 보인다.

       경함 상 이런 게이트에선 기껏해야 소형 몬스터가 나오는 게 전부였다.

         

       그런 이유로. 파견대 진입을 허락해도 되겠다고 생각이 드는 찰나.

       

         

       ―…삐이이잉!!

         

       손에 있던 등급 측정 장치가 갑자기 수직으로 치솟는다.

       저위험에서 중간을 지나, 순식간에 고위험 등급으로.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한계점까지 뚫고 나갈 듯 울어댄다!

       

         

       “이, 이런!”

       

         

       스미스 선생은 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파견대 학생들에게 외쳤다.

       

         

       “물러서! 어서! 최대한 여기서―”

       

         

       직후, 엄청난 굉음이 요람을 뒤흔들었다.

       

         

       ―콰아아앙!!

         

       

       *

         

       

       “…괜찮습니까?”

         

       

       헌터 선생은 옆에 앉은, 무척 지쳐 보이는 여인에게 걱정스레 말을 건넸다.

       그러자 축 늘어진 골든 리트리버. 아니, 티아마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아뇨…. 배가 고파서 죽을 거 같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좀 챙겨오는 거였는데.

       위험 등급이 낮게 나와서 금방 끝날 줄 알았건만.

         

       

       “역시 비상식량을 챙겨오는 게 맞았어용… 흑흑. 육포라도 가져올걸….”

       “나중에 꼭 그러도록 하죠.”

         

       

       그때도 우리가 이렇게 현장 일을 뛸지는 모르겠지만.

       난처한 미소를 짓던 헌터 선생이 선글라스를 만지작거린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아직도 전혀 모르겠다.

         

       분명 게이트를 없애기 위해. 몬스터를 토벌하기 위해 들어왔다.

       그리고 처음 한 시간만 해도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었다.

       

         

       ‘변화는, 그 다음부터였지.’

       

         

       항상 인간만 보면 누런 침을 뚝뚝 흘리며 달려들던 몬스터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어느 순간 놈들이 자신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건가? 이성이 있는 놈들인가?

       아닌데. 아무리 봐도 이성이 있을 정도의 고위험 등급은 아닌데.

         

       설령 이성이 있다고 해도 결국 놈들도 안다.

       자신들을 없애야만 이 너머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한데 저렇게 도망만 치면서 시간을 질질 끌고 있다고?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두 교사는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발 늦었다. 갑자기 자욱한 안개가 껴 방향 감각이 사라졌다.

       게이트는 어느 순간 복잡한 미로가 되어 자신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헌터 선생님. 이거, 아무리 봐도. 우리 발목 잡는 모양새죠?”

        “티아마트 선생님이 보기에도 그런 모양이군요.”

        “이런 건 정말 처음이에요. 이런 적이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한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바깥은 지금쯤 밤을 지나 새벽일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요람은 이번 사태에 대해 위험하다 판단하고, 보다 더 많은 교사 분들을 한 조로 묶을 겁니다.”

       “네. 거기에 원래는 진입을 안 하는 게 맞지만 요람의 사회적 위치 상 몬스터가 활보해서는 안 되니, 결국엔 그 다수의 교사 분들이 게이트 너머로 진입하게 될 테고요.”

         

       

       의견을 주고받다보니 얼추 현재의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요람의 전력이 게이트 안에 일시적으로나마 완전히 묶이게 된다.

       이렇다 할 피해는 없으나 복귀 시간이 평소보다 배는 더 길어진다.

         

       

       ‘그 상황에서 진짜 적이 마지막 게이트를 타고 넘어간다면….’

       

         

       헌터 선생도. 티아마트도. 둘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나온, 동일한 결론에 두 사람 모두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외부에서 지원이 오겠죠?”

       “당연히 그럴 겁니다. 요람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래. 그런데, 대체 왜.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

         

       

       “콜록, 콜록!”

         

       

       머리가 징징 울린다. 끔찍한 두통이 뒤이어 찾아온다.

       제대로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이대로 그냥 누워있고 싶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까.

       

         

       “흐으으….”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네페르티는 주변을 훑어보았다.

         

       비슷하게 깨어나 끙끙거리고 있는 부회장, 카사르가 가장 먼저 보인다.

       다만 머리 쪽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걸 보니 절대 정상은 아니다.

       저 정도 부상이라면 최소 뇌진탕은 걱정해야 할 정도다.

       

         

       ‘다른 이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파견대원은 둘. 2학년 차석과 4학년 선배.

       아무래도 조금 전 그 여파로 튕겨져 나가 더 큰 부상을 입은 듯하다.

         

       그렇다면, 남은 파견대 인원들은? 그들은 어디 있지?

       

         

       ―콰아앙!!

         

       무언가 네페르티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땅에 처박힌다.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에. 4학년 차석이 분명하다. 파견대 부대장이다!

         

       

       “서, 선배님!”

       “크윽… 나, 나는 괜찮으니…! 어서 전투 지원을!!”

       

         

       지원? 4학년 차석이 말한 곳을 바라본다.

       

         

       “선배님! 조심하세요!”

        “루시엘 학생! 전방은 내가 맡을 테니 일단 다른 학생들 백업부터!”

       “알겠습니다!!”

         

       

       혈전이 벌어지는 곳. 스미스 선생과 루시엘, 그리고 다른 파견대원들.

       모두가 이를 악물고 전투에 임하고 있다. 필사의 의지가 확 와 닿는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처음 보는 거대한 몬스터가 한 마리 있었다.

       

         

       “더 저항해라. 더. 더! 그래야 이 선봉장의 지위에 어울리는 전투가 아니겠는가!”

       

         

       몬스터가, 말을 한다.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분명 말을 하고 있다.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는 몬스터라니!? 이런 건 정말 처음 듣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이성에게 물으면서도 본능은 그녀를 전장으로 이끌었다.

         

       

       ―촤악!

         

       네페르티의 부채가 펼쳐지고 그곳에서 일어난 칼바람이 쇄도한다.

       곧 스미스 선생을 노리던 몬스터. 아니, 저 괴물의 팔을 옆으로 쳐낸다.

       정확히 말하자면 밀치는 게 아니라 베어내려 한 일격이었지만.

       

         

       ‘좋지 않아…!’

       

         

       스미스 선생이 육탄전에 적합한 방어 계열이라고 하지만.

       이제까지의 활동으로 몸에 무리가 많이 간 상태라 알고 있다.

       당장 저 앞에서 버티는 것조차 제법 버거워 보이지 않는가.

         

       루시엘을 위시한 파견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는 보통 몬스터가 아니다. 이렇다 할 유효타가 거의 없다.

       그나마 저 빛의 검이 번쩍일 때마다 상처가 새겨지는 게 전부다.

       

         

       “회장! 루시엘 선배님을 집중 케어해주세요! 저랑 다른 대원들이 최대한 저놈의 신경을 끌어보겠습니다!”

       “아! 네! 알겠어요!”

       

         

       선택과 집중. 여기서는 루시엘이 이쪽이 지닌 가장 날카로운 검이다.

       다른 이들이 최대한 주의를 분산시키고, 네페르티가 바람의 가속을 넣어준다.

       그 사이 루시엘은 최고의 일격을 준비하여 단숨에 전황을 뒤바꾸고자 했다.

         

       허나 이들이 간과한 것.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호오.”

       

         

       상대는 이제껏 그들이 상대하던 일반적인 ‘몬스터’ 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잡병들인 줄 알았는데. 제법이구나!”

       

         

       거대한 괴물의 손에서 시커먼 창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구를 사용하던 몇 안 되는 몬스터들의 조잡한 무기가 아니다.

       날을 제대로 벼려낸 것이다. 무엇보다, 불길한 기운이 가득하다.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다. 제대로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콰앙!

       ―쾅!

         

       

       “커헉!”

       

         

       최대한 앞에서 버티던 스미스 선생이 결국 무너지고 만다.

       네페르티가 바람을 통해 이동시키지 않았다면 그대로 으스러졌을 것이다.

         

       전위가 무너지니 다른 파견대원들도 곧 한계에 봉착한다.

       이능은 분명 뛰어난 편이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 상황.

       거기에 처음 조우하는 적은 심리적인 위축까지 일으켰다.

         

       네페르티의 바람도, 루시엘의 빛도. 모두 치명타를 주지 못한다.

       반대로 저 괴물은 소름 돋는 웃음소리와 함께 창을 휘두르고 있다.

         

       

       ‘지원도 바랄 수 없어. 이제 요람에 남은 선생님들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아. 네페르티의 입가로 한 줄기 탄식이 흘러나온다.

       

       바보 같이, 이 중요한 순간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지척까지 다가온 거대한 창대를 보자 네페르티는 부채를 휘둘렀다.

       

         

       ―콰직!!

       

         

       “꺼흑…!”

       

         

       마지막 순간, 바람을 일으켜 궤도를 비틀었음에도.

       온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네페르티는 비명을 내질렀다.

         

       

       빙글빙글 돌며 몸이 날아간다. 정신도 함께 날아간다.

       이대로 바닥에 처박히면 안 된다. 어떻게든 반응해야 한다.

       

       입술을 깨물며 이능을 발현하려 하나 통제가 되지 않는다.

       고통과 충격으로 인해 뒤흔들린 상태에선 무리 그 자체.

       급한 대로 네페르티는 목이라도 보호하려고 했다.

         

       

       ―폭!

       

         

       “…?”

       

         

       바닥의 딱딱한 감촉 대신, 따스하고 듬직한 무언가가 느껴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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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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