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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따사로운 아침.

         

       파스텔은 아카데미 주변 상가를 순찰했다.

         

       각성제 비밀 창고 같은 수상쩍은 대량 유통이 없는지 확인하고 상가를 하나씩 방문했다.

         

       “무슨 곤란한 부분 없으세요?”

         

       파스텔이 방문해서 그냥 곤란해진 탈세자 상인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작은 상자를 건네줬다.

         

       “저희 가게가 드리는 작은 성의입니다.”

         

       상자를 딸깍이면 금화가 수북.

         

       우와우와.

         

       이것이 보호세를 걷으러 다니는 건달의 마음?

         

       이 사람들 정말 탈세를 얼마나 했길래 이렇게 잘 주는 걸까?

         

       장부를 털어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지만 꾹 참았다.

         

       호기심은 사람을 죽여!

         

       학생회는 아카데미가 주변 상가에 허락해 준 상가권을 회수해 상인을 쫓아내는 사악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럴 권력은 있지만.

         

       상자를 닫고 품에 챙겼다.

         

       “이 가게는 이상이 없네요!”

         

       응응!

         

       파스텔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상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평화로운 일상!

         

       상인이 슬쩍 입을 열었다.

         

       “마탑이 방문한다면서요? 비록 저는 못 보지만 각하의 학술 토론 응원하겠습니다.”

         

       학술 토론?

         

       으아아.

         

       안 평화로운 일상!

         

       뇌물만 걷으러 다녔을 뿐인 착한 파스텔에게 닥쳐온 냉혹한 시련!

         

       으아아.

         

       나는 필기 수석 타이틀이 좋았을 뿐인데.

         

       파스텔은 허둥대며 상가를 나와 허둥대며 닭꼬치집에 방문했다. 그리고 허둥대며 닭꼬치를 주문했다.

         

       “닭꼬치 하나 주세요!”

         

       으아아, 학술 토론.

         

       닭꼬치를 받아 마석 가루를 솔솔 뿌렸다.

         

       닭을 왕 입에 물고 옆으로 쭉 뽑아 냠냠.

         

       겉껍질의 바삭한 식감이 씹히다가 촉촉한 속살이 쫄깃하게 입안을 채웠다. 숯불 향이 감돌았다.

         

       우왕.

         

       방금까지 무슨 괴로움에 빠져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맛있어. 뭔 일 있었나?

         

       평화로운 일상!

         

       사장님이 인자하게 웃었다.

         

       금화나 금괴 대신 학생회원에게 닭꼬치 무료 제공 서비스를 제공해 가장 흡족한 뇌물 랭킹 1위를 차지한 엄청난 사장님이다.

         

       “맛있으세요?”

       “네!”

       “무슨 토론 하신다면서요? 맛있게 드시고 훌륭하게 임해주세요. 응원할게요!”

         

       컥.

         

       안 평화로운 일상……!

         

       파스텔은 체할 거 같은 기분이 됐다.

         

       아무도 몰라.

         

       나는 지금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이번 주제를 미리 받아보니.

         

       ―구약과 신약을 통해 알 수 있는 계시의 점진성을 연속성과 차별성의 관점에서 논하시오.

         

       같은 뭔 해괴한 주제라 파스텔은 받고 그냥 으아아! 전혀 모르는 주제! 거리기만 했다는 걸 아무도 몰라.

         

       으아아.

         

       완전 위기!

         

         

         

       #

         

         

         

       마탑의 고위 마법사는 비공정 난간에 서서 정박장을 내려봤다. 맞이하러 온 아카데미 관계자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어쩐지 덜덜 떨고 있는 분홍톤 소녀가 보였다.

         

       크래프트.

         

       마법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번 필기 수석은 멜리사가 아니었다니.

         

       멜리사 캐머롯은 태어났을 때부터 변경백 가문의 후계로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차기 대마법사의 재능을 인정받은 이후엔 제국 차원의 교육 지원도 들어갔다.

         

       그에 반해 파스텔 러브 크래프트는 태어났을 때부터 백치였던 걸로 사교계에 유명하다. 글과 언어를 간신히 뗐다고 했던가.

         

       멜리사와 파스텔은 애초부터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당장 크래프트 대저택에서 벌어진 추출 의식과 학살 이후 파스텔 후작이 백치 상태에서 깨어난 게 얼마 전이다.

         

       백치 상태에서 깨어난 뒤 바로 아카데미 입학.

         

       인생 동안 제대로 된 공부 기간은 겨우 몇 주 뿐이었다.

         

       이런 파스텔과 멜리사 중에 누가 우위일진 고민하지 않아도 명백했다.

         

       파스텔 후작은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리라.

         

       설마 후작 각하를 입학시험 탈락시킬 리는 만무하니 어떻게든 붙여주긴 하겠지만 평생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 곧바로 이어진 입학시험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었다.

         

       파스텔 후작은 멜리사 캐머롯을 압도적 격차로 누르며 필기 수석 자리를 확보했다.

         

       비록 전투 실기는 0점이라는 얘기가 있긴 했지만 백치 상태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돼 근육도 제대로 안 붙었을 연약한 육체로 전투하는 건 당연히 무리였다.

         

       고위 마법사는 분홍톤 소녀를 직시했다. 여전히 덜덜 떨고 있었지만 크래프트 특유의 선량한 외견에 속지 않았다.

         

       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엘리트 교육을 마친 차기 대마법사를 겨우 몇 주의 공부 만에 누르고 필기 수석인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지성이야.

         

       저 분홍 괴물들은 왜 항상 저 모양이지. 정녕 혈육 상쟁을 통해 후계를 정하는 냉혹한 전통 때문인가.

         

       아카데미 내부의 정보 통제가 심해 그 이후 파스텔의 행보를 정확히 알긴 어렵다. 하지만 신입생이 부학생회장 신분이라는 것만으로도 가늠이 됐다.

         

       제국 최고의 모략 가문은 망해도 지성만큼은 굳건했다. 무서울 정도로.

         

       크래프트는 여전히 그림자조차 밟지 않아야 한다.

         

       고위 마법사는 난간에서 몸을 뗐다.

         

       하지만 빈틈은 있지.

         

       파스텔과 토론하게 될 신참 마법사를 직시했다.

         

       “학문은 무수한 천재가 쌓아 올린 상아탑이야. 개인의 오만한 지성과 재능만으로 단번에 압도할 순 없지.”

         

       저 정도의 괴물이면 상아탑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스텔 후작에겐 아직 그만큼의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들이지 못한 이해엔 구멍이 뚫리고 논리엔 편견이 깃든다. 망치질되지 못한 학습은 아집에 불과하다.

         

       “토론은 경쟁도 싸움도 아니야. 하지만 이 교류는 아카데미와 마탑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지. 빈틈이 보이면 은근히 몰아붙여라.”

         

       대중 앞에서 망신당하게.

         

       제국의 예산을 두고 경쟁하는 아카데미와 마탑은 딱히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신참 마법사가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멜리사도 아니고 백치였던 상대가 설마 어려울까요. 필기 수석은 우연이겠죠. 전혀 안 두렵습니다. 단번에 몰아붙일게요.”

         

       고위 마법사가 미간을 좁혔다.

         

       “그렇다고 후작 각하께 예의 없게 굴진 말고. 싸울 일 있어?”

       “아. 네…….”

         

       신참 마법사가 쭈그러졌다.

         

         

         

       #

         

         

         

       으아아.

         

       덜덜덜.

         

       파스텔은 강당의 관계자석에 앉아 손을 떨었다.

         

       시간이 안 가길.

         

       그냥 이 상태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내게 시간 정지의 권능을 주세요.

         

       세상이 이대로 날 버렸을 리 없어.

         

       분명 기숙사 지하엔 마왕이 남긴 시간 정지의 권능이 숨겨져 있었을 거야.

         

       도서관 가기 싫어서 여름방학 공사 기간만 기다리다가 기회를 놓쳐버린 게 아닐까?

         

       필기 수석의 운명을 내 손으로 갖다 버린 게 아닐까?

         

       헉, 너무 사실적.

         

       도서관 가기 싫은 아이는 당연히 필기 수석일 리 없었다!

         

       허억.

         

       마침내 인과응보가 찾아온 거였어.

         

       파스텔은 세상 만물의 진리를 깨달아버렸다.

         

       그 와중에 연단에서 전투 수석인 멜리사가 상대 마법사와 마주 섰다. 우아한 인사를 주고받더니 서로 막대 지팡이를 겨눴다.

         

       대련이 시작되자 박자에 맞추듯 마법 탄환이 교차했다. 마법사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탄환을 회피하고 지팡이를 휘두르길 반복했다. 빛 탄환과 화염 탄환이 부딪치며 터졌다.

         

       정적이고 차분한 마법 교환이었다.

         

       우아우아.

         

       마법사끼린 저렇게 예의 바르게 대련하는 건가?

         

       완전 귀족적이야.

         

       나도 칼질은 잘하는데!

         

       슈왁슈왁.

         

       부딪히는 탄환의 개수가 서서히 늘어났다. 어느 시점엔 마탑의 마법사가 더 이상 탄환 숫자를 늘리지 못했다.

         

       회피하는 행동이 늘어나다가 빛 탄환이 지팡이를 때렸다. 마탑의 지팡이가 날아가 지면에 떨어졌다. 정적이 흘렀다.

         

       승리한 멜리사가 치마를 잡고 살포시 올리며 인사했다.

         

       “즐거운 승부였습니다.”

       “저야말로.”

         

       상대 또한 마주 인사했다.

         

       강당에 재학생의 박수 소리가 울렸다.

         

       우와.

         

       마법사들 완전 우아해.

         

       그동안 땀 흘리며 칼질하던 무식한 대련은 도대체 뭐였지?

         

       더스틴! 레너드!

         

       나한테 뭘 바란 거야!

         

       너희 너무 무식했잖아.

         

       필기 수석인 내겐 땀내 나는 무술이 아니라 저런 우아한 마법이 적성에 맞는 거 같은데.

         

       허억, 그러고 보니?

         

       도서관도 안 가는 난 제대로 된 필기 수석도 아니잖아. 마법이 어울릴 리 없어.

         

       으아아.

         

       인과응보가 덮쳐온다.

         

       으아으아대던 파스텔은 관계자의 손에 밀려 연단으로 올라갔다. 의자에 착석했다.

         

       강당을 메운 아카데미 재학생과 마탑 관계자들이 보였다.

         

       으아아.

         

       파스텔의 지성이 까발려지는 순간!

         

       진행자가 앞으로 나섰다.

         

       “오늘 우리는 신께서 내리시는 계시의 점진성에 대해 연속성과 차별성을 주제로 가볍게 토론을 진행할 겁니다. 상호 교류를 위한 이벤트니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 주십쇼.”

         

       손이 파스텔을 가리켰다.

         

       “이쪽은 신입생 대표로 나서준 파스텔 러브 크래프트 학생입니다. 연속성에 초점을 맞춰 얘기해줄 겁니다.”

         

       강당에 큰 박수가 울렸다.

         

       으아아.

         

       인과응보의 레퀴엠!

         

       모두 필기 수석의 사회적 죽음을 환영하고 있어.

         

       인사치레와 순서 안내가 끝났다.

         

       『흠. 명칭은 학술 토론이라도 형식만 따른 교류 이벤트인가. 담소 느낌으로 하면 되겠군.』

       “첫 번째 토론자인 파스텔 학생은 시작해 주세요.”

       『적당히 각색해서 따라 말해라.』

         

       으아아.

         

       『계시의 점진성을 검토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구원사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구원사란 창세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신의 구원 행위를…….』

         

       정신없이 입을 달싹였다.

         

       으아아.

         

       『이 틀 안에서 우리는 신과 신전의 언약적 관계에 대해 일관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공백기가 만든 구약과 신약의 차이는 인간 지성의 한계가 만들어 낸 착시일 뿐…….』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으아아.

         

       전혀 모르겠어!

         

       주제를 하나도 따라가지 못하겠어!

         

       이것이 인과응보의 레퀴엠인가!

         

       『그러므로 구약과 신약은 연속되며 일관된 주제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이다.』

         

       파스텔의 지성이 까발려지는 순간!

         

       파스텔은 입꼬리가 풀렸다.

         

       전혀 모르겠네.

         

       하지만 악마님이 있엉.

         

       헤헤.

         

       인생 쉽다.

         

       상호 반박과 청중 질문 시간을 갖고 박수가 울렸다.

         

       파스텔은 룰루랄라 연단을 내려왔다.

         

       “나는 필기 수석 파스텔~.”

         

       분홍 소녀가 폴짝폴짝.

         

       “머리만 좋은 아이랍니다~.”

         

       휘리릭 돌고 다시 폴짝폴짝.

         

       “전투는 0점이라 잘 못하지만 괜찮아~.”

         

       머리가 좋으니까.

         

       우왕.

         

       토론한 마법사가 서둘러 쫓아왔다. 존경하는 눈빛이 반짝였다.

         

       “어떻게 단기간에 그런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거죠? 비법이 있나요?”

         

       오잉.

         

       비법?

         

       파스텔은 진지한 얼굴로 고민했다.

         

       그리고 단번에 떠오른 비법을 말했다.

         

       “재능.”

         

       헤헤.

         

       마법사가 감탄했다.

         

       “저도 할 수 있을까요?”

         

       으음.

         

       파스텔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검지를 까딱였다.

         

       “어려움.”

         

       스스로를 툭툭 쳤다.

         

       “나, 슈퍼 울트라 천재.”

         

       그레이트하고 판타스틱하다.

         

       마법사가 천재를 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너무 객관적인 눈빛 아니야?

         

       헤헤.

         

       파스텔은 싱글벙글 웃으며 휴게실로 돌아갔다.

         

       “나는 필기 수석 파스텔~.”

         

       폴짝폴짝.

         

       “머리만 좋은 아이랍니다~.”

         

       파스텔은 노래를 부르다 혼자 깜짝 놀랐다.

         

       허억.

         

       약점을 이렇게 동네방네 떠들어도 되는 걸까?

         

       으아아.

         

       머리만 좋은 아이의 약점을 노리는 데스게임이 시작된다.

         

       으에에.

         

       구두 소리가 났다.

         

       “크래프트.”

         

       고개를 돌리자 금발 청안의 소녀가 보였다. 단정한 마법사 로브가 소녀의 몸을 감쌌다.

         

       “멜리사!”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네가 먼저 말을 걸어주다니! 이게 얼마 만이야? 정말 기뻐! 역시 우린 절친이야!”

         

       멜리사가 코웃음 쳤다.

         

       “대화 한 번에 친구라고 하는 건 이 세상에 당신뿐일 거예요.”

         

       파스텔은 입이 벌어졌다.

         

       “우와우와! 시크해! 나도 그런 거 할래! 흠흠! 이 세상에 당신뿐일 거예요오.”

         

       헉.

         

       완전 시크.

         

       멜리사가 어이없어했다.

         

       “그보다 크래프트. 역시나 훌륭한 지식을 갖췄군요. 남들은 당신의 순진한 외견에 속았을지 모르지만 전 이미 파훼하고 있었어요. 당신은 깊은 속내를 감추고 있죠.”

       “허억, 진짜?”

         

       내가 똑똑한 건 어떻게 알았지?

         

       헤헤.

         

       파스텔은 부끄러워했다.

         

       멜리사가 냉정하게 바라봤다.

         

       “당신이 외부 의뢰를 나간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그렇다면 학기 보고서는 연구 성과로 채우려는 거죠?”

         

       잉.

         

       학기 보고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울렸다.

         

       “비록 필기시험은 졌지만 학기 보고서는 지지 않을 거예요. 연구 수석은 저일 테니 미리 알아 두세요.”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학기 보고서가 뭐야?”

       “절 놀리나요? 크래프트 당신, 자율학습 제도를 이용 중이잖아요. 1학기가 끝나기 전에 학기 보고서를 제출해야, 됐어요. 연구 수석은 저일 테니 그렇게만 알아 두세요. 이만 실례.”

         

       멜리사가 몸을 돌렸다.

         

       구두 소리가 멀어졌다.

         

       에.

         

       학기 보고서?

         

       자율학습 제도.

         

       장교 양성소였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아카데미가 시행한 제도 중 하나다.

         

       원하는 학생은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 학기마다 보고서를 제출한다면 말이다.

         

       보고서는 외부 의뢰나 개인 연구를 통해 채우면 됐다. 다만 수준 낮은 보고서는 반려되고 강제 수업은 물론 보충 수업도 듣게 되니 주의.

         

       좋은 가문의 자제는 이미 홈스쿨링을 수준급으로 끝내고 입학하기 때문에 최상위 성적의 재학생은 대부분 자율학습 제도를 이용했다.

         

       그래서 재학생 성적을 순위 매길 땐 학기 보고서의 점수를 보고 줄을 세워도 큰 차이는 없었다.

         

       에.

         

       놀고먹기만 하던 파스텔은 멍해졌다.

         

       그러다 화들짝 깨어나 비명을 질렀다.

         

       “악마님! 악마님! 악마님! 저 아무것도 안 했어요!”

         

       으아아.

         

       방학 끝나기 직전에 방학 숙제가 생각난 기분!

         

       악마가 담담히 말해왔다.

         

       『괜찮아. 어차피 슬슬 말해줄까 싶었다. 적당한 외부 의뢰를 받고 빠르게 쳐내면 금방 보고서를 채울 수 있을 거다.』

         

       파스텔은 멈칫했다.

         

       오.

         

       역시 악마님.

         

       싱글벙글.

         

       “그런데 그러면 전투 의뢰로만 보고서가 채워지겠네요? 전투 수석?”

       『맞다. 네 적성에 맞지.』

         

       잉.

         

       필기 수석에서 연구 수석이 아니라 전투 수석으로 진화한 파스텔?

         

       파스텔은 미간을 찌푸리고 상상해 봤다.

         

       상상 속 파스텔의 머리 위에는 게임처럼 필기 수석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팅 날리고 전투 수석 타이틀을 찰싹 붙였다.

         

       전투 수석 파스텔.

         

       파스텔의 맹한 표정이 확대됐다.

         

       매앵.

         

       매애앵.

         

       허억, 완전 바보 같아!

         

       하필 분홍분홍해서 더!

         

       필기 수석 파스텔?

         

       초진화~.

         

       바보 바보 파스텔!

         

       매앵.

         

       으아아.

         

       파스텔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절대 안 돼, 절대.

         

       “저는 타이틀 사수가 필요해요!”

         

       파스텔은 머리 좋은 아이라고요!

         

       지성 타이틀을 잃으면 남들이 오해하잖아요!

         

       『흠. 지금부터 학기 보고서를 연구로 채운다 해도 수석까진 어려울 거다. 차기 대마법사의 연구 성과는 나도 짧은 시간에 상대하기 난감해.』

       “괜찮아요! 전 인생 너무 쉬워 파스텔이니까! 제가 해결할게요!”

       『호오?』

         

       파스텔은 팔을 번쩍 들었다.

         

       “연구 보고서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일단 마계로 가겠습니다!”

         

       마계다, 마계.

         

       악마의 벙찐 목소리가 울렸다.

         

       『……어째서 마계?』

       “학술 연구요! 학술 연구! 학생회는 재학생의 원활한 학술 연구를 위해 마계 조사에 착수하겠습니다!”

         

       사적으론 연구 아이디어도 얻고!

         

       『너 그냥 겸사겸사 밀무역도 하고 싶-』

         

       파스텔은 황급히 외쳤다.

         

       “출발~!”

         

       연구 수석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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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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