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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밤이 깊어지고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음기가 강해지고 양기가 약해지는 시간대.

       

       다시 말해, 역살을 날리기 가장 좋은 시간이란 뜻이다.

       

       “후우….”

       

       지금 내 앞으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레이스가.

       

       뒤로는 영감들이 서 있다.

       

       주변에 켜 놓은 초들을 살펴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제 준비는 다 됐고…”

       

       사방으로 부적들을 바닥에 붙여놓았다.

       

       이것들은 수호의 역할을 하는 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살을 날린다는 건 나 역시 살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심호흡을 했다.

       

       “하아….”

       

       지금부터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 그득그득한 욕심들을 다 떠안아야 하니···.

       

       방울을 잡으니 영기가 찌르르 울려왔다.

       

       아직 내 몸에 받아들이지도 않았는데 욕심 때문에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정신사납네…”

       

       부정한 기운들이 레이스안에서 흘러나왔다.

       

       아주 단단하게도 뭉쳐진 기운이었다.

       

       저 뭉쳐진 기운들을 살이라 한다.

       

       지금부터 저 살을 풀어낼 것이다.

       

       “살풀이 한번 해 보자꾸나.”

       

       방울을 들어 올려 한번 털어냈다.

       

       딸랑 –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방울 소리를 따라갔다.

       

       딸랑 –

       

       영기들이 머리로 모이기 시작했다.

       

       방울과 굿을 따라 흐르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니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들이 자리 잡았다.

       

       “억울하게도 죽었구나…”

       

       딸랑 –

       

       숨이 막혀왔다.

       

       아니, 숨이 막히는 감각이라는 게 맞을 것이다.

       

       무언가가 목에 탁 걸려 숨 쉬는걸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희끗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딸랑 –

       

       시커먼 로브로 전신을 가린 사람이 보였다.

       

       애석하게도 한스는 바로 죽을 수 없었다.

       

       숨이 막혀 눈앞이 컴컴해지면 막혔던 목이 풀리며 달콤한 숨을 선사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져가는 게 느껴졌다.

       

       몇 번이고 생사를 오가며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졌다.

       

       눈앞에서 인형이 짓밟히고, 아이를 떠올리는 순간 손목이 잘려 나갔다.

       

       “욕심이 아니야. 살고 싶었던 것이지…”

       

       그런것을 더러운 탐욕으로 바꿔 놓았다.

       

       안타까움이 담긴 말들이 입에서 절로 쏟아져 나왔다.

       

       “쯧쯧…”

       

       레이스의 감정과 연결이 깊어졌다.

       

       “다 가져 갈 테니, 나에게 버리거라.”

       

       레이스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또다시 숨이 막혔다.

       

       죽어있는 지금도 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보란 듯이 숨을 크게 들이 마쉬고 내뱉었다.

       

       “하아…하아..”

       

       내가 숨을 쉬는게 목적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 한스의 숨을 대신 쉬어주고 있는 것이니까.

       

       “하아….시원하구나! 시원해!”

       

       딸랑 –

       

       머릿속에서 시선이 아득히 멀어졌다.

       

       이것이 나인지 레이스의 생각인지 모를 만큼 섞여 들었다.

       

       모든 걸 지켜보는 나는 나인 것 같기도 했고,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숨이 좀 쉬어지느냐.”

       

       한들을 모조리 나에게로 끌어냈다.

       

       순식간에 욕심들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내 것이라도 된 것 같았다.

       

       심지어는 바닥에 떨어진 돌 조차도.

       

       “쯧쯧…”

          

       아직 멀었다.

       

       고작 욕심만 가져 왔을 뿐 그 속에 담긴 저주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까.

       

       무언가가 내 몸으로 스며 들었다.

       

       이것이 네크로맨서들이 다룬다는 마나일 것이다.

       

       눈이 시뻘개지는 게 느껴졌다.

       

       눈 주위가 뜨거웠다.

       

       “삿된 것이 함부로 날뛰는구나.”

       

       부정적인 기운들이다.

       

       귀기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안에 담긴 광기가 짙었다.

       

       딸랑 –

       

       몸을 띄워 올리며 기운들을 떨쳐 냈다.

       

       딸랑 –

       

       딸랑 –

       

       몸이 무거워지고 정신이 아득해져도 방울을 흔들었다.

       

       증오와 분노가 가득 들어찼다.

       

       이것들이 한스라는 영혼을 악귀로 만들었을 것이다.

       

       딸랑 –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한스의 영혼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를 대신해서 분노를 털어냈다.

       

       증오를 털어냈고 목을 막는 저주를 비틀었다.

       

       “이리 답답했으니 그 모양이 된 것이로구나.”

       

       이 모습이 한스의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가슴이 시원해져 왔다.

       

       체한 듯 얹혀 있던 한들이 풀려 나갔다.

       

       “너의 것도 아닌 한이다. 품지 말고 버리거라.”

       

       딸랑 –

       

       방울을 움직이며 귀기를 인도했다.

       

       한스에게로 흘러가야 할 마나들이 나에게로 흘러들어왔다.

       

       양밥의 대상이 바뀌는 순간이다.

       

       스으으 –

       

       한스의 모습이 흐릿해지는 순간, 가슴을 찌르는 통증이 생겼다.

       

       입을 통해 말이 나오려 했지만, 그대로 삼켰다.

       

       점사 대신에 머리를 지배하는 삿된 감정들을 외면했다.

       

       “하아…하아…”

       

       온전히 견뎌 내야 한다.

       

       지금 버티고 버텨 이겨 내는 모습이야말로 한스의 영혼이 바라던 것이니까.

       

       딸랑 –

       

       딸랑 –

       

       쉼 없이 방울을 흔들고 몸을 띄워 올렸다.

       

       모든 것을 뿌리치듯 몸을 흔들었다.

       

       내 영기들이 마나를 따라 양밥으로 흘러들어갔다.

       

       모든 한을 한스를 대신해서 그곳에 밀어넣었다.

       

       부정한 기운들이 모두 밀려 나가는 순간.

       

       손을 휘둘러 흐름을 끊어냈다.

       

       “하아…하아…지독하구나 지독해.”

       

       지금 내 앞에 있는 돌은 저주 그 자체였다.

       

       길을 잃은 마나와 살들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방금 전의 레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저벅 –

       

       주머니에서 씨앗을 꺼내 바닥에 쏟아 냈다.

       

       그 위로 방울을 눕히며 내려놓았다.

       

       “서라.”

       

       말이 끝나는 순간 방울에 이어진 막대가 일자로 일어났다.

       

       “갈 길 찾아 줄 테니까, 잠깐 들어가.”

       

       한스의 모습은 안개라도 된 듯 희미해져 있었다.

       

       한과 살들을 풀어 냈으니 레이스의 육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방법을 찾을때까지는 레이스의 상태로 있어야 한다.

       

       스으으 –

       

       한스의 몸이 방울을 타고 흘러 씨앗들에게로 들어갔다.

       

       “후우…”

       

       술병을 하나 꺼내 든 나는 씨앗들을 모아 병 속으로 흘려 넣었다.

       

       부적을 말아서 병에 꽉 묶으니 제법 그럴싸했다.

       

       이것들이 잠시나마 한스의 육체를 대신해 줄 것이다.

       

       “썩을 놈들.”

       

       이제야 숨이 제대로 쉬어졌다.

       

       한스와 섞였던 머리가 깔끔해졌다.

       

       “하여튼 이놈의 팔자…”

       

       이제 마무리를 할 차례다.

       

       고개를 돌려보니 두 영감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기야 흰머리를 흔들면서 별짓을 다 했으니···.

       

       거기다 악귀의 한을 온전히 받아들인 모습은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파라몬 영감님, 조각 할 때 쓰던 망치랑 칼 좀 빌려 줘요.”

       

       잘 웃던 평소와는 다르게 영감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러지.”

       

       “귀신들린 거 아니니까 좀 웃어봐요. 사람 무안하게…”

       

       무언가 말을 하려던 영감이 입을 다물고 손을 내밀었다.

       

       망치와 못 처럼 생긴 정.

       

       “모양이 딱 좋네.”

       

       이제 받은 것들을 되 갚아 줄 시간이다.

       

       검은 돌에 부적을 가져다 올렸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부적의 위로 정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높게 들어 올린 망치를 내리쳤다.

       

       퍼억 –

       

       쇠와 돌을 친 소리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마치 사람의 몸을 치는 소리라고 해야 할까.

       

       “손맛 한 번 더럽네.”

       

       퍼억 –

       

       영기를 가득 담아 망치를 계속 휘둘렀다.

       

       돌 속으로 부적이 깊게 박혀 들어갔고, 한대를 더 치는 순간 깨져 버렸다.

       

       퍼석 –

       

       돌이 깨지며 안에 있던 살들이 갈 길을 잃었다.

       

       목적지를 잃은 살들은 저주를 내린 이에게로 되돌아 갈 것이다.

       

       “이게 인과응보라는 거다.”

       

       온몸에서 힘이 다 빠졌다.

       

       굿 한번 할 때마다 이 지경이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운동이라도 하던가 해야지···.

       

       그래도 불안함이 안 느껴지는 걸 보면 굿은 잘 끝난 모양이다.

       

       영감들도 끝이 났다는 걸 알았는지 아이린과 함께 나에게로 걸어왔다.

       

       “하려던 것은 잘 끝났는가?”

       

       “그런 것 같아요.”

       

       파라몬 영감이 나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얼굴 좀 닦게.”

       

       “예?”

       

       “또 몰랐나 보군… 지금 자네 얼굴에 피가 가득하네.”

       

       피?

       

       내가 피를 토했던가?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을 받으면 피를 토하곤 한다.

       

       악귀를 상대하다 보면 한번씩은 있는 일이기도하고 말이다.

       

       입을 스윽 문질러 보니 피는 묻어나오지 않았다.

       

       “거기가 아니네.”

       

       입도 아니면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워낙에 격하게 몸을 흔들었으니···.

       

       “….”

       

       파라몬영감의 얼굴이 더없이 딱딱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의 표정이 딱 저랬지.

       

       “입이 아니라 눈이네. 피눈물이 흘렀어….”

       

       “아…뭐가 뜨겁다 했더니…”

       

       아까 눈 주위가 뜨겁더니 피가 난 모양이다.

       

       하여튼 무당팔자 곱게 살기는 글렀다.

       

       “에라이….”

       

       손수건으로 볼 쪽을 문지르니 피가 흥건하게 묻어나왔다.

       

       ***

       

       “제이크님, 곧 보고를 드릴 시간입니다.”

       

       “알고 있다.” 

       

       어두컴컴한 지하에 켜진 횃불.

       

       제이크라고 불린 사람의 지시를 따라 열 명 남짓한 인원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모두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살벌한 말에 모두가 몸을 떨었다.

       

       벌써 몇 번이나 보았다.

       

       한낱 언데드가 되어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된 동료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제이크에게 변화가 시작된 것은.

       

       “커헉…!”

       

       “…제이크님?”

       

       제이크의 희번득한 눈동자가 네크로맨서들에게로 향했다.

       

       “누…눈에서 피가!”

       

       제이크는 숨을 못 쉬는 듯 괴로워하고 있었다.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이 벌어졌다.

       

       “커헉…!사…살려다오…!”

       

       갑작스러운 괴현상에 모두가 정지했다.

       

       무언가를 알리려는 듯 제이크의 입이 다시 벌어졌다.

       

       “저…저주 마법이다! 어..어서 나를…!”

       

       제이크가 수인을 맺으려는 듯 양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의 수인은 끝내 맺어지지 못했다.

       

       오른손이 덜렁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마나를 움직여도 저주를 해소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제이크가 흰자위를 보이며 네크로맨서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전부..! 전부 내 것이다!”

       

       “마..막아!!”

       

       마법을 쓰지도 않고 달려드는 제이크가 제압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네크로맨서들의 마법에 제이크의 몸이 굳은 듯 정지했다.

       

       “…제이크님?”

       

       한 네크로맨서가 제이크에게로 다가 갔다.

       

       “…..”

       

       제이크의 입과 눈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초점이 흐려진 눈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사방을 훑었다.

       

       그 모습은 미쳐 버린 정신병자라고 하기에 딱 적합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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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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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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