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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호국회.

       정식 명칭은 대한민족호국회(大韓民族護國會).

       대한제국 시절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지킨다’라는 다소 과격한 사상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단체의 특성 때문인지 퇴역 군인, 전 국정원 요원, 매파 정치인 등의 다소 강경한 성향의 사람부터 단순히 애국심 많은 사람까지 두루 갖춘 거대 집단이었다.

       이양훈이 속해있는 홍익애국단(弘益愛國團), 통칭 애국단이라 불리는 단체와 함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양대산맥이며 박진성의 부모님이 속해있던 단체이기도 했다.

         

       ‘참으로 불같은 이들이 많은 곳이지.’

         

       호국회에는 과격파가 많았다.

       애초에 시작부터가 ‘무력 활동을 통한 주권 회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였는데, 원래부터 과격파가 많았던 단체가 일제강점기, 6·25전쟁 같은 민족의 설움을 잔뜩 겪었다. 악에 받치다 못해 독이 바싹 올라있을 수밖에.

         

       그 때문에 이들은 일본을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는 수준이었고, 기회만 된다면 어떻게든 보복을 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실제로 진성이 회귀하기 전에는 아주 화려하게 보복을 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진성이 회귀하기 전, 세계 3차 대전이 터졌을 때 일본에 보복한다고 능력자 4명을 파견한 일이 있었다. 한 명은 애국단 소속이었던 이세린이며, 한 명은 정부 소속,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이 호국회 소속이었다.

       이세린은 단신으로 교토를 초토화했고, 정부 소속 능력자는 도쿄를 제 집처럼 돌아다니며 요인 암살로 지휘계통을 마비시켰다.

       

       호국회 소속 능력자들은 뭘 했냐고?

         

       한 명은 홋카이도, 한 명은 오키나와 쪽으로 가서 반정부 단체를 만들고 지원해서 일본에 내전을 일으켰다. 각각 아이누 민족 독립, 류큐 왕국 부활을 외치며 나타난 이 두 단체 덕분에 일본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통일 대한민국은 군사를 끌고 일본의 전력을 계속해서 까먹었고.

         

       그 덕분에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본은 지속해서 호국회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했다. 일컫기를 호국회는 일한 친선관계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단체라 하였고, 호국회를 깎아내리고 공격하는 식의 언론 플레이를 하곤했다.

         

       ‘미끼를 물었음이니 접촉도 쉬우리라.’

         

       그리고 이 호국회는 진성의 활동에 가장 방해가 될 수 있는 단체이기도 했다. 나라를 위하고 도움이 되는 단체가 왜 진성에게 방해가 되냐 물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과격함이 진성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주술의 소실.

         

       회귀 전 진성은 일본의 주술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

       한일 관계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주술사와의 교류는커녕 무역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거기에 전쟁이 끝난 후에는 개판이 되어있었다.

       주술 대부분이 보관되어 있던 교토와 도쿄는 초토화되고, 일본 왕궁은 대주술의 영향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왕족은 모조리 몰살당했고, 일본 극우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빼앗아온 조선의 주술은 어디에다가 숨겨놨는지 입도 열지 못하고 다 죽었다.

       아이누족과 류큐 왕국 부활을 외치던 반정부 단체?

       잔악무도한 일본 정부의 보복 때문에 지도자 역할을 겸하던 주술사가 죄다 비참하게 죽었다.

         

       남은 건?

         

       없다.

         

       일본에서 주술을 찾아보려 해도 죄다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진성은 일본이 터져나가기 전에 주술을 회수하기 위해 일본으로 넘어갈 방법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불법 입국은 철통같은 봉쇄로 인해 불가능하고, 정식 입국은 당연히 무리인 상황. 차선책으로 용병으로 참전하려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한국, 일본 양측에서 거절당했다.

         

       그렇기에 진성은 호국회와 접촉하기를 원했다.

       일본이 터져나가기 전에 주술을 빼앗아올 기회가 필요했으니까!

         

       그 때문에 사채업자를 죄다 죽이고 난 후 일부러 호국회가 좋아할 만한 말을 잔뜩 써주었고, 흉악범죄와 특이한 편지 내용 때문인지 자연스레 호국회까지 이야기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만약 반응을 하지 않았다면 몇 번 더 사냥할 의향도 있었던 터라 어찌 보면 다행인 일이었다.

         

       ‘금을 얻는 것은 좋으나 차고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한 법.’

         

       주물의 인도 덕분에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에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병 등록 전까지 사용하기에는 차고도 넘치는 금액이었다.

         

       지금의 진성에게 있어 돈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

       일본이 터져나가기 전에 최대한 주술을 가져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감이 좋은 바, 바뀌어버린 미래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구나.’

         

       진성은 이아린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실습이 취소되었으니 그 기간이 비었을텐데.”

         

       그 물음에 이아린은 신난다는 듯 그의 말에 대답했다.

         

       “국제 교류로 대체한대! 외국물 먹고 오는 거야. 어때, 부럽지? 부럽지?”

       “외국물이라.”

         

       이거구나.

         

       진성은 자신의 예감이 이것을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아린은 이어서 설명했다.

         

       실습이 취소됨에 따라 그 기간이 통째로 비게 되었다는 것.

       그 때문에 다른 나라의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와 국제 교류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는 것. 대신에 국가별로 T.O(Table of organization)가 정해져 있으며, 1~3순위를 써서 뺑뺑이를 돌려서 선택된다는 것.

       성적 우수자는 이런 뺑뺑이에서 해방되어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는 특권을 얻었으며, 이세린은 성적 우수자여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지만, 자신은 안타깝게도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는 것까지.

         

       말을 한다기보단 말을 쏘아내는 느낌으로 해준 설명.

         

       “어디 외국물을 먹고 싶으냐?”

       “아, 그거야 당연히 중국이지!”

       “중국, 중국이라.”

         

       지금의 중국은 진성에게 있어 그렇게 매력적인 나라는 아니었다.

       진성에게 매력적인 나라는 특이한 주술이 있거나 주술이 발달한 나라인데, 중국은 그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마외도와 괴력난신이라며 주술을 배척해온 탓에 제대로 발전하지도 못했고, 문화대혁명 때 구시대의 잔재라며 또 한 번 파괴당했다. 그나마 어찌어찌 남아있는 주술도 있긴 했지만 그야말로 숨만 붙어있는 수준에 그쳤고, 기록이 남아있다고 해도 세세한 것은 기록되지 않은 탓에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서 복원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중국은 주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제 것을 가지지 못한다면 남의 것이라도 가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다른 나라의 주술을 빼앗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주술 연구 시설엔 첩자를 파견하고, 유적지엔 도굴꾼을 보낸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주술은 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해 개조 과정을 거친다.

         

       막대한 희생자를 내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용해야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람과 돈을 갈아 넣는 끔찍할 정도로 비효율적인 이 방식이 나름대로 효과는 있었는지 단시간에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중국은 자신이 이루어낸 전쟁용 주술을 주변에 내보이며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세계 3차 대전이 터진 후에는 군사용으로 만들어낸 강력한 주술을 앞세우며 파죽지세로 주변 국가를 점령했다.

         

       이러한 중국의 군사용 주술은 여러 국가의 주술이 합쳐진 특이성과 편의성, 강력함까지 갖춰서 진성의 흥미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군사용 주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 터.

         

       ‘유적에서 중국인과 부딪치기 시작한 것이 용병 생활 3년 이후부터이니, 아직은 주술이 개발되기는커녕 개요만 있을 터.’

         

       하지만 이아린에겐 꽤 매력적인 나라일 것이다.

       거의 관짝에 들어가 버린 주술과는 다르게 무공은 제대로 발전을 했으니까. 무공 역시 문화대혁명 때 공격 대상이 되었지만, 고강한 무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냄으로써 찬란한 유산들이 불쏘시개가 되어버리는 미래를 피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 무공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부동의 일인자 위치에 있었다.

         

       “1순위는 중국! 2순위는 러시아! 3순위는 일본!”

         

       전부 무공이 강한 나라였다.

       

       ‘3순위, 일본이라?’

         

       이아린은 상상만 해도 좋다는 듯 얼굴이 약간 상기되었다.

       진성은 고개를 돌려 이세린을 쳐다보았다.

         

       “너는?”

       “아, 저, 저요? 저는…. 그….”

         

       이세린은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 데나 상관……없는데요.”

         

       아무 곳이나 상관이 없다.

       그 말에 진성은 미소를 띄웠다.

         

       “그래?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하냐?”

       “일본이요?”

       “그래, 일본.”

         

       그는 세린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좋은 정보가 있다. 가면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야.”

       “조, 좋은 정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아린은 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런 거 알면 나한테도 좀 주지, 치사하게 둘이서만 알려고 하고. 오라비, 동생만 너무 편애하는 거 아냐?”

       “물론 너에게도 좋은 정보일 것이다. 세린만큼 좋지는 않아도 너 역시도 충분히 만족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야.”

         

       그 말에 순간 이아린의 눈이 살짝 빛났다.

       그것은 본능의 영역에서 내려진 직감에 의한 빛이며, 약간의 불길함과 불안감이 섞여 만들어낸 광채였다.

       맹수를 모방하고 그 힘을 얻는 무공에서 내려지는 직감은 가히 동물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럼 나 1순위로 일본 쓸게. 세린이랑 같이 갈 거야.”

         

       그 직감이 이아린에게 반드시 일본에 따라가야 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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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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