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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0

        내 문제에 시청자들이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런 시청자들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귀여운 아이들이 아닌가?

       

        – 뭐지?

        – 함정 문제인가?

        – 이건 공명의 함정이다!

        – 정답! 그냥 구해 줌!

        – 이건 그냥 단순하게 가야함.

        – 라나님은 우리랑 상식이 다르니까, 다른 선택했을 수도 있을 듯?

        – 막 잡아드셨나요?

        – 이건 어렵네.

        – ㄹㅇㅋㅋ

       

        반쯤 장난으로 낸 문제였기에 시청자들도 장난으로 대응할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 진지하게 문제에 임하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추측이 과해서, 아예 이상한 부분으로 번지는 이들도 있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해야겠군.

       

        “답은 ‘그냥 구해주었다’란다.”

       

        – 크!

        – 까비.

        – 공명의 함정일 줄 알았네.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나와 시청자들 모두가 함께 웃었다.

       

       

        *            *            *

       

       

        나는 근처에 있는 공터에 앉아, 해변가에서 주워 온 이 세상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냥 주워 온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인간은 큰 문제 없이 잠에 빠져 있었다.

        잔 상처는 보이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걸 어쩐다…….’

       

        일단 주워 오긴 했는데, 이젠 이 인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세상은 이미 주인이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차원에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이다.

        즉, 이 세상의 신들이 ‘초월자의 규율’을 어긴 것이 아닌 한, 나 역시 이 세상의 일에 참여하면 안 되는 것이다.

        따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으로서의 예의이지 않은가?

       

        애초에 이 세상의 신들이 나를 이런 외딴섬에 두고, 이 섬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한 이유가 바로 저것이다.

        괜히 자신들이 설계한 세상에 변수를 만들지 말고, 이런 외딴곳에서 코즈믹 에너지를 채우다 떠나라는 뜻인 것이지.

        나 역시 괜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수긍한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인간이 나에게 주어진 영역에 제 발로 들어왔다.

        그렇기에 지금 난감해하는 것이다.

       

        ‘일단 죽이는 것은 보류하자.’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죽이긴 왜 죽이는가?

        물론 이 인간이 먼저 나를 건드린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일도 없으니 죽이지 않는다.

       

        ‘신들에게 알려야 하나?’

       

        내가 이 세상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손님’으로서의 예의라면, 신들은 내가 이 세상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것이 ‘주인’으로서의 예의다.

        그러니 내가 신들에게 말해, 이 인간들 데려가 달라고 한다면, 그들은 성실히 내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애초에 그들도 내가 이 세상의 지성체들과 접촉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자.’

       

        나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신계의 파수꾼이라고 했었던 ‘푸푸르마’라는 신을 부를 방법을 고민 중일 때였다.

       

        “큭!”

       

        = 음?

       

        기절해 있던 인간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나는 자기 자리에 앉아 인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본래는 인간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신을 부를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간이 정신을 차린 이후에 부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윽! 윽!! 으윽!”

       

        무언가 악몽이라도 꾸는 듯 몸을 움찔거리는 인간.

        그럴 때마다 상처와 흉터가 가득한 그의 근육질 몸이 꿈틀거린다.

        내가 이 세상의 사정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아마 뛰어난 사냥꾼이었던 것 같았다.

       

        “커헉!”

       

        마침내 인간이 눈을 떴다.

        잠시 두 눈에 초점을 맞추듯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리는 인간.

        하지만 이내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황금빛으로 물든 주변을 천천히 훑는다.

        그렇게 그의 시선이 천천히 이동하고, 이내 그의 시선이 내 앞발에 닿았다.

       

        “…….”

       

        잠시 두 눈을 깜빡거리며 내 앞발을 관찰하는 인간.

        그러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내 발톱, 앞다리, 어깨, 목…… 그러곤 마침내 그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

       

        = …….

       

        그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인간을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고, 인간은 내 모습을 보곤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우 정신을 차린 듯, 인간은 나와 시선을 맞춘 채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키고, 손으로 몸을 더듬거리며 자기 현재 상태를 살핀다.

       

        ‘포식자일지도 모를 존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니. 훌륭하군.’

       

        역시 이 인간은 인간 세계에서도 실력 있는 사냥꾼인 모양이다.

        내가 감탄하는 사이, 마침내 인간은 자기 현 상태를 완전히 깨달은 모양이었다.

       

        무기는커녕 의복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없는 상황.

        몸에는 잔 상처가 제법 존재하지만, 큰 부상은 없다.

        눈앞에는 ‘나’라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있다. (이 세계에는 ‘드래곤’이라는 생물은커녕, 비슷한 생물도 없다고 신들에게 들었다.)

       

        어찌 보면 인간에겐 절망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은 상당히 예상외였다.

       

        “위대하신 신수께, 저 아케포라스가 인사 올립니다.”

       

        = 흠?

       

        냅다 나에게 고개를 숙이는 인간 ‘아케포라스’.

        나는 그런 인간 아케포라스의 행동에 흥미를 느껴, 그에게 물었다.

       

        = 재미있구나. 인간 아케포라스여.

       

        “?!”

       

        흠짓!

       

        내가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인간 아케포라스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거린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에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넌 어찌하여 도망치거나, 나에게 대항하려 하지 않는 것이냐?

       

        나의 질문에, 그는 공손히 대답했다.

       

        “만약 저를 해하려 하셨다면, 제가 기절해 있었을 때 이미 해하셨겠지요. 또한 제가 어떤 수를 쓴들, 당신께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함을 잘 압니다.”

       

        = 호오.

       

        보통 육체가 발달한 존재는 저렇게 지혜롭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강력한 육체로 어지간한 일들은 쉽게 해결해 온 만큼, 머리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근육뇌’라고 하던가? 아니면 ‘압도적인 근육은 일을 쉽게 만든다’라든지…….

       

        ‘후자는 아닌 것 같군.’

       

        어쨌든, 눈앞의 인간 아케포라스는 인간으로서 강력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이쪽 세상의 인간들을 본 적은 없지만, 눈앞의 인간을 분석해 본 결과 저 육체가 자연적인 단련으로 만들 수 있는 인간의 최고치에 가깝다는 것 정도는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육체를 가진 인간이 이 정도의 지혜를 뽐낼 줄이야.

       

        나는 눈앞의 인간에게 더더욱 흥미가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인간과 좀 더 대화해보기로 마음먹었다.

       

        = 그래. 네 말대로다. 나는 일단 너를 해칠 생각이 없다.

       

        “감사합니다.”

       

        = 또한 신들에게 말해, 네가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겠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보내주어도 되겠으나, 일단 난 손님으로서 이 섬에서 벗어나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이 인간의 처지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보다는 익숙한 신들의 도움을 받는 쪽이 더 낫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신수시여. 부디 제 말을 들어 주소서!”

       

        = 음?

       

        인간 아케포라스의 말에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주목을 얻는데 성공한 그가 서둘러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부디! 당신께서 가지신 뿔을 저에게 하나만 주시옵소서!”

       

        = ……응?

       

        나는 인간 아케포라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            *            *

       

       

        – 아닠ㅋㅋㅋㅋ

        – 빠꾸 없는 상남잨ㅋㅋㅋ

        – 와씨. 진짜 상남자네.

        – 라나님의 뿌르!

        – 헐퀴. 뿔도둑이야!!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엌ㅋㅋㅋ 아닠ㅋㅋㅋ 진짜 뜬금없넼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재미있는 상황이지 않았느냐?”

       

        – 웃기긴 해요.

        – ㄹㅇㅋㅋ

        – 개미가 내 이빨 노린다고 생각해 보면 재미있지는 않을 듯?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런데 그 개미가 헬 창 개미라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래서 뿔 줬나요?

        – 그런데 그 양반은 왜 갑자기 뿔을 노린 건가요?

        – ㅋㅋㅋㅋㅋ

       

        “그래. 그 부분부터 설명해야 하겠구나.”

       

        실제로 내 뿔을 달라는 인간의 말에, 나는 왜 내 뿔을 노리는지부터 물어보았었다.

        그리고 그는 내 말에 조금의 거짓도 없이 자기 사정을 들려주었다.

       

        “그때 이야기가…… 이런 식이었던가?”

       

        나는 천천히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            *

       

       

        아케포라스는 ‘요르’라는 부족 국가의 왕녀이자 태양신의 신녀인 ‘헤미나’와, 심판의 태양신인 ‘테페이스’의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이었다.

       

        그의 어머니이자 요르의 공주인 헤미나는 주변의 부족 국가에서 소문난 미인이었다.

        그 미모가 어찌나 뛰어났는지, 우연히 태양 아래로 나온 헤미나의 미모는 태양의 말을 타고 천공을 질주하던 테페이스의 마음을 훔치고 말았다.

       

        결국 테페이스는 자기 신전을 통해 헤미나를 자기 신녀로서 보내도록 했다.

        인간으로서는 태양신인 그의 명령을 감히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헤미나의 아버지였던 요르의 왕은 자기 소중한 딸을 신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뛰어난 기술자들을 모아 태양 빛이 감히 들어오지 못할 탑을 만들었고, 그 안에 헤미나를 가두었다고 한다.

       

        조금의 틈도 없이 만들어진 강철탑이었기에, 태양 빛이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탑의 내부.

        바깥과 이어진 곳은 음식이 들어오는 작은 구멍과 숨구멍들뿐.

        그렇게 딸을 숨긴 요르의 왕은 안심했으나, 테페이스는 집요했다.

       

        스스로 태양 빛으로 변한 테페이스는 강철탑에 존재하는 구멍으로 침범, 어두운 강철탑에서 슬퍼하고 있었던 헤미나를 비추었다고 한다.

        절대로 태양 빛이 들어올 수 없는 곳에 비추는 태양 빛.

        그렇게 테페이스는 헤미나와 사랑을 나누었고, 10달이 지났을 때 헤미나는 아케포라스를 출산했다고 한다.

       

       

        *            *            *

       

       

        – 아. 나 이거 아는 내용인 것 같은데?

        –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비슷한 것 있음.

        – ㄹㅇㅋㅋ

        – 아닠ㅋㅋㅋㅋ

        – 거기나 여기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건가?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 레퍼토리가 다 비슷하냨ㅋㅋㅋ

       

        시청자들이 웃는다.

        나는 몰랐지만, 이쪽 세상의 ‘신화’라는 이야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럴 수 있지…….

       

        “어쨌든 인간은 그렇게 서두를 떼었단다.”

       

        나로서는 자기 탄생 사정부터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마침 심심했기에 그냥 그 이야기를 전부 들어 주기로 했다.

       

        “그렇게 15살의 나이에 아케포라스를 출산한 헤미나가…….”

       

        – 잠깐!

        – 15살?

        – 미친!

        – 그럼 14살일 때 건드린 거야?!

        – 중학생을 건드렸다고?!

        – 이 씹!!!

       

        “응?”

       

        나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한 시청자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아이들이 갑자기 왜 이러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페도와 낭만이 종이 한 장 차이였던 청동기 시대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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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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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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