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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0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어째 사장이 악질 도적맘 같더라니】

       

       공지가 올라왔다는 도네이션 하나의 파급효과일까. 이번 패치에 관한 TTS가 끝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기야…애초에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에야 당연한 일이겠지.

        

       그럼에도, 나는 꿋꿋하게 패치노트를 확인하지 않고 있었는데……딱히 청개구리 심보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방송용 핸드폰을 미리 구비한다거나 하는 준비가 전무했던 탓이다. 본래 방송은 생각도 하지 않고 왔던 고로. 이 핸드폰이 내 유일한 카메라이자, 송출기이자, 인터넷 접속기여서.

        

       생생한 자연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밖으로 내밀고 있던 핸드폰을 회수하기 전에는, 정말로 패치노트를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시청자들을 생각하면……지금은 잠시 확인을 미루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직 약속한 30분이 다 안 되었으니. 빗소리를 한창 감상하고 있을 텐데, 예고도 없이 방해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

        

       약속은 약속이잖아.

        

       그럼에도……궁금증이 부풀어오르는 건 사실이었다.

        

       업데이트 소식이 들려오면 참지 못하고 기웃거리는 것이 게이머의 슬픈 습성이어서. 때마침 비가 그치려는 기미가 보이는 순간, 조심스럽게 협상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었다.

        

       “음……비가, 그치네요. 빗소리 계속 듣기 어려울 것 같은데……아직 30분은 안 됐지만, 잠깐만 패치노트를 봐도 될까요.”

        

       내밀어진 핸드폰의 채팅창은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얼핏 봐도 긍정의 표시가 많아 보이는 것이.

        

       역시 나오나로 단련된 이들의 채팅 속도는 보통이 아니더라.

        

       시끄러운 소수의 의견이 채팅창을 점거했을 가능성을 떠올리면서도, 나는 천천히 핸드폰을 회수했다.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캠핑하는 감성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과열된 분위기에 지레 겁먹고 침묵한 시청자들도 상당히 있겠지만……그들은 다시 챙겨줄 기회가 곧 있을 테니.

        

       그리하여 드디어 패치노트를 훑을 시간을 가지게 된 직후.

        

       잠시, 눈을 의심했다.

        

       도적 너프 폭이 대폭 줄어들었고- 심지어 몇몇 방향성이 잘못된 너프들은 아예 바로잡혔다. 스태미나를 건드리거나, 은밀한 발걸음의 최대 지속시간을 너프한다거나……그런, 어거지에 가까웠던 것들이 삭제된 덕분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좋은 패치였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인지, 대부분의 패치는 순차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는……참작해줄 수 있어.

        

       방향이 잘 잡혀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무얼, 전생엔 온라인 플레이를 유료로 만들려 들던 회사 아닌가. 이 정도면 감사해야 할 수준이겠지.

        

       하면 잘 하면서 말이야.

        

       코딩 한 줄 쓰지 않았지만, 나도 아주 조금은 기여했다고 생각해도 되려나. 인정해줄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래서 기분이 어떻냐-고 하면……글쎄.

        

       ……당연히, 당연히 좋아야 할 터였다. 이걸 위해 달려온 시간이 얼마였던가. 짜릿한 달성감까진 아니더라도, 목표를 이뤄낸 뿌듯함이 느껴지리라고-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러나 패치 노트를 읽어내리는 내 머리는, 그저 J. Dox가 기대하라던 좋은 소식이 이거였겠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 순간에 나를 쿡쿡 찔러, 솔직한 감상을 물었다면……아마 ‘다행이다’ 정도로 답하지 않았을까. 너무 심한……그러니까, 폭탄을 터트리지 않고 끝난 건, 내 입장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게 나오나는 나오나고……시간 속으로 사라진 우정이라곤 해도, 패러데이는 친구가 대표로 있는 회사니까.

        

       분명,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아서.

       

       당연히 찾아오리라고 생각했던 기쁨도, 안도감도 없는 것이, 역으로 다행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뱃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가 울렁거렸다. 

        

       그리 느껴지는 이물감과 메슥거림을 애써 외면하며, 내 눈은 나머지 공지를 빠르게도 훑었다.

       

       일대일 모드에……새로운 트리 개방. 암살트리라고 명명된 특성군이 추가될 예정이라는 굵은 글씨와, 격돌 대회를 알리는…….

        

       모르는 미래였다.

        

       뭐야, 이게. 격돌 모드라니. 처음 보는-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괴리감에, 조금 가빠 오는 호흡을 애써 진정시키는 사이.

        

       응당 당혹감과 구토감이 스며들어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이제야 찾아온 기쁨과 기대감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가슴이 기분 좋게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건 또 왜인지.

        

       생각을 갈무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 * * *

        

       《……잠시, 잠시만요.》

        

       화면은 텐트 내부를 비추며, 간헐적으로 까딱거리고 있었다. 패치노트가 올라와 있을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하여 액정을 터치해야 했던 고로.

        

       『이가 다 갈려서 없어질 거 같아요 선생님』

       『이런 초심은 좀 버리자 제발』

       『아니』

       『🔥🔥🔥🔥🔥🔥』

       『눈나 나 속이 이상해…』

        

       당연하게도, 고통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속출하고 있더랬다.

       

       그 호소의 이유는 정당했으되, 그들이 호소하는 방법은 그렇지 않았던 고로.

        

       몇 명의 매니저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나, 하나하나 차단하여 막아내기엔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결국, 이예나의 방송에 익숙하고 정겨운 채팅창 – 글씨보다 이모티콘이 많고, 1줄보다 4줄 채팅이 더 많은 – 이 재림하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보고는 있는 건지.

        

       카메라는 여전히 텐트 벽과 칙칙한 색깔의 침낭만을 비추는 채였다. 이제는 움직임은 덜했지만.

       

       《……진짜…….》

        

       조금은 떨리며- 흐려지는, 말꼬리.

        

       드물게도 감정의 동요가 생생히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차라리 너프 사실을 확인했을 때가 더 평온했을 정도로. 반쯤은 분탕으로 동화된 시청자들로서도 당혹스러울 정도였으니- 그리 미친듯이 날뛰던 채팅의 분위기가 바뀌는 건 순간이었다.

       

       모두가, 물음표를 띄우며 설마 우는 거냐는 채팅을 쏟아내는 사이. 

        

       -스으…

        

       침묵 속에서, 이예나가 숨을 약간은 가쁘게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쉬는 소리만 부드럽게 들려왔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음……역시 방송을 켜고 패치노트 다 보는 건 힘들 것 같네요. 집중도 안 되고, 모바일이라.》

        

       조금 평정을 찾은 후에 하는 말이, 이 모양이었다.

        

       방송을 안 하겠다는 건지, 패치노트를 안 읽겠다는 건지. 어떻게 해석해도 시청자들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결론은 결코 아니었던 고로.

        

       『아니 남편도 돌아왔잖아 왜 이러는 건데』

       『🔥🔥🔥🔥🔥🔥🔥🔥🔥🔥🔥🔥』

       『정신 나갈 거 같네 진짜』

       『엣 ㄹㅇ 우는 줄 알았는데』

       『도적도적 거리면서 그 지랄을 다 해놓고 왜 패치되니까 또 지랄입니까 센세…』

       『그냥 지랄을 하고 싶어서 지랄을 하는 거니 알아들 견디십쇼』

       『진짜 방종??』

       『명치 존나 쎄게 때리고 싶다』

        

       채팅창의 화재가 순식간에 다시 번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 반전될 기미가 보이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뭘 위해 30분을 기다리게 한 거였냐, 진짜 비 구경하자는 거였냐……일제히 불만을 토해내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예나는 무심한 손길로 카메라를 잠시 끌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환하게 밝아지는 화면에, 작은 공터가 비쳤다.

        

       조금 전까지 비가 오고 있었던 땅이다. 작은 웅덩이가 여러 개 생긴 땅에서는 은근한 흙내음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다.

        

       인위적인 것이라고는, 한 켠에 몇 개나 놓여 있는 성인 얼굴만 한 크기의 돌들과 화로. 그리고, 그 옆에 쌓인 장작 더미 정도일까.

        

       어딘진 몰라도, 캠핑장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의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고- 정돈된 설비는 물론, 모닥불을 피우도록 정해진 터 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

        

       그런 화면 속으로, 이예나가 무심하게 걸어 들어왔다. 한 손에는 접이식 캠핑 의자를, 한 손에는 작은 나이프를 든 채.

       

       츄리닝 바지에, 두터워보이는 후드티를 대충 걸친 차림. 그러한 옷가지조차, 그녀의 얼굴이 더해지면 캐주얼하면서도 힙한 옷이 되는 걸까. 구름이 개는 틈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담뿍 받으며 캠핑의자를 툭-하고 무심히 펴는 모습이 어딘가 우아해서,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했다.

       

       장장 30분만에 다시 얼굴을 비춘 것임에도, 채팅창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환호하고 있었다.  뭐하자는 건진 몰라도 제발 이대로만 가자며. 

       

       이뤄지기는 어려운 바람이었다.

       

       《평소처럼 채팅창을 세심하게 챙겨 보기는 힘들 거예요. 핸드폰이 멀어서. 양해 부탁드려요.》

        

       화로부터 집어 든 이예나는 카메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과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카메라 앵글을 확보하느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으니.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마치 가까이 있었을 때는 채팅창을 봤다는 듯한 말이네요, 선생님】 

       

       날카로운 지적이 담긴 도네이션에, 예나는 특별히 답하지 않았다. 그저 화로를 고정시키고, 나뭇가지들을 몇 개 주워들 뿐.

       

       《그러면……시간이 없으니 빨리 불부터 피워 볼까요. 자랑은 아니지만, 불은 잘 피우는 편이에요.》

        

       본격적인 캠핑 방송의 시작이었다.

        

       《왜 짧게 하냐……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 예정된 방송이 아니다 보니, 충전기가 없어요. 그러니……갑자기 방송이 꺼지면, 배터리가 나갔겠거니- 하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언제 끝날지 모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지금 몇 프론데】

        

       《……그걸 알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요. 야생의 재미는 의외성에서 오는 법이에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독자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몸이 아직 으슬거리네요. 추운 날씨는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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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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