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30

       스마트 폰의 지도를 따라서 내가 바라는 장소까지 도착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 섬까지의 거리가 아무리 멀다 한들 결국에 한국에 속한 곳이지 않나.

       

       빌어먹을 정도로 넓었던 무림을 여행하던 입장에서 이 정도 거리야 몇 걸음 걸어서 빠져나올 수 있는 수준이지.

       

       그렇게 나는 달이 여전히 태양의 은총을 홀로 받아내는 시간에 목표로 한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감에 잡히는 바에 따르면 이 섬에 인간은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여러 자그마한 생명 뿐.

       

       이 곳이라면 일을 벌여도 상관없겠지.

       

       여태까지는 몸 안에 품고 있었던 내기를 주변에 풀어 놓는다.

       

       긴 시간 동안 본인의 몸 안만을 맴돌아야했던 녀석들은 오랜만에 구경하는 바깥 풍경에 신이 나서 주변을 마구잡이로 집어삼키려 든다.

       

       거 녀석들.

       

       내 평소에 그리 교육을 시켜두었거늘 어찌 바뀌지를 않으냐.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제어하자 천마신공의 기운들은 넘실거리며 투정을 부리다가도 결국에 본인의 아래에 머물렀다.

       

       자아. 그러면 그림을 그려 보자꾸나.

       

       보시다시피 본인이 수중에 들고 있는 그림은 한없이 많고 또한 그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진하다.

       

       벽이여. 그대는 이를 지울 수 있겠는가?

       

       세상이란 도화지 위에 본인의 내기를 박아 넣으려던 순간에 저 멀리서 기척이 느껴졌다.

       

       인간의 것은 아니었다.

       

       또한 평범한 생물의 것도 아니었다.

       

       그 안에 품은 고강한 기운은 바루나 백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지경이었으니.

       

       저것이 무엇일지를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흐음. 이 세상에도 신수가 있는 것인가.

       

       하기야 본인을 이 곳으로 다시 데려온 백호 녀석도 본래는 이 세상에서 지내는 놈인 듯 했으니.

       

       이 세상에 다른 신수가 있는 건 이상하지 않지.

       

       나는 그리려던 그림을 지우고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냈다.

       

       담뱃잎을 넣고 삼매진화로 불을 붙이기 무섭게 수면 아래에서 요동치는 것이 느껴지더니 거대한 용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주변에 파도를 일으켰다.

       

       진즉에 내기로 막을 펼쳐두었기에 그 파도에 덮쳐질 일은 없었다만 배려심이 없는 녀석이구나.

       

       만일 이 곳에 있는 게 본인이 아니었더라면 비 오는 날의 생쥐가 되었을 것이야.

       

       무례함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드니 넘실거리는 검은 수염 너머로 근엄한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떤 말을 지껄일지 궁금하구나.

       

       지금도 충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만 여기서 개만도 못한 소리를 내뱉는다면 박살을 내주어야지.

       

       죽이지는 않겠다만 자기 주제정도는 알려주어야 쓰지 않겠나.

       

       그리 생각을 하며 상대의 입이 벌려지길 기다리던 때에 뱀이 아가리를 벌렸다.

       

       “우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허?

       

       “죄송합니다. 급히 달려오는 중이었던지라 무례를 범했습니다.”

       

       진중하게 고갤 숙이는 뱀의 모습에 한쪽 눈썹을 내렸다.

       

       이렇게 나올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보통 신수라는 것들은 대개 자존심이 드높아서 그 어떤 상대를 앞에 두더라도 강한 체를 한다.

       

       적어도 내가 만나본 놈들은 그랬다.

       

       헌데 이 놈은 어찌하야 자신을 낮추는 것이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용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고강한 무인이시여. 저는 이 근방의 바다를 수호하는 신수입니다.”

       “그래. 뱀대가리야. 무슨 이유로 이 곳에 찾아왔느냐.”

       “저어… 그것이.”

       

       한 때 많은 사람들의 숭상을 받았고 지금도 여러 곳에서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을 녀석이 내 눈치를 보는 것은 썩 유쾌한 풍경이었다.

       

       재밌구나.

       

       내 방송을 보는 이들이 이런 풍경을 보았다면 무슨 말을 했을는지.

       

       일이 끝나면 화룡무인에서 용의 형상을 한 신수를 찾아다녀볼까.

       

       “무인이시여. 죄송합니다만 한 가지만 먼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하라.”

       “기운을 거두어 주시겠습니까? 잡아먹힐 듯 하여 도저히 말을 꺼낼 수가 없습니다.”

       

       겁이 많은 녀석이구나.

       

       나의 내기로 그대를 찍어 누른 것도 아니거늘 넘실거리는 기운만을 보고서 두려워하는 게야?

       

       신수라는 이름이 아깝구나.

       

       뭐어. 알겠다.

       

       제 주제를 알고 고개 숙이는 녀석을 위협할 이유도 없으니.

       

       여느 때처럼 나의 기운을 거두어 품 안에 넣었더니 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뱀대가리야. 나도 그대에게 명 할 것이 하나 있다.”

       “무엇입니까?”

       “그대의 고개가 높다 생각하지 않으냐?”

       

       자기 주제를 안다는 녀석이 고개를 뻣뻣이 들어서 본인의 고개를 들게 하는 게 맞다 생각하느냐?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만.

       

       내가 그리 말을 하자마자 용은 재빠르게 고개를 내려 턱을 바위 위에 얹어 놓고는 그 커다란 눈으로 눈치를 보았다.

       

       말을 아주 잘 듣는 구나.

       

       생긴 것만 적당히 귀여웠어도 애완동물로 들일 생각을 해보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생긴 것이 영 취향이 아니야.

       

       물비린내가 날 것 같지 않은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복슬복슬한 친구들이지 꺼끌꺼끌한 비늘이 아니니까.

       

       아쉬운 일이군.

       

       “그래서 왜 이 곳에 왔는가.”

       “그것이 이 곳에서 바다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에…”

       “그를 확인하기 위해 왔다?”

       “예.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기운의 근원지를 파악하고 그를 막아내기 위해 온 것일테지.

       

       여태까지 본인을 위협하고자 했던 신수들이 대개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처음에 과장스럽게 등장한 것도 그런 사유일 것이다.

       

       다만 나를 마주하고 본인이 어떤 인간인지를 파악한 후에 자신으로써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니 고갤 숙인 것 뿐.

       

       “그래서 어찌할테냐. 막아볼 테야?”

       

       본인은 투쟁을 사양하지 않는다.

       

       그대가 본인을 막고자 한다면 기꺼이 상대해 주겠다.

       

       다른 도움을 불러와도 괜찮다.

       

       다른 비겁한 수를 써도 상관없다.

       

       본인을 막을 자신이 있다면 덤비더라도 말리지 않겠다. 어찌하겠느냐.

       

       그리 물었더니 용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 탓에 수염에 묻어있던 물이 튀었고 또 다시 기로 만든 장벽에 가로 막혔다.

       

       “제가 어찌 당신께 시비를 걸겠습니까.”

       “그래? 그럼 꺼지거라. 내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다.”

       

       어떤 여파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거늘 이 근처에 어기적거리다가 휘말리면 신수라 한들 목숨이 위험할 터.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적당히 꺼지는 편이 나을 게다.

       

       그리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은 얼굴을 치우지 않고 자꾸만 내 눈치를 보았다.

       

       하아. 네 놈이 부모님에게 성적표를 보여주기 무서워하는 어린아이더냐?

       

       왜 쓰잘데기 없이 눈치만 힐끔힐끔 보고 있는 것이야.

       

       신수쯤 되는 녀석이라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소신을 지켜야 하지 않더냐?

       

       “이봐.”

       “예!”

       “할 말이 있으면 빠르게 하거라. 아니면 강제로 입을 열게 만들어 줄 테니.”

       

       본인이 용과 협상을 해 본 일이 없다 생각하지 말거라.

       

       내 동양의 용이라면 꽤나 많이 상대를 해보았고 그들과 지극히 적절한 협상을 벌여 원하는 것을 얻어낸 전적도 많으니까.

       

       한 번 경고를 하고 나서야 우물쭈물거리던 용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곳에서 무얼 하시려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도술을 펼칠 것이다.”

       “당신께서 지닌 기운을 담아서 입니까?”

       “그래.”

       “안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헛소리를 지껄이기에 미간을 찌푸렸더니 용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것이 말입니다. 당신처럼 높은 경지에 계신 분께서 기운을 끌어 모아 도술을 펼치면 큰 파란이 일지 않겠습니까. 분명 소란이 날 겁니다.”

       “그게 문제가 되는가?”

       

       설령 이 섬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밤중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이 이 현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하겠지만 본인의 흔적을 잡아낼 수 있는 자는 없을 터.

       

       “무인이시여. 당신께서도 아시겠지만 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저 무한한 하늘 너머를 정복한 인간들은 그 곳에 자신의 눈을 두고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상을 감시하지요.

       또한 지금 무인께서 들고 계시는 전자기기를 이용해 가뿐히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이 섬에서 큰 소란이 인다면 소란의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포착을 해내겠지요.”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면 쫓아낼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용이 하는 말엔 설득력이 있었다.

       

       전자는 인공위성이란 것을 이야기하는 것 일 테고 후자는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말하는 것이겠구나.

       

       저 소리를 머릿속으로 되짚으면 되짚을수록 그럴 듯 했다.

       

       확실히 본인이 무림에서만 살던 인간인지라 눈에만 띄지 않으면 된다고 여겼다만 아니었구나.

       

       이 세상에는 눈을 대신할 것들이 수도 없이 많이 뻗어있는 게야.

       

       “이런 외진 곳에 오신 것을 보면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으신 듯 합니다만 여기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건 적절한 선택이 아닐 겁니다.”

       “네 말에 일리가 있구나. 그렇담 어디 다른 곳을 추천해 보거라. 적당한 장소가 있겠느냐?”

       

       이 세상을 오래토록 살아와서 그런가 본인보다도 현대의 세상을 잘 아는 듯 하구나 용아.

       

       그렇게 아는 것이 많다면 어디 본인에게 적당한 장소를 추천해 보거라. 그리 생각하고서 말을 꺼냈더니 용이 눈동자를 돌리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냈다.

       

       “저어. 그것이.”

       “무어냐.”

       “이런 섬을 없애버릴 정도의 큰 소란이라면 어디를 가나 특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마는…”

       “쓸모없는 뱀대가리구나.”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감추기에는 무인께서 벌이려는 일의 규모가 너무 커다랗단 말입니다!”

       

       저 높은 곳에서 본인을 내려다보는 것이 있는 한 조용히 넘어가기는 어렵단 이야기인가.

       

       “알겠다.”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만들어내는 소란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다른 도술을 배워 시험을 해보도록 하자꾸나.

       

       도술이라는 게 하나같이 이처럼 소란스러운 것은 아닐 터 아니더냐.

       

       정 안 된다면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경지를 쌓으면 되는 노릇이니 다급할 이유는 없겠지.

       

       납득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말이다 용아. 그대는 도술에 대해 잘 아느냐?”

       “예? 예. 이래 뵈도 긴 세월을 살아온 신수이니 말입니다.”

       “그렇담 하나 물어보자꾸나.”

       

       바루와 백주가 내놓지 못한 답인만큼 이 녀석이 제대로 된 답을 낼 것 같진 않다만 혹시 모르잖은가.

       

       내 화룡무인 속에서 그려내었던 산들바람을 만들어 세상에 놓아주었더니 돌섬에 바람이 불어왔다.

       

       “본인은 자연에 수긍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도술을 사용할 수 있는가.”

       “…허?”

       

       하아. 그래. 네 놈도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하는가.

       

       용이라는 녀석이 이토록 지혜가 부족해서야.

       

       “되었다.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마.”

       

       일단은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바루에게 좀 더 가르침을 얻어봐야겠구나.

       

       멀쩡한 도술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른 도술도 배워보아야지.

       

       겸사겸사 화룡무인 속에서 내기를 쌓아 경지를 높이는 방법도 알아보아야겠어.

       

       *

       

       “안녕히 들어가십시오.”

       “그래.”

       

       대지를 밟는 것처럼 허공을 밟아 떠나가는 무인의 모습을 지켜보던 용은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저 재앙은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의 균형을 무너트릴 수 있는 악몽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모르겠군.

       

       저런 자가 이전부터 존재했다면 알게 모르게 이야기가 나돌았을 터이거늘.

       

       “하마터면 죽을 뻔 했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은 재앙을 넘겼다고 생각하지만 재앙은 또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