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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0

    <230 – 포인트를 퍼주는 이벤트>

     

    플레이어 입장에서 포인트를 많이 주는 주간이벤트만큼 행복한 이벤트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다가올 대운동회는 1학기에서 제일 행복한 이벤트다.

     

    “대운동회에 앞서 모든 학년의 학생들은 50인 내외로 반을 짜게 됩니다. 개인기록 대결부터 시작해서 같은 학년끼리 반대항전을 벌이기도 하고, 학년 간 대결이 펼쳐지기도 하죠.”

     

    1학년 학생부장 마하바라타 교수님은 운동회라는 말에 벙찐 학생들에게 운동회가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애초에 초중고등학교 의무교육이 없는 판타지세계에서 운동회란 생소한 개념이었다.

    게임사가 어른들의 추억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낸 비열한 상술의 일환이었을 뿐!

    사람들도 처음에는 엄청 욕했다.

    포인트를 아주 많이 주는 이벤트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일년에 운동회를 12번씩 하면 안될까?

    -난 매주 운동회만 하고 싶어

    -ㅇㅈ

     

    실상을 안 플레이어들은 손등 뒤집듯이 가볍게 비난 성명을 철회하였다.

    아무튼 대운동회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

    ◎대운동회 안내서

    ◇점수배점

    *개인전

    1등 10점 2등 8점 3등 5점

    *반대항전

    1등 100점 2등 80점 3등 50점

    *학년대항전

    1등 1000점 2등 800점 3등 500점

     

    ◇대운동회 종목

    *개인전 종목(100종)

    -달리기 4종(1km달리기 장애물달리기 외줄달리기 환상마법달리기)

    -던지기 7종(종이비행기던지기 다트던지기 원반던지기 책상던지기 투창던지기 바위던지기 기둥던지기)

    -……

    *반대항전 종목(10종)

    -육상 4종(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박깨기 긴줄넘기)

    -구기 3종(괴력피구 인간당구 소림축구)

    -……

    *학년대항전 종목(1종)

    -??? 1종

     

    ※대운동회에서 얻는 점수는 1점 당 1포인트의 가치를 지님

    ※승부조작이 학생회에 적발될 시, 학생회에 조작범들의 점수 몰수

    ※학년대항전이 아닐 시, 저학년과 고학년의 대결은 안전상의 이유로 절대불가

    ※안전상의 이유로 3학년과 4학년은 다른 장소에서 개인전과 반대항전을 치르므로 안심!

    ※학년대항전은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므로 돌연사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

     

    “오크노디. 반 친구들이 보기 쉬우라고 템플릿까지 만든 거야? 착하네.”

    “아닌데요? 개당 5포인트에 팔 건데요?”

    “…….”

     

    쯧쯧. 이사벨은 NPC답게 아직 뭘 모르네.

    포인트를 벌려면 이런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모아야지.

     

    “오. 이거 좋은데?”

    “오크노디. 한 장 팔아!”

    “나는 세 장. 모았다가 다른 애들한테 더 비싸게 팔래!”

    “앗, 그럼 난 열장.”

    “봐요. 이사벨. 엄청 잘 팔리죠?”

    “…그럼 나도 세 장만 줘. 지젤이랑 손오천 몫까지.”

     

    결국 템플릿은 제작당일에만 무려 800장 완판으로 매진되었다.

     

    “아참. 이사벨. 이건 혼자만 알고 있어요.”

    “왜?”

    “이 템플릿, 복제마법으로 만든 거라서 유효시간이 24시간이거든요? 그 전에 미리 다른 곳에 베껴서 적어두세요!”

    “!!”

     

    내일은 천개만 더 복제해서 팔아야지!

     

     

    * *

     

     

    강의를 마치고 교정을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하나같이 손에 템플릿을 들고 어떤 종목이 출전에 유리할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 학생들 사이에는 티토소가와 프릴, 카닐리언 트러플 3인방도 있었다.

     

    “종이비행기던지기가 왠지 날먹 느낌 나고 좋지 않아? 실력이 없어도 요행으로 이길 것 같고.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나도 엄청 귀여울 것 같아.”

     

    프릴의 공주병 걸린 발언에 카닐리언은 코웃음을 치며 비정한 현실을 지적했다.

     

    “되겠니? 당연히 마법 빨로 사기 치는 놈들이 나오겠지. 이건 종이라는 작은 면적에 얼마나 효율적인 마법을 인챈트해서 상대 종이비행기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지를 겨루는 사실상의 마법대결이라고.”

    “엣. 그런 거였어? 뭐야… 전혀 날먹이 아니잖아.”

     

    옆에 있던 티토소가는 덩달아 풀이 죽었다.

    대량의 포인트가 걸린 대운동회.

    잘만 하면 이 기회에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날먹이 가능한 종목을 찾아내어 성과를 거두고픈 것은 하급반 학생의 당연한 섭리!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었다.

     

    ‘아카디아 님… 오크노디를 위해서 굉장히 무리를 하실 것처럼 보였지.’

     

    이렇게 한가하게 만만한 종목이나 찾고 있어도 되는 걸까.

    종목은 대충 정하고 아카디아 님이나 도우러 가자.

    어차피 자신은 미숙한 실력을 지녔다.

    물리전투나 마법전투 모두 자신이 없는데 심지어 머리와 손재주까지 나쁜 탓에 행정학부나 생산학부에도 못 비벼서 모험학부로 도망친 몸.

    가진 건 근성과 열정뿐이지만 자신의 이득만을 쫓느라 아카디아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기라성 같은 추종자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아닌 보잘 것 없는 그녀를 측근으로 고용해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그녀를 외면하는 짓은 사람 된 도리가 아니다.

     

    슈우욱… 슈우욱…

     

    대충 쉬워 보이는 종목을 눈대중으로 찍고 자리에서 일어난 티토소가는 어느새 자신들의 테이블 옆에 굉장히 수상한 존재가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전신을 뒤덮은 검은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투구의 틈 사이로 거친 호흡을 내쉬는 자.

    그의 정체는.

     

    “히에엑! 포인트강도인가요!?”

    “전혀 아닙니다. 암흑상회 정보지를 팔러 왔습니다.”

     

    암흑상회의 정보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온 흑기사 모브였다.

     

    “큭큭. 맞는 것 같은데? 정보지라니, 그런 걸 사서 어디다가 쓰라고.”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갑옷이네. 당신, 흑기사 모브 맞죠? 졸업 후에 갈 곳이 없거든 남부 신성도시국가연맹의 트러플 시를 찾아와요. 자리 하나는 내주죠.”

    “감사합니다. 앗,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왕이면 이거 정보지 좀 사주지 않으실래요?”

     

    카닐리언은 똑 부러지게 거절했다.

     

    “정보라면 이걸로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오크노디의 대운동회 템플릿을 들어보인 카닐리언에게 모브는 오히려 밝은 목소리로 권했다.

     

    “그럼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이번 정보지에 실린 것은 상급반 학생들의 개인전 참가종목 예상목록입니다. 도움을 받든 피해가든 큰 도움이 되겠죠.”

    “흐음… 의외로 괜찮은데? 제법 구미가 당겨요.”

     

    카닐리언이 정보지를 구매하자 저 똑똑한 아가씨가 손해 보는 짓은 안할 거라는 생각에 프릴과 티토소가도 냉큼 정보지를 구매했다.

     

    “<종이비행기 던지기> 예상참가선수 오크노디. 하아. 과연 이건 생각 못했네요. 우리 학년수석은 노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 어린애니까 이런 놀이 같은 종목, 무조건 참여하겠죠.”

    “여기 봐. <책상던지기>에도 오크노디 이름이 있어. 여자애가 이런 것에 나가면 귀엽지 않을 텐데.”

    “<풍선 높이띄우기>에도 있네요. 귀여움 이전에 이거 괴짜스러운 종목에만 오크노디 이름이 다 들어가 있지 않나요?”

     

    정보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카닐리언!

    모브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정확도가 더 검증된 겁니다. 그 애는 정말 엉뚱하니까요. 아는 사람은 알 겁니다.”

    “그러고 보니 티토소가는 오크노디와도 제법 친분이 깊었죠. 이 알바의 말이 정말인가요?”

     

    티토소가는 자신이 보아온 오크노디에 대해서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티토소가. 식당의 안 팔리고 남은 음식을 먹는 케로베로스가 식당 지하에 있다는데 같이 케로베로스랑 싸우고 남은 음식을 루팅하지 않을래?

    -엣. 뭐야 그게. 싫어. 무섭잖아.

     

    오늘 점심에는 이런 대화를 했지.

     

    -방금 3학년의 연구실에서 굉장한 폭발음이 들렸는데 같이 건물벽을 타고 올라가보지 않을래?

    -그러다 죽어!! 착한 1학년은 고학년의 구역에, 그것도 대놓고 뭔가 사고가 일어났다 싶은 곳에 교관님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몰래 찾아가면 안 돼!

     

    어제 저녁에는 이런 대화를 했고.

     

    -이거 봐, 티토소가. 파란등딱지거미야. 헤헤. 짱이지? 채집하기 힘든 레어거미인데 한 번에 두 마리나 잡았지 뭐야. 한 마리 줄까?

    -히에엑! 그거 맹독 있잖아. 빨리 놔. 물리면 죽어. 물리면 죽는다고!

     

    엊그제 길에서 마주칠 땐 이런 소리도 했네.

    티토소가의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으응… 신뢰는 100%일까… 분명 그렇겠네. 이상하게 들리는 종목일수록 오크노디가 참가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해.”

    “티토소가 오피셜 신뢰도 100%라고 했으니 틀리면 티토소가한테 맛없는 간식을 먹이는 걸로 화풀이를 하면 되겠네요. 의심해서 미안해요.”

    “별말씀을. 저라도 의심스럽겠죠, 오크노디를 모르는 사이라면.”

    “잠깐, 나에 대한 취급이 너무 박하지 않아!?”

     

    카닐리언과 모브는 사이좋게 악수를 하며 기분 좋게 거래를 끝마쳤다.

    하지만 혼자 정보지를 열심히 살펴보던 프릴은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티토소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티토. 이것 좀 봐야겠어.”

    “표정이 많이 안 좋네. 왜 그래?”

    “공녀님이야.”

    “어?”

    “공녀님의 이름이 실렸어.”

    “그야 실렸겠지. 아카디아님도 상급반이니까.”

    “하나가 아니야. 엄청나게 많이 실렸다고.”

     

    종목을 본 티토소가는 프릴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뭐야 이게.”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체전이나 반대항전을 제외하고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참여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종목에 아카디아의 이름이 빠짐없이 들어갔다.

     

    “저기요, 알바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카디아 님의 예상종목이 너무 많은데요.”

    “아, 그건 추측이 아니라 거의 확정입니다. 듣기로는 아카디아님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개인전 종목에 참여하겠다고 선언을 하셨죠.”

    “네에에!?”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야 가문의 위기를 극복한 아카디아가 자신의 영향력을 되찾고자 실력발휘를 하려고 단단히 이를 갈았다고 볼 상황.

    그러나 아카디아와 재단장학생 자쿠의 대화를 함께 들었던 티토소가는 다른 의도를 알아차렸다.

    이것은 이목을 끌기 위한 작전이다.

    재단장학생들의 시선을 전부 자신이 가져가도록.

    그들이 노릴 변방출신 상급반 학생 중에 가장 노리기 쉬운 표적은 무리해서 참여종목을 늘린 아카디아 자신이 되도록.

    스스로를 미끼이자 표적으로 삼는 무모한 작전을 세워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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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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