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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1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팽진아를 바라보았다.

         

       이따금 그녀와 단둘이서 수업을 마치고 오순도순 즐기는 티타임.

       거기서 자주 언급되는 본가의 이야기.

       비록 지금은 멸문되었다고 하나 최소 150년이 넘는 역사가 흐르는 유구한 장소라는 자랑을 자주 하였다.

         

       음,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다.

       팽진아의 입꼬리가 살짝살짝 올라갔다.

       툭 하고 건드리면 소녀처럼 웃을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 문패를 바라보았다.

       <팽가>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과연, 수옥빈이 말했던 이곳에 볼일이 있다고 언급했던 사람이 바로 팽진아였구나.

         

       “여기가 스승님의 본가군요.”

       “으응…내가 어린 시절부터 지내고 자라왔던 집이다.”

         

       팽진아는 이곳에서 챙겨야 할 짐이 있어서 들렸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작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유세하 생도. 마음 같아서는 그대도 같이 안으로 안내하고 싶지만, 팽가에 설치된 진법은 기본적으로 문외자는 출입 금지로 되어있다.”

       “아하. 그렇군요.”

         

       팽진아의 설명이 끝나자 묵묵히 듣고 있던 검후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흐흐하며, 은근슬쩍 팽진아에게 제안했다.

         

       “진아~이왕 여기까지 온 거 그냥 제자님도 같이 등록하지?”

       “네? 아니, 사저. 아시잖습니까. 동성이면 모를까. 이성은 혼례를 치러야 들어올 수 있는걸-”

       “-응, 당연히 알지~나도 여기서 몇 년을 살았는데. 알고 말한 거야.”

       “……네?”

         

       팽진아는 잠시 멍 때렸다.

       특유의 맑은 눈동자를 끔벅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곧, 말뜻을 알아듣고 잘 익은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검후.

         

       “우리 진아. 반응 귀엽네~”

        “노, 노, 놀리지 마십쇼!”

       “놀링징마싱쇼~”

       “사저!!!”

         

       잠시 뒤.

       씩씩거린 팽진아는 ‘흥!’거리며 <팽가>로 들어섰다.

       수옥빈도 공기 좀 쐬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어라?’

         

       얼떨결에 나와 검후만 달랑 차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게 웬일?

       지금 내 바로 옆자리에는 검후가 앉아있었다.

       분명 앞좌석에 있었던 그녀는, 팽진아가 사라지자마자 고양이처럼 샤샤샥-! 하고 나타났다.

         

       “안녕~”

       “아, 네!”

       “긴장 풀어. 긴장 풀어~우리 진아의 제자면 내 제자이기도 하단다?”

       “그, 그런가요?”

       “그럼, 말했잖아~나랑 진아는 어린 시절부터 자매처럼 자라왔다고.”

         

       종알종알 재잘재잘 매화매화!

       온갖 말을 내뱉는 매화검후, 위가령.

         

       나로서는 정말 신기했다.

       ‘고스라’에서 확실하게 못 박힌 강자.

       그렇지만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는 인물.

       이따금 스토리에 등장해서 멋지게 칼 한번 휘두르고 사라지는 멋쟁이 여자.

         

       그렇기에 지도관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 신비로운 이미지일 거라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리 수다스럽고 소녀 같은 성격이라니.’

         

       추가로, 근본적인 성향은 다르지만.

       묘하게 팽진아의 느낌이 감도는 게…

       확실히, 서로 자매처럼 자라온 게 느껴졌다.

         

       그때, 검후는 갑작스럽게 내 양 볼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뭐라 하기도 전에 내가 애들에게 했던 것처럼 잡아당겼다.

         

       “우, 에? 검후님?”

       “가령 누나면 된단다? 그나저나 말랑말랑하고 찰기가 넘치네~”

         

       나는 좀 당황했다.

       이 행동은 내 전매특허인데 그걸 역으로 당할 줄이야.

         

       그러는 동안에도 검후는 ‘음, 음!’거리며 내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대단하네.”

       “네?”

       “벌써 70대에 들어섰구나?”

        “……!”

         

       나는 흠칫했다.

       그녀가 말한 게, [능력치]라는 걸 이해했으니까.

       검후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A급부터는 능력치보다는 스킬. 그리고 스킬보다도 그것을 통제하고 다루는 능력자의 심상이 더 중요하지만. 뭐라고 해도 기초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지. 정말 놀라운 성장이네. 내가 지금 유세하군의 강함에 도달했을 때는 20대 후반이었는데 말이야?”

         

       “그, 그것도 엄청난 거 아닌가요?”

         

       “그럼~ 나도 어디 가서 어깨 좀 펴고 다닐 천재니까. 하지만 유세하군의 재능에 비하면 초라해. 너무나도 눈이 부실 재능이야.”

         

       역시, 세간에 떠들썩한 영웅은 다르네~

         

       나는 그녀의 말에, 오늘 아침에 있었던 기자들의 일이 생각났다.

         

       “저기, 제가 그 정도인가요?”

       “음?”

         

       의아하게 바라보는 검후.

       ‘그럼~유세하군. 엄청 유명하다고?’ 하면서 품에 있던 폰을 꺼내 들었다.

         

       안에는 나에 대한 여러 가지 뉴스 기사들이 우후죽순 올라와 있었다.

         

       뭐, 나도 보기는 했다.

       핸드폰만 켜면 바로 대문짝만하게 나오니까.

       하지만 실감이 안 난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더 현실성이 없어.’

         

       검후는 그런 나의 반응에 빙그레 웃었다.

       마치,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하군은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여파를 미치는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네. 실감이 잘…그리고 이리 호들갑을 떨 정도인지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지금 세상에 펼쳐진 사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이해하면 좀 알 거야.”

         

       “…사상요?”

         

       매화검후는 ‘잠시 역사 타임입니다~’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원래 헌터란 존재는 시민들을 수호하고, 악에 맞서 싸우겠다는 맹세를 한 자들을 칭하는 말이었어.”

         

       과거 지상계 최고의 생명체 <드래곤>이 존재했을 때까지만 해도 정의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지.

         

       그렇기에 서로의 등을 맞대고 싸우는 영광을 누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

         

       애초에 <헌터>라는 단어도 변질된 거야.

         

       “원래는 <맹약자>라는 단어로 불렸지.”

       “…맹약자요?”

       “응, 각성자를 칭하는 용어. 그리고 이런 맹약자중 일부는 드래곤과 직접적인 계약을 통해 더욱 높은 단계로 갈 수 있는 영광도 얻었다고 해. 이 경우 용과 하나가 되어 어마어마한 무력을 냈다던가? 아무튼 잠시 말이 세었네.”

         

       다시 원래 노선으로 돌아오는 검후.

         

       원래라면 그런 빛나는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가치였지만.

         

       마왕이 강림하고, 대다수의 드래곤이 죽자.

       사회의 흐름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활동하기 시작했고…더욱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악을 숭배하기 시작했어.”

         

       “그게, 마인 빌런이군요.”

         

       “응. 물론 그 두 개가 아니더라도 지금 헌터들 대다수가 욕망만 바라보고 있긴 해. 애초에 클랜이나 그런 것도 결국,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만든 단체이니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야.”

         

       세월이 흐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목숨을 걸고 재앙에 맞서는 이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이건 S급 괴수 같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 일에 대한 지원자가 줄어드는 걸로도 알 수 있어. 그리고…일부러 늦게 참전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원인이고.”

         

       “어, 왜죠? S급 괴수는 현실로 나오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데…?”

         

       “그래야 자기들의 몸값을 더 받으니까.”

         

       “…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피해지역의 시장이라던가, 이장이라던가. 여러 높으신 분들이 그래야 부랴부랴 귀한 걸 내주거든. 그리고 그동안 시민들은 죽어 나가는 거고. 이건 약과야. 밑을 파보면 더 깊은 심연도 나온단다.”

         

       딱히 이걸 비난할 생각은 없어.

         

       그들도 모두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거니까.

         

       정당한, 그리고 더 많은 대가를 받으려 하는데 뭐라 말할 수는 없는 법이지.

         

       하지만, 이런 게 쌓이고 쌓이면서…결국 나서는 이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란다.

         

       “그런 사회의 흐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게 바로 너란다.”

       “…저요?”

       “응, 19살이라는 나이. 태생적인 마력 한계가 명확하다는 남자. 그리고 아직 현역도 아닌 일개 생도에 지나지 않는 아이가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는 장면이 세상에 퍼진 거야.”

         

       여기서 중요한 건 나섰다는 거야.

         

       “무위도,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용기 있는 행동 하나가 헌터계에 큰 여파를 미쳤단다.”

       “어…”

       “장담할 수 있어. 너의 행동은 분명 지금도 묵묵히 정의라는 마음을 품고 있는 일부 헌터들에게 불을 지필 거란다.”

         

       그들은 이해관계와 이익은 둘째치고.

       그저 너라는 인물을 위해 옆으로 뭉칠 거야.

         

       “어, 음…”

         

       나는 눈을 끔벅거렸다.

       갑작스러운 기습 칭찬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 정도인가? 하는 생각.

         

       추가로 ‘딱히 나도 이 세상을 위해서가 아닌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나선 게 더 큰데?’하는 등등의 생각이 떠올렸다.

         

       그런 나를 보며 매화검후는 피식 웃었다.

         

       “너는 태양처럼 빛나는 아이란다.”

         

       마지막으로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이는 곧, 이사장 유능해씨가 요청한 언젠가 닥쳐올 아카데미 습격.”

       “……!”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연락하는 헌터들이 더 많이 늘어날 거란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지.

         

       *

         

       나는 한동안 검후를 바라보았다.

       싱긋싱긋 웃는 그녀를 보며 기쁨에 가까운 한숨을 내뱉었다.

         

       “…이사장님이 연락하신 분 중 한 분이셨군요.”

       “응응~우리 유능해 노처녀 씨가 제발 부탁해요~하고 하도 말하길래 일단 가슴에 담아는 두었어.”

       “저, 저기, 그러면…”

       “걱정하지 말렴. 유세하군같은 어린아이도 목숨 걸고 싸우는데, 어른이 안 나설 수도 없는 법이지.”

         

       매화검후는 ‘엣헴~’하고 가슴을 폈다.

         

       “연락오면 바로 워프 타고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그 말에 감사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무려, 검후가 참전해 준다는 거다.

       말 그대로 일기당천의 전력.

       이거라면 <아카데미 침공>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응, 응~. 근데 이 손은 놓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 스승님 질투 폭발하겠다.”

       “네?”

         

       쿡쿡하고 웃는 검후.

       손가락을 들어 뒤를 가리켰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화들짝 놀랐다.

         

       “……”

         

       팽진아.

         

       어느새 돌아온 그녀가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도 밀어서 볼이 짜부가 되었다.

       눈빛에 절로 표독함이 감돌았다.

         

       “우리 진아. 안 본 사이에 제자를 아끼는 참 스승이 되었네~”

         

       어, 음.

       그런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인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가 근래 미친듯이 글만 썼다보니 브레인 포그가 살짝 왔습니다. (약간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낍니다. 다른 분들 막 4~5연참하는 분들도 많은데 고작 2연참 했다고…ㅠ)
    덕분에 글이 조금 더디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해 쓰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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