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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1

    파티에 뒤늦게 도착한 헬레나.

     

    “오오! 헬레나, 이제야 왔느냐!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단다.”

     

    루크는 헬레나를 살갑게 맞이하며 다가갔다.

    처음부터 늦는다는 연락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더 늦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로구나. 이제 막 케이크를 자른 참이었는데.”

    “학원 때문ㅇ……. 흥, 나는 누구들처럼 한가롭지 않거든? 와준것만 해도 고맙게 여기라구.”

     

    헬레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학원이 끝나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고 하시는데.

    뭐, 시험기간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따지고보면 자신이 늦은 이유도 바로 루크 때문이나 다름없다.

     

    최근 한번 1등의 자리를 놓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늘어난 학원이었으니까.

    그 때 1등은 루크였고.

    그래서 처음엔 루크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파티도 원래는 올 생각이 없었지만…….

     

    “예쁜 색의 드레스로구나. 바뀐 머리도 굉장히 어울려. 보기 좋구나.”

    루크는 헬레나를 보자마자 옛 귀족간에 대화를 건네듯이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칭찬하는 말을 건네었다.

    결국 예절이란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다.

     헬레나는 자신에 비해서는 수수하지만, 그래도 꽤 예쁜 색상의 드레스였다.

    자신의 조금 과한 드레스와 비교될 수도 있을 테니 두루뭉술한 칭찬보다는 구체적인 칭찬이 더 좋겠지.

     

    그리고 평소 트윈테일로 묶던 헬레나의 머리는 드레스를 의식해서인지 투사이드 업 스타일로 변한 상태였다.

    헬레나 같은 아이에겐 꽤 어울리는 귀여운 머리모양이었다.

     

     

    그런 칭찬에 헬레나는 익숙치 않았다.

     

    “그, 고마워……. 너도 꽤……. 응.”

     

    헬레나는 머뭇거리며 말을 삼켰다.

    역시 남을 칭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끔은 루크가 저렇게 스스럼없이 상대를 칭찬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다.

    뭐, 웬만해선 자신이 다른 사람을 칭찬할 일도 없기는 하지만.

     

     

    “그런데, 다른 애들은 다 어디에 있어?”

    “다들 연회장에 있단다. 자, 나를 따라오거라. 안내하겠다.”

     

    루크는 헬레나를 곧장 연회장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

     

    헬레나는 자신을 마중나온 루크의 차림새를 보았을 때부터 사실은 감탄했다.

    대체 저런 드레스는 어디에서 난 것일까?

    어울리는 것은 둘째치고, 평소 성숙한 느낌이던 루크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루크의 우아하고 단정한 행동거지는 완전히 딱 그 옷과 어울리는 모습이다.

    계단을 내려갈 때 스커트를 잡는 방식과 흐트러진 옷주름을 펴는 방식이라던가, 웃는 방식에서부터 무언가를 가리키는 손짓마저도…….

     

    완벽했다.

    그야말로 예절이 몸에 배어있는 듯 한 모습이다.

    헬레나는 그 모든 동작이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자신 역시도 그런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으니까.

    지금도 받고 있고.

     

    그래서 헬레나는 안다.

    루크 정도로 수준이 높은 몸가짐을 갖추려면 절대로 일반적인 가정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저 어른스러운 모습을 흉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루크는 좋은 집안에서 자라온 것이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루크의 모든 능력과 분위기가 도저히 말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연회장의 문을 열자 드러난 광경에 헬레나는 꽤나 놀랐다.

     

    “새, 생각보단 괜찮은 파티네.”

    “그렇지? 꽤 심혈을 기울였단다.”

     

    주변을 둘러보니 파티의 수준이 자신이 이전에 생각했던 애들끼리 논다는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어른들이 하는, 그것도 정말 진지한 파티 같은 느낌이 든다.

     

    ‘호화로운 분위기는 마음에 드네.’

     

    헬레나도 이런 분위기는 싫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어른을 흉내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고, 헬레나는 자신이 이미 꽤 충분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그러니 이런 어른스럽고 호화로운 분위기가 싫을 리가 없다.

     

    특히나, 저기에 걸려있는 풍경화가 꽤 마음에 든다.

    노을진 숲의 현실적인 색감이 굉장히 예쁘달까…….

     

    헬레나는 잠시 가만히 서서 커다란 그림을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이런 그림은 대체 어디서 구한거래?”

     

    평소 공부에 치여 사느라 취미생활이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던 헬레나지만, 그래도 딱 한가지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림’.

    뭐, 지금은 고작 필기하다가 학습지나 노트 한구석에 낙서를 하는 게 전부이지만, 언젠가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 정도였다.

    잠깐 그렇게 낙서를 할 때는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자 루크가 곧장 대꾸했다.

     

    “내가 그린거란다. 학교 미술실에서 틈틈히 그려봤지. 거기에 미술선생의 도움도 있었다. 어떤가?”

    “뭐?? 아니, 정말로?”

    “정말이다. 일주일만에 그리려니 조금 바쁘기는 했다만. 하하.”

     

    루크는 조금 큰일이었다는 듯이 하하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을 헬레나는 마냥 기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 음악도 잘하면 됐지, 거기다가 그림까지 그릴 줄 안단 말인가?

    도대체 이 여자애는 못하는 게 뭐야?

    자신은 공부를 제외하면 고작 낙서 조금 하는 게 전부인데 말이다.

     

    그나마 루크와 경쟁하지 않는 분야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헬레나는 왠지 자신이 조금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혹시 내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나중에 하나 그려줄 수도 있는데, 그리 해주면 좋겠느냐?”

    “……아냐, 됐어. ”

    “흐음, 알겠다. 그럼, 파티 즐겁게 즐기거라.”

    “응.”

     

    루크는 조금 힘이 없어 보이는 헬레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 상당히 지칠만한 일이 있었나보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역시 꽤 무리를 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된다.

    그 피로 회복제라도 챙겨왔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준비하지 못했다.

    이번 파티를 준비한다고 무리하면서 이미 자신이 다 마셔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

     

    골몰히 생각하던 루크는 이내 헬레나가 시루드를 흘깃거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옳거니.’

     

    헬레나는 시루드에게 관심이 있어 자신의 파티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던가.

    그것은 아마도 사랑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비록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다이튼과 예르나를 곁에서 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

     

    서로 함께만 있어도 피곤함 따위는 잊혀지고, 그저 마냥 좋아서 웃음이 가시질 않는.

    뭐, 그런 느낌 말이다.

     

    감정이라는 것에 그런 효과도 있다는 것이 꽤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던가.

    이성적인 사고에 방해되는 일정 이상의 감정은 모두 차단해버리는 마법사로서 그런 강한 심리적 반응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감정이라는 것을 이용해 헬레나의 피로를 달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뭐, 서로 싫어하는 상태라면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헬레나는 시루드에게 꽤나 다가가고 싶어하는 듯 보이고, 시루드 역시 헬레나에게 마냥 차갑게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미 서로 관심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지.

     

    그렇다면…….

     

     

    루크는 잘라놓은 케이크 한 조각을 접시에 얹어 헬레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헬레나, 이 케이크를 저쪽 테이블의 시루드에게 가져다주지 않겠느냐?”

    “내가 왜 네 심부름 따위를 해야 하는데?”

     

    헬레나는 조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루크는 그에 웃음을 잃지 않고 답했다.

     

    “그게,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용건이 있어서. 시루드는 지금 살짝 취한 상태라 케이크를 받으러 테이블에서 일어날 수 없는 듯 보이니 말이다. 부탁해도 되겠느냐? 그러고나면 이따가 단 둘이 내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함께’ 먹자꾸나.”

     

    루크는 과거 헬레나가 ‘단걸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했던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달지 않은 케이크를 헬레나를 위해서 따로 만들어 둔 상태였다.

    원래는 그냥 주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파이리스의 과식으로 의도치않게 사람들에게 심어준 ‘가난’이라는 인식 때문에 음식을 마음 놓고 먹질 못해서 배가 조금 고팠다.

    거기서 자신까지 아무런 절제 없이 식사를 했다면, 그 인식은 결코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배가 곯는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는 음식을 채워두긴 했지만, 그래도 음식이 부족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파티의 주인공이 혼자서 자리를 비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

    하지만 ‘친구’와 함께 디저트를 ‘나누어’ 먹는다면 그런 걱정도 일단은 해결이다.

     

    그러나 헬레나는 그런 루크의 생각은 알지 못하리라.

     

     

    “……알았어.”

    “고맙다, 부탁하지.”

     

    헬레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하여튼, 이래서 루크를 마냥 미워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위해 특별히 따로 직접 케이크를 만들었다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헬레나는 그런 호의에 약했다.

     

    또, 아까부터 테이블에 앉아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시루드가 조금은 불쌍하기도 하고.

     

    ————

     

    케이크를 전달받은 시루드는 헬레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넌 생각보다 친절하구나.”

    “흥, 그냥 그냥 네가 바보같이 앉아만 있는 게 불쌍해서 그런거니까. 오해하지 마.”

     

    그러고보니 헬레나는 말로는 항상 틱틱대곤 하지만, 결국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예전에 별장을 빌려줬을 때도 그렇고.

    루크가 학교에 안 나올 적, 맨날 반에 들어와서 루크랑 연락은 되지 않느냐고 귀찮게 물어오던 때에는 솔직히 별로 좋지 않았지만.

     

    헬레나는 그런 시루드를 흘겨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대체 어쩌다 과일주에 입을 댄 거야?”

    “아, 음료수인줄 알고…….”

    “멍청이네.”

    “…….”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도 바보 같은 일이었다.

     

    헬레나는 시루드가 마시다 남긴 잔을 들어보며 묻는다.

     

    “이거야?”

    “응.”

    “얼마나 마셨는데?”

    “반잔 정도…….”

     

    헬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거 과일주이긴 한데, 알코올은 거의 없는거야. 하긴, 이런 어린애들이 많은 파티에 도수가 강한 술을 내어 둘리가 없지. 너, 진짜 말도 안되게 술 약하구나.”

     

    헬레나의 말에 시루드는 살짝 발끈하며 외쳤다.

     

    “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마셔보기라도 했어?”

    그러자 헬레나는 태연하게 맞받아쳤다.

    “몇 잔 정도는 나도 받아서 마셔봤지. 우리 아버지가 베리튼에서 과일주사업을 하시거든. 뭐, 그러니까 아버지의 후계자인 나도 자연스럽게 알 기회가 생긴 거지.”

    “지, 진짜로?”

    “응, 내가 왜 이런걸로 거짓말 같은 걸 하겠어?”

     

    듣고보니 그렇다.

    시루드는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된 것에 살짝 놀랐다.

    그동안 시루드는 다른 아이들의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해 별 관심도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러니까 케이크나 좀 먹어. 아빠가 그러는데, 단걸 먹으면 술이 더 빨리 깬대.”

    “응……. 고마워.”

    “그래, 그럼 난 이만 갈게.”

     

    그렇게 몸을 돌렸던 헬레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참, 그러고보니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뭔데?”

     

    헬레나는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혹시 루크의 약점이 뭔지 알아?”

    “뭐?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한데?”

     

    시루드는 조금 날카로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에 헬레나는 조금 당황하며 대꾸했다.

     

    “아니, 오해하지마. 그걸로 뭔가 해를 입히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그 여자애, 못하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잖아?”

    “……그런 거였어?”

     

    시루드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느낌인지 자신도 잘 안다.

    루크가 좀 너무하긴 하지.

     

    묘한 동질감에, 시루드는 자신이 아는 유일한 루크의 약점을 헬레나에게 알려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크는 수영을 못해.”

    “수영? 그, 헤엄치는 거 말이야?”

    “응. 못하더라고.”

    “아하.”

     

    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는 수영을 못한다라…….

    의외의 사실을 알았다.

     

    헬레나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만족스런 미소를 띄고 있을 때쯤, 또 다른 생각이 헬레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잠깐, 그런데 그걸 너는 어떻게 알았어? 같이 수영장이라도 간 거야?”

    “어? 아니, 그건 아니고……. 그, 바다에 갔었는데.”

    “바다? 둘이서? 혹시 너희들 사귀니?”

     

    시루드는 그저 시선을 피했다.

    얼굴이 굉장히 붉다.

     

    “에에…….”

     

    헬레나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루크, 그것도 꽤 이상한 여자애네.

    남자친구라면 얘를 너무 방치하는 거 아니야?

    케이크도 나한테 갖다 주라고 하고.

     

    ‘뭐, 나야 상관 없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의 약점을 알게 된 헬레나!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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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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