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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1

       《지금 뭐하는 거냐……아, 좋은 질문이네요. 나무 껍질을 벗기는 중이에요. 처음 불을 시작할 때는 얇게 벗긴 나무 껍질이나, 덜 젖은 속 부분을 불쏘시개로 쓰면 좋아요. 칼을 이렇게 잡고, 이 정도 각도로 밀면서-》

        

       『아니 그게 아니라 뭐하자는 거냐고』

       『와 정말 유익해요』

       『이게 잼버린가 그거냐』

       『근데 여기 진짜 어디임??』

       『난 걍 얼굴 보이니 다 괜찮아졌음』

       『센세 신난 거 왜케 귀여웤ㅋㅋㅋㅋ』

       『진짜 얼굴이 컨텐츠구나』

       『실례지만 현역 도적이십니까』

       『수상할 정도로 칼을 잘 쓰는 여자』

       『위치 물어보는 병신들 왜케 많지? 뭐 말하면 찾아가게?』

        

       정말로, 뭐하는 짓인지.

        

       진희는 집어 들었던 핸드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화면에는 전송되지 않은 6줄 분량의 메시지가 띄워져 있었다. 혹시라도 표지판 같은 거 찍히면 위치 특정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거나, 그렇게 해서 배터리 다 떨어지면 어떻게 돌아올 건지 확인해두었냐 등등……마지막 순간에 가까스로 참아낸 잔소리들.

        

       하지만-

        

       ‘엄마도 아니고.’

        

       잔소리만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싫었다. 이미 늦은 듯도 싶었지만, 그래도.

       

       지금 예나에게 필요한 건, 옆에서 잔소리를 해줄 사람은 아닌 듯했으니.

        

       이예리의 앞에서 유독 쭈그러 들며 소극적으로 변하는 예나의 모습을 보고 더욱 강해진 확신이었다.

        

       ‘매사에 눈치를 보는 모양이던데. 연기도 아니었고……힘들어 보였어.’

        

       덕분에 진희 본인이 흑역사를 큼지막하게 추가했더랬다. 한동안 떠올리기만 해도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몸서리 치게 된.

        

       그럼에도, 후회는 없……적었던 것이.

        

       그때의 예나는 정말로 힘들어보여서.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한없이 위축된 채……이예리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만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득해서…….

        

       그리 눈치를 살피는 예나는, 정말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혹시. 혹시 괜한 잔소리를 거듭하다가, 진희 자신을 상대로도 예나가 그렇게 눈치를 본다면……그건, 그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꽈악 막히듯 답답해져오는 듯했으니.

        

       ……그렇다고 아리처럼 같이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건, 불가능했지만.

        

       하여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사라질 것만 같다가도 훅 다가와서는 배시시 웃고- 조금 가까워진 듯하여 살짝 붙잡으려 들면, 다시 꺼질 듯이 흐려지는.

        

       문득, 둘이서 술을 마신 날이 떠오르는 그녀였다.

       

       몽환적이었던 그 조명 아래, 의자에 가라앉듯 늘어진 예나가 유독 머리에- 뇌리에 사진처럼 남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원래 여자 좋아했다는 농담을 건네던. 옅은 한숨이 부드럽게 새어나오던 그 붉은 입술과, 분명 살짝 눈물이 맺혀 조금 반짝거리던 눈매가-

        

       ‘아-! 진짜!’

        

       그렇게, 잠시만 방심하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려 드는 이미지를 애써 흩어버리는 사이.

       

       예나는 사뭇 밝아진 표정으로 카메라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이렇게, 이렇게 각도를 잡으면 손 안 다치고 잘 할 수 있어요. 알아두면 좋은 지식입니다. 손도끼 쓰는 법도 같이 보여드리고 싶은데……못 가져와서 아쉽네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얘 진짜 평소에 단검 들고 다니는 거 아니냐?】

        

       《평소, 가 조금 애매하네요. 저는 평소에 늘 집에 있어서 무언가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요.》

        

       『앗…』

       『아앗……』

       『‘동료’』

       『오나지……다로?』

       『진짜 시1발ㅋㅋㅋ 저 와꾸로 행여나 집에 있겠다 육수새끼들아』

       ㄴ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매니저] 매너 채팅 부탁드립니다.』

        

       -사각

       

       나무 껍질을 벗겨내어 소복이 쌓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배치하기를 벌써 몇 분째.

        

       화면 너머로도 예기가 느껴지는 캠핑 나이프를 휘릭휘릭 능숙하게 다루는 그녀의 모습이, 어쩐지 퍽 색달랐다. 왠지 저런 면에선 어설플 것만 같았는데. 대체 캠핑은 또 언제 저리 다닌 건지.

        

       ‘어디로 가는 건지라도 얘기해주고 갔으면 얼마나 좋아. 옆에서 보기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잖아.’

        

       욕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쉬움이 다시 스며들어 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그런 자신의 기분을 짐작이나 하고 있는지. 그럴 리가 없고, 그게 당연한 것이겠지만……그래도, 어쩐지.

       

       진희는 조금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정작 그 걱정의 당사자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토치를 집어 들어서는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불을 쏘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으리라.

        

       《음……원래 이건 조금 반칙이긴 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벌써 십……아니,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이번엔 불은 토치로 붙일게요.》

        

       『십?』

       『십 뭐요』

       『배터리 십퍼대라는 얘기면 옥상 올라감 농담 아님』

       『텐련아 이제 드디어 캠방 시작했는데 10은 씨발』

       『응 방종해봐~ 무슨 일이 일어나나 한번 보자~』

       『SEXY KUNOICHI SO HOT』

       『한국말써라 이ㅣ씨벌 코쟁이새끼들아』

       『근데 도질 이 십새끼 영어로는 뭔 소리 해도 밴 안하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냐』

       『[매니저] 타 스트리머, 시청자, 매니저 등의 아이디/닉네임 언급 자제해주세요.』

        

       이어서, 세심하게 배치한 장작더미의 아래에 불을 쏘아내기를 몇 초.

       

       연기가 조금 올라온다 싶더니, 이내 화면 상으로도 보이기 시작할 정도로 불이 붙어 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불을 잘 피운다고 장담한 것이 허언은 아니라는 생각이 진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저런 토치를 가지고도 불을 붙이는 실력이 필요한 건지는 조금 의문이었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센세 불은 채팅창에 이미 충분히 붙었는데요】

        

       《……안타깝네요. 여러분, 채팅이 너무 많으면 배터리가 더 빨리 줄지 않을까요. 우리 서로를 위해 채팅을 조금만 참아봐요. 특히 불모양 이모지 같은 거 너무 올리지 마시고. 》

        

       『🔥🔥🔥🔥🔥🔥🔥🔥🔥🔥🔥🔥』

       『🔥🔥🔥🔥🔥🔥🔥🔥🔥』

       『🔥🔥🔥🔥🔥🔥🔥🔥🔥🔥』

       『🔥🔥🔥🔥🔥🔥🔥🔥🔥🔥🔥』

        

       다른 곳에 붙인 불이 몇 배는 더 빠르고, 또 강렬했지만.

        

       * * * *

        

       채팅창이 그나마 진정 비슷한 상태에 도달한 건, 무려 30분 후. 시청자가 20,000명 아래로 내려간 시점이었다.

        

       차단당하여 쫓겨난 이들이 대다수였으나, 자발적으로 나간 이들도 적지는 않았다.

        

       대격변이라고 명명할만한 첫 패치가 발표된 직후다. 온갖 유동들이 ‘나오나’ 카테고리를 찾아 돌아다닐 시기. 평소 나오나를 메인으로 내세우던 스트리머라면 너나할 것 없이 ‘패치 전격 분석’ 따위의 방제를 내걸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야청청 캠핑이나 하고 있었으니. 

       

       골수 나오나 유저들 입장에선 제법 강도 높은 개미털기였으리라.

       

       물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텨내는 이들도 있었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제 슬슬 끝이려나, 하고 희망을 품을 때마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기에 더더욱. 불을 피워내고 나서는 터를 보강하고,  음식을 손질하더니, 또 무언가를 만든답시고 두꺼운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깎기 시작하는 식이다.

       

       이래도 버텨, 독하다 독해 따위의 채팅이 도배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또 일부는, 자연에서 칼 한 자루로 요리를 하는 생생한 장면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고-

        

       그녀의 팬들 중에는, 그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모습들 – 이를 테면, 그리 작업을 하다가 때때로 팔을 길게 펴고 이리저리 스트레칭하는 예나의 모습이나, 주머니에서 꺼낸 고무줄로 머리를 쓸어 올리듯 묶는 모습 – 만으로도 한껏 만족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기에.

        

       『퍄』

       『ㅗㅜㅑ』

       『캬』

       『와』

       『물리학 1타강사…』

       『여름에도 캠핑해주세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제발 배터리 얘기 농담이었다고 해줘】

        

       『ㄹㅇ』

       『아 도네 보내지 말라고 새@끼들아 배터리 빨린다고』

       『센세 저 혹시나 해서 일단 줄은 묶어 뒀다에요 방송 꺼지면 바로 줄다리기 시합 시작한다에요』

       『진짜 단검 왜케 잘 씀?』

       『요리도 잘 할 거같다 헤으응』

       『야생에 능한 눈나… 』

        

       결국 골수 나악귀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보이지 않는 올가미가 죄어 오는 조마조마한 기분을 채팅창에 쏟아내며 방송을 시청하는 중이었다.

       

        흡사 부모님이 잠시 외출한 밤, 몰래 게임을 즐기고 있는 듯한 불안감이다. 

        

       언제 갑자기 끝날지 모르는 방송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일단 이 방송이 끝나면 도대체 언제 돌아올지조차 알 수 없지 않은가.

        

       지난 방송은 무려 23일 전이었다. 그리고 아닌 척하지만, 혹시 오늘 잠시 방송을 켠 것이 정말로 나오나 패치 때문이었다면.

        

       그렇다면, 다음 방송은 대체 언제일지.

        

       《자. 그러면 받침대도 완성이 됐으니……이제, 고기 좀 구워 볼까요. 기분 낸다고 이런 돌을 불판으로 쓰시는 경우 많은데, 잘못 고르면 터지니까 조심하시고. 저는 문명인이니까, 상비하는 쇠꼬챙이를 쓸게요.》

        

       그렇게 모두가 마음을 졸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예나는 깎은 나무막대 2개를 땅에 박아 넣어 받침대를 만들고, 꺼내든 통삼겹살을 칼로 슥슥 손질하여 꼬챙이에 꽂아 넣거나, 적당한 돌을 씻어서 깔아두는 등……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정말로 강의라도 하는 양, 그렇게 작업을 하며 조곤조곤한 설명을 이어나가기를 또 몇 분.

         

       끝끝내 완성된 고기 꼬챙이를 받침대에 얹어 둔 그녀는, 나름 평평한 돌 위에 부드럽게 착석했다. 끌고 온 가방에서 맥주 세 캔을 동시에 꺼내 들면서.

       

       조금은, 개운한 표정이었다.

        

       《……자연, 좋지 않나요. 마음이 편해지고……응. 문득, 여러분한테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허공에 건배하듯 카메라를 향해 맥주를 살짝 들어보인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짠-’하고 읊조렸다.

       

       《왜, 좋은 건……같이 보고 싶어지잖아요.》

       

       주변에 사람 하나 없는 시원한 풍경.

        

       나른한 목소리와, 화면 가득 비치는 자그마한 터전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중심에서 은은하게 타오르는 모닥불과, 기름을 뚝뚝 떨어트리며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고기.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들과, 조금씩 피어있는 이름모를 잡초들. 그리고 자연스러운 차림으로 기대어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카메라를 지긋이 응시하는 이예나까지.

        

       분위기가 안 산다며 캠핑 의자마저 저 멀리 치우고는, 웬 돌 위에 느긋하게 걸터 앉은 주인 덕분일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리고 어딘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이었다.

       

       그 한 가운데에서 타오르는 모닥불을 가만히 바라보던 예나가,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작고, 조금은 어색한 미소.

       

       《방송으로 잘 전달 되려나. 됐으면 좋겠는데.》

       

       한낮의 때이른 노을을 뺨에 드리운 채, 예나의 두 눈은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센세 더 로그 정주행 마렵네ㄹㅇ】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님들 저 첫사랑 기억 조작당하는 기분임】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입만 닫고 있으면 진짜 이쁘긴 뒤지게 이쁘네】

         

       직전까지 쌓은 업보에도 불구하고, 제법 낭만적인 그림인 덕분일까. 아니면 단순히, 파괴력 높은 얼굴의 힘일까.

       

       대형 화재가 휩쓸던 채팅창에는 어느새 칭찬이 가득했다.

       

       그 뿐이랴. 술 가져와야겠다거나, 삼겹살 맛있어보인다는 등 방송에 몰입한 이들이 대부분에- 심지어 더 로그 감성 너무 그리웠다는 소수파마저 점점 득세하고 있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걱정ㄴ 저 10련 곧 배터리 없다고 방종하고 나면 전 지튜브 10번은 정주행할 수 있을 거다】

       

       물론, 모두가 공유하는 감상은 아니었지만- 희귀하디 희귀한 예나의 먹방 앞에서 주목받을 의견은 아니었다.

       

       《음……자, 그러면 익은 고기부터 먹어볼까요.》

       

       『캬』

        『존나 맛있어보이네;;』

        『ㅁㅊ개잘구웠엌ㅋㅋㅋㅋ』

        『먹방 드가자~』

        『센세의 야외 먹방…수요는 없었지만 암튼 귀하네요…』

        『빨리 먹어주세요』

         

       그렇게 먹음직스럽게 익은 고기가 줄줄이 꽂힌 꼬챙이를 카메라에 잠시 보여준 이예나가, 잘 익은 고기를 향해 입을 벌렸다가-

         

        《아.》

         

       핸드폰을 보고 무언가가 깨달았다는 듯이, 살며시 입을 닫았다.

       

       그리고.

         

        《그……아까 공지에 보니, 일대일 대회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오』

        『출전선언? 출전선언? 출전선언? 출전선언? 출전선언?』

        『비시즌이라 프로들도 나오겠던데』

        『솔까 랭킹 1위가 안 나가면 누가 나감』

        『모르겠고 빨리 먹어주세요 제발』

        『일대일은 프로여도 모른다 가보자』

        『와 고기 윤기보소』

         

        대회라는 그녀의 한 마디에, 채팅창이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하는 순간.

         

        《불 피우면서 고민을 해봤어요. 그래서, 사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은데……이제 진짜 시간이 없어서.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면, 역시-》

         

        『아』

        『고민?』

        『야이씹』

        『기어이 한 점을 안 먹고 갔네』

        『역시 뭔데』

        『야이』

        『아』

        『개시발 진짜』

        『타이밍 씨1발』

        『역시 뭐!!!』

         

        조금은 설레는 듯하던 표정의 이예나가 사라지고, 검은 화면을 배경으로 [스트리머가 방송을 종료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캠핑 방송이 시작된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42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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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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