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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1

       “…….”

        

       “…….”

        

       음, 개인 면담은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일 대 일’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세 사람은 동의하긴 했다. 적어도 소희와 수아는 꽤 반기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하늘이만 토라진 얼굴이었지만.

        

       사실, 얼굴만 봐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리 내가 눈치가 없더라도, 지난 몇 개월간 하늘이와 거의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온 나였다.

        

       그저 학교에서만 얼굴을 본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곳에서 먹고, 같은 침대에서 자고,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같은 공간에서 씻기까지 했었으니까.

        

       하늘이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면, 나름대로 제대로 알아차릴 자신은 있었다.

        

       그런 나의 감으로 추측해보건대, 이 표정은 만들어진 표정일 것이다. 팔짱을 끼고 눈을 살짝 옆으로 돌리고 볼을 부풀리고 있는 귀여운 표정.

        

       다만 저 부풀려진 볼 속에 어떤 불만이 가득한 것인지 알 것 같아서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아마 하늘이는 손아름에게 질투하고 있는 것이리라.

        

       오늘 공부할 때, 손아름과 하늘이의 영역이 완전히 겹쳐버렸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가르쳐주는 것’ 하나는 손아름 쪽이 조금 더 나았다. 막 압도적으로 하늘이보다 잘한다는 느낌은 아니었어도 알아듣기가 더 쉽고 난이도도 더 낮았다는 것이다.

        

       하늘이가 언제나 제일 위를 바라보며 공부한다는 느낌이라면, 손아름은 가진 지식 내에서 최선의 성적을 끌어내는 방식이라고 해야 하나.

        

       뭐, 둘 다 성적이 최상위권이라는 건 큰 차이가 없긴 했지만.

        

       “그…….”

        

       아무튼, 그래서 나는 하늘이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부터 ‘너무 낙담하지 마’ 같은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런 말을 해버리면 하늘이의 가르치는 실력이 손아름보다 조금 뒤처진다는 것을 내가 직접 인정해버리는 셈이 되니까.

        

       결국 나는 일단 감사와 칭찬부터 하기로 했다.

        

       “오늘, 고마웠어.”

        

       하늘이의 시선이 일순간 나에게 향했다가 황급히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역시, 일부러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진짜로 토라진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다 진심은 아닌 것 같았다.

        

       “오늘은 손아름……의 도움을 조금 받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에 네가 나에게 가르쳐준 게 바탕이 되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는 못했을 거야. 그 말의 절반도 알아듣지 못했을 테니까.”

        

       완전히 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늘이가 아니었다면 1학기 내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거고, 그랬으면 아무리 손아름의 필기가 읽기 쉽게 되어있었어도 기초가 없는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 테니까.

        

       꾸벅꾸벅 졸거나, 교과서를 펼쳐두지도 않은 나의 옆구리를 찔러가면서 열심히 공부하게 만든 것은 하늘이였다. 그 사실을 잊을 생각은 절대로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고백을 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고 쑥스럽긴 했다. 세 사람과 거침없이 신체접촉을 하게 된 이후로는 이렇게 단둘이 진심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타이밍이 거의 나질 않았으니까.

        

       하늘이의 시선이 내 쪽으로 돌아왔다. 빵빵했던 볼에서는 바람이 살짝 빠진 것도 같다.

        

       하늘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황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번에는 토라진 표정을 보여주려는 게 아닌, 정말로 부끄러워서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얼굴이 귀여웠다.

        

       “…….”

        

       나는 잠깐 고민했다.

        

       하늘이는 아직 대답이 없는데, 대화를 이렇게 끊어버리는 게 좋을까? 쑥스러워서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것도 같았다.

        

       하늘이가 끼고 있던 팔짱은, 팔에서 힘이 조금 빠져서 아래로 조금 처졌다.

        

       “…….”

        

       아, 모르겠다.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하늘이 앞으로 걸어갔다.

        

       “……?”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하늘이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하늘이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그러니까, 학기 초에 사람들 관심 끌어보겠다고 하늘이와 취했던 그 대면좌위 자세를 만들었다는 소리다.

        

       내 엉덩이 밑의 하늘이의 허벅지가 긴장으로 조금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 안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하늘이의 몸은 언제나 따뜻했다. 이렇게 옷 위로도 전부 다 느껴질 정도로.

        

       “지금까지 고마웠어.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역시 얼버무리는 데는 말보다는 행동이지.

        

       “…….”

        

       하늘이도, 잠깐은 내 어깨에 턱을 올려놓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 잠시 뒤에, 잠깐 풀렸던 하늘이의 손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내 배 부근에서 움직이던 하늘이의 손은 이내 우리 사이를 벗어나서 내 등 뒤로 향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강렬한 포옹.

        

       “…….”

        

       하지만, 이제는 이 정도에는 놀라지 않았다. 사실 매일같이 하는 포옹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뒤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내 등을 꽉 조이고 있던 하늘이의 손이 갑자기 풀리더니, 내 양 볼을 덥석 잡았다.

        

       “어,”

        

       내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늘이의 손힘이 내 얼굴을 뒤로 물렸다.

        

       우리는 그대로 마주 보는 표정이 되었다.

        

       나를 보고 있는 하늘이는 조금 화난 표정이었다.

        

       “사라, 비겁해.”

        

       “으헤?”

        

       ……아무래도, 들킨 모양이다. 포옹으로 대충 얼버무리려고 했다는 게.

        

       “그리고 만약 뭔가 얼버무리고 싶으면, 이 정도로는 곤란해. 어차피 거의 항상 붙어있으면서.”

        

       “어, 잠,”

        

       깐, 이라고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늘이는 그대로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붙였다.

        

       평소보다도 조금 격렬한, 마치 더듬는듯한 입맞춤.

        

       내 어깨를 꽉 끌어안는 듯한 하늘이의 팔, 그리고 뒤통수를 꽉 누르는 하늘이의 양손 때문에 나는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하늘이와 온몸을 꼭 붙이고 있게 되었다.

        

       ……입술이 떨어진 것은, 내가 슬슬 숨을 쉬기 힘들어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분명 입술과 입술이 닿았을 뿐, 깊은 키스까지는 가지 않았는데도, 우리 입 사이에 타액으로 이어진 선이 아주 잠깐 이어졌다.

        

       “다음부터는, 이 정도는 각오하고 이런 행동을 하도록 해. 알았어?”

        

       하늘이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나는 힘없이 대답하고, 그대로 하늘이 품으로 쓰러지듯 안겼다.

        

       *

        

       “……참 거칠게도 한 모양이네. 불쌍하기도 해라.”

        

       다음으로 방으로 들어온 소희는, 참 이상하게도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잠잘 때의 복장으로 갈아입었었는데.

        

       아무튼, 뭐, 소희의 그런 복장과는 별개로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방을 나가던 하늘이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였으니, 그만큼 기를 많이 빨리기는 했을 테니까.

        

       “…….”

        

       내가 말없이 소희를 바라보자, 소희는 양손으로 메이드복 치마를 살짝 집어 올리며 멋들어지게 인사했다.

        

       “메이드 소희, 아가씨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희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내 옆을 지나쳐 침대로 가더니 거기 탁 걸터앉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자기 옆자리를 탁탁 쳤다.

        

       저기 앉으라는 말일까?

        

       소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아 주춤주춤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소희가 손으로 두드린 곳에 앉았는데—

        

       “아니, 그게 아니지.”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면?”

        

       내가 물어보자, 소희는 이번에는 자기 무릎을 탁탁 쳤다.

        

       ……그 위에 앉으라고?

        

       아니, 뭐, 조금 전에도 하늘이 무릎에 앉았으니 소희 위에도 앉지 못할 이유는 없긴 하다. 아무래도 소희는 눈앞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으니 부러워할 만도 했다.

        

       하지만, 내가 몸을 일으키자 소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내 어깨를 잡아 그대로 내리눌렀다.

        

       “으아,”

        

       그리고 당연히, 소희보다 힘이 딸리는 나는 그대로 옆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을 늘렸다고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는 언제나 같이 운동하고 있었다. 내가 운동을 해봐야 같이 강해지므로 결국 우리들의 힘의 차이는 평행선이다.

        

       운동 그냥 그만둘까.

        

       그런 현자 타임이 잠깐 왔다.

        

       “…….”

        

       아무튼, 그리하여 내가 취하게 된 자세는, 소희 허벅지를 베고 눕는 자세였다.

        

       나보다 힘이 훨씬 강해서 몸도 조금 단단한 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희의 몸은 의외로 꽤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다. 하긴, 겉으로 보기에도 하늘이보다 훨씬 육감적인 몸매였으니까.

        

       뭐랄까, 그래서 그런지, 좀 편안했다. 만약 딱딱한 바닥이었다면 소희의 허벅지가 좀 높게 느껴졌겠지만, 소희가 앉은 곳은 침대 위였으니까. 적당하게 내려가서 충분히 베고 누울 만 했다.

        

       “고생이 많았지?”

        

       소희는 그 상태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시야를 가린 두 개의 봉우리 너머로, 소희의 눈이 빼꼼 나왔다.

        

       참, 뭐라고 할까. 노골적이라고 해야 할지, 귀엽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소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메이드복은 일부러 챙겨입었다는 말이다. 지금 이런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

        

       후우, 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뭐, 날 쉬게 해주고 싶다면, 그냥 거기 몸을 맡기기로 할까.

        

       어, 아, 잠깐만!

        

       하지만 그 순간, 내 안에서 사라가 그렇게 비명을 질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ma3925님, 후원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계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는 것으로 먹고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이뤄낼 수 있었네요. 사실 저의 글을 제대로 읽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저의 글에 대해서 확신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시도도 해보지 못했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저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역시 전 글쓰는 것이 좋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정시에 연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당연히 저의 글을 언제나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독자님들을 생각하며 조금 힘들 때에도 다시 마음먹고 제대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저의 성장은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시간 나실때 들려서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면 제겐 더할나위 없는 행복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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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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